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질서 위반 비율이 일본의 44배나 된다니
경찰청의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가 30만7913건이었다. 일본에도 경범죄법이 있는데 적발 건수는 1만7851건이었다. 인구 10만명당으로 따져 일본은 14건, 우리는 일본의 44.4배인 622건이었다.
경범죄 가운데서도 확성기·전축을 틀어대거나 시끄러운 악기 연주로 이웃에 폐를 끼쳐 '인근소란죄'로 단속된 경우가 일본은 25건, 한국은 그 1878배인 4만6955건이었다.
오물투기는 일본 98건·한국 6만940건, 노상방뇨도 일본은 191건·우리는 1만1535건이었다. 아무리 일본이 질서와 규칙, 남에 대한 배려 측면에서 세계 최선진국이라고 해도 정말 얼굴이 화끈거리는 통계다.
한국에서 살아본 외국 사람은 공통적으로 한국에선 사람에게 부대끼고 시달리며 살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한다. 길을 걸어도 남을 밀치며 걷고 엘리베이터에서 사람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밀치고 들어온다. 창 밖으로 담뱃재를 털어대는 운전자도 많다.
어떤 이는 버스로 일산에서 광화문까지 오는데 뒷자리 젊은이가 30분 이상 통화를 하기에 참다못해 말을 했더니 그 젊은이가 휴대폰에 대고 "야! 여기 시끄럽다고 전화 끊으라고 한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전철도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이 신발을 신은 채 좌석에 올라가도 못 본 체하는 부모가 태반이다. 옆에 빈자리가 나면 한 손을 짚어 선점(先占)하고선 큰 소리로 멀리 있는 가족을 불러 그 자리에 앉히는 일도 자주 본다.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이고 올림픽·월드컵을 치렀고 G20을 유치했다고 일류 국가, 선진 국민이 되는 게 아니다. 선진국 운운하기 전에 기초질서와 규칙을 꼭 지키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동은 절제하는 생활의 기본기부터 갖춰야 한다.
기본 중의 기본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다. 이젠 길 걷다 몸이 살짝이라도 부딪히면 먼저 실례했다는 인사를 하고 출입문 열고 들어갈 땐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열린 문이 닫히지 않게 붙잡아주는 매너를 갖출 때도 됐다.
우리의 고질(痼疾)인 불법 시위, 떼법 시위도 그 배경엔 남의 사정은 손톱만큼도 배려하지 않는 뻔뻔함이 있다. 나나 우리 때문에 교통 체증이 생기고 상인들이 장사를 못하고 전경들이 밤새워 고생한다는 걸 의식한다면 그렇게 악에 받쳐 법을 어기면서 시위를 할 리가 없다.
모든 사람이 세상에 자기 혼자만 사는 것처럼 남을 배려하지 않고 침 뱉고 소란 피우고 담배꽁초 버려대고 확성기 틀어대고 고함치며 사는 사회에선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게 돼 있다. ▣ 10/15일자 조선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