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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통신 19. 웨일스의 수도, 카디프
8월 5일, 웨일스의 수도인 카디프를 다녀왔습니다. 영국의 서부지역인 웨일스(Wales)는 잉글랜드, 스코툴랜드, 북아일랜드와 함께 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 를 이루고 있는데 그 수도가 카디프(Cardif)입니다.
이 지역을 지배하던 웨일스 공국은 스코틀랜드나 북아일랜드보다 먼저 영국에 합병되었으나 Dragon(용)으로 상징되는 독자적인 국기를 가지고 있고 켈트족의 피가 흐르고 있으며 영어와 함께 웨일스어를 따로 사용하고 있어서 지금도 도시의 팻말에 웨일스어를 위에 표기하고 영어를 그 밑에 적고 있습니다.(중국의 연변자치구에서 한글 표기를 먼저 하고 한자를 밑에 하는 것처럼,,)
이와 같이 독자적인 문화와 풍습을 지닌 웨일스 지방을 자세히 살피기는 어려워 그 수도이자 웨일스의 초입에 있는 카디프를 다녀오기 위하여 10여일 전에 기차표를 예매하였습니다.(시니어로 30% 할인하여 왕복 24파운드인데 시간과 날짜를 특정하지 않으면 40파운드가 된다.)
아들에게 런던의 지하철 타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 듣고도 차질이 있을까 봐 오전 8시 반에 케임브리지의 집을 나서 12시 15분에 카디프로 출발하는 런던 패딩턴 역에 한 시간 빠르게 도착하였습니다.
여유 시간을 이용하여 잠시 역사 밖을 돌아보고 역 구내의 식료품점, 약국, 꽃가게, 서점 등에 들러 진열되어 있는 상품 내용과 가격들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가 있더군요. 서점에 있는 많은 책들 가운데 영국 축구선수 WAINE ROONEY의 The way it is, No. 1 베스트셀러라고 소개한 Pele,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My Life,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의 Unbound,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바락 오바마의 The Audacity of Hope,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 대통령인 Nelson Mandela의 Long Walk to Freedom 등의 책을 집어 들고 내용을 잠시 훑어보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넬슨 만델라를 미국의 링컨, 인도의 간디 등 손가락에 꼽을만한 정치지도자로 소개하는 것이 인상길었습니다.
12시 15분에 패딩턴 역을 출발하여 두 시간 가량 런던 서쪽 지방의 여러 도시를 거쳐가며 바라보는 차창 밖의 풍광들을 감상하는 것도 묘미가 있습니다. 런던 바로 다음 역이 레딩인데 설기현 선수가 활약한 축구클럽이 있어 귀에 익은 도시이기도 하고,,,
오후 2시 20분에 카디프에 도착하여 밖으로 나오니 비가 많이 내립니다.
오라는 이 없는 도시에서 혼자 우산을 받쳐들고 어디로 가야 할는지 잠시 망설이다가 시의 중심가 쪽으로 향하였습니다. 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는 카디프성을 돌아보는 것이 좋을 듯하여 지나가는 행인에게 위치를 물어 입구에 이르니 입장료가 7.5파운드로 꽤 비싼 편입니다.
입장권에 내부 설명시간이 14시 50분으로 적혀 있어 이에 맞춰 50여명이 함께 성벽 위의 출입문을 통하여 좁은 방으로 들어가니 명망가인 귀족과 그 가족의 사진 등을 여러 장식과 함께 배치해 놓았습니다. 귀족의 호화로운 생활 내용을 살필 수 있는 방들이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데 각 방마다 진귀한 장식품과 고급가구들에 비치되어 있어서 중세의 카디프 지역 상류 계층의 삶이 어떠했는지, 로마와 노르만, 종교개혁의 시기를 거치며 변해 온 역사와 문화의 흔적이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가족들이 사용하는 작은 식당에 걸려 있는 아브라함과 이삭이 번제를 지내러 가는 여러 개의 그림장식을 통하여 기독교의 영향이 크게 뿌리내린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연회를 베풀 수 있는 큰 식당 옆에 값진 도서들을 많이 갖추고 있어서 교양과 지식을 중히 여겼던 상류사회의 면모를 살필 수 있습니다.(60여세의 중년 여인이 각 방을 안내하며 그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식당과 도서관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먹는 것과 말하는 것이 똑 같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중국의 성리학자 정자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그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음식물이요 나오는 것은 말이니 이 둘은 호흡의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이 똑 같이 중요한 것처럼 음식과 말, 둘 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말씀으로 살리라는 성경의 교훈과 감은 맥락이 아닐는지,,,
한 사건쯤 성의 이모저모를 살핀 후 시 청사와 박물관이 있는 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교회의 종탑처럼 시 청사의 중앙에 우뚝 솟은 시계탑을 바라보며 청사 안으로 들어가니 1층의 큰 홀에 1차 대전과 2차 대전 때 시청 소속 공무원 사망자의 명단이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1차 대전 때의 희생자가 2차 대전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이 특이하게 여겨집니다. 1992년에 베를린의 제국의회 의사당에서 살핀 기록에 의하면 1차 대전 때의 총 희생자는 5백만, 2차 대전 때는 5천만 명으로 열 배가 넘는데 유독 영국에서는 1차 대전 때의 희생자가 더 많아서,,
시청 바로 옆에 국립박물관이 있는데 4시 55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하여 남은 시간은 50분, 박물관으로 들어가서 미술품,전시관과 자연사전시실을 대략 훑어보고 나오려니 아쉽지만 어찌하리요.
