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퇴근후에 시장을 보러 가면서 약국에 들렀다.
하루 전부터 목이 조금 따끔거리면서 콧물이 찌르르 흐르던게
더 심해진 것 같아 손수 약을 지었다. 평소에 조금 다치거나 아플 때에
주위에서 약을 먹어라, 약을 발라라, 병원에 다녀오라고 노래를 불러도
고집스레 버티기 일쑤였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몸의 신호를 직감한 탓인지
그 똥고집은 거둬들이고 자진한 일이었다.
금요일이 되어도 호전 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코를 삐릭삐릭 거리면서도 낮에 겪는 두통과 인후통을 견딜만 했지만
밤에는 견디기 어려웠던 지난 밤의 고통이 떠올라 금요일 퇴근에 다시 약방을 찾았다.
일요일에는 약국 문을 닫기에 미리 예방 차원이었지만 이번에 사는 약은
다 먹기 전에 분명 나을거란 자신이 있었다.
근년들어 몇 차례 덜 좋아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지만 몸이 건강한 편이라
잔병치레가 없었고, 어쩌다 감기가 걸린다 하더라도 약에 의존하지 않고
하룻밤 대충 앓고 나면 다음날 아침은 멀쩡했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한 번 지은 약을 다 먹고 미리 염려해서 다음에 먹을 약까지 준비하다니
몸의 면역력만 저하된 게 아니라 마음의 근육까지 감소한 모양인가 보다.
금요일 밤은 긴 고통의 밤이었다.
수면 시간이 30분을 채 넘기지 못랬다. 깨고 잠들길 반복하며 토요일을 맞았다.
차도는 없었고 오히려 악화 되었다. 두통은 조금 약해졌지만 인후통은 여전했고
코막힘은 더욱 심해져 그 답답함이 고통을 배가 시키는 것 같았다.
문제는 멀쩡했던 아내가 목이 아프다고 했다.
걱정이 되었다. 체력이 약하고 면연력도 떨어진 사람이 한번 앓으면 심하게 앓고
그 앓음이 또 한 번의 약화를 가져올까 고민되고 염려스러웠다.
일단 내 약을 아내도 함께 먹었다. 사후약방문도 아니고 전염을 시키고 난 후에야
집에서도 마스크를 썼다. 그리고 테레비 하나씩 꽤차고 아내는 안방 침대에
나는 거실 쇼파에 자리 잡았다. 그렇게 토요일 오전부터 병상 두개가 마련되었다.
공부한다고 자기방에만 쳐박혀 있던 딸아이는 오랜만에 외출하면서
친구 집에서 수다 떨다가 자고 온다고 했다. 엄마 아빠가 아픈줄 알았다면
외출을 마다하고 점심이라도 차려주고 집 청소라도 했겠지만 우리가 아픈 내색을 하지도 않았지만
공부하느라 외출도 자제해온 딸의 모처럼 나들이를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집이 조용한 병동이 되었다.
식은 밥 남은 걸 삶아 죽을 만들고
계란 후라이 두 개와 김치를 볶아서 점심을 먹었다.
나란히 약도 함께 먹고, 양치하고 각자 병실로 돌아가 누웠다.
아내가 소변보러 나올 때 누워 있는 나를 쳐다보며 괜찮냐고 묻고,
내가 물마시러 가다 방문을 열고 좀 어떠냐고 물었다.
아내의 목소리가 머시마 변성기 목소리처럼 걸걸하게 변한 걸 보니
증세의 증도가 어떠한지 짐작이 되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마음에 더 딱 달라붙었다.
낮에는 그래도 견딜만 해서 리모컨을 돌려가며 티비를 보다가 잠들고
서로가 번갈아가며 병문안도 했다. 아내가 용캐 잠이 들어 있으면
혼자 주절거리며 수면을 방해하는 티비를 살포시 꺼 주었고, 내가 잠들어 있을땐
아내는 발소리를 죽여가며 음식을 만들었나 보다.
저녁 밥상엔 삼계탕 올라왔다.
희한하게도 낮과 밤의 증세가 똑같은데 밤은 더 아프다.
그건 통증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느끼는 정도의 문제일거야. 밤이 주는 고요가
민감성을 높여 더 깊게 받아들여지는 고통.
