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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보급판) -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 (MBC 느낌표 선정도서)
최순우 지음
책소개 전 국립박물관장 최순우 씨가 84년 타계했을때, 사람들은 그의 삶을 두고 '박물관인생'이라고 입을 모으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 책은 한국 문화재에 대한 깊은 애정과 빼어난 안목으로 그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쳤던 최순우 씨가 우리 전통 문화 속에 담겨있는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미를 따뜻한 시각으로 그린 에세이다.
책은 건축, 불상, 석탑, 공예, 청자, 백자, 회화 등 우리 문화재 전반에 걸쳐 작품을 하나씩 논한 1백30여 편의 단문들로 구성되어 있다.불국사 대석단, 부석사 무량수전, 화엄사 사자석탑, 신라토우, 분청사기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고 따뜻한 눈으로 우리 미학의 본질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사실 이 책에 소개된 문화재들은 너무나 유명한 것들이어서 자칫 식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심미안은 "그의 눈길이 머물고 그의 붓끝이 한번 스쳐 지나가면 무심한 돌무더기라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는 마술같은 이치를 그대로 실현시킨다. 한국미를 닮은 듯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문체가 읽기에 편하다. '좋은 것은 좋은 선생님과'라는 말이 있듯이, 만약 우리 문화재가 좋은 것인줄 몰랐다면, 또는 그 좋은 것을 훌륭한 안내자와 함께 보고 싶다면 누구든 이 책을 추천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지은이 소개
최순우(崔淳雨) - 1916년 개성 출생이며, 1935년 송도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개성부립박물관 입사했다. 1945년 서울국립박물관으로 전근 이후 국립박물관 학예관·미술과장·학예연구실장, 문화재위원회 위원·한국미술평론가협회 대표·한국미술사학회 대표를 역임했다. 1974년 국립중앙박물관장 취임, 홍익대학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 취득, 1950년부터 서울대·고려대·홍익대·이대 등에서 미술사 강의를 했다. 저자는 1984년 성북동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하셨다.
책 표지 글
평소에 누군가로부터 어떻게 하면 우리 미술과 문화재에 눈을 뜰 수 있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나는 지체 없이 "좋은 미술품을 좋은 선생과 함께 감상하며 그 선생의 눈을 빌려 내 눈을 여는 길" 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때의 선생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책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좋은 선생. 좋은 책으로는 최순우 선생의「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이상이 없다는 대답까지 해오고 있다. - 유흥준의 '보급판에 부쳐' 에서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 싶어진다.…… - 본문에서 미디어 리뷰
동아일보 | 최고의 한국의 안내서라고도...
10년 전 타계한 최순우선생의 일생을 사람들은 `박물관인생`이라고 불렀다. 1916년 개성에서 태어나 개성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1943년 개성 부립 박물관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장장 40 년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만 보낸 외길 인생이었다. 그는 10년간 관장을 지내면서 박물관과 한국미술사학의 발전에 적지 않은 공을 남겼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부분은 우리문화재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밝혀낸 명품해설이었다. 그는 뛰어난 안목과 수려한 문장으로 낱낱 유물에 서린 미적 가치를 드러나게 함으로써 `우리멋의 대변인` `한국미의 파수꾼` 이라는 칭송을 받아 왔다. 이번에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라는 제목으로 간행된 최순우 선집 내지 최순우 명품해설집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한국의 안내서라고도 할 수 있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는 그가 발견하고 그려낸 한국의 아름다움과 한국인의 어진 마음에 저절로 빨려들게 된다. 별 생각 없이 지나치는 자에게는 그 무엇이 있을 리 만무한 백자달항아리를 말하면서 정교한 아름다움 화려한 멋에만 매달리지 말고 `저 너그럽고 원만하고 믿음직스러운 아름다움` 을 배우라고 충고한다. 그 부정형의 원이 그려주는 무심한 아름다움이야말로 한국미의 본바탕임을 역설한다. 그러고도 이해 못할 독자들을 위하여 `마치도 잘 생긴 며느리 같다` 는 적절한 비유를 곁들이는 자상한 미의 안내자였다. 모두 다 하는 얘기지만 글은 쉽게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쉽고 평범한 글이면서 그 행간 속에 철학적 사고와 미적 성찰이 흥건히 흐르도록 하는 것은 여간한 경지에서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순우 선생의 명품해설에는 바로 그런 간명한 명문의 미덕이 서려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을 해설하면서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족히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라며 그 아름다움의 핵심을 적확하게 집어낸다. 그리하여 독자의 공감을 얻어내고 마음을 사로잡은 다음 여유롭게 완상하는 황홀한 미의 순례길로 우리를 이끌어내어 `멀리 떨어져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음` 을 말해주고, 그러고도 안심이 아니되었는지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며 강조에 강조의 뜻이 어린 고백까지 늘어놓는다. 새로 발간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최순우 선생의 탁월한 안목을 새삼 깨달으며 내 가슴속에 사무치는 그 무엇이 있었다. 생각컨대 이 글들은 분명히 내가 언젠가는 읽었던 것이련만 새 글을 읽는 새로움이 살아 있고 분명 20∼30년 전에 쓴 글이겠건만 어떻게 하여 마치 엊그제 탈고한 것 같은 신선함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왜 그랬을까. 나는 한가지 사실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런 것을 일러고 전이라고 말한다는 것. - (1994-07-11)