역으로 가는 방향을 잡아 걸어가다가 혹시라도 길을 잘못 들면 낭패라 여겨 지나가는 젊은 여성에게 방향을 물으니 손짓으로 알려주다가 미심적었던지 잠시 뒤에 다시 좇아와서 역으로 가는 길을 자세하게 일러줍니다. 3년 전, 불가리아의 흑해 연안에 있는 도시를 혼자 찾은 적이 있는데 버스를 타고 어느 종점에 내려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을 몰라 헤맨 적이 있습니다. 불가리아에서는 영어보다 독일어가 잘 통하는데 영어로 물으니 제대로 소통이 안되었지요. 그 때 영어를 알아들은 젊은 여성이 나서서 버스 기사에게 어느 지점에 내려주라고 이야기해주며 버스에 오르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주던 일이 떠오릅니다. 여성들이 더 친절하고 배려심이 많은 것을 다시 체험한 것입니다. 각박한 세태에 서로에게 관심과 배려를 베풀면 우리 사회가 좀 더 따뜻하여지리라.
역 앞에 최신식으로 지은 밀레니움 경기장이 멋진 모습을 뽐내고 있는데 시간이 없어 옆을 지나며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역에 들어서니 출발시간 10분 전, 플랫폼에 대기중인 열차에 올라 런던으로 향하였습니다.
카디프로 가는 길에는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등 클래식을 들으며 느긋하게 차창 밖의 경관을 살폈는데 오는 길에는 자료를 검토하고 글을 쓰노라니 어느새 2시간이 지나 7시경에 런던의 패딩턴 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케임브리지 행 기차가 출발하는 킹 크로스 역에서 15분 후에 출발하는 기차에 오르며 낯선 카디프를 무사히 다녀 올 수 있음을 감사하였습니다. 기차에 앉아 있으려니 3일 전에 벨기에로 여행 떠난 아들이 유로스타를 타고 곧 런던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전화를 걸어와 케임브리지의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기로 하고 먼저 출발하였습니다.
케임브리지에서 카디프까지는 300여km의 꽤 먼 거리인데 두 도시를 오가는 넓은 지역에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카디프 거리에서 본 레인 코트 입은 신사들의 모습이 어울리는 날씨인데 행인들 가운데는 반바지, 맨 팔 차림으로 씩씩하게 걷는 이들도 많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데살로니가전서 5장 17-19절)는 말씀처럼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날들이 여러분에게도 이어지기 바랍니다.
2008년 8월 5일 저녁
런던에서 케임브리지로 가는 기차 안에서
영국통신 20. 변화와 전통이 함께 하는 글라스고
8월 6일, 하루 종일 흐리고 촉촉하게 비가 내리는 가운데 스코틀랜드(Scotland)에서 가장 크고 한 때 경제와 상업의 중심지로 세계를 이끌었던 글라스고(Glasgow)에 왔습니다.
케임브리지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하여 한 정거장 북쪽의 일리(Ely)와 그곳에서 40분 거리의 피터보로(Peterborough) 역에서 한 번 씩 갈아타고 계속 북쪽으로 달려 온 특급열차는 오후 2시 45분, 글라스고 중앙역에 우리를 내려놓았습니다.
한국의 경부선에 비유할 간선철로를 따라 20일 전에 가보았던 요크를 비롯하여 더럼, 뉴케슬, 애딘버러 등 크고 중요한 역들과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여섯 시간에 이르는 긴 시간을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도시마다 오랜 역사가 있기 마련인데 글라스고는 6세기에 이미 도시의 형태를 갖추었고 그 중심이 된 교회의 장소가 ‘Glas Cau(초록의 땅)’이라 불려 글라스고가 되었다는데 공원이나 주변의 경관들이 남쪽 지방보다 더 푸르고 짙은 녹음인 것을 오는 도중의 차창 밖을 보며 이미 느끼던 참이었습니다.
