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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1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목차
01 꿈 이야기 12
02 분노의 얼굴 19
03 도둑 이야기 27
04 추억 이야기 35
05 친한 친구와의 대화 43
06 혼잣말 51
07 하늘을 나는 글자
08 마음 가짐의 자세 59
09 자연과의 친화 67
10 또 한 사람의 사토 아이코 82
11 애써 노력했지만 여기 밖엔 오지 못했다.
12 비극의 세대 97
13 긍정적인 자세 104
14 부모의 마음 111
15 여자의 마음 119
16 완전한 패배 127
17 오랜만에 듣는 미담 136
18 초록색 모자 145
19 신비한 이야기 152
20 비참한 나 159
21 보잘것없는 작가의 메모 167
22 현대범죄를 생각하다 175
23 부처님과 마요네즈 182
24 인간의 자연 190
25 다민족 시대 199
26 뭐가 우습나 213
27 산에서 보기 227
28 한가함이란? 240
29 언짢은 마음 250
01 꿈 이야기
어린 시절은 자주 꿈을 꾸었지만, 요즘은 거의 꾸지 못했다. 아니, 꾸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잠에서 깨자마자 동시에 잊어버리게 되었을 것이다. 왠지 꿈을 꾼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분명히 뇌리에 떠오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프로이트 학설에 의하면 꿈은 모두 성욕에서 나오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는 것은 늙어서 성욕도 사라졌다는 것이 되는 것일까. 서글픈 일이다.
그래도 가끔은 기억에 남는 꿈이 있다. 그 대부분은 소변이 마렵지만 어느 변소도 문을 열면 더럽거나, 사람이 들어있거나, 문이 없거나 해서 멈칫거리고 있는, 요의를 가지고 잠들었기 때문의 꿈이었다. 이런 꿈만 꾸게 된 것도 서글픈 이야기다.
옛날엔 좋았다. 다양한 꿈을 즐겼다. 무서운 꿈, 낭만적 인 꿈, 사랑의 꿈, 죽은 가족이나 친지와 만나는 꿈, 쫓기다 철완 아톰처럼 하늘로 날아 오르는 꿈도 자주 꾸었다. 이것도 성욕이 보여주는 꿈인 것 같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하늘로 날아 오르려고 뛰어 올랐지만 실패하고
하늘로 도망가는 추적자를 놓지는 꿈을 꿨다.
어렸을 때부터 20대에 걸쳐서는 자주 무서운 꿈을 꾸며 울곤 하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나 유령이나 악마가 나타난다. 자신의 외침에 눈을 뜨지만 요동치는 가슴은 오래 동안 진정되지 않는다.
6세 무렵에 본 무서운 꿈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꾼 무서운 꿈이었다. 내가 자란 집에는 목욕탕과 연결된 높은 창이 하나 있을 뿐인 어두운 작은 방이 있었고, 그 창아래에 쓸모 없게 된 책상이 놓여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그 책상 위에 올라가서 밖을 보려고 하는데 그 큰 책상 아래의 어둠에서 하얀 기모노를 입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여자의 유령이 숨어 있다가 아래에서 나의 한쪽 다리를 잡아당기는...그런 꿈이다.
그와 유사한 꿈은 그 후에도 수 없이 꾸었는데, 생각해 보면 최근 수 년 간은 자신이 우는 소리에 놀라 잠을 깬 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귀신, 악한 따위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나타나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것과 싸워 이기고 있다는 것이 최근의 꿈의 특징이다.
언젠가 꾼 꿈은, 장소는 어딘지 모르지만, 산발한 유령이 앞을 가로막는 것을 붙잡아, 집어던지기를 시도하고, 도망치려고 하는 유령의 길게 늘어뜨린 기모노의 옷자락을 힘껏 밟아 도망치지 못하게 한 후,"소금 가져와!" 라고 외치고 있다. 나는 소금으로 유령의 마법기운을 없애려고 "소금 가져와!"라고 외치지만, 아무도 소금을 가져오지 않는다.
딸이나 가사도우미가 있는데 아무 반응이 없다. 나는 흥분하여 화를 내면서, "소금 가져와!!" 하면서 외치는 자신의 고함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잠을 깬 것은 같아도 옛날에는 공포의 외침으로 잠을 깼지만 지금은 자신의 고함소리에 잠을 깨는 것이다.
자초지종을 들은 가사도우미는 "대단하십니다" 라고 감탄했다. 세파와 싸워온 지 수십 년, 이제는 악마에 겁먹을 일도 없어진 것 같다. 19세기에 들어서 알려진 바로는, 뇌라는 것은 절반은 완전하고 나머지 반은 불완전하다고 하며, 잠들 때는 불완전한 뇌가 일하고 있기 때문에 불합리한 꿈이 일어난다는 견해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앞서 말한 꿈 등은 나에게는 조금도 불합리하게 생각되지 않는 것이다. 여학교 시절의 클래스 메이트의 모임이 있었는데, 그 때, 친구 중 한 명이 이런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꿈속에서 한 남자와 농후한 사랑의 장면을 펼쳐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 남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열렬히 포옹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다음 차츰 포옹이 풀리고 그녀가 남자를 보니까 그 남자는 괴팍한 성질의 코미디언 쵸스케였다.
그 무렵, NHK의 "외눈의 류마사무네"라는 드라마에 쵸스케가 출연하고 있었는데 이 드라마를 매주 열심히 보고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쵸스케를 좋아하니 꿈 속에서도 보이나 보다"라고 하니 그녀는 "얼굴은 보이지 않았어" 라고 혼잣말을 되풀이 했다.
"가능하다면 지금 한번, 그런 꿈을 꾸고 싶다. 유령의 옷자락을 밟고, '소금 가져와!' 라고 외치는 꿈, 평생에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그런 꿈을 나도 꾸고 싶단다" 라고 민망해 하는 그 친구는 말했지만, -그리운 사람을 보고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면 선잠 속의 꿈에서라도 현몽한다-는 말을 해 주고 싶다.
선잠이라면 나도 요즘 TV를 보고 있는 동안 자주 선잠을 자게 되었다(이것도 나이가 들었다는 표징). 그런데 내가 선잠에서 꾼 꿈은 다음과 같은 꿈이다. 나는 잡지관련 좌담회에 나와 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에 두 남자가 있고, 나는 긴 의자에 누워 있다. 어쨌든 졸립고 졸려서 참을 수 없는 것이다. 좌담회는 시작된 것 같지만 일어날 수가 없다.
맞은편의 두 남자는 예의상, 자고 있는 나를 눈치채지 못하는 척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전혀 묵살하고 있는지, 관대하게 잠이 깨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나를 일으키려고 하지 않고, 둘이서 무언가 논의하고 있는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고 있다.
그 소리가 기분 좋은 자장가인 것 같고, 나는 점점 졸음 속에 빠져 간다. 그러자 젊은 여성 편집자가 내 곁에 와서 자고 있는 내 귓전에 입을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저~, 코고는 소리 좀..."
자는 것은 상관없지만, 적어도 코고는 소리만 내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부탁 같았다. 그러나 나는 졸립고 졸려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편집자는 곤란해 하며 같은 말을 반복한다. "선생님, 그 코고는 소리 좀..."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묵직한 코고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이게 내 코고는 소리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직 자고 있다. 여성 편집자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남자가 다가 왔다. 한 사람은 자고 있는 나의 겨드랑이를, 다른 한 사람은 양 다리를 안고 어디론가로 옮기려고 한다.
그 장면에서 눈을 떴다. TV는 조금 전의 서부극을 아직 하고 있다. 선잠에서 일어나 멍해 있는 있는 나에게, "코고는 소리가 굉장했어요"라고 딸이 말했다. 알고 있다. 좌담회의 방해라고 해도, 두 사람의 남자가 나를 들어내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꿈을 프로이트는 어떻게 해석할까?
●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2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2 분노의 얼굴
어느 날 오래 전부터 의뢰받았던 강연회에 나갔다. 강연회 장소인 ××회관은 나에게는 처음 가보는 장소이다. 주최측으로부터 택시를 보내 왔기에, 운전수에게 맡기고 갔다. 이윽고 차는 멈추고, "xx 회관, 여기입니다" 라고, 운전수는 우산을 펼쳐 나를 건물의 입구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입구는 차에서 내려 수 미터의 석판이 깔린 보행로를 지나 열개가 넘는 돌계단을 올라 가야만 되는 곳에 있었다. "여깁니까!" 나는 무심코 다짐하여 물었다. 그 건물의 유리문 입구가 어쩐지 엉망이었고 건물 전체가 낡았다. 강연회가 열릴만한 넓은 홀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운전수는 여기가 틀림없다고 말하고는 바로 돌계단을 내려가 버린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비 탓인지, 왠지 축축하고,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 들어간 곳은 좁고 안내표시판도 없다. 왼쪽에 엘리베이터가 있지만 몇 층으로 가야할지 몰라 오른편의 계단을 오르기로 했다.
