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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초반 레이스에서 K리그 팀으로는 유일하게 J리그 팀(가시마)을 꺾었다. ⓒKFA |
아시아 챔스에 나선 K리그 팀들의 초반 레이스가 덜컹거렸다. G조 선두인 수원을 제외하고는 순위가 중하위권으로 밀렸다. 수원도 J리그의 가시마, 슈퍼리그의 상하이와 승점이 같다. 골득실의 간발의 우위다.
겉으로 드러난 순위 말고도 한중일 리그 맞대결 성적이 우려를 더한 K리그 팀들의 초반 행보다. K리그는 J리그를 상대해 1승1무2패로 열세했다. 우위를 기대했던 슈퍼리그와는 2승2패의 박빙의 접전을 펼쳤다. K리그 팀들의 순위가 밀린 직접적인 배경이다. K리그가 J리그와 슈퍼리그의 협공에 고전을 면치 못한 셈이다.
아시아 축구 헤게모니의 이동?
베이징과의 홈 경기에서 결승골을 성공시킨 울산의 오장은.ⓒKFA |
K리그는 아시아 챔스의 전신인 아시아 챔피언스컵이 출범한 1967년 이래 두 대회를 합친 역대 성적 기준 최다 우승팀을 배출했다. K리그가 7회, J리그가 5회, 사우디아라비아 리그가 4회 정상을 밟았다. 중국의 슈퍼리그는 1990년 라오닝의 우승이 유일했다. 한중일만 놓고 보면 프로리그 출범도 K리그가 가장 빨랐다. K리그가 1983년, J리그가 1993년, 슈퍼리그가 1994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근래 행보를 살피면 지난 자취만으로 리그 경쟁력을 논하기는 어렵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 아시아 챔스가 통합 개편된 2004년 이후 대회 헤게모니는 사우디아라비아(2004년과 2005년 알 이티하드)와 일본(2007년 우라와/2008년 감바오사카)에게로 무게 중심이 쏠렸다. 이번 시즌 들어서는 슈퍼리그에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K리그다. 참고로 서아시아 지구 조 예선이 펼쳐지고 있는 A~D조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3팀이 선두를 달리는 등 강세를 잇고 있다.
K리그 아시아 챔스 부진 왜?
K리그 팀들이 이번 시즌 초반 아시아 챔스에서 부진한 데는 크게 세 가지의 이유가 꼽힌다. △외국인 선수의 경쟁력 △상대적인 전력 약화 △정보 수집의 부족 등이다.
AS로마 시절 토티와의 T-T라인으로 이름을 날린 텐진의 톰마시(왼쪽).ⓒKFA |
실제 이번 아시아 챔스 예선 과정에서 마그눔, 다비(이상 나고야) 레안드로(감바 오사카) 마르키뇨스(가시마) 얀코 발카노프, 비체슬라프 흘렙(상하이) 등 J리그와 슈퍼리그의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 팀을 상대로 연방 득점포를 가동했다.
반대로 K리그 팀들은 주요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등 큰 폭의 스쿼드 변화로 시즌 초반 전력 안정감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와 더불어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정보와 전력 분석에 미진했던 것도 성적 부진의 한 축이었다.
이쯤해서 논란의 대목은 본질적으로 K리그의 경쟁력이 J리그나 슈퍼리그에 뒤쳐지는가에 대한 문제다. 앞서 언급한 외국인 선수의 경쟁력, 상대적인 전력 약화, 정보 수집 미흡 등은 표면적인 이유로 길지 않은 시간에 반전이 가능한 요인들이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오래간다면 장기 침체로 이어질 공산을 배제할 수 없다.
2009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K리그 클럽의 중간 순위
1983년 아닌 2009년 오늘
당장의 전력만 놓고 본다면 K리그의 경쟁력이 J리그나 슈퍼리그에 크게 뒤진다고는 볼 수 없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K리그가 J리그, 슈퍼리그와 견줘 확실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도 할 수 없다. K리그가 그간 이른 프로리그의 출범과 경험적 노하우로 아시아 챔스 최다 우승 등 2000년 이전까지 ‘큰 형’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10여 년 늦게 출범한 J리그와 슈퍼리그가 물적, 인적 인프라의 공격적인 투자로 K리그와의 간극을 사라지게 한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되는 흐름이다.
클럽 숫자가 많다고 꼭 좋은 것(시장 크기에 부합하는 적절성)은 아니지만 1부 참가팀 규모를 보면 J리그(18팀) 슈퍼리그(16팀) K리그(15팀)순이기도 하다. K리그가 2부리그의 디비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측면도 부정적 기류의 한 단면이다.
이탈리아 세리에A는 1990년대 유럽리그 강자로 군림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1985년 헤이젤 참사 이후 한 동안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했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는 1992년 리그 재출범을 계기로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지난해 23년 만에 유럽리그 랭킹 1위 복귀라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세리에A는 내부 개혁에 힘을 쏟지 못한 결과로 현재 독일, 프랑스, 러시아 등에게 유럽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4장이 보장되는 유럽리그 랭킹 3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추억은 쉽게 간과해선 안 될 소중한 경험적 자산이지만 그 자체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구체적이고 치밀하게 앞날을 준비할 때 과거는 온전히 미래의 것이 될 수 있다. K리그가 바라봐야 하는 곳은 1983년이 아닌 2009년 오늘이자 이후다.
아시아 챔스에 도전장을 내민 K리그 팀들의 반등의 성공과 함께, K리그 전체에 냉정한 현실 인식과 그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주문하는 건 이 때문이다.
첫댓글 헉.. 맞는 말!! 케이리그도 지난 과거에 억메이지 말고, 지금이라도 쓸데없는 발전에 저해가 되는 싹부터 잘라내고 다시 새로 시작하는 것도 옳다고 본다.
이게다 엿맹 때문이다 ㅡㅡ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