기차에서 역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데 지나가는 행인들의 옷차림도 완연하게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아들과 함께 우산을 받쳐들고 역에서 가까운 현대미술관, 조지 스퀘어(Gorge Square), 퀸 스트리트 역사 부근을 한 시간 여 돌아보았습니다.
현대미술관 1층에는 짐 램비(Jim Lambie)라는 첨단미술가가 Forever Change’라는 주제로 자신의 첫 번째 독자전시회를 갖고 있는데 작년에 광주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설치미술 형태의 몇 작품들이 넓은 공간에 듬성듬성 배치되어 있습니다. 주제가 시사하는 첨단의 변화를 오랜 전통의 도시 초입에서 맞이하게 될 줄이야, 아무렴 변해야 하고 말고,,,
조지 스퀘어에는 글라스고를 빛낸 유명인사 12명의 동상이 세워져 있는데 증기기관차를 발명한 제임스 와트, 19세기의 유명한 정치가 글래드스톤(Gladstone)의 동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광장 앞에 글라스고 시 청사가 크게 자리잡고 있더군요. 청사 안에 들어가서 1층 로비와 홀 등을 돌아보고 시정에 관한 계획과 목표를 담은 책자를 들고 나왔습니다. 시민들이 보다 나은 안전, 건강, 번영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2008년부터 2011년까지의 20여 가지 계획과 전략을 살펴보면서,,,
시 청사를 마주 보는 반대 편의 큰 건물 벽에 현대자동차의 광고가 멀리서도 알아볼 만큼 큼직하게 붙어 있습니다. 스탠스테드 공항에 많이 있는 삼성의 전광판, 이탈리아 여행에서 마주친 LG의 로고 등 우리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해외에서의 활약상이 국내경제에 큰 자극을 주는 기폭제가 되었으면,,,,
광장 바로 이웃에 있는 퀸 스트리트 역에서 내일 에딘버러로 가는 열차운행 상황을 알아보고 그 옆에 있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글라스고 대학 쪽으로 향하였습니다. 대학 옆에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알려진 켈빈 그로브(Kelbingrove) 미술관 및 박물관이 있어서 먼저 그쪽으로 들어갔습니다.
크고 웅장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많은 관람객들이 미술작품, 자연사, 고고학, 민족사, 수제품, 도자기 등 불 거리가 풍성한 전시장 이곳저곳을 열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입구에 비치된 Floor Plan에서 특별히 중요하다고 소개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아들의 설명을 들으며 한 시간쯤 돌아보노라니 먼 길 찾아 글라스고에 온 보람이 이곳을 둘러 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겼습니다. 미술관에 들어서며 ‘Every Picture Tells Story’ 라고 적힌 문구를 보며 그림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각기 소설 한 권 쓸 정도로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다시 되새기게 됩니다.
전시작품 중에는 17세기에서 19세기의 네덜란드, 프랑스 유명화가인 밀레, 모네, 렘브란트, 고흐 등의 작품들이 특히 눈길을 끄는데 클라우드 모네의 ‘Life of Water’(1884년 작)에 붙인 여류작가 에밀 졸라의 다음 글이 나그네의 마음에 와 닿습니다.
‘Monet is one of the few painters who know how to paint water- with him, water is alive and deep it is true water’(모네는 그 자신과 함께 물을 제대로 그릴 줄 아는 몇 안 되는 화가의 한 사람이다. 살아 있으면서 깊은 물이야말로 진짜 물이다. - 어찌 물만 그리하겠는가?)
반 고흐의 작품을 보며 1995년에 남부 프랑스를 여행할 때 아를르라는 지역에서 반 고흐가 살던 집을 본 기억이 떠올라 그쪽 태생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네덜란드 태생입니다. 네덜란드의 유명작가로 또한 램브란트가 있는 것을 몇 년 전 러시아의 상뜨 페테르부르그 박물관에서 그의 작품이 특별하게 관리되는 것을 본 바 있습니다. 이곳에 전시된 ‘A Man in Amour(갑옷 입은 남자)’ ‘The carcase of an ox(소의 도축)’라는 램브란트의 작품들도 그의 명성에 걸맞게 사실적이면서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느낌을 줍니다.
박물관 안내 팜플렛에서 제일 먼저 소개되어 있는 초현실주의 화가 Salvador Dali의 ‘Christ of St. John of the Cross’(1951년 작)는 일반적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를 정면에서 묘사한 것과는 달리 공중에서 내려다 본 십자가의 처형 모습을 통하여 틀에 벗어난 관점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역 발상의 창조성을 깨우치게 합니다...
