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산·미·분·장동에 ‘우리신문’ 첫 창간
용암동에 ‘굿 네이버’ 등장, 창간 문의 쇄도
이른바 한 마을 단위를 배포범위로 하는 ‘동네 신문’이 새로운 매체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공중파 방송, 케이블 TV에 이어 위성 방송까지, 거기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종이 신문이 발 붙일 곳이 없어 보이지만 풋풋한 잉크 냄새가 나는 종이신문이 소단위, 소집단의 정보 매체로 새로운 변신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언론 매체로서의 신문이라고 굳이 고집할 이유도 없는 ‘동네 신문’은 바로 나와 이웃의 이야기와 정보를 다룬다는 ‘근접성’에서 친근감과 정으로 다가서고 있다.
청주에 이러한 동네신문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02년 11월 사회시민운동을 해오던 이광희(전 KYC 회장)씨가 청주시 흥덕구 산남·미평·분평·장암·장성동(산미분장동)을 대상으로 ‘우리신문’을 창간한 것이 처음이다.
‘우리신문’이 창간 된지 5개월여. 처음 8면(타블로이드판)으로 시작했지만 현재 12면 발행으로 증면됐고 다음달 5월에는 16면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형태로 다른 동네의 신문 창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신문 금천동 판’이 이번달 21일에 창간된다. 언론인 출신의 모씨가 금천동을 맡아 ‘우리신문’을 발행한다. 가경동 판도 곧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다른 동네에도 ‘우리신문’과 연계하여 그 지역 동네 판을 만들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우리신문’ 이광희의 말이다.
용암동에는 ‘굿 네이버’라는 동네 신문이 지난달 창간됐다. 언론인 출신인 최중기씨가 발행인이다. ‘우리신문’과 같이 무가지로 용암동 지역에 배포한다. 지역 소식, 인물, 교육 등 마을과 밀착된 정보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같은 동네 신문의 호응은 융합과 네트웍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소단위 네트웍 복원 경향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전반적인 매체 영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충북도에는 ‘우리신문’, ‘굿 네이버’ 창간 이후 동네 신문 창간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충북도 공보관실 관계자는 “최근 들어 작은 소지역을 배포범위로 하는 동네신문을 창간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아직 추가 서류 접수자는 없지만 청주지역을 비롯 충주, 제천 등 도시지역 동 단위 별 동네 신문이 상당히 활성화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광희씨가 동네 신문을 착안한 것은 ‘마을 공동체 운영’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 이 지역에서 시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한 후 당시 주민들과 약속했던 공약의 상실이 아쉬워 이를 구체화시킬 방안의 하나로 구상했다. 비록 지방의회 진출엔 실패했지만 마을 공동체를 실현하고 싶다는 평소의 신념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게되어 마을 공동체의 실현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도 담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한 동네신문 ‘우리신문’이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말이 신문이지 자기 아파트를 사무실 삼아 혼자 취재, 기사작성, 편집, 발행을 모두 책임지며 소위 북 치고 장고까지 쳐야 하는 입장이지만 나와 내 이웃의 진솔하고 따스한 이야기에 주민들의 눈길을 잡았던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 우리신문이 짧은 시간에 뿌리내리며 동네 신문 확산의 계기가 된 것은 이광희씨의 동네 공동체 실현에 대한 의지와 접근방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동네 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동네 신문을 하는 것이다. 상업적 차원에서 ‘우리신문’을 하고자 한다면 한 마디로 말리고 싶다. 주민들이 참여하여 마을 공동체를 형성해 갈 수 있도록 우리신문이 관련 사업을 해나가고 있다.”는 것이 이광희씨의 말이다.
우리신문에 광고를 해주는 광고주들도 이런 마을 공동체 사업에 대한 이해에서 동참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굿 네이버’는 정보 및 광고 시장의 논리도 놓치지 않는다. 좋은 생활 정보를 실어 1만여부를 지역에 배포함으로써 ‘광고지로서 그 만큼 광고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음식점을 비롯한 지역 자영업체의 광고 유치에 적극적이다.
굿 네이버 최중기 대표는 “내 가까운 이웃의 얘기라는 사실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소소한 이야기도 놓치지 않고 이웃과 함께 하는 알찬 정보로 승부하여 또 하나의 유사 신문으로 남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보지와 광고 시장 치열한 다툼 예고
동네신문의 발행은 누구나 가능하다. 별 다른 조건없이 일정 서류를 갖춰 도에 등록하면 된다. 이런 형식의 간행물은 교차로, 벼룩시장, 화제, 부동산저널 등 생활정보지가 대표적이었다. 여기에 동네신문이 가세함으로써 광고 시장에 생활정보지와 동네신문의 경쟁이 불가피 해질 전망이다. 나아가 지방신문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전반적인 언론 환경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