금요일에 새마을호를 타고 군산으로 향한다.
운동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모텔에서 여장을 풀고 운동장에서
가볍게 몸만 풀어본다.
시간이 늦었고, 아직도 몸 상태가 완전하지가 않아서 1000m 전력주를 생략한다.
1000m 전력주를 실시해보면 몸 상태를 가늠할수 있고, 대회때 레이스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략적인 구상이 가능하지만, 오늘은 그럴 입장이 되지 못했다.
마트에서 먹을 것을 잔득 챙겨서 배가 부르도록 먹어준다(대부분 탄수화물류)
밤에 잠을 잘 자면, 다음날 대회때 좋은 기록으로 이어지는데,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과일로 배를 채운다.
밤에 너무 과식을 하여서 아침에는 많이 먹어지지가 않는다.
출발 한시간 전에 에너지 바를 먹어주고,수분보충을 타블렛으로 시간에 맞추어 마셔주면서
운동장으로 이동한다.
출발 15분전에 카보샷을 먹어주고, 가볍게 조깅까지 마치고 출발선으로 이동한다.
엘리트선수들이 출발하고, 다음은 우리들 마스터즈 선수들이다.
인기개그우먼 배동성님이 나를 소개한다.
오늘 우승후보라고..쑥스럽게시리...
출발총성이 울리고,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어본다.
가급적 앞에서 회사홍보를 위해 달려야 하기에 조금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오늘따라 아무도 선두에서 따라 붙지 않는다.
페이스가 빠르지도 않는데, 좌.우를 살펴봐도 혼자 뿐이다.
할수 없이 초반을 혼자서 독주해 나간다.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기록이 저조하게 나온다.
5KM를 17분47초에 통과한다.
조금 더 속도를 올려야겠다는 생각에 주법을 변경하여 조금더 힘을 실어본다.
10KM를 17분54초에 통과한다.
이때 까지만해도 거리가 왜 이렇게 길지..
혹시 거리 측정이 잘못되었나?? 이런생각으로 달리고 있는데,그렇게 멀지 않은곳에서
심재덕님이 뒤따르고 있다.
더디어 기다리던 카메라가 나를 비추기 시작한다.
2KM 정도의 거리를 카메라가 계속 잡아주더니, 앞으로 사라진다.
12km를 막 지나면서 두번째 카보샷을 개봉하여 먹어준다.
그리고 얼마가지 않은 14km지점에서 뒤따르던 심재덕님에게 선두추월을 허용한다.
그제서야 오늘 내가 컨디션이 무척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도 역시 최악의 컨디션이구나..
그럼 그렇지 아직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으니...
15km를 18분06초에 통과한다. 이럴수가... 페이스가 더욱 떨어지고 있다.
그래도 설마설마 오늘 우승을 놓치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하며 레이스에 임한다.
20km를 18분04초에 통과한다.
힘들게 달리고 있지만, 속도가 18분대에서 좋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이대로 완주하면, 2시간 30분 후반이나,31대는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후에 페이스는 더욱 떨어져서 계획은 형편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처음 생각했던 2시간 28~9분대는 이젠 실현 불가능한 기록이 되어 버렸다.
25km를 18분04초에 통과한다.
세번째 카보샷을 복용한다.
25km까지 오면서 심재덕님과 몇번의 공방전이 있었다.서로 주거니 받거니...
반환을 하고나서, 다시 맞바람이다. 이상하게도 군산은 뒷바람은 없고 앞바람만 있다.
그래도 봄바람이라서 그렇게 부담감은 없다.
이때까지는 그럭저럭 몸이 버티어 주었지만, 27km지점부터 다시 한번 공방전이 전개되면서
체력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었다.
29km를 지나고,30km를 앞두고 다시한번 심재덕님이 힘을 내신다.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페이스는 빠르지 않는데, 나의 몸은 그 정도도 받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27km부터 미세한 신호가 전해지던 종아리 양쪽에 제대로 근욱경련이 오고 말았다.
페이스를 줄이지 않고는 큰일이 날것 같았다.
30km를 18분36초에 통과한다.
속도를 줄이자 말자 심재덕님은 나의 시야에서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
속도를 최대한 떨어뜨려 화가난 종아리를 달래어 보지만, 이번에는 허벅지까지
근육경련이 전달되었다.
큰쥐 4마리가 다리를 괴롭이기 시작한다.
대왕 고양이를 풀어서 다리에서 난리를 피우는 쥐들을 잡아야 하지만, 내겐
그럴 여력도 없다. 오늘 경기는 여기서 접는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근육을 달래어주고,서둘러 마지막 카보샷을 먹어준다.
35km를 21분 03초에 통과한다. 완전 조깅모드가 되어버렸다.
이젠 앞이 문제가 아니라 뒤를 조심해야 한다.
아직 남은 거리는 한참이고, 내 달구지는 이미 큰 쥐 4마리가 점령한 상태라서
약간의 힘만 전달되면, 쥐들이 물어뜯기 시작한다.
이이쿠 어이쿠!! 알았다 쥐들아 천천히 갈께...
내자신과 타협을 하고 나서, 페이스는 더욱 늘어진다.
40km를 21분33초에 통과한다.
이제는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누군가가 뒤따르고 있다. 걸을수도 없고, 더 빨리 달릴수도 없고, 완전히 미치기 일보직전이다.
그렇게 억지로 운동장을 돌아서 들어간다.
두다리중 오른쪽 다리가 더 심하게 거부반응을 일으켜 오른다리를 한손으로 부여잡고 달린다.
마지막 2.195km를 9분34초에 통과한다.
총소요시간은 2시간 40분37초이다.
오늘 날씨가 조금 무더웠지만, 이렇게 힘겨울수가...완전히 악전고투한 경기가 되었다.
오늘 경기에서 다시한번 전의를 불태우게 되었다.
그동안 풀코스 최강자로 근 10년을 군림해오신 심재덕님이 오늘 화려하게 다시 복귀 신고식을
하신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풍부한 풀코스 경력과 우승경력을 보유하고 계신 심재덕님의 화려한 복귀로
국내 마스터즈 마라톤은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될것같다.
마라톤은 준비한 자의 몫이다.
그동안 많이 준비해 오셨기에 그자리에 서는 것이 당연한 결과이고, 진심으로 축하해 드릴 일이다.
앞으로 주로에서 다시 뜨거운 레이스를 전개할 생각을 하니, 내 몸속의 피가 더욱 뜨겁게 끌어오른다.
앞으로 더 준비하고 노력해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겠다.
다른것은 몰라도 스피드 면에서는 여유가 있기에, 그분이 준비하는 80%만 준비하여도 내겐
승산이 있다. 그러하기에 나는 자신이 있다.
오늘 경기로 그동안 느슨했던 나의 마음에 충분한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가을이면, 2009년 최고의 러너 김홍주님이 복귀한다.
아마도 가을에는 춘추전국시대가 될것 같다.
서로 경쟁하고, 노력하다보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군산에서 2연패 달성은 실패했지만, 마음속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하루였다.
역시나 마라톤은 어렵고 늘 러너들을 자각하게 만드는 스포츠이다.
변수도 많고, 고비도 많고, 그 많은 경기를 경험하면서도 늘 마라톤 풀코스 앞에서는
겸손해지고, 고개가 숙여진다.
늘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하루를...
저는 위대한 하루 정석근 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