올라가니 2층이 나왔다. 계단이 끝나는 부분에 복도가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복도 대신에 문이 있다. 문을 열면 복도가 있는가 하고 열려고 했지만 열쇠가 채워져 있는지 열리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3층으로 갔다. 그기도 유사한 문이 있다.
이번에는 열렸다. 들여다 보고 당황해서 닫았다. 그곳은 방으로 오십대의 백의를 입은 여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수술용 메스 종류를, 흰 천 위에 늘어놓고 있는 곳이었다. 외과인가 산부인과의 진료실이었을 지도 모른다.
더 위로 올라갔다. 4층, 5층 어느 문도 닫혀 있어 인기척이 없다. 위로 갈수록 끈에 걸린 세탁물이 늘어져 있다. 그 아래를 지나 올라 간다. 6층까지 가보고서 이 건물에는 강연을 하는 홀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이미 도중부터 알고 있었지만, 호기심과 고집, 반반으로 올라간 것이다.)
세탁물을 헤집고, 기듯이 내려왔다. 밖으로 나와 다시 그 빌딩을 보니, "xx 회관"이라고 제대로 써 있다. 악몽을 꾸는 것 같다. 갑자기 다른 차원의 세계에 발을 디딘 것 같은 기분이다. 조금 전 문 바로 앞에서 여자가 반짝반짝하는 수술칼을 흰색 천 위에 늘어놓은 그 광경도 생각해 보면 보통의 장면이 아니다.
한숨 돌리고 돌계단 위에 서서 근처를 둘러 보았다. 비가 계속 내리고 있다. 거리에는 보행자의 그림자도 없고, 차만 오갈 뿐이다.
그때 석판 깔린 길의 왼편에 우천체조장 같기도 하고 홀과 같기도 한 건물이 보였다. 다가가 창문으로 들여다보니 연단에 남자가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앞에 줄지어 있는 백명 정도의 청중은 남성뿐이다.
오늘의 강연은 기업의 여사원 상대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날자를 잘못 알았나? 하지만 택시기사도 나도 함께 틀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면 그 회사의 해당 부서의 담당자의 지시가 잘 못 내려진 것이 된다.
이때부터, 나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라고 하는 경우, 즐거워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불안해서 두근거리는 사람도 있다. 또한 사랑 때문에 두근거릴 때도 있으며 지갑을 잃어버리고 두근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언제나 분노에 의해 두근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나는 그 강연 회장에 들어갔다. 연단의 강사가 나를 보고 한 순간 깜짝 놀란 것은 내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긴장되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뒷쪽 자리에 있던 사람이 뒤돌아 보면서 무슨 일입니까 라고 묻는다. 불쑥 나는 말했다.
"나는 강연을 부탁받아 찾아온 사람입니다만... 여기가 맞습니까?"라고 하니 상대는 눈만 꿈뻑거리고 있다. 그 기업의 이름을 말하면 좋았겠지만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말했다. "그 곳이 어디입니까!" "××회관의 홀이라는데.." "아,그렇다면…" 이라면서 잠시 그 장소에 대해 알려 주었다.
그 홀은 석판길의 오른쪽 편 지하에 있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밖으로 나왔다. 사과는 내가하고 있는데 상대가 황공한 듯한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내 얼굴 표정이 너무 험악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겨우 회장에 도착하니 "어서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라고 남자 한 사람이 나와서 맞아 주었다. "지금, T선생님이 강연중이므로, 이쪽에서 잠시 기다려 주세요" 라고 말하면서 안내를 하였다.
희미한 통로를 통해 안내된 곳은 무대 뒤의 살 풍경한 큰방으로, 더러운 테이블과 파이프로 조립한 의자 두, 세개 뿐. 넓고 황량하다. 무대 쪽에서 T선생의 열정적인 높은 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T선생님의 무슨 강연입니까?" "예절과 그 외, 여자 사원의 마음가짐이라고 하는 것을 말씀해 주시고 있습니다. 5, 6분 후에 끝나니까, 그때까지 잠시 기다려 주시기를..." 라고 말하고 그 사람은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매우 목이 말랐다. 택시의 픽업이 너무 일렀기 때문에 점심 식사 후 차도 마시지 못하고 나온 것이다. 게다가 빌딩의 6층까지 세탁물 밑을 헤집고 기다싶이 하면서 오르내렸다. 그리고 빗속을 어설렁거렸기 때문에 기모노 어깨죽지가 제법 젖어 있다.
"잠시 기다려 주시기를...."라고 조금 전에 말하고 간 사람은, 차를 가져올 건지? 아니면 여직원에게 지시를 했는데 그 여직원이 깜박 잊어 버렸는지? 그도 아니면 찻물을 끓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지? 차 재료가 없어서 사러 갔는지? 소식이 없다.
지금 같아서는 차가 아니어도 좋으니 냉수라도 마셨으면 좋겠다는 심경이 됐지만 아무도 오지 않기 때문에 물 좀 주세요 라는 말도 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강연을 부탁해 놓고 차도 내오지 않다니 이런 무례한 처사가 있을 수 있나! 명색이 여자 직원에게 예절을 가르치는 강의 중이라면서... 여자 직원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자신들이 교육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이젠 '가슴 드근거림'의 단계를 넘어섰다. 분노의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그때 무대 쪽에서 T선생의 아주 활달한 큰소리가 들려왔다. "좋아요, 여러분. 화를 참지 못하면 분노의 얼굴이 됩니다. 화가 나더라도 억지로라도 웃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는 묘한 기분으로 그말을 듣고 있었다. 조금 지나서 그 강의가 끝나고 나의 차례가 되었다.
갈증을 참으며 한동안의 강의를 끝내고 원래의 방으로 돌아왔다. 문득 보니 테이블 위에 차가 놓여 있다. 오, 차. 이번에는 재빠르게 차가 준비되어 있어 기쁜 마음으로 손을 뻗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조금 전의 남자가 당황해 하는 얼굴로 "앗! 그것은...저어 식은 차인데요.. 괜찮겠습니까... 차갑습니다만" 라고 했지만 나는 꿀꺽꿀꺽 마시고 있었다.
그 차는 뒤늦게 내가 연단에 선 후에 나온 차였구나 하고 생각하는 동안에 남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이윽고 다른 사람이 와서 택시가 왔다고 한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문득 생각했다. 그 차는,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T선생이 마시다 남은 것이 아니었는지···. 그러니까 그 마음 여린 남자 직원은 도망쳐 사라졌던 것이다...
화를 참지 못하면 분노 얼굴이 된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른 사람을 '분노의 얼굴로 만드는 얼굴'이라는 것도있지 않을까. 그 연구를 내가 해 보고 싶다.
●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3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3 도둑이야기
왜 이토록 도둑과 인연이 많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도둑과의 사연이 많다. 도둑 중에는 빈집털이를 노리고 들어오는 도둑이 있는가 하면, 우리 집에서 가정부로 가장한 도둑, 방송국의 분장실에서 핸드백의 돈을 실례하는 도둑, 백주대낮에 신발을 신은 채 당당하게 들어오는 도둑(말하자면 강도) 등 여러가지 경우가 있다.
몇년 전, "도둑에게 당하기만 하고 있다."는 글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것을 읽어 보고 찾아 왔다고 하여 채용한 가정부가, "선생님은, 글과 말은 날카롭지만, 마음씨는 너무 고와요" 라고 하더니 얼마 지난 후, 금박의 고급 접시세트부터 말차 찻잔, 자온화상의 걸게 그림, 최상급의 기모노 등, 수백만엔 어치의 물품을 몰래 가져갔다.
그렇게 지독한 가정부 도둑에 비하면, 단도와 모조권총을 가지고 들어와, "사토 아이코 있나! 너가 사토인가!" 라고 겁박해서 내가 "그래 그게 어쨋다는거야!" 라고 말하니 하나도 훔치지 않고 그대로 달아나버린 강도미수범이 그런대로 친근감이 든다.
이렇게 도둑들에게 당하고 있다보니, 마침내 "도둑 면역"이 되어, 도난당해도 태평이다. '형태가 있는 것은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 라는 생각으로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는다.
의무로서 신고하는 일은 있어도, 경찰이 도둑을 잡기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 적은 없다(지금까지의 경험상,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게 자신의 불찰이니, 조심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나무라고 있다.
그렇게까지 알고 있으면서 왜 조심하지 않는가, 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핀찬받지 않더라도 스스로도 왜 그럴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태평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홋카이도 우라카와쵸의 작은 촌락의 언덕 위에 별장을 지었을 때, 이번 집에서는 도둑과 인연이 끊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둑에게 당하는 것은 '집이 가진 기상'(家相) 때문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는 그말을 믿었다.
