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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북부의 중심도시 안동.
충효의 고장으로 경주와 비교해도 꿇리지 않을 정도로 많은 유적이 널려있고,
전통도시하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자 새로운 경북도청 소재지로 주목받는 고장이다.
아주 오랫동안 지역 중심지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지만,
광복 이후 개발에서 소외되며 인구가 20만이 채 안 될 정도로 낙후되었던 지역이다.
하지만 2010년쯤을 기점으로 다시 완만하게 성장세로 돌아선 곳.
기묘하게도 비슷한 시기에 안동의 입간판인 버스터미널이 새 자리에 들어섰다.
원래는 안동역 옆인 운흥동에 자리잡고 있었다.
구도심 바로 앞이라 내리면 바로 '시내'였고 기차역과 불과 100m여서 환승하기도 매우 편했다.
그러나 196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라 너무 낡고 비좁아 사람과 차 모두가 오가기 불편했고,
수도 없이 왔다가다하는 버스 때문에 도시 전체의 흐름에 방해까지 되었다.
결국 2011년 1월 24일 현재 자리인 송현동으로 이사왔다.
시내 중심가에서 순식간에 논두렁 한복판으로 쫒겨나면서 말 그대로 '멘붕' 사태가 초래됐다.
점점 자리를 잡아가면서 옛 터미널은 희미해지고 있지만,
어쩌면 그 때가 좋았을지도 모르는 기억 저편에서 글을 써볼까 한다.
안동터미널은 인구 17만 안동시민의 중추가 되는 곳이다.
기차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안동이라 자가용이 없으면 버스로 시외지역을 오간다.
2011년 이사와 글 쓴 시점에서 정확히 3년이 지나는 때, 반짝반짝 빛나는 때깔(?)을 처음 보았다.
필자는 구 터미널 시절인 2006년에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여행 목적으로 안동까지 기차를 타고 와 근처 식당에서 간고등어 정식을 먹고 버스를 탔었는데,
흡사 옛 안성터미널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낡고 좁고 복잡했다.
터미널 간판도 잘 안 보이고 건물 자체가 구석에 숨어있어 이게 버스터미널 맞나하는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보다시피 매우 깔끔하고 규모도 커졌다.
위의 사진 한 장 크기면 모든걸 담을 수 있었던 구터미널과는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다.
들어가자마자 매표소가 나오고 기둥에 시간표가 붙어있는 등 동선도 깔끔하고 주변 상가들도 프랜차이즈가 여유로운 경쟁을 한다.
아직 이른 아침인데도 여기저기 오가는 사람들로 상당히 북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요새는 프랜차이즈가 너무 많아져서 '카xx네' 같은 경우 '바xx네'라는 멸칭으로 불릴 정도인데,
여기도 예외는 없어 '파xxx트', '롯xx아'가 이미 왼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저 별명이 위 상표에 가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왠만한 버스터미널이라면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 비하하는 목적은 아닙니다. 저도 자주 갑니다. ^^;)
다행히도(?) 아직 커피 체인점은 들어와있지 않'았'다.
옆에 맥스웰하우스라고 써있는 곳은 놀랍게도 분식점이다(...) 그 옆도 물론 분식점이다.
편의점도 있고 약국도 있었던 것 같은데 아무쪼록 이런저런 상점이 많이 눈에 띈다.
이 말은 즉. 무리없이 장사가 잘 된다는 점이다. 터미널이 번창한다는 의미다.
당장 영주, 예천, 점촌같은 주변 동네 터미널들과도 분위기 차이가 느껴진다.
희안하게도 매표소 위에 시간표가 걸려있는게 아니라, 입구 기둥에 조그맣게 인쇄되어 시간표가 붙어 있었다.
갔던 시간은 2014년인데 2013년 상반기 기준으로 붙어있던걸 보면 꽤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된다는 뜻이다.
대체로 수요가 줄어 점점 레드오션이 되어가는 버스업계에서 1년 넘게 유지될 정도면 그래도 선전하는 것이다.
여기가 바로 지역 중심 터미널인만큼, 안동에서의 주력 노선은 동서울, 강남(서울)을 비롯하여 고차 중심지인 대구, 그리고 주변 동네(예천, 영주, 의성, 영양, 청송, 봉화 등)로 가는 버스들이다.
