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반 기상... 아빠가 하던 컴퓨터를 은근슬쩍 넘겨받아 하던 중 아빠가 골프 번개를 치신다..
아, 자전거 타러 가야지. 근데 어디를 갈까... 한참 고민, 또 고민...
한 20분 고민 끝에 해평 도문리로 결정... XTR은 가족끼리 수원 가 있대서 이 넘을 구미로 소환할 수는 없으니... 혼자 가기는 심심하고...
문득 나겸 누님이 생각났다. 도문리를 자주 가시니까... 혹시 오늘 가시려나 싶어 전화를 걸었다... 소심해서 직접 말씀은 못드리고 일단은 "도문리 타는데 몇 시간 걸려요?"라고 여쭤 보았다... 나겸님이 타러 가냐고 물으시길래 긍정의 대답을 했더니
자전거가 대구에 있으시댄다... 쩝... 오랜만에 뵐 수 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나홀로 라이딩을 준비한다. 호야 형님 말씀대로 집에 있던 짧은 내복 밑에 고무줄을 자르고 입어 본다. 착용감이 괜찮다.
이래저래 준비를 마치고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페달을 밟는다. 생각보다 바람이 좀 세긴 하지만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열심히 해평으로 달린다.
현일고 앞에서 우회전하자마자 덤프들이 일명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달려나간다... 쳇... 후방 50m 뒤에서도 소리가 다 들리는 저런 존재감을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해 보며 옆으로 살포시 비켜 주다 논에 바퀴가 빠져 버렸다;;;
대충 수습을 하고 다시 고고... 솔밭에 도착할 즈음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손이 얼고 있다...
솔밭 매점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출발할려고 했더니 셔터가 닫혀 있다... 주차장 앞에 보니 2월 28일까지 휴장이란다.
이런... 된장 고추장 쌈장... 쒸... 큰일 났다. 이까지 온 걸 생각하면 아쉬워서라도 타야 되겠고, 막상 타려니 손도 서서히 얼고 배도 고파 온다. 아침에 바나나 하나 먹었는데....;;;
인생은 한 방. 설마 손이 떨어져 나가겠어? 라는 생각으로 일단 강변으로 러쉬. 이런, 강바람이 생각보다 무시무시하다.
큰일났다;;;; 으아으아으아;;;; 가뜩이나 강변 돌파하기 힘든데 차라리 맞바람이면 덜하다. 측풍이다;;;;
비틀비틀... 도리사로 올라가는 길 입구에 도착했다... 물을 한 모금 마시려니까;;; 물병 주둥이 쪽에 물이 애매하게 얼어서 물이 옆으로 삐딱하게 나온다...
얼굴에 물이 다 튀었따... 앗 차거... ㅠㅠ
장갑에 붙은 수건으로 대충 닦아 내고 도리사 1주차장을 향해 고고... 도리사 까지 4.6km랬으니까 1주차장까지는 3.5~4km정도 되겠다 싶어 열씸히 달렸다.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낑낑대면서 달려간다. 양옆으로 산이 있어 강변보다는 비교적 측풍이 덜하다. 일단은 카덴스 80 유지하면서 살금살금 기어 올라간다...
장장 20분을 넘게 달려 청산고을에 도착... 산채 비빔밥을 주문하고 손발을 녹이고 나니 밥이 나온다... 와우....
사진이고 뭐고 일단 먹고 볼란다... 맛나게 먹고 커피를 마시는데 주인 아저씨가 정겹게 말을 걸어 오신다.
"요즘 시나브로 잘 안 올라오던데요?" "추워서 아마 여기까지는 자주 못 올 거에요." "아..."
시나브로에 중학생이 가입할 수 있냐, 가입만 가능하다... 등등 이런 얘기들을 하는데 옆에서 한 아저씨분이 "시나브로가 뭐라요?"라고 물어오신다.
주인 아저씨가 "아, 자전거 동호회라. 팀이 꽤 커."라고 말씀해 주신다.
그 아저씨가 팀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하더니 팀 가입 관련 문의를 어디로 하면 되냐고 물으시길래 그냥 가입하면 된다고 했다...
우와... 팀복이 이런 효과가 있구나. 글쿤 글쿤....
자... 이제 2주차장으로 올라가 보실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올라가기가 싫어진다. 내려갈까, 말까... 내려갈까, 말까... 말자...
2주차장 앞에서 도문리 거리를 확인했더니 16.77km. 약 17km란다. 오... 꽤 되는구먼. 자... 살포시 땡겨 보실까....
속도를 낼 새도 없이 군데군데 얼음 지뢰가 깔려 있어서 바짝 긴장했다. 쳇.... 이건 무슨 상황이람...
그러다가 T자형 갈림길 도착... 늘 가던 길은 왼쪽, 오른쪽에 갑자기 관심이 쏠린다. 가 볼까 말까... 이리 가면 어디로 나오지?
다시 나겸 누님께 전화를 걸었다... 나겸 님... 도문리 갈림길인데요... 오른쪽으로 가면 어디로 나와요... 청림... 이러쿵 저러쿵.... 조심해서 타거라... 네... 전화를 끊고 오른쪽으로 잠깐 내려가 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이리 가면 집으로는 어떻게 가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바로 자전거 돌려 늘 가던 길로 가기로 했다... 도전정신이 쫌 약한 건 사실이다.