게다가 현지인 말로는, 이 근처의 사람들은 순박한 사람들 뿐이고 도둑이란 말은 들은 적도 없다. 우리는 외출을 해도 문단속을 하고 나간 적이 없고, 자동차도 문을 잠그지 않는다. 그런 점은 안심해도 좋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런데 도둑 따위는 한 사람도 없어야 할 그 언덕 위의 외딴 집에 역시 도둑이 들어 왔다. 그것도 세차례나. 모두 초봄의 일로, 내가 도쿄에 돌아가 집을 비웠을 때이다. 이것으로 도둑과의 인연은 '집의 기상(家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그런 외딴 곳에 집을 세우면 도둑에게 '어서 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변에서 나의 짧은 소견을 핀찬해도 어쩔 수 없게 되었다. '도둑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들을 초대한 너가 나쁘다' 라고 친구들은 말하고 싶어 안달나 할 것이다.
첫 번째 도둑은 계단 옆의 채광창 유리를 깨고 들어왔다. 그 창은 외부에서라면 상당히 높은 곳에 있지만, 도둑은 그 아래에 있던 프로판 가스통을 발판으로 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레코드 플레이어의 다이어몬드 바늘을 훔쳐 갔다. 그 때의 피해는 그것 뿐이었다.
두 번째는 화장실의 유리 문을 부수고 들어와 벽에 걸어둔 거울을 가져갔다. 그리고 세 번째는 부엌문 위에 있는 채광창 유리를 부수고 들어와, 다시 다이아몬드 바늘과 등나무의자 하나를 훔쳐 갔다.
그래서 나는 추측했다. 이 도둑은 세번 모두 같은 인물로, 다이아몬드 바늘을 두번이나 훔쳐간 것으로 보아 음악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는 아파트에서의 독신 생활을 시작한지 2, 3년이 되었고 가재도구는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거울을 가지고 갔다. 그런 다음 등나무 의자를 훔쳐 갔다. 지금쯤 그는, 그 의자에 허리를 펴고 레코드를 듣고 있을 것이다. 벽에는 훔쳐간 거울이 걸려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아직 독신일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등나무의자는 하나로 만족하겠지만 그사이 아내가 생기면 하나 더 필요해 지기 때문에 내년 초봄이 되면 우리집에 남아있는 나머지 하나의 등나무의자가 위험해 질 것 같다...는 등의 상상력이 솟아나지만 실제로의 대비책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집 주위를 둘러싸게 설치해 두어 닿으면 찌리찌릿하게 하여 깜짝 놀라게 하는 장치 따위는 없습니까?" 라고 하니 경찰관은 쓴웃음을 지으며 "글쎄요, 앞으로는 더욱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면서 경례를 하고 돌아갔다.
"조심해 주세요"라고 해도, 도쿄에 있으면서 어떻게 조심할 수 있는 것인가. 결국은 그런 곳에 집을 지은 내가 나빴다고 평소처럼 자신에게로 원망이 돌아온다.
오월 말의 일이다. 나는 혼자 그 집에 있었다. 어느 날 도쿄의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에 나는 창가에 서서 응답하면서 앞마당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그러자, 앞마당의 앞쪽에 열려 있는 문으로부터, 할아버지인지 할머니인지 모를,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감싼, 몬빼바지 모습의 노인이, 식칼을 한 손에 들고 태연스레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혹은 그 여자)는 창가의 나를 보았지만, 조금도 머뭇거림 없는, 유유한 모습이다.
---순간, 머리를 스친 것은 '마침내 올 것이 왔다!'였다. 그래서 나는 전화 상대에게 말했다. "잠깐 H씨···지금, 식칼을 든 노인이 문으로 들어왔어요···("엣!"하고 놀라는 H씨) 잠깐 기다려 주세요..." 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지 않고 내려놓은채 안쪽으로 달려갔다.
현관과 부엌문의 열쇠를 잠그고 빠른 속도로 창이란 창은 모두 걸쇠를 채웠다. 그런 다음 주전자에 물을 채우고 가스에 불을 붙였다. 만일에 대비해서 ---도둑이 그 식칼로 유리를 깨고 들이닥쳤을 때는, 주전자의 뜨거운 물을 끼얹어, 놀라는 사이에 의자로 내려친다---그것이 순간적으로 생각해 낸 것이다 .
그렇게 한 후 전화기를 집어들고. "여보세요 H씨 지금 집안의 모든 창문을 잠갔는데 도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아무래도 집 뒤로 돌아간 것 같아요. 나는 지금부터 도둑과 싸울 것이니까. 어쩌면 이것이 내 마지막 목소리가 될지도 모르니 잘 들어 두세요."
"아니 지금 무슨 농담을 하고 있는 겁니까" 라고 H씨는 웃으며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어쨌든, 일단 전화를 끊을 터이니 한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없으면,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라고 말하고 막 끓고 있는 주전자를 한 손에 쥐고 밖으로 나가 보았다. 집 됫쪽으로 돌아가 보니 뒤뜰의 잡초 속에 조금 전의 노인이 쪼그리고 있다.
아까 본 노인이 그 식칼로 머위의 밑둥치를 자르고 있다. 그는 산채 채취의 노인이었다. "안녕하세요" 라고 그가 인사하기에, "안녕하세요" 하고 주전자를 든 채, 나도 같은 말로 답했다. 그러나, 무단으로 남의 집에 들어와서, 마음대로 남의 정원의 산채를 채취하다니. 하지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 그는 도둑이 아닐 것이다.
●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4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4 추억 이야기
딸을 상대로 옛날의 추억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귀고름(耳漏)의 다케짱'이라는 소년의 이야기가 나왔다. '귀고름(耳漏)의 다케짱'은 쌈질 잘하고 졸개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우리들 여학생의 귀가길을 가로막기도 하고 귀찮게 따라다니기도 하였다. "공포의 귀고름쟁이 아이" 였다.
“그 귀고름의 타케짱이… "라고 이야기를 시작하자, 딸이 도중에서 말을 끊었다. "귀고름이 뭐예요?" "너, 귀고름이란 말도 모르니?" 나는 놀라며 말했다. "귀고름이라는 건, 귀 속에서, 고름 같은 것이 나오는거야" "더러워!"라고 딸은 얼굴을 찡그린다. "왜 그런 것이 나오는거야?"
"아마 만성 중이염이라는 거 같은데 옛날엔 귀고름, 코흘리개 그런게 흔했단다. 코흘리개 아이의 콧물에도 누런 콧물과 푸른 콧물 두 종류가 있단다. 누런 콧물은 겨울철에 코 아래로 두 줄기의 콧물에 먼지 따위가 끼여서 희끄무레 하게 보인단다.
이 콧물을 옷소매로 쓰윽 닦은 흔적이 뺨에 번들번들 그대로 남아 있는 아이도 있었어. 그리고 푸른콧물은 양이 많고 굵은데 콧물이 콧구멍으로부터 늘어져, 차츰 입까지 내려와, 아, 입에 들어간다!...할 순간에 코로 빨아 들이곤 하는 짓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거야."
"그만해요, 더러워!" 딸은 비명을 지른다.
"그러고 보니"라고 하면서 나는 또 생각해냈다.
"눈곱쟁이 아이도 많이 있었어" "눈곱쟁이는 또 뭐야?" "눈 가장자리가 빨갛게 짓무러져 질금거리는 증세야. 그것을 건조시키기 위해 보라색의 약을 바르기 때문에 눈 주위가 멍이든 것처럼 보인단다."
"별 게 다 있네. 그래 가지고 학교에는 갈 수 있는 거야?" "그럼. 그리고 그 때의 아이들은 대머리도 많았어. 넓적돌 대머리, 동전 대머리, 초승달 대머리, 타이완(지도모양) 대머리····"
"어째서 그렇게 대머리가 많은 거야?" "옛날 남자애들은 모두 머리를 빡빡 깎았기 때문에 대머리가 보인단다. 그러한 대머리는 대부분 종기라든가 상처 따위의 흔적인데..." "옛날 아이들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네. 코흘리개에 눈곱쟁이에 대머리에 마치 요괴들 같네."
"게다가 또 아구창(鹅口瘡: 口角炎) 이라는 것도 있었어" "아구창은 또 뭐야?" "입술 양쪽 끝부분이 허옇게 짓무르는 거야." "마치 요괴영화에 나오는 세계 같네!" "그뿐만 아니야, 동창(冬瘡)에 걸리기도 하고 손이 터서 손가락이나 손등이 벌겋게 되어 갈라지기도 하여 속살이 보이면서 피가 비치기도 하였단다."
