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현충일을 맞아 아내와 함께 독립문역을 지나 안산자락길을 찾았습니다. 지난 5월 23일 동문 등산모임에서 갔던 코스가 너무 좋아, 다시 한번 찾았는데 봉수대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아 북 카페에서 잘 조성해 놓은 나뭇길을 따라 기억을 되살리려 천천히 걸었습니다.
이름 모를 새가 날아와 우리를 반기고 인왕산과 북한산을 안내하는 전망대를 지나 서대문구청 방향으로 계속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무악정을 그리며 메타세콰이어 나무 숲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배낭에서 꺼낸 떡과 물을 마시며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독일 가문비나무가 울창한 지대에서 숲속 공연장도 잠시 기웃거리다가 봉원사길을 지나, 사도세자의 장남이 묻혀있다는 능안정을 거쳐 한성과학고등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서대문 형무소 유적관을 지나자 1895년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제와 싸우다 순국하신 애국선열들을 추념하기 위해 건립 된 순국선열추념탑이 우리를 맞았습니다. 동작동 국립 묘지가 정치인들로 분빌 때에는 이곳을 찾는 길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립공원에 자리한 3.1독립선언기념탑은 탑골공원에 있다 방치된 것을 항일 독립의 터전인 서대문독립공원으로 1992년 옮겨 놓았다고 들었습니다.
높이 22.3m, 길이 40m, 폭 10.2m의 웅장한 이 추념탑 중앙에는 음각한 태극기와 전국 14개 도를 나타내는 무궁화 문양이 새겨져 있고 아랫단에는 항일운동의 모습을 그린 부조물이 있었습니다. 부조물 좌측에는 항일의병 무장상, 윤봉길·이봉창 열사 상징상, 독립군 의병 순국 선열 처형상, 유관순 열사 만세운동상이 있고 우측에는 3·1독립만세상, 안중근 의사 이토 히로부미 저격상, 순국선열의병 체포처형상, 청산리 전투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14개의 무궁화 문양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항일운동은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일어났고 계급과 계층, 사상과 정견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추념탑 아래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마냥 평화로와 보였습니다
이어 우리를 맞이한 독립문은 조선시대 한양을 찾아오는 청나라의 사신을 영접하던 장소인 영은문과 모화관을 허물고 1897년 독립협회가 건립하였다는데, 독립문이라는 글체를 매국노 이완용이 썼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귀가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