미술작품 외에도 코끼리, 기린 등을 실물크기로 만들어 전시하는 자연사 전시실, 스코틀랜드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민족사 전시실 등 다른 볼 거리들이 많아서 어린 학생들이 볼 수 있으면 좋을 듯,,,
박물관을 나와 이웃에 있는 글라스고 대학에 들렸습니다. 1451년에 설립된 글라스고 대학은 국부론(1776년)을 쓴 아담 스미스가 이 대학 출신일 만큼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는 대학답게 외양과 내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글라스고 대학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St. Enoch 아케이드를 거처 다시 조지 스퀘어 광장으로 향하였습니다. 낮에 임시화장실을 설치하는 등 큰 행사가 열릴 곳으로 예상된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비가 오는데도 몰려 있더군요. 그 맞은 편에 County House라는 큰 Pub이 있어서 그 안에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식탁이나 소파에 앉아서, 더러는 앉을 자리가 없어 선 채로 음식과 음료들을 들며 요란하게 떠드는 모습이 볼만 합니다. 알 테이블에 중년 여성 셋이 앉아서 열심히 수다를 떠는 모습과 함께,,,
스낵 바에서 Fish and Chips와 따끈한 커피로 비 맞으며 걸어 다니느라 식은 몸을 녹이며 저녁 식사를 들고 인근에 있는 ibis 호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각국에 체인이 있는 ibis 호텔을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이용할 텐데 시설이 깨끗한 편이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 화폐와 함께 스스로의 화폐를 사용하고 있을 만큼(지하철 표를 끊으니 거스름을 스코틀랜드 돈으로 내준다.) 잉글랜드와의 통합으로도 잃지 않은 독자적인 문화가 살아 숨쉬고 있는 지역입니다.
애틋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스코틀랜드에서 전통문화와 첨단의 변화가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여러분도 변화와 전통의 조화를 이루는 삶으로 나아가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8월 6일 밤
가을을 재촉하는 스코틀랜드의 글라스고에서
추신,
1.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호텔 주변을 한 시간 여 돌아보던 중 교회가 눈에 띠어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Rensfield St. Stephen’s Church라는 교회의 여러 가지 프로그램 중에 ‘Work Together for Change’라고 적힌 문구가 특별히 눈에 들어옵니다. 어제부터 접한 ‘변화’라는 말이 마음에 자리잡아서인지,,,우리 속담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모든 현상은 변하기 마련, 우리 모두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뒤떨어져서는 안되리라.
2. 글라스고에서는 그 많던 중국인과 일본인들도 눈에 띠지 않는다. 에딘버러에서 한국의 젊은 청년과 중년의 여인이 탑승하여 글라스고에 오기 전에 내렸다. 디자인을 전공하는 청년은 열심히 공부하여 연봉 1억 원을 받게 되면 이모(동행하는 여성)에게 잘 해드리겠다고 큰 소리로 말한다.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 중요한 것을 알았으면,,,,
1. 호텔 방에 인터넷 이용시설이 비치되어 있는데 하루 사용료가 10파운드&(로비에서는 10분 이용에 1파운드)라고 적혀 있다. 지난 6월, 수원의 한 모텔에서 묵은 적이 있는데 방마다 무료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과 대조가 된다.
영국통신 21, 돌아 가는 지혜를 깨우쳐 준 에딘버러
8월 7일, 어제에 이어 스코틀랜드에 비가 내립니다. 여행 안내책자에 Scotch Mist라 불리는 촉촉한 비와 기복이 심한 날씨로 생긴 고집을 꼬집는 말이 있다고 소개하는데 먼 길 찾아 온 이에게 이를 경험하게 하려 함일까?
8시 반에 호텔을 나와 도보로 글래스고 퀸 스트리트 역까지 걸어서 에딘버러 행 기차표를 끊으려 하니 창구직원이 9시 30분부터 할인혜택이 주어진다고 말합니다. 잠시 기다리는 사이에 옆에 있는 조지 스퀘어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기차에 올랐습니다. 간밤에 비가 많이 내려 에딘버러 행 기차가 일부 취소되었다는 역 구내방송도 있었는데 잘 달리던 열차가 에딘버러를 두 정거장 앞두고 중간에 멈추어서 한 시간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습니다, 스케줄에 차질이 생긴 승객도 있을 법한데 조용하게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이 신사의 나라임을 보여 주는 것인지,,,
한참응 지나 에딘버러 웨이버리(Waverley) 역을 한 정거장 앞둔 Heymarket역까지 오더니 더 이상 가지 않는다고 모두 내리라고 합니다. 막상 내리고 보니 다음 역까지 가는 방법에 대한 안내나 대응책이 전혀 없어서 황당하더군요. 어떤 열차는 에딘버러 웨이버리까지 가기도 하여서 그 중 하나에 올랐습니다. 서서히 운행하는 열차가 중간에 다시 멈추어 기다리는 사이에 창 밖을 내다보니 선로에 물이 침수되어서 통행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더러 집중호우로 어느 구간 열차운행이 제한되고 있다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지만 철도운송망이 잘 짜여있기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철도가 중요도시의 경내에서 침수로 정상운행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데 이를 직접 경험하다니,,,
가까스로 에딘버러에 도착하니 결국 예정시간보다 두 시간 가까이 연착된 셈이었습니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어서 에딘버러의 예정된 탐방코스를 제대로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빠듯할 듯,,,
에딘버러에 같은 학부의 동료교수 딸이 디자인 분야 연수 차 체류하고 있어서 연결이 되면 만나보고 격려하려 하였으나 현재 북유럽 지방 여행 중이라서 만나지 못하게 되었는데, 정작 만나기로 하였다면 상당시간 더 기다리도록 하는 등 괜한 부담을 줄 뻔하였습니다.