나는 점점 신이났다. "그리고 벼룩, 이도 끓고 있어어." "엄마, 이는 또 워야?" "아니, 너는 이도 모르니? 말도 않돼!" “머리 숱에 기생하는 것으로 머리카락에 알을 슬어 머리카락에 하얀 알들이 점점이 붙어 있는 게 눈에 보인단다. 어미이는 두피에서 피를 빨아먹기 때문에 가렵기 마련이란다.
아이가 머리를 긁기 시작하면 부모는 아이의 머리에 이가 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단다.".
"또 이는 머리 뿐만 아니라 몸에도 슬어서 피를 빨아 먹는단다. 이는 뛰지 못 하지만 벼룩은 잘 뛰어서 교실에 앉아 있어도 옆 아이의 옷자락 등에서 팔짝 뛰어서 다른 사람에게로 옮는 위험이 있단다." "엄마는 도대체 어떤 곳에 살았어?"
"효고현의 나루오무라라는 딸기의 명산지"라고 대답하면서 또 생각나는 게 있었다.
"온 마을이 딸기 밭이었어. 그래서 애들은 모두 뱃속에 회충을 가지고 있었단다···" "뭐야? 회충? 뱃속에 벌레가 있다고!" "그래, 벌레, 모르겠니?" "몰라요, 그런 벌레 같은 거"
"회충은 큰 지렁이 모양의 희끄무레한 벌레로 길이가 20센치에서 큰것은 30센치 크기로 뱃속에서 그 수가 점점 증가하는거야. 그리고 뱃속이 회충으로 가득 차게되면 회충은 장에서 위를 거쳐 입으로 나오게 되는 경우도 있어" "엣ー" "학교의 복도에 그런 회충이 떨어져 꿈틀대고 있었던 적이 있었어" "꺄악~! 하지만 왜 그런 벌레가 뱃속에 있는 거야?"
"옛날에는 화학비료가 없었고, 분뇨를 비료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알겠니? 분뇨비료는 인간의 똥오줌을 말하는 것이야. 어휴 이렇게 일일히 설명을 해야 하다니 참 한심하다. 그런데 그 분뇨에 회충의 알들이 섞여 있는 거야. 그것을 채소, 딸기에 뿌리니까 딸기를 먹을 때는 잘 잘 씻어야 한다고 어른들은 말하지만, 학교를 오가려면 반드시 딸기밭을 지나기 때문에, 남학생들은 대부분이 몰래 따서 그대로 입에 넣어 버린단다. 회충의 알은 그대로 뱃속에 들어가 버리는 거야. 회충은 점점 늘어나고, 그 중에는 서로 얽혀서 공처럼 뭉쳐져 나오는 것도 있었고···"
"꺄악!" "가장 긴 것은 1미터나 되서 기네스북에 올리고 싶은 것도 있었고" 라고 하니 딸은 말문이 막혔는지, 얼굴만 찌푸리고 있다. "회충이 있으면 먹은 것의 영양분은 모두 회충이 취해 버려 점점 몸이 말라 비틀어지게 되고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져 계속 먹어댄단다.
부모는 아이의 안색을 보고, 아주 말라 비틀어 졌구나, 아무래도 회충때문이 아닐까 하고 그제야 눈치채게 된다, 그러고 보니 귀고름쟁이 타케짱도, 체조 시간에 입으로부터 회충이 나와, 선생님이 잡아당겨 꺼내 준 적이 있었다고 들었단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무렵의 아이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시기였다.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참고 견뎌내야만 했다. 아이들이 참고 견뎌야하는 것은, 부모의 몰이해만이 아니었다. 참고 견디는 것도 남모르게 스스로 하면서 몸에 베게 되었다. 그것이 옛날의 아이들이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견디고, 무엇에 의해 단련될 수 있을까! 회충도 모르고 눈곱쟁이도 모르고 빡빡깍기 머리 때문에 보는 대머리도 없고, 맥없이 비실대는 꼴들이라니... 하고 외쳐보니 만감이 교차하여 눈시울이 붉어지고 귀고름의 다케짱에 관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5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5 친구와의 대화
부동사라는 절의 스님과 나는 십년 이상의 친분을 가지고 있다. 부동사는 신관이라고 하는 마을의 신관천 부근에 있다. 그 강에서 잡귀에 들린 여인에게서 잡귀를 물리치는 스님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스님은 하얀 훈도시를 차고 강에 들어가고, 잡귀에 들린 여인도 즈로스 하나의 알몸으로, 강 한가운데에서 스님과 마주한다. 여인의 머리 위에는 거적이 얹혀 있고, 그 위에 계란과 튀김이 놓여 있다.
스님은 한 손을 여인의 어깨에 집고 목소리 높게 경문을 외운다. 끝난 후 그 내용을 물으니 그것은 "부동 명왕의 진언"과 "용신의 진언" 이라고 했지만, 내 귀에는 이해부득의 말로만 남아 있다.
그리고는 스님은 힘차게 주문을 외운 후 '에잇!' 이라는 기합과 함께 여인의 어깨에 둔 손에 힘을 넣어 여인을 강물 속으로 밀어 넣었다. 여인은 머리까지 물속에 잠겼다가 한순간에 끌어 올려짐과 동시에 머리 위의 계란과 튀김은 강 아랫 쪽으로 흘러갔다.
그래서 여인에게 붙어있던 잡귀는 떨어졌다. 여인이 머리까지 물 속으로 들어가면 잡귀는 익사해 버리고만다. 잡귀는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머리 위의 거적에 올라 타고, 그대로 강 아래로 흘러간 것이다.
그것을 보고 나는 완전히 감탄해 버렸다. 그 전까지는 눈을 치켜뜨고 팔짝거리기면서 뒤뚱거리기만하던 여인의, 강에서 뚝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온화하고 환한 얼굴로 바뀌었다. 그녀는 젖은 머리카락을 닦아서 가볍게 정리하고, 절집에서 수줍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할 때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비웃는다. 반론하는 것도 바보같다는 듯한 얼굴을 한다. 하지만 뭐라고 해도 그것은 실제로 내가 이 두눈으로 본 정경인 것이다.
나와 스님은 "약 기피"라는 점에서 서로 닮은 꼴이다. 특히 스님은 "항생제가 뼈를 녹인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으며, 예를 들어 씨없는 포도, 그것은 항생제를 주사했기 때문에 씨가 없다. 그런 것을 먹고 있으면, 인간도 머잖아 씨가 없어져 버리게 된다고 히지만, 그 의견에는 나는 단지 듣기만 하는 입장에 머물고 있다.
언젠가, 나는 산책 도중, 부주의로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자갈길에 넘어지면서 짚은 손바닥이 벗겨져 피가 배었다. 그 찰과상은 별 것 아니었지만, 손을 집을 때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을 접질렀기 때문에, 점점 부어 올랐다. 글 쓰기를 업으로 하는 나에게는 중요한 오른손이다. 게다가 전부터 건초염 증세가 있는 오른손이다.
병원 싫어하는 나도 서둘러 동네 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고는 별로 걱정할 것은 없다고 말해 안심하고, 돌아가려고 하니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손바닥의 찰과상을 소독하고 도포제를 바르고 붕대를 감는다. 게다가 봉지가 꽉 찰 정도의 복용약을 주었다. 그러면서 진통제와 화농방지제라고 한다.
"기껏 찰과상 정도에!"라며 나는 스님에게 가서 나의 기분을 토로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스님은 몹시 화를 내면서, 나의 기대대로, "당신 멍청이 아닌가!" 라면서 "그 정도의 상처는 침 한 번 발라 두면 될 일을!" "나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의사선생님은 만약 화농이라도 한다면 않된다고...해서"
"침 속에는 세균을 죽이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개나 고양이도 상처를 입으면 상처 부위를 혀로 핥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요"
"우리 어릴 때에는 부딪혀 혹이 나거나 상처가 생겨도 침 한 번 발라두면 그걸로 끝이었어요."
"그래요. 넘어져 생긴 조그마한 상처의 화농을 두려워한다면 살아갈 자격이 없는거요."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라며 서로 죽이 맞았다.
십년 정도 전에, 나는 담낭에 돌이 생겨, 피곤할 때 반드시 담낭염을 일으켜 고통을 겪었다. 여러가지로 손을 써 보았지만, 수술 외는 방법이 없다는 전문병원의 진단 결과가 나와 머뭇거리던 중 그전에는 싫어했던 무즙과 토마토가 먹고 싶어졌다.
그 외에는 밥도 고기도 생선도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무즙과 토마토만 먹었다.
