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허공은 텅빈공중이다. 그 속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천연스러울 만큼 한동안 물끄러미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때로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좀처럼 알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사실 허공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다급하면 그 속에서 무엇인가를 그래도 찾아볼 수 있는가 보다. 혹, 수많은 생각이 허공으로 소환되어 펼쳐지는 것은 아닐까. 아무것도 없는 중에 무엇인가 갈망하며 찾아보고 듣고 있는가 보다. 어쩌면 허공에 마음을 풀어놓고 반성문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머뭇거리지 않고 몹시 빠른 속도로 펼쳐놓고 몇 번이고 훑어보고 있는지 모른다. 어딘가 아무래도 아쉽고 아리송하면서 그 원인을 알지 못해 안타까워 멍하니 되새겨 보며 있었지 싶다. 차라리 어디라고 콕 짚어주면 좋을 텐데, 승복하기에 좀은 애매한 면도 있다. 그래도 결과가 나왔으니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은 몇 번이고 되뇌면서 반성하며 후회하는 모양새다. 그래도 반성을 하면서 앞날을 기약하는 명분이 생겨난다. 반성마저 없으면 정말 한심스러울 것이다. 세상은 가득 차 있어도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도 뭔가를 찾고 듣고 싶은 것이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통용될 수 없는 괴이한 일이다. 영감을 얻었다고 하고 조상의 은덕일 것이라 한다. 어쨌든 예사롭지 않은 광경이면서 은근히 궁금하기도 하다. 그렇게 허공을 바라보더니 모든 것을 체념하고 정리가 끝났는지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좀전의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 내가 뭔가를 잘못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싶기도 하다. 허공에 순간적으로 울컥 토하듯 가슴에 엉키고 응어리진 것을 꺼내어 버리고 비우면서 생각이 정리되었나 보다. 비록 지금은 실패로 끝났지만 아직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있나 보다. 어쨌거나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버릴 것은 빨리 버려야 한다. 미련을 내려놓으니 후련하다고 한다. 뒤늦은 깨달음이지만 의미 있는 성과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