역에서 빠져 나와 첫 번째로 찾아 간 곳은 초상화를 전시하는 스코틀랜드 국립 초상화 박물관이었습니다. 16세기에 스코틀랜드의 강력한 통치자였다가 비운의 죽음을 맞은 메리 여왕의 우아한 표정, 19세기에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구가한 빅토리아 여왕의 소녀시절 모습, 위대한 시인이자 작가로 알려진 아담 스콧의 평범하면서도 예지가 엿보이는 얼굴들이 다른 유명인들의 초상과 함께 전시되고 있더군요.
미술관에서 나와 20여 분 걸어서 에딘버러 시내를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칼튼 힐(Calton Hill)에 올랐습니다. 언덕 위에는 넬슨 기념관, 아폴로 신전을 연상케 하는 큰 석조기둥이 눈길을 끌고 건너편 언덕에 우뚝 선 에딘버러성, 북해의 포스(Forth) 만에 연한 바다와 항구,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스코틀랜드 방문시 묵는 홀리루드 궁전 등 에딘버러의 전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덕을 내려와 국립 스코틀랜드 미술관에 들러 루벤스, 고겡, 라파엘 등의 명화를 포함한 수많은 미술작품들을 살펴보며 이번 영국과 이탈리아 미술관 등을 돌아보는 사이에 그림을 보는 안목이 약간 높아졌기를,,,, 루벤스(Peter Paul Rubens, 1577-1640)가 그린 ‘Feast of Herod’(헤롯의 축제)라는 작품은 헤로디아가 세례 요한의 목을 달라고 딸에게 교사하여 딸이 그 목을 쟁반에 담아 헤롯과 헤로디아 앞으로 들고 오는 성경(마태복음 14장 1절 -11절)의 장면을 리얼하게 표현하였더군요. 고겡의 ‘타이티의 여인들’도 걸려 있고,,,,
미술관에서 나와 마지막 탐방 장소인 에딘버러 성 쪽으로 가니 에딘버러의 상징적 도로라 할 ‘Royal Mile’과 만나게 되어 이 길을 따라 성 까지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8월 초부터 에딘버러 축제가 진행 중이고 이중 성 입구의 광장에 수천 명을 수용한 가운데 치러지는 Military Tattoo 의 무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매일 저녁 9시에 시작되는 본 행사의 표는 이미 예매가 끝난 상태, 어제 오늘처럼 비가 오면 Military Tattoo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합니다. 오가는 길에는 축제 분위기를 돋우는 아마추어들의 장기가 곳곳에서 펼쳐지고 비가 오는 길목에서 큰 파라솔 밑에 앉아 초상을 그리는 화가와 고객의 모습도 보입니다.
약 세 시간에 걸쳐 에딘버러 중요 거점의 집중 탐방을 마치고 오후 4시에 출발하는 열차시간에 맞추어 다시 Waverley역으로 향하였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30여 분의 시간 여유가 있어서 Princes Mall이라는 쇼핑센터 식당가에서 늦은 점심을 들고 플렛폼으로 내려가 개찰을 기다렸습니다. 4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정시에 출발한다는 표시만 나오고 플랫폼이 지정되지 않아서 의아하게 여기고 있던 중 우리가 탑승할 4시 런던 킹스크로스역 행 열차가 취소되었다는 자막이 뜹니다.
개찰구에서 안내하는 역무원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니 해당 회사 (National Express East Coast) 열차표를 파는 창구에 가서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밀려 있는 줄을 따라 한참 만에 창구직원에게 대처방안을 물으니 오늘은 다음 기차도 운행이 불투명하니 내일까지 기다려서 타고 가라는 무책임한 답을 합니다. 비상상황에 대처할 아무런 방안이나 대응태세가 안된 불성실한 태도에 어처구니가 없지만 달리 뾰족한 방도가 떠오르지 않더군요.