중독이 될만큼 계속 먹다보니 어느 새 통증이 저절로 사라져버렸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내 속에 내재한 자연치유력이 발동하여 나에게 토마토와 무즙을 먹게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몸에 나쁜 것은 "먹지 말라"라고 주의받기 전에
"먹고 싶지 않게 된다...." 원래 동물은 그렇게 건강을 유지해 온 것이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그말이 맞다. 개나 고양이를 봐. 그들은 배탈이 나면 푸른 풀을 먹고 좋아진다. 나도 그와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나는 개나 고양이 부류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약 주사 의사 수술 등 타인에 의존하고 있는 사이에 본래 가지고 있던 자연치유력이 마멸되어, 비록 현대인은 장수는 하고 있지만 병약해져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몸에 이상이 생겨도 병원에 달려간다. 그 때문에 병원은 언제나 행사장처럼 사람이 모여 있고, 겨우 진찰 순서가 돌아왔을 때는 지쳐서 내려 있던 혈압도 오르는 양상이다. 그것도 모르고, 뭐 혈압이 200! 큰일이다! 생각치도 않던 혈압 수치에 다시 혈압이 오른다.
"그래요 그래, 병원은 안돼"라며 둘은 더욱 죽이 맞는다. "일반적으로 담석 따위는 수술할 필요 없어요. 제일 간단한 방법은 당낭 부위 위에 판자를 얹어놓고 위에서 힘껏 내려치면 되요."
"뭐라고요!" 그말에 나도 놀랐다. "힘껏 내려치면 되요" "그래요?" "그러면 담낭 속의 돌이 부서져 버리는 겁니다." "···?" "내려칠 때 판자를 사이에 두고 내려치면 펑하는 울림이 생겨 효과가 배가되는 겁니다. 그정도는 손쉬운 일입니다." "···?"
"그러면 담낭 속의 돌이 조각 조각 부서진다. 그 뒤는 간단하다. 저절로 소변에 섞여 나오게 되는 겁니다···" "그렇군요···" "부서진 돌은 모서리가 뾰족해져서 소변으로 나올 때 아파요." "어떻게 아픕니까?." "어떻게 아프다니? 생각 보다 많이 아플 수 있어요.
차후 돌이 생기게 되면 내가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네에, 그런데..." "그정도는 잠깐만 참으면 별일 아닙니다." 지인과 교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6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6 혼잣말
언제쯤부터인지, 혼잣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의 딸은 이름이 교코인데
"교코" "교코짱" 하고 부르고 있다 혼잣말이므로 별 용무가 있어 부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네"하고 대답을 하거나, "왜요?"라고 하면서 오면, 금방 왜 불렀는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혼잣말이야"라고 하면 좋을 것을 왠지 그 말이 나오지 않는다. 어쩌면 창피해서 그런 것 같다. 딸이 어릴 적에는 적당히 둘러대도 잘 먹혔지만, 성장함에 따라 금방 들통이 나버린다. 정색을 하고 "네 무슨 일이에요? 방금 나를 불렀잖아요?" 하면서 끈질기게 물어 오는 것도 나를 화나게 한다.
그렇다고 화를 낼 수도 없는 일이다. 혼잣말은 유전하는 것인지 나의 아버지도 줄곧 혼잣말을 하곤 했다. "아이짱아, 아이짱아"하고 틈만나면 부르고 있어 손님이나 단골가게에서 온 출입자 등이 그 소리를 듣고, "사토씨의 집에 들릴 때마다, 주인 어르신이 막내 아가씨의 이름만 부르고 있는걸 보니 막내 아가씨를 너무 귀여워하나 봅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무렵은 나도 아버지의 혼잣말에 대해 일부러 대답을 하고 곤란하게 하곤 했다. 서재나 정원에서 "아이짱아"가 들려오면 "네-" 하고 서둘러 가서 쭉 얼굴을 내민다. 아버지는 지금의 나처럼 얼버무리려고 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조금 못마땅하게 말한다. "그래요?" 라고 말하고 돌아와 다음 "아이짱아"하고 부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는 "아이짱아" "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얼굴을 내민다. 마침내 아버지는 "뭐야, 짜증나게. 모처럼 혼잣말을 즐기고 있는데" 라며 화를 내곤 하였다. 아버지의 혼잣말은 "아이짱아"에서 "어땠어? 어떡해?"로 바뀌었는데 나도 요즘은 "쿄짱"에서 "짜증나! 도대체 뭐라하는거야!"로 바뀌어 갔다.
요전날, 강연으로 아사히카와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좀 무리한 강행 스케줄로 피곤해 멍하게 공항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눈앞을 3살 정도의 소녀를 데려온 젊은 엄마가 걸어 가고고 있다. 그 때 엄마가 너무 빨리 걷기 때문에 소녀가 넘어저 울음을 터뜨렸다. 그대로 울음을 계속 멈추지 않는다. 먼 옛날 풍경을 보고 있듯 하던 나는, 문득 제 정신으로 돌아와,
"짜증나! 도대체 뭐라하는거야!" 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옆에 있던 사람이 이상하게 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그 낯선 사람에게 "지금 한 말은 내가 평소의 하는 혼잣말입니다" 라고는 말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혼잣말이란 뭔가 부끄러운 일을 생각하고는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상황을 얼버무리려고 하는 말인 것 같다. 몇 사람의 작가가 혼잣말을 하고 있는 자신에 관해서 그렇게 표현한 것을 읽은 기억이 있어 조금은 위안이 된 적이 있다.
아무래도 글쓰는 사람에 중에 혼잣말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글쓰는 사람은 부끄러운 일을 많이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부끄러움에 민감한 것일까, 확실히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속에도 "도와줘-"라는 혼잣말을 하는 자신에 대해 쓴 것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린 시절, 적어도 30대, 40대 때의 혼잣말이어서 60대가 되면 혼잣말의 질도 바뀌어서, 어떤 의식도 없이, 그냥 멍한 상태에서 무의미하게 중얼거리는 형태가 된다. 이것은 노인성 치매의 초기 증상으로 혼잣말을 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비로소 이를 인지하게 된다.
그러다 차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자신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게 된다.
지난 여름, 홋카이도의 나의 집에 키타-모리오 씨가 놀러 왔다. 나의 집은 산 위의 외딴 단독 주택으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외국 영화의 비디오 필름을 몇 개 준비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공포영화의 걸작이라고 믿고 있는 "샤이닝"을 골라 키타 씨에게 틀어 주었다.
그 영화가 어떻게 걸작인지를 설명하고 싶지만 원고 매수의 형편상 단념하기로 하고, 여기에서는 단지 콜로라도의 폭설에 덮인 산 속에 겨울 동안 폐쇄되어 있는 대형 호텔의 관리인이 수년간에 걸쳐서 악령에 씌여 처자를 죽이려고 하다가, 결국 눈 속에서 죽게 되는 이야기라고만 설명해 두겠다.
그런 줄거리이기 때문에 화면에는 몇 년 전에 죽은 쌍둥이 소녀와 노파의 유령 등이 출몰한다. 또한 유령들도 왁자하게 떠들어 대고 1920 년대의 큰 홀도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과 병행하여 악령에게 씐 주인공이 점차 광기에 빠져가는 것이다. "음, 이건 걸작이다, 이거 정말 재미있는영화군요··"
키타 씨는 그렇게 감탄의 말과 함께 보면서도 "저것은 유령입니까? 저것은 언제 죽은 사람입니까?" 라는 등 때때로 질문도 한다.
그러면 나는 "그러니까 이것은 전 관리인의 유령이고. 그전 관리인도 처자를 죽이고 자살해요" 라고 설명해 준다.
"아아, 그래요. 과연, 그렇군요, 이것 참으로 무섭군요 무서워요…" 그렇게 말하면서 화면에 빠져들고 있던 키타 씨는 돌연 "사랑해요"라고 말했다. "에? 뭐라 했어요?"라고 물었지만 대답이 없다. 화면은 드디어 광란의 관리인이 도끼를 들고 자신의 아들을 마구 쫒아가는 장면이 되었다. 보는 사람 모두가 침을 삼키는 장면이다. 키타 씨는 말했다.
"사랑합니다 ..." 영화가 끝날 때까지 모두 6회, 키타 씨는 "사랑합니다 ..."라고 중얼거렸는데 나중에 들으니 그게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키타 씨의 혼잣말이었다. 어떤 때는 호텔 엘리베이터 속에서 갑자기 "사랑합니다."라고 중얼거려 놓고는 엘리베이터가 열린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한 얼굴로 서둘러 걸어가 버린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문득 생각난 수치스러움을 얼버무리기 위한 혼잣말인지 아니면 멍한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온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짜증나! 도대체 뭐라하는거야!"와 "사랑해요"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까?
●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7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7 하늘을 나는 글자
홋카이도의 별장에 머물고 있는 여름 동안, "원고는 어떻게 보내 주실 겁니까? 팩스로 보내주실 겁니까?"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지방 거주의 작가에게는 팩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나는 팩스입니까? 라고 물어 오면 "나는 팩스를 사용할 정도의 현대식 작가가 아닙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답한다. "팩스입니까"라는 말만 듣고도 퉁명스레 나오는 나의 응대에 상대가 민망해 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해 버리고 만다. 팩스, 워드프로세스, 퍼스널 컴퓨터 따위는 모두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다.