동서울행의 경우 들쭉날쭉한 편인데 40~60분 정도의 배차간격이다. 소요시간은 3시간. 첫차가 이른 만큼 막차도 이르다. (심야 제외)
강남행의 경우 회사간 알력으로 인해 동서울보다 사정이 안 좋지만 한 시간에 한 대(60분 배차)는 될 정도로 발을 많이 넓혔다. 그러나 첫차와 막차 모두 동서울보다 불리한 환경으로 아직까지는 입지가 밀리는 편.
대구 가는 버스는 동대구(중앙고속)행 노선이고, 하루 40여회(배차간격 20~25분)로 상당히 자주 있다. 소요시간은 1시간 20~30분. 시간표에 적혀있는 것보단 대체로 살짝 빠르다. 애초에 유동인구가 많고 주변 도시까지 이어지는 노선이 다수여서 경북 버스업계의 주요 밥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부산(노포동)행이 50분 배차에 2시간 30분 거리, 영주를 거쳐 안산-인천행 (60~70분 간격, 인천까지 4시간), 수원행 (60~70분 간격, 3시간), 안양-부천행 (하루 6회, 부천까지 4시간)이 있다.
이쪽은 충주-수원, 영천, 원주를 제외하면 주변 지역으로의 연결노선이 대부분으로,
북대구행은 거의 전부가 영양, 봉화, 영주 등지에서 출발한 노선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동대구와는 다르게 시외노선이며 마찬가지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배차는 20~30분으로 대체로 동대구행과 비슷하다.
의성 경유(하루 12회)와 의성-도리원-군위-효령 경유노선(하루 9회)이 있으나 자동판매기로 끊을때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영주행은 굳이 횟수를 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수시로 '왔지만' 최근엔 30분(빠르면 10분)까지 벌어질 정도로 배차가 늘어졌다. 첫차도 7시 40분으로 매우 느리지만, 대신 막차가 늦게까지 있다.
진보-영양-(수비)행이 의외로 상당히 많은데, 배차가 들쭉날쭉해서(무려 6~60분!) 시간표 확인은 필수다.
영덕행의 경우 무정차와 진보 경유가 나뉘어있지만 둘 다 하루 몇 회 운행하지 않으므로 빨리 오는 것을 타는 것이 낫다.
예외도 있지만 영주, 영양, 봉화, 영덕방면 노선은 대부분 중간경유 형태여서 시간표를 제대로 지키지 않을 때가 상당히 많다.
봉화행은 횟수가 몇 회 되지 않아 도로가 막히기라도 한다면 제대로 꼬일 대로 꼬이는 거다...
요금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어디나 그렇듯 서울 심야노선보다 경기도 남부권 노선이 비싸다. 시외버스계의 아이러니한 불문율이라 할 수 있다.
동대구행 역시 거리에 비교하면 가격이 꽤 나가는 편으로, 우등은 서울행의 절반이 넘는다.
대구행이 고속버스인데 서울행은 시외버스로 운행하는 흔치 않은 지역 중 하나로, 옆동네 영주가 한 번의 실험 끝에 처절한 실패를 맛본 경험이 있는 만큼 이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양, 청송, 봉화와 같이 옆동네면서 거리가 조금 되는 지역은 요금이 상당하다.
심지어 포항이 서울보다 요금이 비쌀 정도로(국도경유 한정) 가격 차이가 심하기도 하다.
이 지역 이용객의 상당수가 소일거리하는 시골 노인 분들일텐데, 저 막대한 요금을 어찌 감당해내실지 모르겠다.
전국 각지로 가는 노선이 왠만큼 잘 연결되어 있는 편이지만,
호남방면으로 가는 노선은 하나도 없어서 대구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유일한 연계지점이나 다름없는 대구는 터미널이 조각조각 갈려있어 굉장히 불편하다.
시간표는 그만 확인하고, 버스 구경하러 가는 찰나 사진들이 눈에 보인다.
유교문화축전을 기념에 간이 사진전을 열어둔 모습이 눈에 띈다.
여러 가지 행사 사진을 걸어두었는데 그냥저냥 훑고 지나갈만한 정도인 것 같다.