각 지역으로 가는 열차의 발차시간을 응시하던 아들이 잉글랜드 쪽으로 가는 다른 회사의 열차를 이용해도 되는지를 검표원에게 물으니 비상상황이므로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말을 해주어서 오후 4시 51분에 버밍험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 승무원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탑승해도 좋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축제기간에 호텔 잡기도 어렵고 내일이면 사정이 좋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능한 한 집이 있는 잉글랜드 남쪽 방향으로 이동하여 밤중에라도 케임브리지로 돌아갈 길이 있는지 부닥쳐 보기로 하였습니다.
한 시간쯤 염려하던 문제의 실마리가 풀려 편한 마음으로 스코틀랜드 남부지역을 거쳐 잉글랜드 북서부 주요지역을 통과하는 버밍험행 열차 안에서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을 감상하였습니다.
어제부터 진한 자주색의 이름 모를 꽃이 철로주변에 많이 피어서 아들에게 꽃 색깔이 매우 아름답다고 말하니 가이드북을 뒤적여서 ‘히더 꽃’이라는 사진이 실린 부분을 찾아 보여줍니다. 설명에 의하면 히더 꽃은 잉글랜드 북부지방에 8월 말쯤 무어(황야)의 척박한 땅에서 몸을 낮춰 비바람을 견디고 승리자의 모습으로 활짝 피는 스코틀랜드와 북부 잉글랜드 지방의 기질을 상징하는 꽃이라 합니다. 글라스고에서 에딘버러에 오는 차창 밖으로 자주 눈에 띠는 이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옆에 앉은 노신사에게 물으니 밝은 표정으로 ‘와일드 워켓’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스펠링까지 물을 수는 없어서 와일드가 들어 있으니 거친 들판에 핀다는 책자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새겨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꽃이 에딘버러에서 남쪽으로 오는 길에 더 많이 피어 있어서 이를 바라보는 마음이 화려한 꽃 무리처럼 환하게 밝아집니다.
어제 북동부 잉글랜드를 통과하는 북행열차를 타고 올라갈 때도 내내 평평하고 완만한 평지가 이어졌는데 오늘 스코틀랜드 남부로부터 북서부 잉글랜드를 거쳐 런던 방향으로 내려오면서도 산을 볼 수 없으니(더러 얕은 산이 나오기도 한다.) 한반도 넓이의 평야지대를 가진 영국인이 부럽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버밍험으로 가는 열차를 한 시간 반쯤 타고 오며 열차내의 방송을 통하여 칼라일이라는 역에서 20여분 후에 런던 유스턴역으로 직접 가는 열차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버밍험보다 런던으로 가는 것이 케임브리지 행을 타기 쉬울 것으로 여겨져 칼라일 역에서 내렸습니다.
저녁 7시 16분에 칼라일을 경유한 글래스고발 런던 유스턴행 열차를 타고 호수지역(Lake District)으로 유명한 옥슨홀름, 서쪽 아이리쉬해에 접한 랑카스터, 맨체스터 인근의 큰 도시인 위건(Wigan), 런던 근교의 밀턴 케인즈 등을 거쳐 런던 유스턴역에 당도하니 이미 밤 11시 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기차 안에서 아들이 대학원 후배에게 전화를 걸어 런던발 케임브리지행 열차가 몇 시까지 있는지 인터넷으로 확인해 달라고 부탁하여 0시 7분에 캠브리지행 막차가 있다는 것을 알아 두었는 바, 유스턴역 도착후 서두르지 않고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를 걸어 킹스크로스역 출발 케임브리지행 열차에 탑승하여 몸을 실으니 피곤함보다 안도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새벽 한 시 반에 케임브리지역에 내려 택시를 타고(영국에 와서 처음 탔다.) 집에 돌아오니 긴장이 풀리고 위기를 잘 대처하여 무사히 돌아 온 것이 뿌듯하게 여겨져 아들과 함께 서로 수고하였다며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거니와 뜻밖의 상황에 직면하여 반대방향의 우회로를 따라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한 오늘의 여정처럼 더러 어려움에 부닥치거든 차분히 마음을 가라 앉히고 탈출구를 찾아가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랍니다.
2008년 8월 8일 오젼
스코틀랜드 여행을 마치고 케임브리지에 돌아와서
영국통신 22.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런던
8월 9일, 영국에 온지 4주 만에 그 심장부인 런던을 집중탐색하였습니다.
그 동안 몇 차례 런던을 경유하여 영국의 동남부와 서부, 북부 등을 다녀오면서 여러 곳으로 나뉘어진 중요 역들을 거쳤는데 오늘은 런던 북쪽에 있는 또 다른 역인 리버풀 스트리트를 기점으로 종교, 문화, 예술, 정치, 금융의 중요거점들을 돌아보게 된 것입니다.