싫어하는 것은, 그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몇 번이나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내게는 당연한 일인데 그런 것이 세상에 만연하여, 마치 전등 스위치를 조작하듯이 모두가 쉽게 사용하고 있는데, 나 한 사람만이 그 정도도 모른 채 외톨이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불쾌해서이다.
나의 돌아가신 어머니는 자동응답전화기와 전화일기예보의 원리를 몰라, 자동으로 말하고 있는 전화기에다 대고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인사말을 하는 것을 보고 딸과 함께 웃은 적이 있었는데 지금 내가 꼭 그 모양이 되어 가고 있다. 참 한심한 일이다. 요즘 흔히 듣는 "시대의 낙오자"란 말이 내게도 해당하는 말인가 보다.
여름의 어느 날, 나는 여유롭게 긴 의자에 누워
텔레비전의 "도야마 킨상(에도 때의 시대극)"을 보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뭔가 절박한 듯한 높은 톤의 목소리로 대담의 최종본 원고를 체크받고 싶은데 속달로는 늦기 때문에 혹시 그쪽에 팩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묻는 전화였다.
팩스! 들을 때마다 심퉁이 생기는 그 팩스가 있는 곳 따위 알고 있을 턱이 없다.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나로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 그래서 "여기는 시골이기 때문에 그런 것 없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 "속달로도 안된다고 하니 최종본 원고 체크 없이 그대로 마감해 주세요"라고 했더니 상대방은 흥분한 듯이 "그럴 수 없습니다. 꼭 최종본을 체크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부르짖듯이 말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당신네 쪽은 내일까지 필요하다니까.
"대개 그렇게 마감이 임박해서 최종본 원고를 체크하도록 하지 않게 하는 것이 편집자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경우도 이때까지 팩스 따위 사용할 필요 없이 마감시간 전에 항상 여유있게 최종본을 받아 수정하여 보냈지 않았습니까!"라고 투덜투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또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팩스가 있어요"라고 외친다. "뭐,팩스가 있어! 어디에?" "그쪽 읍내 우체국에 전화를 했더니 우체국에는 팩스가 없지만 NTT에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며 확인하여 드리겠다고 대단히 친절하게..."
아니, 우체국 사람 괜한 짓을 해 가지고... "그래서 지금 확인 했다고 연락이 왔는데, NTT에 있다고 합니다만..." "그래서 지금 바로 보낼 터이니 죄송하지만 받아 보시고 수정하신 후 다시 팩스로 보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NTT에 받으러 가야 하는 것입니까?"
"우체국 쪽에서 받아 가지고, 선생님 댁에 전해 주실 것 같습니다. 정말로 친절한 우체국으로, 감격했습니다... 그럼..."
얼마 후 언덕 위로 올라오는 붉은 색의 우체국스쿠터가 보였다. "믾이 기다렸지요." 라고 변함없는 상냥한 얼굴로 말한다." "네, 수고 많으십니다. 우체국의 일도 아닌데 일부러 이렇게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라고 사과한다. 그런데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바로 원고를 받아 읽고는 수정의 가필을 하였다.
거기까지는 좋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이것을 팩스로 보내야 한다. 딸의 운전으로 읍내의 NTT에 갔다. 마을의 중심지에 가는데 버스를 이용하면, 2시간에 1대 밖에 없는 것이다. 자가용 차라면 20분 정도 걸린다. 긴장하고 NTT에 들어갔다.
"저어, 팩스를 좀 사용하고자 합니다만.." "네~네, 사용하세요."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한 사람들 뿐이다. 하지만 "네~네 이쪽에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사용해야 합니까?" 라고 '물어보기도 민망해서' 라기 보다도 부끄러워서 "그럼 이것을.." 하고 팩스기에 다가갔다.
그렇게 하면 저쪽에서 먼저 다가 올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예상대로 다가온 남성 직원은 원고를 받아 들고는, 아무리 보아도 묘한(내겐 그렇게 밖엔 표현할 수 없는) 기계 사이에 원고의 한장을 끼워 넣었다. 원고지가 술술 사라져 가자 그때 나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사라져 간다"라고. 왠지 그렇게 밖엔 생각되지 않았다.
"붉게 쓴 글자가 많군요? 이 붉은 글자, 잘 나올까?" 라고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 순간, 나는 외쳤다. "아, 복사를 해 두는 것을 잊었다!" 그러나 그 남자 직원은 별 반응을 하지 않고 두번 째 원고를 팩스기에 넣으려 하고 있다.
"잠깐 기다려주세요! 복사를 해 두지 않았어요! 만약 저쪽에서 붉은 글자를 읽을 수없다고 했을 때 복사본이 없으면 곤란 해요! 아, 어쩌지! 뭔가 필기할 수 있는 거 없을까요?, 볼펜, 그리고 종이 좀 빌려 주세요··"
혼자서 법석을 떨었다. 상대방은 의아스럽게 시끄러운 나를 보고만 있다. 뒤쪽의 책상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모두 나를 향해 의아한 표정의 얼굴을 하고 보고 있다. 그때 뒤에서 딸이 말했다.
"괜찮다니까요, 엄마. 진정하시고 이것 좀 봐요. 제대로 이렇게 나오잖아요?" 딸은 멍해있는 나를 정신차리라는 듯이 밀했다. "종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단지 글자만이 보내지는 것이예요." "뭐야, 글자만 보내진다고!" 무슨 그런 조화가 다 있단 말인가!
"너가 화를 내도 어쩔 수 없다. 어쨌든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NTT 사람들은, 도대체 내가 왜 갑자기 흥분하고 떠들썩한 것인지 모르는 채로, 인상 좋게 웃으며 나를 배웅해 주었다 . "엄마는 원고 용지가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했지요? 그렇죠?"
나는, 묵묵부답.. 대답하고 싶지않다. "놀랐지요? 원고용지가 하늘을 날아 도쿄에 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요? 그렇죠? 설마 아무리 나이 든 엄마라고 해도" 실은 그럴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8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8 마음가짐의 자세
홋카이도의 나의 여름집에, 스기우라-타카아키 (1945년생男탈랜트) 씨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놀러가도 좋습니까? 2박3일 정도로" "그래 좋아요." "감사합니다. 그럼 찬거리도 만들어 갈께요. 무를 넣은 닭뽁음은 어때요?" "그래 좋아요." "그밖에 먹고 싶은 것 있습니까?"
"이곳은 생선은 신선하지만, 채소는 그렇지 못합니다. 모두 자급자족하니까, 가게에서 팔고 있는 채소는 시든 채소 뿐입니다." "그렇군요. 그러면 참고하여 준비하겠습니다." 남녀가 바뀐 것 같은 대화가 있은 며칠 후 스기우라-타카아키 씨가 도착했다. 그는 이름 첫자가 "스기"여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란 뜻으로 "오-스기"라고 부르기도 하는 사람이다.
"우엉볶음도 만들어 왔어요." 라면서 반찬통을 꺼낸다. "그리고 이것은 무 넣은 닭볶음. 맛 좀 봐 주세요." 나는 손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음- 제법이네" "맛있어요 맛있어" 라면서, 내가 마치 여자가 만든 요리를 평가하는 남자가 된 기분이 들어버렸다.
스기 씨는 모여성잡지의 여성편집자와 남성 카메라맨을 대동하고 왔다. 그는 놀이를 겸하여 한편으로는 대담도하여 놀이가 일이 되어 버리는(아니면 일이 놀이가 되어 버리는?) 그러한 장기를 가지고 있다.
대담 따위 내일 해도 괜찮아요 라고 하여 주연(酒宴)의 준비를 시작한다. 주연의 준비라고 해도 손님으로 온 스기 씨가 모든 것을 마련하기 때문에 우리는 옆에서 멍하니 보기만 하고 있다. "그런데 피망 없어요? 피망" 라고 스기 씨는 부엌에서 외치고 있다.
동내의 잡화가게(냄비, 채소, 고무짚신, 고기도 팔고 있음)에는 피망 따위는 팔지 않으므로 가족 한 사람이 차로 15킬로미터 달려 피망을 사러 갔다 왔다.
사 온 피망을 스기 씨는 손에 들고 자세히 살펴본 후 "응, 글쎄, 이정도라면 괜찮을 것 같다." 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마치 베테랑 주부 모습 같다. 그런 다음 스기 씨는 피망을 둘로 잘라 뜨거운 물에 넣는다.
"이렇게 따뜻한 물에 담갔다 꺼내면 색깔이 깨끗해지고, 허물허물해지지 않게 됩니다. 그렇죠?" 라고 딸에게 말하면서, 또 하나의 밀폐용기를 꺼냈다. 안에 있는 것은 저민고기를 반죽한 것으로 즉 고기채운 피망을 만들려고 그녀(! ?)는 저민고기까지 준비해 온 것이다.