늦은 밤 아내가 체온계를 들고 와서 이마 앞에 대고 삑삑 눌러 대더니
'코로나는 아닌가봐.'라며 불행중 다행이고 아파도 기쁜 듯 말했다.
그렇게 불면과 고통의 밤이 지나고 또 다시 일요일을 맞았다.
나는 미세하게나마 호전의 기미가 보였고 아내는 더욱 증세가 더욱 심화되었다.
닭죽으로 아침을 먹고, 마지막 남은 약을 함께 먹고 다시 각자의 침상으로 이동했다.
딸얘에게 카톡을 남겨다. '집에 올 때, 문 연 약국 찾아서 감기약 꼭 사와.'
조금 멀쩡해진 내가 점심으로 짜파게티를 끓이고 남은 딸기로 쥬스를 만들어 먹었다.
약은 먹지 못했다. 나는 이제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아내는 더 도질까
우려되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몸이 좀 괜찮아지니 축구 생각이 슬슬 났다.
새벽 1시30분에 한다는 게 이른 오후부터 희망처럼 여겨졌다.
내가 안방으로 자주 들여다봤다. 병문안 갈 때 박카스 한통 사가는 심정으로
따신 물 한컵 들고 들여다 보기도 하고, 저녁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딸아이가 약국 몇군데를 들러서 약을 사왔다. 약이 반갑긴 처음이다.
저녁으로는 찜닭을 시켜 먹고 또 약을 먹었다.
같이 드라마를 본 후 나는 축구를 기다리고 아내는 취침에 들었다.
자정이 넘어 들어 들여다 보니 다행히 잠을 잘 자는것 같았다.
다행스러웠다.
생각해 보니
내 평생에 이번처럼 약을 많이 복용한 일은 없었다.
아직까지 100미터 전력 달리기를 하고도,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수십개 하고도
인사불성이 되도록 과음하고도, 알몸으로 계곡물에 들어가는 무모한 행동에도,
몸은 버거워서 꽁무니를 빼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아무 문제없다고
아직 가능하다고 부르짓고 있었다. 그걸 몰랐다.
아니 모른척 한건지도...
암튼,
새벽 1시30분에 시작한 축구는 3시반에 끝났고,
끝난 뒤 하일라이트까지 보고 자느라 4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손흥민이 2골을 넣고, 상대 자책골에 기여해서 세골도 관여한 경기였다.
잠이 좀 부족해 몽롱한 지금 약으로 그나마 누그르뜨린
감기증세가 다시 도지려는 듯 지난 목요일에 느낀
오한 비슷한 게 감각되어 진다.
그래도 축구가 이겨서 다행이다.
@보리보리쌀 어느 안전이라고 쉔네가...마님의 말씀 믿사옵니다.ㅎㅎ
자가 격리 2일째 입니다 ㅜㅜ
걸리셨구먼요
요즘은 너무 퍼져있어서... 잘 회복하시길~
@보리보리쌀 토욜 남편이 확진되더니 월욜 저두요ㅜㅜ
감기랑 비슷한듯 하면서 살짝다른 느낌이에요.
슬기로운 격리시간 대세여~~
@푸른바다 지인이 직소퍼즐 1000피스 보내줬는데 난 이런거 취미가 없어서요
머리에 쥐나여 ㅋㅋ
@스윗드림 헐~
어쩐다냐... 암튼 빨리 나사래이
출근 안하는 것은 좋겟다.
@보리보리쌀 너거 집도 이제는 다 말짱하제?
@더하기 빼기 난 어제부터 머리가 멍~하고 두통이 있고 몸살난듯 그래요 ㅜ
@더하기 빼기 낼부터 재택 근무좀 해얄거 같아여
@스윗드림 식구들 같이 걸리는 것도 괜찮은듯해요.
@보리보리쌀 마자여 그거 더 나은거 같아요.지난주말엔 격리아닌 격리로 더 답답하드라구여.
@보리보리쌀 살짝 의심스러운대요?
@보리보리쌀 너두 걸렸구만~ ㅜㅜ
@스윗드림 재택 근무 못한다 그래.
몸져 앓아 누워 있다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