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묵상-서초동 성당의 임병현 신부의 말씀을 전합니다.
사랑하는 남편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당신 부인의 손을 잡고 조용히 그 손을 바라보십시오. 이 손이 바로 당신의 결혼식 날,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서약하고 당신의 반지를 받았을 때, 당신의 손을 잡아 주던 바로 그 손입니다.
그렇게도 곱고 젊음이 넘쳐흐르며 근심걱정도 없었던 손입니다. 그러나 수천 번의 설거지를 하느라고, 수천 번의 빨래를 하느라고, 그리고 수많은 밥상을 차리느라고 지금은 이렇게 주름이 지고 거칠어졌습니다.
그 손이 수많은 다림질과 칼질, 그리고 뜨거운 요리를 하느라고 베어지고 터지고 불에 덴 바로 그 손입니다. 이 손이 바로 당신이 또 하나의 아버지가 된다고 말해 주면서 기쁨과 흥분으로 당신을 껴안아 주었던 손입니다.
그 때마다 당신들은 함께 새 삶을 개척해 나갔습니다. 그 손이 바로 포근한 사랑으로 자녀 하나하나를 안아 주고 아플 때는 그들을 달래주며 고통을 덜어주었던 손입니다. 그들을 훈육시켜 주고 그들의 기저귀를 갈아주었으며 그들의 옷을 꿰매어 주었던 바로 그 손입니다.
그들에게 밥상을 차려주고 그리고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는 근심스런 나머지 두 손을 꽉 쥐어 주었던 바로 그 손입니다. 이 손이 바로 당신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당신의 목과 등을 안마해 주면서 긴장을 풀어 주었던 그 손입니다.
이 손이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열정적인 삶으로 당신을 보듬어 주었습니다. 이 손이 바로 당신이 소리 내어 울부짖을 때 당시의 얼굴을 받쳐 들고 당신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 주었던 바로 그 손입니다.
사랑하는 부인에게 말씀드립니다!
당신 남편의 손을 잡고 그 손을 조용히 바라보십시오. 이 손이 바로 젊고 강한 그리고 사랑으로 활기가 넘쳐흐르던 손입니다.
당신의 결혼식 날 그 손이 당신의 손을 꼭 잡아주었던 그 손입니다. 당신의 남편이 일생 동안 당신만을 사랑하기로 약속한 바로 그 손입니다.
이 손이 바로 당신과 임신의 기쁨을 함께하고 희망을 높이 걸었던 손입니다. 당신의 남편도 당신의 뱃속에서 꿈틀거리던 아기들을 같이 체험했습니다. 이 손이 바로 그렇게도 크고 맵시 없게만 보였지만, 그러나 당신의 아기를 처음 안았을 때 얼마나 부드러운지 몰랐던 그 손입니다.
이 손이 당신과 당신의 아이들을 위하여 돈을 벌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던 손입니다. 이 손이 당신을 편안하게 해 주려고 주위의 날카로운 물건들을 만지다가 터지고 깎인 바로 그 손입니다.
이 손이 당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었던 바로 그 손입니다. 이 손이 당신이 아팠을 때 위로해주던 손입니다. 두려움과 슬픔으로 당신의 마음이 괴로웠을 때 당신을 지켜 주었던 그 손입니다.
이 손이 당신에게 사랑의 신비를 가져다 주기 위하여 기나긴 세월 동안 당신을 어루만져 주었던 바로 그 손입니다. 당신의 남편을 눈을 들여다보려고 얼굴을 들었을 때, 그 이의 눈은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차 당신의 턱과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지요.
사랑하는 부부에게 호소합니다!
이제 두 분이 서로 손을 마주 잡으십시오. 이 손이 바로 혼인성사를 한 당신들의 손입니다. 이 네 개의 손이 이 세상의 유혹들을 막아주는 갑옷이요, 방패입니다. 이 네 개의 손이 교회를 쇄신하여 교회를 성장시키고 활기차게 만들 손들입니다.
이 손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그리고 결혼을 앞둔 젊은 이들에겐 부부사랑의 경이로움을 가르쳐 줄, 그리고 세상에서 버림받아 상처를 입은 아이들에겐 치유의 손길을 내밀 그런 손들입니다.
이 네 개의 손이 고통 받고 있는 인류에게는 희망을, 그리고 우리 한민족에게는 희망을 가져다 줄 손입니다.
이 네 개의 손이 이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놓을 바로 그 손들입니다. 머리를 식히시고 나라를 위하여 이제 일어납시다. 대한민국이 바로 당신부부의 사랑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권영민/현 순천향 대학 초빙교수/전 주(駐)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대사 및 애틀랜타 총영사, 제주평화연구원장대리, 외교부 외교정책실장 역임/서울대 문리대 독문과 졸, 동 행정대학원 졸/저서: "자네 출세했네"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