매주 토요일 케임브리지 인근의 철도 보수 공사가 있어서 런던으로 가는 열차를 이용하려면 부근에 있는 작은 역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기차로 갈아타고 가게 되어 모처럼 버스로 주변의 작은 마을을 살피며 갈 수 있어서 더 좋은 런던 나들이가 되었습니다. 오덜리 앤드라는 작은 도시에는 귀족의 별장으로 널리 알려진 아름다운 저택이 있는데 바로 그곳을 지나 오들리 앤드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게 되었지요.
내셔널 익스프레스(National Express)라는 열차회사가 케임브리지-리버풀 스트리스 간 열차를 이용할 경우에 런던 시내를 하루 종일 다닐 수 있는 지하철 겸용 티켓을 끊어서 런던의 여러 지역을 자유롭게 살펴보게 된 것입니다.
리비풀 스트리트 역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거리에 영국의 중앙은행과 로이드 보험회사를 비롯한 금융가가 자리 잡고 있어서 먼저 그곳으로 향하였습니다. 토요일이라서 문이 닫혀 있고 통행인도 별로 없는 세계금융의 중심지에서 지난 6월에 미국의 역사학자 폴 케네디가 쓴 ‘모든 상업은 런던으로 통한다’는 글을 떠올리며 글로벌 금융중심지의 본 고장에 온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보일러 시설이 특이하다는 빌딩구조를 가까이 볼 수 있는 로이드 보험회사 건물의 계단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면서,,,
그곳에서 10여 분 거리에 런던의 종교적 권위를 상징하는 St. Paul 성당이 있습니다. 비가 오는 거리를 아들과 함께 우산을 받쳐들고 성당에 이르니 웨딩 포토를 찍는 신부와 들러리들이 아름다운 포즈로 카메라 앞에 서 있고 성당 내부에는 명소를 찾아 온 방문객들이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들은 이곳을 마지막으로 이번 방문기회에 영국의 유명 성당은 거의 다 보게 된 셈이라고 말하는군요.
다시 지하철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서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으로 들어갔습니다. 1995년에 들른 적이 있어서 낯익은 곳으로 여겼는데 그 위치나 건물 내부가 전혀 생소한 느낌입니다. 많은 관람인들 가운데 한국의 관광객들을 여러 차례 만나게 되는데 그 중의 한 가이드에게 이곳이 예전에 온 것과 다른 느낌이라고 하니 새로 개조한 것이라고 알려줍니다. 규모나 구조가 더 크고 화려하게 변하였더군요.
100여 개의 전시실 가운데는 67 전시실에 한국 코너(The Korea Foundation Gallery)가 따로 있어서 세계의 여러 유명 전시품의 한 자락을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흐뭇하게 느껴집니다. 도자기, 서화, 건축, 공예품 등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는데 대원군이 살았던 집을 배경사진으로 한옥의 일부를 꾸며 놓은 것이 눈에 크게 들어오더군요.
이집트, 소아시아, 이란(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등 인류 역사의 궤적을 한 눈에 살필 수 있는 거대한 문화유산을 짧은 시간에 다 돌아보기는 무리이지만 그 역사와 문화의 본 고장을 순례한 터라 이를 다시 되돌아보는 기회로 여기며 시간이 나면 다시 찾아오고 싶습니다. 지난 4월부터 서울의 국립박물관에서 페르시아특별전이 열리고 있어서 가보고 싶었으나 틈이 나지 않았는데 이곳의 꽤 큰 이란 코너에서 페르시아 문화를 살피게 된 것도 뜻 깊은 일이었지요.
박물관에서 나오니 오후 3시가 넘었습니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인근에 있는 ‘사무라이’라는 초밥 종류를 파는 음식점에 들어갔습니다. 젊은 남녀 종업원이 손님을 맞이하는데 일본인으로 여겨 영어로 식사를 주문하고 따뜻한 미소 국물도 추가로 시켜 먹었는데 젊은 여성이 들어오며 한국어로 여종업원과 이야기합니다. 반가운 마음이 들어 식사를 마치고 종업원에게 알은 체를 하며 나무 젓가락을 한 개 가지고 가겠다고 하니 여러 개를 집어주며 많이 가져가라고 친절을 베풉니다. 아들이 접시에 팁을 놓고 나왔는데 남자 직원이 횡단보도 건너까지 뛰어와서 팁은 받지 않는다며 되돌려주고 가는 모습이 밝고 순수해 보여서 흐뭇하였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일하는지,,, 아무쪼록 성공하시라.
다시 지하철을 타고 자주 이용했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내려 인근에 있는 국립 도서관(British Library)에 들렀습니다. 도서관 1층 특별전시실에는 역사적인 책과 자료들을 한데 모아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개방하고 있습니다.