예전 구터미널 시절이었음 상상도 못할 풍경들이 눈 앞에 계속 펼쳐지고 있지만,
막상 안동시민들께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과반수는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특히 안동 생활권인 주변 동네라면 더욱 불만을 쏟아낼 것이다.
터미널이 이전하면서 접근성 문제가 화제로 떠올랐는데,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그 흔한 집 하나 없는 완.전.한. 외곽이다.
말 그대로 시골 한복판에 터미널만 툭 던져놓은 꼴로, 신시가지인 옥동에서도 걸어서 올 수 없는 거리다.
그나마 여긴 가까워서 차로 5~10분, 버스로 10~15분 정도면 오지만 구도심부터는 이야기가 다르다.
버스타고 넉넉히 30분은 잡아야하고, 막히면 그 이상 걸리는건 기본이다.
더 멀리 떨어진 강남지구나 안동대에선 당연히 말이 필요 없다.
구터미널이 비좁고 낡았어도 일단 내리면 시내 한복판이라 안동 구석구석 연결이 안 되는 시내노선이 없었다.
안동시내 어디라도 20분 이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버스타고 한참 나가야 터미널을 갈 수 있으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안동시민이라면 차라리 낫다. 안동을 생활권으로 하는 구 안동군 지역에서는 풍산(하회마을)방면을 빼면 바로 오기가 불가능하다.
무조건 1회 이상 환승을 해야하는 것이다. 특히 도산서원과 길안면 방면의 동부지역에서는 시내 나가는데 1시간, 다시 버스터미널까지 오는데 30분이 걸리는데, 이 정도면 같은 안동을 가는게 맞나 싶다.
큰 맘 먹고 안동을 나오는 청송, 봉화, 영양 지역의 경우 불만이 이보다 커서,
터미널에서 내리면 시내 중심가여서 바로 일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젠 그 장소를 지나쳐서 버스터미널까지 온 후, 다시 역주행하여 볼 일을 봐야 했다. 당연히 환승+거리비례 때문에 요금이 추가로 드는건 덤이다.
당연히 민원폭탄이 터져서 왜 저런 곳에 버스터미널을 만드냐는 비난으로 몸살을 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영천, 청송, 영양, 영덕 방면에 한해 안동초등학교(구 터미널 앞)에서 승하차가 가능하게 해주어,
외곽 지역에서의 불만은 어느 정도 사그러들었다.
하지만 안동시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안동초등학교에서 터미널 방향으로 승차가 불가능해서 무조건 시내버스나 택시를 타야하기 때문에 나아진 것이 전혀 없다.
위 사진들을 보면 버스도 많고 사람도 많고 가게도 많고.
모든게 별 일 없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동을 오가려면 버스 외에는 대안이 없는 현실 때문에,
버스터미널을 옮긴다고 딱히 수요가 줄어들 여지가 없어서 그런 것이다.
만약 철도나 항공 등 경쟁 업계가 하나라도 발달해 있었다면 버스쪽이 엄청난 타격을 입었을 가능성은 매우 높았을 것이다.
실제로 비슷한 시기에 중앙선이 개량되면서 안동에서 서울 가는데 둘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고, 요금은 기차가 상대적으로 더 저렴해졌다.
심지어 구불구불 돌아가기로 악명높은 동대구행 열차도 소요시간은 10분 차이에 요금은 2/3 수준으로 기차가 싸다.
하루 두 대 뿐이고 인지도가 낮아 거의 대부분이 버스를 타는 것일 뿐, 제대로 홍보만 되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당장 버스터미널을 이용하려고 자가용을 끌고 나와야 해서 이른 아침 시간대에도 주차장에 자리가 없었다.
차를 몰고 갔기 때문에 몇 바퀴를 뱅뱅 돌면서 한참 찾다가 결국 옆 도로에 잠시 불법 정차를 했는데,
하필 단속반이 뜨면서 차를 스캔하고 지나갔다. 다행히 요금이 날아오지 않은걸 보면 시에서도 묵인해주는 것 같다.
꽤나 거대한데도 주차장이 늘 만석이라면, 안동터미널을 오는게 거의 KTX 타는 급으로 불편하다는걸 반증하는게 아닐까.
