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감자가 나는 시기인 5~6월, 부산이나 경남 등에서는 맛보기 힘들지만, 전라도의 제철음식으로 한치회처럼 하얗게 생겨
쫄깃하면서도 연한 천중어회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천중어의 진짜 이름은 흰꼴뚜기다. 흰꼴뚜기는 오징어류 중에서도 몸통길이가 35㎝나 자라는 중형 종에 속하고, 얼핏 보면
몸통 안에 길고 납작한 모양의 석회질 뼈가 있는 갑오징어와도 비슷하게 닮아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삼각형 지느러미가
있는 오징어와 달리 몸통 주변으로 지느러미가 붙어있어 그 생김새가 서로 많이 닮아 있긴 하다.
왜 전라도에서는 생김새가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갑오징어라 부르지 않고 천중어라고 달리 불렀을까? 보통 오징어회가
생선회보다 5배 맛있다고 한다면, 천중어는 오징어나 갑오징어에 비해서 1천 배나 맛있다고 해서 붙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징어류에 비해서 다소 크기가 커서 하얗고 도톰하게 한 접시 올라오면, 그 씹는 맛이 일품이다. 삶아서 먹거나, 말려서
먹기도 하지만, 회로 먹었을 때 가장 맛있다.
특히 삶은 햇감자와 함께 먹으면 천중어회는 정말 맛있다. 천중어회나 삶은 햇감자는 뽀얀 속살 속의 부드러운 맛이
공통이라면 천중어회는 차가운 맛으로 삶은 햇감자는 따뜻한 맛이 일품이라 할 수 있다.
전라도에서는 쥐오징어라고 하고, 제주도에서는 흰오징어 또는 한치라고도 불리고 있다. 보통 4월부터 8월까지
전라남도부터 제주도까지 연안으로 산란하러 들어오면 정치망으로 많이 잡고 있다.
흰꼴뚜기가 다른 오징어류와 달리 조금 특이한 것은, 암컷이 몸안에 가득찬 알들을 몸 밖으로 내보낼 때 2~9개씩
배출하면서, 젤리 모양의 물질로 이들 알을 감싸서 내보낸다.
내보낸 알은 해조류에 붙이고, 이 젤리 모양의 알껍질은 해조류인것처럼 위장해서는 주변의 포식자로부터 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흰꼴뚜기만의 종족보존을 위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최근 바다 속 해양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물속에서 보면 갑오징어보다 훨씬 크고 유영능력도
매우 뛰어나고 화려한 문양을 가진, 바다의 우주선처럼 생긴 흰꼴뚜기를 한번쯤은 마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흰꼴뚜기는 다른 오징어류와 마찬가지로 근육과 껍질에 다량 들어있는 타우린성분이 콜레스테롤을 억제해 심장병 및
순환기 계통 질병을 예방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고우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