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네팔인가?
길고 긴 직장생활에서 은퇴하고 좋아하던 낚시와 등산을 즐기던 중 우연찮게 다녀온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트레킹. 산에서 본 포터들의 모습을 보고 같은 21세기에 살면서 이렇게도 문명의 혜택을 누리지 못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트레킹에서 돌아온 것이 2014년 4월 14일 이날은 네팔의 새해였습니다. 네팔력으로는 올해가 2073년으로서 우리보다 약 56년을 앞서서 살고 있습니다. 귀국한 뒤에 가능하면 네팔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중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퇴직전문가프로그램에 응모하여 2014년 7월 네팔로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월드프렌즈코리아는 전 세계 이웃을 돕고 우리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한국정부파견해외봉사단의 새로운 이름으로 지난 2009년 정부에서 분산되어 있던 각 행정부처의 해외봉사단사업을 통합 출범하게 되었으며, 코이카봉사단, IT봉사단, 청년봉사단(KUCSS), 청년봉사단(PAS), 과학기술지원, NIPA자문단, 태권도평화봉사단, KOICA자문단 등 8개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NIPA 퇴직전문가프로그램은 정보통신, 에너지자원, 산업기술 등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산업발전 개발 노하우를 전수하여 개도국의 경제, 산업발전에 기여함을 목표로 해당분야 경력을 가진 민간 혹은 공공기관 출신의 NIPA자문단을 위한 해외봉사프로그램인데, 저는 이 프로그램으로 파견되어 네팔정부통합데이터센터의 기술자문관으로 2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7월 24일 귀국하였습니다.
네팔에서 생활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혼자만의 생활이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일하고 있는 수원기관, KOICA네팔사무소, 한국대사관, 대학 및 교민사회 덕분에 무난히 활동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언어능력을 키우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조금이라도 네팔어를 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는데 특히 택시 탈 때와 상점에서 물건을 살 때 그렇습니다. 요께호? (이것이 무엇이냐?), 꺼띠호? (얼마이냐?)... 어느 정도 네팔어를 배우고 나니 한국어나 영어보다 간결한 것이 상당히 편리한 면이 있는 언어입니다. 특히 어순이 한글과 같아서 배우기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지진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2015년 9월 20일 왕정폐지 후 7년 만에 처음으로 헌법이 제정되었는데 이해득실관계로 인해 네팔이 들썩였습니다. 택시파업과 번다(모든 차량과 상점이 문을 닫음)가 이어져 40명이상이 사망하기까지...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인도가 2015년 9월 23일부터 국경선을 봉쇄하는 바람에 휘발유, 가스, 생필품 등 모든 물류수송이 중단되어 국제선 항공기의 경우 돌아갈 기름을 실어야 하는 상황에 국내선을 전면적인 운항중지에 돌입했고, 가스를 공급받지 못한 식당은 줄지어 문을 닫았습니다. 생필품 가격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도시기능이 마비된 상태에서 6개월. 참으로 힘든 시간이었으며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바다가 없는 나라의 설움과 잘못된 국가민족주의 등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지진이후에는 생존배낭을 방문 앞에 놓아두기 시작했고, 잠을 잘 때 에도 거실에는 배터리를 이용하여 불을 켜놓았습니다. 해가진 뒤에는 가능하면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으며, 샤워시간도 예전의 반 정도로 줄였습니다. 아무리 급해도 발가 벗고 뛰쳐나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난 2년 네팔정부공원으로서, 기술자문관으로서 한평생 배운 지식과 경험을 쏟아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저에게 주어졌다는 것은 큰 행복이었고 언젠가 네팔이 이렇게 잘사는구나 하는 소식을 듣게 되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