반면에 버스업체 입장에서 안동터미널 옮긴건 'Olleh!' 한마디로 설명 가능할 것이다.
복잡하고 신호 많은 안동시내를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아도 되고, 서안동IC 나오면 10분만에 버스터미널에서 푹 쉴 수 있으니까.
주차장 자리싸움 할 필요도 없어졌고 시설이 이전과 비교도 안 되게 개선되어 기사들의 복지도 좋아졌다.
각 위치에 따라 안동터미널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극과 극이 되어버린 것이다.
안동에서 예천을 잇는 34번 국도가 터미널 앞으로 지나간다.
저 너머 어렴풋이 보이는 아파트가 시내의 시작이다. 역세권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뻥뻥 뚫린 도로에서 차들은 잘도 달리고, 버스들은 근처 램프에서 터미널로 왔다갔다 한다.
위치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안동터미널.
벌써 4년차에 접어들어 논란은 식은지 오래됐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희미해지는 기억 저편에서 시끌벅적 떠오르는 화려하고 조촐한 그 이름이,
어쩌면 알게 모르게 지금의 자리를 흔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러 노선과 여러 회사가 마주치고,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곳.
그리고 수많은 말과 말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 그 이름은 바로 '안동터미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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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청송,주왕산행은 경북지역 운수회사(경북,아성,천마,진안)가 참여하지 않고 경기고속이 운행하는 특이한 케이스입니다.(동서울에서 출발한 차량이 안동을 경유해서 청송,주왕산까지 들어가며 구간승차가 가능합니다.)
오래전부터 경기에서 운행하지 않았나요? 몇 년 전에 주왕산행을 검색했을때도 KD로 떴던 기억이 있네요
@Maximum 오래전 부터 안동-청송,주왕산행은 경기고속이 운행했습니다.(유독 경북지역 운수회사가 참여하지 않은 것이 의아했죠.)
@BS106L 그러게요...동서울-경북북부 노선의 대다수가 KD 소속인데 이유가 궁금하긴 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대전가는 노선의 경로가 완전히 바뀌었군요.. 댓글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또다시 기차역과 붙게되면 경쟁이 치열해질텐데 볼만하겠습니다.
@웃기시네 열차가 예전에 비해 많이 빨라져서 중앙선이 완전개량될 경우 어떤 식으로 수요가 바뀔지 궁금해집니다.
하..이전하기 전 역대급으로 쓰레기같았던 안동터미널 화장실이 떠오르네요. 주변 6개 시군의 중심도시에 있는 터미널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이가 없었습니다. 깨끗해졌다니 다행이네요.
화장실이 고역이었겠군요. 하긴 워낙 건물자체가 낡았으니..
외진곳은 거주하시는 분들의 손해가 많으시겠네요.형편성 고려해서 요금책정을 해야 할텐데 늘 느끼는거지만 항상 약자만 손해를 보고 있으니 안타까워요.ㅠㅠ
그러게 말입니다. ㅠ
원래부터 중앙선 안동역 이전 예정 역세권으로 옮긴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계획되었다가 이전이 많이 늦춰진걸로 압니다. 주변 개발이 빨리 이루어졌음 좋겠네요.
KD에서 경북북부의 많은 노선을 획득한 건 다름아닌,,,자본이죠..
KD 자본은 알아주죠. 보이지 않는 곳이 있긴 할까 싶습니다.
^^
맥시멈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구 터미널을 보진 못했지만 옛 안성터미널은 이용해 보았기에 어림잡아 짐작해봅니다.
예전 터미널 거의 역과 붙어있던지
마주하던지(제 고향 충남 천안.온양.
대천이 그랬었지요) 그랬는데 세월의 흐름에 어쩔수 없나 봅니다.
폰으로 보다보니 조금씩 보느라 그렇지만 틈틈히 하나씩 봐야겠네요^^
대천은 떨어졌다가 다시 붙었으니 어쩌면 대천과 비슷하겠네요.. 안동과 안성은 구터미널, 신터미널 모두 구조가 비슷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전 위치가 송현오거리 인근이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신 안동역과의 연계 때문에 그리 된 것으로 들었죠.
송현오거리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