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 Red란 것은 미 해병에만 있다고 합니다. 제가 군 생활당시 접한 미군중 간혹 훈련을 오는 해병은 정말 군계 일학이더군요. 우선 평균 신장면에서 보면 육군은 정말 사람처럼 생기기만 하면 다 받는 것 같아요. 의무대에 있어서 아는데 한마디로 육군은 각이 않 나요. 다리가 한 쪽이 더 긴 친구도 있고 아니면 배나오고 무조건 PT Test만 통과하면 되는데 대개 팔굽혀펴기, 윗몸 일으키기 그리고 2 마일 달리기였는데 통과만 하면 되고 그중 만점을 맞으면 X large PT자격을 주는데 그럴 경우에는 진급에 유리하지만 대개 남부 시골에서 온 농사꾼 백인 (흔히 Red neck이라 부르는데 농사일로 목이 새빨갛게 탔다는 뜻임)이나 흑인 라틴계로서 정말 그렇게 잘 사는 나라에서 자기만 열심히 하면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지만 그게 귀챦아서 군에 온 친구들이다보니 전형적인 무사안일에 큰일만 않 치면 만기제대해서 연금받고 살 생각만 하는데 해병은 다 아놀드 슈왈츠네거같아요. 또 해병은 팔각모에 여름에 옷을 걷을때도 군복의 안쪽 하얀 부분이 보이게 걷는데 팔을 보면 장난이 아닙니다. 보통 육군에선 코드레드는 없지만 미 군대식 표현으로 얼차려를 hard time이라고 합니다. 대개는 police call란 아침 집합 이후 남아서 근처 휴지나 담배꽁초를 줍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영화에선 많은 군대식 용어 특히 군법재판(court martial)같은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미 군내에서도 관타나모 해병기지는 전략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쿠바내의 유일한 미군 조차지이므로 긴장감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코드레드같은 육체적 구타보단 미군 군기의 대부분이 인격적 모욕을 들수 있죠. 얼굴 바로 앞에 대고 소리지르던 흑인 상사가 전 아직도 기억납니다. 미 해병은 육체적으로도 보통 군 보다는 힘 들지만 한국군같이 기합을 주진 않고 다만 그들에게 자부심을 주어서 군기에 어긋나는 짓을 삼가시키죠. 이번 오키나와에서의 미 해병의 일본소녀 성폭행 같은 것도 사실 일본이나 우리같이 군의 적극 개입을 주장하는 유교식 방식보다는 미 군의 자체 정화를 강조하는 원칙이 부딭히고 있고 또 절대 사법권을 내 주기 싫은 미군의 무지하고 억지스런 모습도 보입니다. 한마디로 미 해병의 강점은 육체적 채벌보다는 직업군으로서의 명예심 강조인데 우리야 의무병이고 평생 군인 생활이 아닌 다들 제대를 꿈꾸다 보니 미군의 그런 관례가 우리 군에는 먹히지 않으리라 봅니다. 더구나 인사계들의 부패상을 곁에서 보면 더 그러리라 봅니다. 명예는 그냥 생기는게 아니고 바로 상관의 모범이 있어야 따를 맛이 나는건데 직업으로 군인을 선택한 미군들의 자기 단련 특히 해병ㅇ의 모습은 남자답고 눈물 겨워요. Santiago이병은 영화에서도 이런 해병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해병전체의 수치로 묘사됩니다. 특히 잭 니콜슨에겐요. 직업 군인 체제에서 가능한 얘기고 우리같으면 아마 고문관 취급을 할 겁니다. 우리의 수치라기 보다는 얘는 미리 떼어 놔야 우리가 편하다는 식이죠. 아마 군에 가면 애들이 된다는 얘기를 하는데 제가 학교교사를 하면서 본 왕따도 같은 맥락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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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군대에서 일어나는 일, 그것도 예비역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사안에 대한 법정영화라 한번 소개해볼까 합니다.(만일 카페에 적절치않은 영화라면 운영자님께서는 과감히 삭제해주세요..^^;;)
이 '코드레드'란 단어는 바로 오늘 EBS에서 방영된 영화 "어퓨굿맨(원제 A Few Good Man)"에서 줄거리를 풀어가는 가장 중요한 실마리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원래 이 코드레드는 미 해병대(또는 전 미군)내에서 사병들끼리 자체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병사를 처벌하는 관행으로 우리 한국군에 비유하자면 바로 '구타 및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죠.
전 이 영화를 보기전에는 미군에서는 한국군과는 달리 이런 관행이 그리 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습니다. 있기야 하겠지만 우리처럼 뿌리박힌 것이 아닌 몇몇 사람들의 치기어린 행동이겠거니 말이죠...
하지만 보고나니 뭐 사람사는 데는 다 똑같다는 말이 실감나더군요.
미군의 전방이나 우리의 전방이나 군기 또는 기합으로 먹고사는 건 피차 매일반이라는 소립니다.
영화는 미군의 쿠바주둔지인 관타나모 기지의 산티아고 일병이 코드레드를 받던 중 사망(젖산과다증)하면서 시작됩니다.
미해군에서는 군내 촉망받는 실세인 관타나모 기지 사령관 네이던 R 제셉(잭 니콜슨)대령을 보호하기 위해 이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가지 않으려했고 이 과정에서 신출내기지만 협상의 명수인 대니얼 캐피(톰 크루즈) 중위에서 피의자 변호를 명령합니다. 그러나 사건 속에서 의문점들이 계속 발견되고 이 과정에서 캐피 중위는 이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가 결국 승리한다는 내용입니다.
어찌보면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영화는 뭔가 다른, 독특한 점이 있습니다. 바로 군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가지 관행 중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이런 관행이 그저 나쁘다고만 말하지는 않습니다. 바로 코드레드에 대한 변론을 투철한 군인정신이 박힌 제셉 대령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본부에서 위급상황(적 기습)에 대한 부담없이 사는 캐피 중위 같은 책상물림에게는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나 '쿠바군 7000명이 총을 겨누고 있는 전선 400M앞에서 매일 아침식사를 먹는' 제셉 대령과 같은 전방 사람들은 말 그대로 매일 죽음에 대한 긴장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걸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식적인 선으로서만 군기를 유지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저는 여기서 감히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군요.
아직 군을 가지않으신 분이라면 당연히 캐피 중위같은 상식적인 말들이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비록 예비역이라도 아마 많은 분들이 이분들과 똑같은 얘기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글쎄요. 그리 쉽게 단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예비역으로서 솔직히 그런 일들을 피해자나 가해자로서 경험해보았지만 없애버리기엔 당사자의 입장에선 너무나 달콤한 마약처럼 다가오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단적으로 말해서 코드레드 또는 구타 및 가혹행위가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필요악으로서 유혹을 끊임없이 내뿜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난 전선을 앞에두고 매일매일을 살고 있다. 나 대신 누가 그 일을 대신 해줄텐가? 캐피 중위 자네가? 천만에! 자네와 같은 부류들은 쉽게 말장난처럼 명예, 신념, 충성을 술집에서 나불대겠지만 나와 같은 최전방 군인들에겐 그것이 바로 생명선일세. 바로 내가 덮어준 자유의 이불로 자네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세. 여기에 감사를 표하고 물러나던가 아니면 직접 총을 들고 경계를 서게. 그런 자격이 없는 자네가 나불대는 권리가 무엇인지 난 생각따위를 하고 싶지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