고고... 군데군데 얼음이 많이 얼어 있다. 이건 뭐... 지뢰밭 통과하기도 아니고... 장소 불문하고 얼음이 깔려 있다. 얼음 때문에 라인을 몇 번이나 갈아탔는지 모르겠다.
우째우째 타고 있는데 XTR 전화... 어디고... 도문리... 내 목소리 들리나.... 들린다... 구미는 눈 오나... 엠보싱 마냥 뽀송뽀송하다... 남양은 어떻고 저떻고... (바람 소리 때문에 잘 못 들었다. 미안...;;;) 여튼, 전화를 끊고 다시 달린다.
버프에 습기가 찬다. 짜증나서 버프를 내렸다. 귀부터 턱하고 입이 순식간에 얼어붙어 버린다. 와우;;; 코만 내놓고 버프를 올렸다.
버프가 계속 내려간다. 댄장... 고추장.... 쌈장... 짜증 나서 헬멧 턱끈으로 아예 고정시켰다. 그래도 내려간다. 에라, 몰라.
질주... 또 질주... 7월 18일 액땜했던 장소를 지나는데 중국에 있는 약돌이 형이 생각난다. 그 형은 잘 지내시남...
그러다가 코너에서 뒷바퀴 슬립... 엄마야 (ㅇㅅㅇ);; 딴 생각 접고 코스에 집중한다.
도문리 업힐 구간 진입... 이건 뭐;;;; 나뭇잎이 2라인 걸쳐 넓게 깔려 있다. 밑에 얼음 있을 것 같아서 살살 밟았다. 아무 것도 없다.
다시 고고... 이번엔 내리막 코너에 나뭇잎이 2라인 걸쳐 깔려 있다. 아놔;;;;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
살살 내려왔다. 역시나 아무 것도 없다. 쳇... 열심히 달리다 보니 도문리도 끝이다. 아... 산이 그래도 손은 덜 시려운데... 히잉...
아스팔트를 밟자마자 몸을 숙이고 허리를 둥글게 말고 기어를 3*9단을 넣고 뼈빠지게 밟는다. 사실... 추워서 많이 밟지도 않았다. 딱 50 찍었다. 그렇게 달리는데... 저 앞에 가짜 사이렌이 보인다. 어? 뭐지... 일단은 몸을 일으키고 속도를 줄였다.
"구제역 방역 중" 나 저거 방역하는 거 맞아야 되는 건가...?? 저거 맞으면 추울 거 같은데... 자전거에 안 좋은 거 아닌가? 이러쿵 저러쿵 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을 다 하면서 관계자 분께 여쭤 본다.
저... 이거 맞아야 되나요? 아뇨, 그냥 가시면 되요. 네...
왠지 좀 찝찝하다. 꼭 내가 구제역 감염된 거 같고... 아씨...
일단은 달린다. 맞바람 장난 아니다... 일단은 바람을 피해 주택가를 통해 솔밭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는 길... 손이 바짝 얼어서 아무 기억도 안 난다. 뿅...
손, 발 방한 철저히 하세요... ㅠㅠ
첫댓글 콩이 수고했다.. 겨울엔 가까운데서 타~ 이동하다가 동태 된다.. 보온물병 있으면 따뜻한 물 담아 다니고.. 방한커버도 영하 10도보다 더 내려가면 소용없다..
가까운 곳은 갈 곳이 없어요... ㅠㅠ
대단하네 콩!~^^
정신 나갔었어요... ㅠㅠ
아이고 콩아 고생 많이 했구나. 손이 시리고 혼자서 애먹었구나. 다음에는 같이 라이딩하자. 내려가던길로 계속가면 도로나왔는데 다시 올라갔나보네. 산이라서 나는 네가 누구하고 같이 갔는데 중간에 내려간다고 하는줄 알았단다. 혼자서 갔구나.
넵!!
수고했다 콩아. 대단한 라이딩기 잘 읽었다. 추운데 어떻게 혼자 갈 용기를 냈었니.
하도 심심해서요... ㅎㅎ
같이사자,,,
시룬데 ㅎㅎㅎ
ㅋㅋ알겠다ㅡㅡㅋ
이런 경험을 해 봐야 라이딩하는데 뭐가 절실히 필요한지를 알게 되더군....여러가지 교훈을 잘 정리해봐~~~
넵!!
" 이런... 된장 고추장 쌈장... 쒸... " 읽다가 이부분에서 빵 터졌어.. 후기 너무 재미있어요. 배워야지.. 된장 고추장 쌈장.. 쒸~ㅋ
배우시면 안 될 텐데... ㅎㅎㅎ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이네요 ㅎㅎ
가격대비 스키장갑+겨울용 기능성 양말이 최고인듯 ㅡ.ㅡ;;;
영하의 날씨 매일 자출하지만 스키장갑 7900원짜리하고 동계용 9만원짜리 장갑하고 착용감 말곤 거의 차이없더라..^^;
양말도 천냥백화점에서 2천원에 한켤레하는거 신고 다니는데 손은 살포시 시려워도 발은 안시렵네
오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캄솨합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