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오웬이 1839년에 ‘영국의 화석 파충류에 대한 보고서’에서 ‘공룡’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을 때, 그로부터 150년 후의 사람들이 이 생물에 대해서 여전히, 어쩌면 그의 시대보다도 더 열성적으로 연구하고 전시하며 또 토론하게 되리라고 예상했었는지 궁금하다.
공룡들은 왜 지속적으로 인기가 있으며, 또 어떻게 세계 공룡 및 자연사 박물관과 과학적 세계관의 아이콘이 되어 왔을까?
공룡화석은 지금으로부터 150여년 전 처음 발견된 이래 나이, 배경, 문화 등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이 공룡에 관심을 갖는 이유에 대해서는 고생물학자, 언론인, 심지어 심리학자조차 이 현상에 대해 연구해 왔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이유를 찾아내지 못했다.
공룡에 대한 경외심은 일부 공룡의 거대한 크기 때문인 것 같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무엇이든지 최고의 것, 즉 가장 긴 것, 가장 무거운 것, 가장 큰 것, 가장 사나운 것 등에 큰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공룡은 인간의 꿈속에 존재하는 괴물이나 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제로 존재했던 동물이다. 공룡은 1억6천만년 동안 생태학의 모든 단계에서 포유동물을 능가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왜 공룡은 진화의 최고 정점에서 갑자기 사라지게 되었고, 공룡의 멸망이 우리 인간의 미래에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궁금증을 더해 간다. 최근 들어 공룡 연구에 많은 진전이 있었으며 공룡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도 약간의 극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리는 공룡이 더 이상 작은 뇌와 단순한 습성, 차가운 피를 가진 과도하게 자란 도마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계 곳곳 박물관 전시돼
우리는 공룡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공룡에 대해 더욱 더 놀라워한다. 공룡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과학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수많은 나라에서 공룡은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고, 이야기,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공룡은 박물관에서 영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서 수입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상품 판매를 위한 광고에도 자주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룡은 흥미로운 동물인데, 그것은 간단히 말해서 공룡이 ‘성공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박물관에 따라 그들 나름대로 전시기법이나 전시체제가 다르다 할지라도 세계 어느 자연사박물관이나 공룡박물관에 공룡이 전시 안된 곳은 거의 없다. 특히 박물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홀에 공룡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 허다하다.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에서는 바로사우루스와 알로사우루스가, 시카고 필드박물관과 덴버자연과학박물관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에는 디플로도쿠스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젠켄베르그자연사박물관에서는 티라노사우루스와 디플로도쿠스가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 많은 박물관에서도 중앙홀 혹은 공룡전시실에서 공룡화석들을 만날 수 있다. 캐나다 티렐고생물박물관, 미국 유타의 국립공룡기념관, 중국의 지공공룡박물관, 일본 후쿠이현립공룡박물관 등과 같은 공룡 전문 박물관을 빼 놓고도 말이다.
몽골자연사박물관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몽골자연사박물관에서 희귀하고 웅장한 공룡들을 만날 수 있다. 비록 박물관 소장 자료들에 대한 전시체제나 전시 기법이 선진국 박물관에 비해서 다소 떨어진다 할지라도 이곳은 고비사막에서 산출된 세계적으로 희귀하고 학술적 가치가 높은 진품 공룡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는 이 곳에서 공룡의 진수를 또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거대한 타르보사우루스, 알도둑으로 오인된 벨로키랍토르, 일명 타조 공룡으로 불리우는 갈리미무스, 프시테코사우루스,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토케라톱스 등의 다양한 공룡들을 볼 수 있다.
몽골 고비사막의 공룡화석들은 한반도에서 발견되는 공룡화석들과 거의 동일한 시기인 중생대 백악기에 살았던 공룡들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 지층들은 백악기 지층 가운데서 후기에 속한다.
고비사막 화석 백악기 생존
백악기는 쥐라기 다음 시대로 지금으로부터 1억5천만년 전부터 6천500만년까지 속한 시기이다. 이 시기는 공룡들의 최적 환경이 조성되었던 쥐라기에 비해 기후 조건이 아주 나빠지고 있는 시대였다.
세계적으로 볼 때 초기 백악기는 쥐라기와 비슷한 건조한 기후로 아직까지는 공룡이 살기에는 적합하였으나, 백악기 후기로 갈수록 기후가 점점 변하기 시작하였다. 곳곳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간헐적으로 지구에 쏟아지는 운석은 지구의 대기 환경을 점점 나빠지게 했으며, 오존층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공룡들의 최고 전성기인 쥐라기 시대 때 여름과 겨울의 구분이 없고, 심지어 극지방까지 따뜻했던 환경에 비하면 백악기 후기에는 공룡들이 살기엔 아주 좋지 않은 환경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 환경에서는 디플로도쿠스 같이 어금니가 없고 단순한 치아로만 구성되어 있는 목 긴 공룡보다는 하드로사우루스 같은 오리주둥이 공룡들이 어금니를 발달시켜 생태계에 적응한 시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 조건 속에서도 몽골과 한반도는 공룡들의 최후 보금자리가 되었다.
한반도는 최후의 보금자리
고비사막은 지금 황량한 모래언덕과 대초원으로 변해있지만, 이들 공룡들이 살았던 8천만년 전에는 수많은 강과 호수로 이루어진 환경이었으며, 이곳에는 공룡 외에 악어, 거북이, 포유류 등의 육상파충류들이 풍부하게 활동한 지역으로 공룡들이 생활하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다만 가끔씩 불어오는 사나운 모래폭풍이 공룡들에게는 약간 야속했을 것이다.
공룡들은 이 곳에서 생활하다가 죽었으며 이들은 오랜 시간동안 화석이 되어 퇴적층 속에 묻혔고 모래 바람과 비에 의해 조금씩 풍화되어 서서히 지표에 노출되어 오늘날 우리들에게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당시 한반도는 지금의 오대호같이 커다란 호수들이 여러군데 있었고, 호수 주변에는 각종 침엽수와 양치류 등의 식물들이 잘 분포되어 있었다. 공룡들은 초식 공룡, 육식 공룡 할 것 없이 매우 다양했고 여기에 거북이, 악어, 초기 포유류 및 각종 어류 등의 척추동물들과 복족류, 부족류, 절지동물, 갯지렁이, 개형충 등의 각종 화석들이 호수나 호숫가에 매우 풍부하게 살고 있어 한마디로 공룡들이 생활하기엔 아주 좋은 환경으로 남아 있었다.
또한 수많은 익룡들은 한반도 남부 호숫가에서 그들의 거대한 날개를 접고 호수가에서 먹이감을 찾고 있었다. 당시 북미 대륙에서는 목 긴 용각류 초식공룡들이 이 시기에 거의 살지 않았음을 볼 때 한반도는 그야말로 공룡들이 선호하는 최후의 보금자리이자 낙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