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늦게 돌아와 보니 조촐한 파티가 있다.집에
허기져 음식부터 먹고 와인한병과 맥주캔 두 개 사다주고,,,
그러다 12시경에 나타샤가 데려온 이탈리아 남자 둘
나보다 영어가 안되는 두 사람이라 독일어 마저 섞어가며 그들이 쓰는
이탈리아어를 유추해가며 같이 놀았다
집 애들은 하나,둘 들어가 잠들고,,
그릇 씻고 남은 음식 정리하고 죄 치우고 보니 새벽 4시가 넘고 ,,,
맘 놓고서 와인 한잔과 맥주 한 캔에 취할수 있었다.아 - 좋다
한 새벽의 느긋함
가물가물 비몽사몽 그 기분 즐기며 다섯시쯤 잤나?
열시 오십분에 눈이 떠져서 스스로에게 참 고마웠다
하루를 날리지 않게 해준 나
느긋하게 밥 차려먹고 전화기 고장난 거 죄다 뜯어 씻고 닦아 고쳐놓고
어제도 담배를 안피우다 집에 들어와 그 서너시간 사이에 다섯개피 피운게 계속 기운이 남아 담배가 피우고 싶어진다
그래서 ,,, 소원 들어준다. 자 - 임마
세시에 깨끗히 차려입고 나온다
시내엘 가자 마사 그레이엄 작품한다는 그 극장도 가고 런던 영화제에
참가한 우리작품 예매도 할겸.헌데
무용하는 곳 주소를 두고 나왔음을 안다
ICA나 가자 회원 가입도 하고 영화가 얼만지 알고나 오지 뭐
버스로 시내 나가는데 1시간 40분 넘게 걸린다
느긋을 부려 옷 파는데 들어가 여유있게 자켓도 입어보고(사지도 않을)
신발들도 이것저것 주문해가며 즐긴다
코벤트가든 해 질녁에 들어서서 안드레,페르난다,디에고 와 다니엘을 만난다
나도 거리공연을 하게되면 어디가 좋을까 이런 생각곁으로 의욕이쑥 돋아난다
사는 의욕 그리고 그 그림자 살아보려는 의욕
(정신재활치료 받는 환자의 거리구경 같다)
코벤트 가든엔 특별한 장이 들어섰다.우리식의 팔도 장터 한마당처럼
각 지역의 농장,치즈 집,술 도가, 빵집,훈제의 모든것등을 제조하는데서
나와 시식을 겸해 홍보도 하고 직판,주문 받는다
난 떨이로 파는 덩이빵을 하나 샀다
1파운드 짜리 큼지막한걸로 사려다 '이놈은 특별해서 1.5 파운드는 받아야
한다.낮에는 5 파운드 받던거다'라는 둥근 빵을 (할로윈 호박 처럼 생긴) 산다
한 젊은 친구랑 하나 남은걸 가지고 서로 사려 했는데 나는 '아마 내가 먼저 관심 갖지 않았나요?먼저 물었어요,그쵸 ' 라고 파는 이 에게 조용히 물었고 그들은 '그럼~.이사람이 먼저 말했어' 라며 나에게 건넨다
빵 봉투가 참 빵 봉투 같다
ICA가는길에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그림파는 상점엘 들어간다. 한가하다
거기서 나는 프라하에서 내내 내가슴을 설레게 하였던 JACK VETTRIANO의
큰 그림들을 꺼내 바닥에 내려 놓는다
'The singing Butler' 다
이 그림은 언제 봐도 역동적이다 너무 너무 가슴 저린 바람이 그들사이를 휘돈다. 그리고 'Elegy for a Dead Admiral'
이것도 바람 냄새를 맡는데는 일품이다
이렇게 논다.
한적한 포스터 가게에서 난, 온통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여섯,일곱 점 씩
내려놓고, 또 다른걸로 바꿔가며 강지수 화랑의 큐레이터가 된다
행복이 겨워. 그게 이제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야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즉, "뭐,맘에 드는걸 사지싶은데,,,'하는 뜸 들이는 손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한 시간의 유희를 즐긴 후 ICA들렸다가 피카딜리 서커스 삼성 간판 커다란 밑을 걸으며 담배 하나 또 준다,내게
레스터 스퀘어에선 거리가수가 호텔 캘리포니아 랑 스텐 바이 미를 참,참 잘 부른다
참 행복한 기분으로 노래를 듣고 서 있다.많은 사람들 속에
그런데 술이 만취한 젊은 사내아이들 넷이 그 속으로 들어와 흥겹게 춤추고 다른 구경하는 이들을 끌어들이고 결국엔 어느 동양계 아가씨를 끌어내 춤 추려는듯 하더니 별안간 번쩍 안아올려 야스런 춤태를 빚어내는 바람에 난 흥이 그만 깨져 도리어 불쾌한 마음으로 거기서 벗어나온다
그러다,이런 생각 문득 하게된다
'그래.기가 살았어.기가 살아 있으니 저렇게 까지 놀 수 있는거야
암.여기가 제 땅이니 기가 살아야지.죽나? 아무렴.
허나,남의 자리에 가서 그 자리가 좀 나약하고 소심해서 또는 이러저러해서 그런 비슷한 느낌으로, 그런 느낌으로 얕보고 깔보는쪽으로 기가 살아서 설치면 안되는거지,,,'
그리고 내가 집에 잠시 다녀갈때마다 대번 그 순간으로는 아니어도
한 사흘 안에 겅중겅중 뛰고 날고 하는 내 아들 병준이 생각나고 그 곁으로 들었던 말 '네가 오니 아이가 기가 살았다'라는 어른 말씀이.
그 아이의 기가...
너무나 가슴. 저미어 온다.
가슴이 저민다.
제땅에서. 제집에 있으면서도 그 기를 다스리게됨을 알고 깨우치기는 커녕 일 년에 한번 다녀갈까 말까하는 애비가 있어나줘야
그 낯설고 낯설 '기'라는거 품고 발휘해보게되는 그 사내 꼬마녀석 생각에 나는, 나를 또 힘겹게,,,
힘겹게 달래고 또 달래야 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