스기 씨의 수제 요리와 근처의 어부가 가져다 준 오징어와 볼락의 생선회 등을 테라스의 테이블 가득 차려 놓고 주연이 벌어진 그날은 해는 어느 정도 기울고 있었지만 아직 어두워 지기에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바다는 온화하게 반짝이고 머리 위에는 커다란 솔개가 날고 있다. 우선 맥주로 건배를 한다.
"와~행복해! 이런 손님이라면 대환영! 매주라도 오세요!" 라고 나는 조금 들떠있다.
스기 씨는 "와인 지금쯤 차가워 졌겠죠" "생선회 정말 맛있어요, 들어 드릴까요" 라면서 주위에 신경쓰기 바쁜 모습이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
"저기, 돼지고기 구운 것 있었을거야. 그걸 잊었어. 지금 내와도 될까요?" 라고 하는 내 말에 스기 씨는 "그것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어디까지나 자기가 이집 안주인 같다.
그 밤과 다음 밤, 스기 씨는 마을의 작은 여관에 묵었다. 내 집에서는 손님용 방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스기 씨는 폐를 끼치기 싫다며 여관에 방 세개를 잡고 새벽녘에 여관으로 자러 갔다.
다음날은 우리 집에서 대담을 하게 되어 있다.
정오가 지나 3명이 왔다. "그 여관, 어땠어요? 잘 잤어요?" "네, 잘 잤습니다만, 방 하나는 냄새가 났어요. 화장실이 가까이 있어서 그기에서 냄새가 났어요." 라고 스기 씨는 말했다.
"그래서, 한 방에 둘이 함께 잠을 자게 되었는데.." "카메라맨과 스기 씨가 함께 잤어요?" "아니요." "아니라니?" "나와 S씨(여성 편집자)가 한방을 썼어요." "엣- 정말로?" S씨는 곁에서 웃고 있다. 스기 씨는 말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남자와 함께 한방에 잠을 잘 수야 없지 않습니까." "역시!" 하고 무릅을 치니 "이것이 오카마(여장 남성)의 마음가짐" 이라고 스기 씨는 능청스레 말했다.
그 후, 나는 도쿄에서 어느 초로의 남성 몇 명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고, 이런저런 잡담을 하던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요즘은 전혀 여자다운 여자라는 게 없어졌어요." "그래요. 여성미를 가진 여자도 없어졌어요. 회사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휴지통을 발로 끌어당기지를 않나.."
"우리집 딸도, 아빠, 화장지 가져다 줘요 라는 등 화장실 안에서 심부름을 시키지 않나” "그보다 호텔의 호스테스가 더 심해요. 손님 앞에서 치질로 항문이 아프다는 따위의 말을 태연하게 하는 걸 보면 아예 소양이 없어요."
"그러면서 서비스를 한다고 하니 한심하지요?"
"아니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였는데 꺼리낌없이 말하는 것이 속이 편해서 좋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요. 역시 가정교육이 나빴기 때문이 아닐까요?" 라고 하며 초로의 그틀은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역시 시대의 추세가 그런가 봐요. 여자가 여자답게 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게 된 것처럼, 남자도 남자답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여자이기 때문에 여자답게, 남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자답게되는 것이 아니고, 역시 노력해서 여자답게, 남자답게 되어 가겠지요."
"지금은 모두 흐름에 따라 가겠지요?"
"지금, 노력하고 있는 것은 오카마(여장 남성) 씨 뿐입니다." 라고 스기 씨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 "음~우리집 딸아이에게도 들려 주어야겠다." 며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09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09 자연과의 친화
64세의 신춘을 맞이하여 생각하는 것은 단지 새로운 한해를 무탈하게 보내고 싶다는 것 뿐이다. 아~ 나도 벌써 이런 연두소감을 피력하는 나이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감개가 무량하다.
작년까지는 이러한 소감 따위는 조금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연말연시를 바쁘게 보내면서 전선의 병사들 모양 본분에 충실하며 아득바득 한해가 저물고 새해를 맞이하곤 했다.
"한해를 무탈하게"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나의 에너지가 노쇄해 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세계 속 평화의 기조가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는 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에이즈의 발생과 세계 각지에서 빈발하고 있는 대지진과 화산 폭발은, 우리 인간들의 "우리에게 불가능은 없다."라는 과학에 대한 신봉과 자신감과 오만함에 대한 조물주의 경고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미하라산(이즈大島소재-1986년大분화)의 분화를 '神火(신성한 분화)'라고 하였던 것은 인간의 마음 속에 조물주의 힘을 경외하는 겸손함이 있었을 때의 일이다. 멀리서 분연을 바라보며 두려워하고 경배하는 마음을 가졌던 인간들은 이윽고 산을 깍아서 길을 내고 차를 달리게 하여 가까이에서 분화를 구경하게 만들었다.
미하라산이 폭발했다는 소식에 관광객이 몰려들어 현지주민들은 영업이 번창하게 되어 기뻐한다고 한다. "神火이기 때문에 우리를 지켜 준다." 라고 현지인들은 말하지만, 산의 입장에서는, "자기네 좋을 때만 신화(ご神火), 신화하면서 추켜세우지 말라." 고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홋카이도의 우리 집은 초원을 내려다 보는 풀이 무성한 산언덕의 외딴 집이다. 겨울엔 바다에서 불어 오는 바람과 히다카산맥으로부터 몰아치는 바람이 맞부딪혀서 눈앞이 눈보라로 뒤덮이는 그런 집이다. 덧창과 2중유리로 된 창문을 설치하고 있어도 창틀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커텐이 흔들린다.
물은 얼어붙고, 불타고 있는 스토브에서는 굴뚝을 통해 울려오는 바람소리가 윙윙하고 하루 종일 소리를 내고 있다. 얼굴도 씻을 수 없고 차 한잔도 마실 수 없다.
처음 경험하는 홋카이도의 겨울이었다. 방은 스토브를 계속 때서 겨우 온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한 걸음만 방을 나오면 틈새로 들어오는 한풍 때문에 욕실이나 화장실에 갈 때는, 한달음에 복도를 지나가야만 한다.
하필이면 이런 곳에 집을 지었나 하고 후회하면서 얼굴도 씻지 않은 채, 차를 마시러 눈덮힌 언덕길을 걸어 마을까지 내려 갔다. "하필이면 그런 곳에 집을 지어 고생이 많으십니다." 차를 끓어 주면서 마을에 사는 어부가 말했다.
"풀이 무성한 그런 산언덕이라면 여우도 내려 왔다기 도망갈 겁니다." "우리집 뒤의 공터에 집을 세웠으면 좋았을 텐데." "그랬으면 겨울에도 편히 생활할 수 있을 텐데.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해결돼요."
계속되는 어부의 말에, 나는 "음~"하는 신음 소리와 함께 잠시 기운이 빠지는 듯 했다. 돈만 있으면 뭐든지 해결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라는 이유 뿐만이 아니고 돈을 들여 겨울에도 편히 살 수 있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힌다! 그 때 나는 바람과 눈(雪)에게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이윽고 봄이 왔다. 홋카이도의 봄은 5월이다. 눈이 녹고 북풍은 진정되고 말랐던 나무에 조금씩 푸른빛이 비쳐고 있다는 소식에 띠라 나는 북해도의 집에 갔다. 이미 화장실 가는데 복도를 빠르게 걸어 지나가지 않아도 좋을 정도로 날씨는 많이 풀려 있었다.
산기슭으로 내려가는 산길에는 토필이 줄기를 뻗고 있고 들길에는 노란 꽃들이 자라고 있다. 언제나 머무는 동안 목장에서 데려오는 개인 시로를 데리고 산책에 나섰다. 시로는 도쿄의 우리 집에서 태어나 새끼 때에 이곳으로 데려와 근처의 목장에 키워달라고 맡겨 둔 개다. 우리 집이 있는 풀숲산 부근에는 목초지의 초원이 있어, 나는 거기를 개와 함께 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때도 시로의 뒤에서 달리고 있던 나는, 초원의 끝자락에 늪이 있다는 것에 생각이 닿았다. 그곳은 자주 가고 있던 장소이지만, 언제나 계절이 여름이었기 때문에, 늪의 주위에는 무성한 떡갈나무와 갑제풀의 잎이 늪을 가리고 있었다. 시로를 부르며 이직 잎이 없는 떡갈나무 가지 사이로 문득 눈길이 닿는 순간 순백의 늪의 바닥이 나의 눈을 흐리게 하였다.
