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은 정의보다 앞선다>
의화단사건(義和團事件)은 청나라 말기인 1900년 중국 산동성(山東省)에서 일어난 반기독교 폭동을 계기로 화북(華北) 일대에 퍼진 반제국주의 농민투쟁을 두고 하는 말로서 북청사변(北淸事變), 또는 단비(團匪)의 난이라고도 한다. 그 난을 일으킨 중심세력이었던 의화단은 백련교(白蓮敎)라고 불리는 종교적 비밀결사체로서 당시의 사회모순, 기독교 포교, 독일의 진출 등에 반감을 품고 <부청멸양(扶淸滅洋)>을 부르짖으며 무력적 배외(排外)운동을 전개했다.
청조에서도 이를 선동해 폭동은 확대되었다. 1900년에는 폭도들이 북경에까지 몰려와 관군과 함께 열국의 공사관을 공격했지만 영국·러시아·독일·프랑스·미국·이탈리아·오스트리아·일본 등, 8개국 연합군에 의해 폭동이 진압되자 청나라는 1901년 9월, 북경의정서(北京議定書)와 신축조약(辛丑條約)을 맺고 4억5천만냥이라는 엄청난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그런 굴용적인 조약은 독립국의 면모를 실추시키는 동시에 중국의 식민지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불평등 조약인 신축(辛丑) 조약이 체결된 지 120년이 지난 지금의 중국은 옛날의 중국이 아니라는 점을 대외에 확실히 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서방국들은 지난 3월 22일, 중국의 신장(新疆)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제재를 가했다. 이런 서방국들의 제재에 맞서 중국은 즉각 유럽 측 인사 10명과 EU 이사회 정치안전위원회 등, 단체 4곳을 제재하는 맞대응에 나섰다. 그런 맞대응과 함께 “오늘의 중국은 1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외국 열강들이 대포 몇 대로 중국의 대문을 열 수 있는 시대는 영영 지났다.”라고 말하면서 120년 전의 허약한 나라가 아니라 서방국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는 점을 강조한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말에 중국 누리꾼들이 환호하고 있다.
중국인들은 서방이 손을 잡고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는 현 상황을 120년 전과 비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1901년과 2021년은 모두 신축년이다. 화(華) 대변인은 1901년 신축조약과 2021년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을 비교한 “두 신축년의 대비”라는 논평에서 EU와 미국 등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중국이 120년 전처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가 이익과 민족 존엄을 수호하려는 중국 인민의 굳은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면서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그들은 결국에는 우둔함과 오만함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微博)에 실린 이런 화(華) 대변인의 강경 발언과 관련된 해시태그(hash tags)는 24일까지 1억5천만 건의 조회수를 올리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많은 중국 누리꾼들은 "화 대변인의 말이 맞다. 오늘의 중국은 1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우리 세대는 강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의 한 누리꾼은 “친구가 오면 술로, 적이 오면 사냥총으로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은 중국의 현 상황을 과거와 대비하며 누리꾼들의 애국심을 고양하고 있다.
앞서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양국 고위급이 설전을 벌인 알래스카 회담이 열린 지난주 웨이보 계정에 “두 신축년의 대비”라는 사진을 올리며 “중국인과 말할 때는 태도에 주의하라”고 지적해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100년 전의 대한제국과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가진 오늘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국가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그 밖의 어느 나라도 함부로 우리를 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국제 외교무대에서도 당당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는 과연 그런 자존심을 세우고 지키고 있는가? 힘은 그 어떤 정의보다도 앞선다. 우리는 지금 그런 국격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