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투데이 김난영 기자 = “돈에 영혼을 판 변호사가 될 수도 있고,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지키려 노력하는 변호사가 될 수도 있다. 나는 후자의 편에 서려고 노력했다.”
변호사보다는 ‘원전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등 환경운동으로 유명한 하승수 변호사. 29일 만난 하 변호사는 환경운동에 몸담게 된 가장 큰 이유로 ‘미래 세대가 살아갈 세상’을 꼽았다.
“30년 후에 내 딸이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 생각하니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길 수 없었다.”
자신과 30살 차이가 나는 딸의 미래를 생각하면 환경운동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는 하 변호사. ‘잘나가는 변호사’보다 ‘실천하는 환경운동가’를 택한 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하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원래 공인회계사로 일했는데 사법시험을 치르게 된 계기와 변호사가 된 계기는.
“공익을 위해 일하고 싶었던 욕구가 있었다. 아무래도 법률가가 되면 사회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가 되고 보니 변호사는 정말 넓은 스펙트럼에서 일할 수 있더라. 돈에 영혼을 판 변호사가 될 수도 있고,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변호사가 될 수도 있다. 나는 부족하지만 후자의 편에 서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녹색당 소속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데, 녹색당 창당을 추진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무엇인가.
“자식을 낳아 키우고, 잠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사회가 지속가능할까’라는 의문을 가져 왔다. 그러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면서 ‘지금과 같은 사회는 지속불가능하다’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내 딸하고 내가 딱 30살 차이난다. 30년 후에 제 딸아이는 과연 어떤 세상에서 살게 될까. 그때는 지구의 온도가 2-3도 이상 올라갔을 수도 있고, 자원고갈, 물부족, 식량위기같은 현상도 심각해져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원전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수명이 끝난 원전 안에는 20만년 이상을 보관해야 한다는 사용 후 핵연료가 잔뜩 쌓여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겨도 되는 것일까? 이것이 녹색당이라는 정당 창당에 뛰어들게 된 이유다.”
-녹색당 하면 반핵·탈핵을 빼놓을 수 없는데, 우리나라가 탈핵화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는?
“2011년 기준 전세계에 577개의 원전이 지어졌었는데 그 중에 6개에서 사고가 났다. 경험적으로 볼 때 초대형 사고확률이 100분의1이 넘는다. 아마 자동차에서 대형사고가 날 확률이 이 정도가 되면, 그 자동차는 폐기처분되었을 것. 원전사고는 자연재해 때문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실수, 테러 등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고 최근 우리나라에서 드러나고 있는 원전 납품비리처럼 부패가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원전사고는 한번 나면 수습이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수습을 하려면 120조원이 넘는 돈을 써야 하지만, 이미 방사능에 오염된 땅과 바다는 해결불가능한 상황이다. 원전을 찬성하는 가장 강력한 논리는 ‘원전이 경제적이다’라는 것인데, 이것도 이미 깨어진 지 오래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 행한 검증결과에 따르면 원전은 이미 경제성도 없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신규투자는 매우 적다. 독일, 벨기에, 스위스 등 그동안 원전을 가동해 온 국가들도 목표연도를 정해 원전을 폐쇄해나가고 있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스스로도 안전하게 살고 미래세대에게도 부담을 떠넘기지 않는 길이다.”
-밀양송전탑 전문가협의체에서 활동했었는데, 밀양 지역에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밀양 송전선 문제는 우리나라 원전정책, 원전 안전성과 관련된 문제다. 밀양을 지나갈 예정인 765kV 송전선은 매우 고압의 송전선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세 번째로 짓는 것. 송전선이 지나가는 이상 주민들의 재산상 피해, 전자파 피해, 소음피해, 경관피해 등은 불가피한데 보상도 엉터리였다. 그런데 전문가협의체에 들어가서 자료를 상세하게 보니 이 송전선은 필요성이 없다. 고리-신고리 원전단지에서 생산하는 전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것인데, 원전단지에서 나가는 3개의 345kV 송전선이 이미 있다. 이 송전선의 용량만 증대해도 송전이 가능한 것으로 나온다. 게다가 고리1-4호기는 수명이 끝났거나 끝나가는 낡은 원전들이다. 이 원전들을 앞으로 폐쇄할 것이라면 그만큼 송전량이 줄어들게 되므로 밀양을 지나가는 765kV 송전선은 필요가 없다. 정부가 밀양 송전선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고리1-4호기를 수명연장하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로서 했던 활동(사건 수임 등)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이 있나.
“70세 할머니가 90세 할아버지를 상대로 이혼과 재산분할을 청구한 ‘황혼이혼’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가 평생 독자적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결혼생활을 해왔는데 1심법원이 ‘해로하라’는 취지로 이혼청구를 기각했다. 나는 2심과 3심을 맡았는데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는 이미 결혼생활을 돌이키기 어렵다고 보아 이혼청구를 받아들였다. 그 사건을 맡으면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됐다.”
-인권에 관한 책을 많이 저술했는데, 다양한 인권 분야 중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린이청소년 인권에 특히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행복도는 매우 낮고 자살도 증가하는 편이다. 이것은 제도의 문제도 크지만, 문화의 문제도 크다.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라는 말을 만들며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선구적으로 말했지만 9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말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란 미래가 없다.”
-최근 새로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안이나 분야 등은 어떤 것인가.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이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의 최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가다. 기후변화는 식량위기를 낳을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2%대에 불과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식량을 바다를 통해 들여와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닥쳤을 때에 안정적으로 식량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 세계7위 국가로서 기후변화에 대해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기도 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급격한 증가는 산업용 전기의 과다한 소비,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 공장식 축산의 증가 등 정부의 정책방향이 잘못된 탓이 크다. 대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이 가다보니 온실가스 배출 규제도 잘 안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 안에서도 농민들이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어린 세대와 미래세대가 받게 돼 있다. 이것은 매우 부정의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법의 차원에서는 어떻게 다뤄야 할지 관심을 갖고 있다.”
-여가 시간에는 주로 무엇을 하는가.
“특별한 것은 없다. 텃밭에서 일을 하기도 했는데, 최근 2년 동안은 못하다가 다시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면 잡념이 사라져서 좋다. 가끔 산에 가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아내나 가까운 사람들과 막걸리 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본다면.
“10년 후에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평범한 주민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충남 홍성으로 집을 옮기고 있는 중인데, 지역에서 농사도 배워서 짓고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그 때에도 녹색당원일 것이고, 녹색당이 지금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제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을 것 같다.”
He is...
1968년 대구광역시 출생
1987년 해운대고등학교 졸업
1992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92년 제27회 공인회계사시험 합격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 합격
2002~2004년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2006~2009년 제주대 법대·법전원 교수
2008~2012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2012년 10월~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2013년 11월 29일, 금요일 오후 7시 , 하동성당에서 섬지사 10주년 주민자치 강좌 "초록삶이야기"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