----5월이라고 해도 아직 늪의 바닥에는 눈이 남아 있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고 멈춰서서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그리고 나는 무심결에 감탄의 소리를 내고 있었다. 눈이라고 생각한 것은, 물파초의 꽃이었던 것이다. 군락하고 있는 물파초의 나팔형으로 핀 꽃이랑 두손으로 합장하고 있는 듯한 모양의 흰 꽃봉오리가 틈새 없이 늪의 바닥을 메우고 있다. 하나같이 순백하고, 무심하게 피어 있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그 순백색 융단의 아름다움에 대한 놀라움보다는 아니, 이런 곳에도 봄이 제대로 와 있다는 감동이었다. 그 늪의 바닥에 이렇게도 아름다운 물파초 군락이 있다고는, 현지의 누구도 모르고 있음이 틀림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의 눈에도 닿지 않고, 5월이 오면 여기에 물파초는 피었다가 또 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사람에게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하듯이, 이 늪의 바닥에 모여, 몇 년이나, 몇 번이나, 피고 지기를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꽃은 사람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피는 것이 아니고 단지 무심하게 조물주의 뜻에 따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그 늪의 물파초의 존재를 마을사람들에게 알릴까 말까 고민했다. 어쩌면 나의 한마디로, 늪바닥의 물파초가 뿌리째 없어져 버리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감동적인 아름다움을 자신 혼자만의 가슴에 간직하기에는 너무 벅찬 감동이어서 마을을 향해 산을 내려갔다.
"그 아름다움이라니..심장이 멎을 것 같았어요" 라고 말했으나 동네 사람들은 "그래요? 그랬군요" 라는 반응 뿐이었다. "그 쪽은 옛날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있었어요. 흑백합도 가득 피었고요." 라고 말하는 한 할머니 외는 누구도 믈파초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어디 어디 한번 보러 갈까, 하고 일어서는 사람도 없다. 어디에 있는 늪입니까 라고 묻는 사람도 없다. 꽃과 사람과의 친해지는 법이 원래 이런 것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물파초가 늪의 바닥에 피어 있다. 그런가, 올해도 피었군. 좋군...그렇게 중얼거리고 지나간다. 꽃은 꽃, 사람은 사람이다. 꽃은 사람 에게 보이기 위해 피는 것이 아니다. 문득 보니, 거기에 피어 있다····이것이 조물주가 바라는 꽃과 사람과의 본연의 존재 이유인 것 같다.
● 사토아이코의 "뭐가 우습나" 10
何がおかしい(2020 佐藤愛子)
10 또 한 사람의 사토 아이코
어느 날 점심 시간에 전화가 울렸다. 가정부가 수화기를 들자, 남자의 목소리가 "사토아이코 씨 있습니까?" 라고 한다. "누구십니까?" 라고 묻자, “미야케준입니다” 왠지 위엄 있게 하는 말투에 가정부는 문단의 중요한 분의 전화라고 생각하여 서둘러 그 내용을 내게 전해 주었다..
미야케...미야케...누구일까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수화기에 다가가, "네, 사토입니다만" 하니 "미야케입니다" 하고 조금 뜸을 들인다. 이렇게 뜸을 들이는 것은 내가 당연히 상대의 이름을 알고 있어서 "미야케입니다" 라고 한 마디 하면 바로 응답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서 나는 초조해 졌다. 그 이름에 기억이 없기 때문이어서이다.
요즘 갑자기 기억력이 감퇴하여, 실은 그 전날도 "아오야마"라고 하는여성 편집자를 향해 "다나카씨, 다나카씨"라고 불렀더니, "선생님, 저, 아오야마입니다. 다나카가 아닙니다" 해서 매우 민망해 하었던 것이 바로 전날의 일이었다.
"어머, 그랬어요, 미안해요. 당신, 타나카 씨라고 하는 사람과 많이 닮아서" 라고 얼버무려 넘겼지만 속마음은 개운치 못한 기분이다. 도대체 다나카라는 이름이 왜 내 머리 속에 머물러 있었는지 그것도 이해 불가이다. 왠지 그 사람의 얼굴이 다나카 씨의 얼굴과 닮은 것 겉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당황해, 미야케, 미야케라고 머리 속을 뒤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만, 미야케 씨라고 하셨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만..." 라고 하니까 돌연, 상대는 말했다.
"사토씨, 저는 어제, 가짜 당신을 만났어요." "엣...나의? 어디서 말입니까?" 그 사람은 말하기 시작했다. 미야케 씨는 시코쿠의 고치 거주의 소설가라고 하고, 그 날의 전날, 오랜만에 상경해 아사쿠사의 관음부처에게 참배 차 갔지만 아사쿠사는 완전히 바뀌어 버려 어디가 어디인지 모르게 되었다.
그래서 길가에 일본 옷을 입은 여자가 서있어 그 사람에게 물었는데 친절하게 안내하여 주어서 내가 보답으로 근처의 초밥집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서로 자기 소개를 하고 보니 여자는 자신이 사토 아이코라며 소설을 쓰고 있다고 말하여 미야케 씨도 소설을 쓰는 사람이어서 대화가 무르익어 그의 문학의 스승인 오츠카마사하루 (1917년생 소설가)의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자칭 사토아이코라는 그녀는 오츠카 씨는 훌륭한 작가이지만 그의 부인은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다.
부인이 내조를 잘 했다면 오츠카 씨는 더 발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등 오츠카 씨의 부인에 대한 험담을 늘어 놓았다. 그래서 미야케 씨는 분노하고, 적어도 오츠카 씨는 자신의 스승이다. 그 스승의 부인의 험담을, 사토 아이콘가 뭔가 모르겠지만, 지금 처음 만난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들고 싶지 않다 라며 설전으로 번졌다.
하지만 이윽고 화해하고, 두 사람은 미야케 씨가 묵고 있는 호텔로 갔고, 또 거기서 초밥을 먹고 술을 마셨다. (초밥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이구나) "그리고요. 아직 할 얘기가 님아 있어요" 라며 미야케 씨는계속했다.
"그리고 기념으로, 저는 지갑을 사 주었습니다. 보통 지갑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때는 안에 돈을 넣어 준다고 옛날부터 전해 오는 말이 있죠" "그래요 5엔 동전이나 10엔 동전을 넣지요" "그런데 저는 1만 5천엔을 넣었습니다" "아니 1만 5천엔이나?!" "그리곤 헤어졌습니다. 하하히"
이 "하하하"는 미야케 씨의 어떠한 심정을 말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미야케 씨는 기념으로 지갑을 선물했다는데 그 기념이란, 무엇을 기념하는 것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연한 만남을 기념했다는 것인지, 초밥집에서의 언쟁을 기념했다는 것인지?
그냥 기념으로는, 1만 5천엔은 너무 많지 않을까? 하지만 그 정도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로맨티스트의 큰 부자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풍기는 목소리로 비추어 보면 죄송하지만 큰 부자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어느 쪽 이냐고 묻고 싶지민 어떤 표현을 쓰면 좋을지 "거기서 정을 나누었습니까?"라고 뭍는 것도 민망스럽고 "성교섭을 가졌습니까?" 라고 묻기는 꼭 경찰의 조사 같기도 하고, "뭘 했습니까?"는 알아듣기 어렵울 것 같고, "섹스가 있었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제일 무난할 것 같기는 한데 만닌 적도 없는 사림에게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 그래서 넌지시 물었다.
"그 사람은 몇 살 정도의 사람입니까?" "글쎄요, 57이나 58에서 60 정도입니다;" 60세 전후에 1만 5천엔! 만약 뭔가 하였다면 이 금액은 꽤 비싸게 치인 것이 아닐까 라는 멍청한 생각을 해 본다. 아니 비싸다고 하기 보다는 좀 별난 사람이라고 하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왜 그 사람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셨습니까?" "헤어진 후에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토아이코 같은 사람이 돈이 든 지갑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왠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츠카 선생님에게 가서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기서 문예인수첩을 보고 당신의 전화 번호를 알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왔다는 말에 따라 나는 생각했다. 처음에는 미야케입니다라고 한마디 말해 놓고는 조금 뜸을 들였던, 그 점이 여러가지를 생긱하게 한다. 어쩌면 미야케 씨는 내가 전화기에 나올 때까지 그녀가 가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미야케입니다" 라고 하고 조금 뜸을 들인 것은, 이제 생각해 보니, "어머, 미야케 선생님 요전날은..."
기쁜 듯한 달콤한 목소리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조금 뜸을 들인 것은 아니었는가? 그런데, 무뚝뚝하고 굵은 목소리가 '예, 사토입니다만' 이라고 답했다. 매우 놀랐을 것이다. 깜짝 놀랐겠지만 몸에 밴 공력으로 재빨리 다시 설명해, "그래서 헤어졌어요, 하하하"
마침내 그 '하하하'에 담겨 있던 것을 나는 차츰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었다. "그 사람은 미인이었나요?" "글쎄요, 여자의 얼굴은 세모 네모 아니면 둥근 형으로 나뉘는데 둥근 편이었습니다." 둥근 얼굴이 미인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