자연과 인간이 만나 문화를 낳는다. 이 책은 우리의 문화유산이 우리 땅과 민족의 숨결을 담아 얼마나 아름답게 어우러져 왔는지, 또한 얼마나 진실한 멋과 맛에 가득 차 있는지 가르쳐 준다. 저자는 미술사학자이자 박물관인이었던 혜곡 최순우 선생. 우리의 미를 찾고 드높이는 데 평생 동안 전념하셨던 분이다. ‘선생의 생활은 한국미의 추구와 실천 그 자체’(정양모·전 국립중앙박물관장)였던 것이다. 고인이 된 선생께서 생전에 쓰신 글은 모두 〈최순우 전집〉으로 정리돼 있다. 이 책 〈무량수전…〉은 〈최순우 전집〉에서 한국미에 대한 깊은 애정과 혜안이 담겨 있으면서도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글만 따로 골라 묶은 것이다. 책 발간에 참여한 미술사학자이자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교수는 자신이 우리 미술의 특질과 자존심에 대하여 주장한 바의 대부분은 혜곡 선생의 안목에 힘입은 것이었다고 고백했다. 이 책을 펼치면 우리 미술과 미의식, 그리고 건축물, 불상과 석탑, 금속 공예와 청자, 조선 회화 등은 물론 장독대와 온돌방, 탈처럼 우리 삶과 문화유산 전반에 대한 최순우 선생의 밝은 눈과 넉넉한 사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히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책의 제목을 따온 대목이다. 이 글만 읽어도 어느새 초겨울의 부석사 풍경 속으로 촉촉하게 빠져들게 한다. 선생의 시선과 발길이 느껴지고 어느새 우리 문화유산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대가의 글은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는 현학적인 태도를 멀리하며 언제나 평범한 듯 대단히 비범하다. 눈 밝고 가슴 따뜻한 대가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으며, 나 역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 허병두/서울 숭문고 교사·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 (2004-08-16)
아름다운 우리말을 찾아내 우리 고미술을 빼어나게 해설했던 최순우 전 국립 중앙박물관장(1916∼1984)의 글들이 다시 간추려져 나왔다. 92년 「최순우전집」 전5권을 펴냈던 도서출판 학고재는 최씨의 글 가운데서 일반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고미술 해설의 글들을 모아 「최순우의 문화재산책―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최근 단행본으로 펴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란 제목은 부석사 무량수전 을 찾은 그가 그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들어 남겼던 글에서 따온 것이다. 고건축·도자기·회화·공예 등 고미술분야 전반에 정통하고 또 해박한 식견을 갖췄던 최씨는 작고 후 두번째로 나온 이 책 속에서 그의 눈길이 머물고 그의 붓끝이 한번 스쳐 지나가면 무심한 돌무더기라도 다시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는 기막힌 마술사적 문장을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 그는 한국미술품에 대한 존경의 마음과 자랑스러움을 일생동안 잃지 않았으며 `자연과의 해화미` 는 그가 따로이 찾아낸 한국고미술의 특질이었다. 조화의 아름다움을 뜻하는 `해화미` 란 말은 건축·도자기·석탑 등 그의 시선이 머무른 고 미술품에 대한 해설 곳곳에서 쓰이고 있다. 높이가 1om나 되는 높은 자연 석벽에 몸체를 새기고 그 위에 2m가 넘는 큰 얼굴을 얹은 안동 제비원 여래석불을 설명하면서 그는`마치 자연과 인공의 미묘한 해화에서 오는 화음처럼 주위의 산천에 아름다움의 정기를 불어넣어 주었고, 부처님의 높은 공덕을 대자연의 공간과 시간 속에 메아리지게 해주었다는 느낌`이라고 썼다. 우현 고유섭선생의 제자였던 최씨는 1943년 우현이 있던 개성 부립 박물관에 들어간 뒤 40년 넘게 박물관과 인생을 함께 했다. 해방과 함께 서울 국립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학예관·미술과장·학예연구실장을 차례로 거쳐 작고할 때까지 10년간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직을 지냈다.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국립중앙박물관 정량모 관장은 이 책 서문에서 최씨를 가리켜 `우리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인일 뿐 아니라 당신의 생활까지도 세속에서 벗어나 탈속의 경지에서 의연하게 사시려고 평생을 노력한 분`이라고 회고했다. - (1994-06-24)
대가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건축, 한국의 공예, 한국의 회화 속에서 부드러운 선의 흐름을 발견해 낸다. 초가집 지붕에도, 도자기에도, 기왓장 한 장 속에도 우리 산수의 유장한 흐름이 담겨 있음을 본다. 누가 보아도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렇게도 두드러진 특징인가 보다. 그러나 보고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누가 말해 주기 전에는 죽을 때까지 알지 못할 청맹과니. 굳이 그게 나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제목만 보고 나는 이 책이 전통건축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니 아니었다. 건축과 회화와 공예가 총망라된, 이 책은 그야말로 전통미학의 입문서였다. 책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청맹과니 신세를 조금은, 아주 조금은 면하게 된 듯싶었다. 건축하는 사람들은 부석사 무량수전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그래서 언제 한번 가 봐야지 하고 있었다. 실전에의 적용, 문화유산답사기를 본 이후부터 가지게 된 다짐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부석사에 가 보질 못했다. 언젠가 한번 영주로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정작 찾아간 곳은 어이없게도 희방폭포였다. 다짐이나 말든가. - 김병훈/예문서원 편집실장 (2004-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