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서 114번 버스가 오는 것이 보였다. 저상버스가 아닌 일반 버스였다.
“오늘은 저상버스가 고장이 나서요...”
이른 점심을 드시고 난 뒤 증평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신 박*동 아저씨, 평소에 오던 저상버스가 고장 났다며 미안한 듯 말씀하시는 기사님이지만, 별일 아닌 듯 아저씨는 버스 카드를 찍고 자리에 앉으셨다.
오늘은 아저씨가 민요교실에 가시는 날이다. 증평우체국 정류장에서 내린 뒤에 걸어서 증평문화원으로 향했다. 동생이 생신 선물로 사준 운동화 덕분인지 아저씨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이신다.
며칠 전 아저씨와의 대화 중, 아저씨께선 민요교실 회원 분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고 하셨다. 따로 준비하고 싶으신 게 있는지 여쭤보니 아저씨께선 과자를 준비하고 싶다고 하셨다. 마침 지난 수업 때에도 다른 회원 분이 간식을 나누셨기에 좋은 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걸로 하시겠어요?”
“음 이거?”
문화원 근처에 있는 가게에서 나눌만한 것을 고르셨다. 이것저것 집어보고 고르시다가 결국 빵과 두유를 고르셨다. 평소에 자주 나누시던 것이 눈에 들어오셨던 것 같다.
문화원에 거의 도착하고, 간식도 골랐는데도 수업 시작 시간까지 한 40분 정도 남았다.
“시간이 좀 많이 남았어요 아저씨”
“많이 남았어?”
“네! 그래도 오늘은 미리 가서 기다리고 계시는 게 어떠세요? 저번 수업 때까지는 다른 회원 분들이 아저씨를 맞아주셨지만 오늘은 아저씨가 먼저 도착해서 오시는 분들에게 먼저 인사 해보시는 게 어떠세요?”
“응 내가 인사 먼저 할게~”
평소에는 도착해도 시간이 좀 남아서 아저씨와 문화원 주변에서 시간을 보냈지만 오늘은 미리 가서 회원 분들을 맞이하기로 하셨다.
“아무도 없네요...”
수업이 열리는 장소에 도착하니 역시나 아무도 안 계셨다. 심지어 전 시간 수업 수강생 몇 분을 볼 수도 있었다. 아저씨는 겉옷을 벗어두시고 사 오신 간식을 뒤 쪽에 두신 뒤에 다른 회원 분들을 기다리셨다.
“안녕하세유!”
제일 처음 오신 분은 강사님이셨다. 아저씨가 먼저 크게 인사하시니 강사님께서 아저씨와 밝게 인사를 나누셨다.
그 뒤로 한 분 한 분 오실 때마다 아저씨가 인사를 먼저 하셨다. 아저씨는 아예 입구 쪽 문을 향해 몸을 돌린 채로 회원 분들을 맞이하셨다.
간단한 근황 나누기를 한 뒤에 수업이 시작되었다. 내수 노래교실에서는 춤추시며 신나게 시간을 보내시지만, 민요 교실에서의 아저씨는 진지하게 민요를 배우시는 열혈 수강생이시다. 강사님과 눈을 맞추시고, 때로는 손가락으로 가사를 짚어 가며 민요를 배우신다.
쉬는 시간이 되자 직원이 아저씨께 여쭸다.
“아저씨! 아까 사온 그거 지금 나누시는 게 어떠세요?”
“내가 줄게!”
아저씨는 대답하신 뒤에 바로 회원 분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빵 사왔어유! 나눠 줄게유!”
뒤로 가서 빵과 두유를 들고 오신 아저씨는 직접 회원 분들에게 빵 하나 두유 하나씩 나눠주셨다. 회원 분들은 아저씨에게 잘 먹겠다고 하시며 기분 좋게 쉬는 시간을 보내셨다.
그 다음 수업 시간에도 아저씨는 열심히 수업에 임하셨다. 뒤늦게 수강생 한 분이 도착하시자 아저씨는 직원에게 ‘하나 줄까?’ 하시더니 빵 하나 두유 하나를 가져다 주셨다. 회원 분들과 강사님은 그 모습을 보시곤 함께 크게 웃으시며 아저씨가 정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다.
오늘은 강사님께서 일정이 있으셨기에 일찍 들어가셨고, 나머지 시간 동안은 회원 분들끼리 따로 연습을 하셨다.
“무슨 노래하고 싶으세요?”
“뱃노래!”
“아저씨~ 뱃노래 한 번 불러주세요~”
“뱃놀이 가~잔~다... 어우 못하겄어!”
한 회원 분께서 아저씨께 어떤 노래하고 싶으신지 물으시니 아저씨께서 ‘뱃노래’ 라고 하셨다. 그러자 여러 회원 분들이 아저씨께 뱃놀이를 불러 달라고 요청하셨고, 아저씨께선 한 소절 부르시다가 부끄러우셨는지 못하겠다고 하시며 미소를 보이셨다. 아저씨가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은 처음 봤다.
“안녕히 계세유!”
수업을 마친 뒤에 문화원을 나섰다. 아저씨는 부끄러우셔서 부르지 못했던 뱃놀이의 나머지 부분을 크게 부르시며 집으로 향하셨다.
오늘 한 발짝 가까워진 듯한 민요교실 회원 분들과의 관계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최승호
아저씨가 준비한 간식을 한 분 한 분께 나누시며 한층 가까워진 느낌입니다. - 다온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