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오델로(Othello)는 영국에서 시작된 게임이라는데
70년대 초반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후
전세계로 확산되었다는군.
게임룰은 아주 간단해.
상대편 돌 양 옆에 내 돌을 두게 되면
그 사이에 있던 상대편 돌들이 내돌로 바뀌는 거야.
XOOOX -> XXXXX
나중에 누구의 돌이 더 많은가 세어서 승패를 정하는 거지.
B.
그렇군... 그런데 갑자기 왠 오델로야?
난 세익스피어를 이야기하는줄 알았어.
A.
아까부터 계속 우울하다고 했잖아.
그리고, 요즘은 누구나...
(정말 농담이 아니라 개나 소도 우울할지 몰라)
우울해하잖아.
B.
그런데?
A.
가끔 이 세상이 회복 불가능한, 지고 있는 오델로 판인듯 느껴져.
모든 '돌'이 '우울'이라는 돌로 바뀌어버렸어.
B.
하지만 오델로의 또다른 매력은,
잘만 두면 금방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잖아.
A.
응 그렇긴 하지.
하지만 사잇돌을 자기편 돌로 바꾸는 돌... 그러니까
우리는 열쇠돌(key stone)이라고 부르는데...
그 돌을 쥔 사람들 대부분은 우울한 것 같거든.
그러니까 세상은 점점 우울해질 수밖에 없어.
B.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로 우울해지는 느낌인걸.
그런데 '우리'라니?
A.
우리?
너희와는 다른 존재들.
이 세상으로 돌을 날라오는 날개달린 존재들.
B.
뭐 설마... 천사나 악마 같은 걸 말하고 싶은 거야?
A.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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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라이 썩을 넘아!!' 라고 외치며 옆에 두었던 재떨이를
힘껏 그녀석의 웃는 얼굴로 던졌다.
녀석은 재떨이를 피하면서 창밖으로 몸을 던졌는데
번쩍하는 광채와 함께 그녀석이 앉았던 빈 자리에는
닭털(인 듯 보이는 깃털 -_-) 몇 개가 떨어져있었다.
난 우울해졌다 행복해졌다... 하는 걸 보니
그저 평범한 '사잇돌'인 듯 싶은데
시니컬한 천사(혹은 악마) 넘과 한번 대면하고 나니
오기로라도 우울해지지 말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난 단지 돌인건 싫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