구텐베르크 인쇄술에 의한 성경, 세익스피어 작품의 초기 출판본, 1960년대 출시한 비틀즈의 음반(그 중 1965년에 나온 ‘Yesterday’를 직접 들어볼 수 있었다.)과 폴 매카트니가 작성한 Yesterday 가사 필사본 등 다양한 내용의 소장본 가운데 압권은 마그나 칼타의 원본입니다.
1995년에 박물관에서 접한 원본이 이곳으로 옮겨졌는데 별도의 방에 보존하면서 마그나 칼타의 제정과정과 그 이후 민주발전(1628년의 권리청원, 1689년의 권리장전, 1776년의 미국 독립선언 등)에 이르는 중요한 좌표들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어서 더욱 반가운 대면이었습니다.(처음 박물관에 들렀을 때 가이드가 대영박물관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두 가지인데 그 하나는 마그나 칼타,, 다른 하나는 이집트의 로제타 돌이라고 한 것이 생각난다. 로제타 돌은 지금도 대영박물관에 가장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보관되어 있다.)
도서관을 나와 다시 지하철을 이용하여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국립미술관으로 향하였습니다. 넬슨 제독이 영불전쟁을 승리로 이끈 트라팔가 해전을 기념하여 이름 붙인 광장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어제 개막한 북경 올림픽의 경기장면이 크고 깨끗하게 방영되고 그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옆에 있는 초상화 전시관에 들러 스코틀랜드의 메리 여왕을 처형했던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쉐익스피어, 빅토리아 여왕(1837년 19세에 즉위하여 그 이듬해인 1838년 20세 때의 모습) 등 유명인들의 초상을 중심으로 3 개 층에 전시된 많은 초상화를 대충 둘러보고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하였습니다. 끝이 아스라이 보이는 넓은 미술관에는 60여 개의 전시실에 천 여 점이 넘는 명화들이 올림픽에서 자웅을 겨루는 선수들처럼 각기 자신의 진가를 뽐내고 있는데 이를 찬찬히 살피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미술관에서 하이라이트라고 소개한 30 여 작품을 중심으로 각 방을 부지런히 돌며 레오날드 다 빈치의 ‘The Virgin of Rocks’, 미켈란젤로의 ‘The Entombment’, 램브란트의 자화상, 반 고흐의 ‘해바라기’, 세잔느의 ‘목욕하는 여인들’ 등 명작들을 한 시간여에 걸쳐 돌아보았습니다.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의 입장이 모두 무료여서 화려하고 값진 보물들을 마음껏 볼 수 있게 하는 당국의 너그러움이 부럽고 이와 같은 시책이 한 때 ‘해가 지지 나라’를 일군 저력에서 나오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트라팔가 광장의 육중하고 커다란 문이 있는 곳을 지나 길게 뻗은 공원과 한적한 거리를 20여 분 걸어가니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처하는 베킹엄 궁에 이릅니다. 1995년에 근위병의 교대식이 있는 시간에 맞춰(오후 2시였는지,,) 이곳을 온 적이 있는데 오후 6시가 지난 궁전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고 여왕이 출타 중일 때 내걸리는 국기가 걸려 있는 것으로 봐서 주말을 이용하여 다른 곳에 행차하였을까?
궁에서 벗어나 지하철을 한 정거장 지나니 국회의사당과 그 옆을 유유히 흐르는 템즈 강이 눈 앞에 나타납니다.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것 외에는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다.’고 무소불위의 권능을 행사한다고 알려진 영국의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의 기치가 아직도 꽃피지 못한 북한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 활짝 피는 날이 속히 다가오기를 염원하였습니다.
그곳에서 2층 버스를 타고 빅토리아 역으로 가서 지하철 Circle line을 이용, 12시에 내렸던 리버풀 스트리트 행 지하철을 타고 다시 그 역에 돌아오니 오후 7시가 넘었습니다.
아들이 지도를 보며 정한 코스 따라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한 치의 착오 없이 세계의 중심(자오선의 기점이 된 그리니치 천문대가 이곳에 있다.) 도시 런던을 알차게 돌아볼 있음을 감사하며 7시 28분에 출발하는 케임브리지 행 기차에 몸을 싣고 런던을 출발하여 도중에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기차가 종점에 도착하고 있습니다, 기차에서 내려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케임브리지 역을 거쳐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가 넘었습니다.
한 번쯤 더 런던을 돌아보게 될는지, 못하더라도 크게 아쉬워 하지 않을 런던 순례를 무사히 다녀오게 된 것을 감사하며 여러분도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는 날들이 다가오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8월 10일 오전
세계의 중심 런던에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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