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엔 골반과 허리, 등, 어깨, 목의 상체 통증을 호소하는 달림이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달리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들이다. 카이로프랙틱 전문가 최상권 박사가 이번 호부터 상체 통증의 원인과 예방법을 짚어준다.
골반부는 고관절, 천장관절, 치골결합이라는 3개의 큰 관절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관절들은 상호 작용하여 우리 몸을 지탱하거나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장골이라는 두 개의 뼈 사이에 위치한 천추(삼각형의 뼈)는 척추로부터 내려오는 중력의 힘을 양쪽 하지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골반부의 앞쪽으로는 방광, 자궁 등의 비뇨·생식기가 있으며, 외부엔 남녀의 생식기 부분(치골결합)이 있다. 인간이 직립보행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골반의 안정된 지지 구조 때문이다.
골반의 형태를 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넓고 크다. 골격계에서 남녀가 유일하게 다른 부분이 골반이다. 여성은 출산이라는 큰 역할 때문에 골반이 넓고 신축성이 있다. 임신을 하면 온몸의 뼈와 뼈를 잡아주는 결합 조직인 인대를 이완시키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태아가 자라면서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출산 후 최소 3∼4개월은 이완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사소한 동작에도 근육과 관절에 무리가 생길 수 있다. 임신과 출산이라는 큰 변화를 겪으면서 느슨해지거나 약해진 골반은 엉덩이 부위를 강화하여 회복해야 한다. 출산 후 몸조리를 잘해야 한다는 충고처럼, 일상생활에서 조금이라도 주의를 소홀히 한다면 다양한 골반 통증을 경험하게 된다.
골반은 하지의 부상과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 골반부의 통증뿐 아니라 무릎 통증에도 골반의 문제를 의심할 필요가 있다. 무릎을 움직이는 근육들이 골반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비단 무릎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자체만을 치료하기보다는 상부 관절인 고관절과 골반부에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관련된 근육을 회복해야 한다.
-‘오리 엉덩이’도 무릎통증 유발 -
흔히 ‘짝 엉덩이’, ‘오리 엉덩이’라고 불리는 바르지 못한 자세도 골반의 이상에서 발생한다. 짝 엉덩이는 한쪽은 올라가고 다른 쪽은 상대적으로 내려가 있는 자세이고, 오리 엉덩이는 골반 자체가 뒤쪽이나 앞쪽으로 틀어져 보이는 자세이다.
이러한 자세를 역학적, 운동학적으로 분석해 보자. 먼저 골반이 앞쪽으로 기울어진 오리 엉덩이의 경우, 허벅지 전면 근육인 대퇴사두근의 단축을 초래하여 이 근육의 끝부분인 건(Tendon) 속에 위치한 슬개골의 기능적 변위를 일으켜 무릎 통증을 유발한다. 반면 햄스트링(허벅지 후면 근육)은 정상적인 근육의 길이보다 많이 늘어나게 되어 허벅지 후면과 무릎 후면에 통증이 발생한다.
골반이 뒤로 기울어진 오리 엉덩이의 경우는 반대로 햄스트링이 단축되고, 대퇴사두근이 많이 늘어나 각각 통증이 발생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골반부와 허벅지 근육들이 긴밀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골반이 틀어지고 다리 길이가 다르다며 필자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상당수 있다. 자신의 자세를 정확히 판단한 것이다. 골반이 틀어지면 다리 길이에 변화가 온다. 장골이 뒤쪽으로 기울어진 쪽에는 단족(짧은 다리) 양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골반의 변위는 2차적으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엉덩이에는 대둔근, 중둔근, 소둔근, 대퇴근막장근, 이상근, 고관절의 내회전근/외회전근 등을 비롯하여 골반강내 장기를 받쳐주는 골반 기저근까지 많은 근육이 있다. 골반의 불균형은 이러한 근육들의 변화를 초래하여 문제를 일으킨다. 근육에 문제가 생기면 운동 기능이 저하되며 전체적인 근육의 균형과 협응력을 상실해 둔부 통증과 꼬리뼈 통증, 좌골신경통을 비롯해 생식기 관련 통증까지 나타난다. 또 근육의 단축 등의 문제는 골반부에 위치한 부교감신경을 압박하여 남성에게는 발기부전, 여성에게는 성적 불쾌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환도가 시다”, “엉치가 쑤신다” 등으로 표현되는 엉덩이 근육의 이상은 엑스레이를 통해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가 직접 근육을 체크해야 통증의 원인을 알 수 있으며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얼마 전, 필자에게 찾아온 중년 부인은 몇 개월째 요가를 하고 있는데 엉덩이 통증이 지속된다고 했다. 출산 경험도 있고 외형상 골반의 변위도 있어 골반 주위의 여러 근육에서 압통이 발생한 것이다. 그 후 여러 가지 치료와 적당한 운동으로 지금은 골반을 가지런하게 하고 근육 기능을 회복한 후 필자가 추천한 필라테스(Pilates) 운동법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골반은 상지와 하지를 연결해 주는 부위로서 달리기에 있어 힘의 원천이 되는 중요한 부위이다. 골반 통증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달리기가 더욱 즐거워질 것이다.
- 스트레칭 -
여러 가지 엉덩이 스트레칭을 통해 골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글: 최상권 호주 RMIT 대학교 대체의학 대학원 졸업(카이로프랙틱 의학 전공, 박사). 대전 닥터스클리닉 부원장 역임. 현재 목동 성모병원 재활의학과(02-2651-8175) 근무, (주)부흥메디칼 스포츠의학 전문이사. 풀코스 23회 완주. 이 중 12회는 슈퍼맨 복장으로 참가. 닉네임 ‘달리는 슈퍼맨’ 또는 ‘달슈’. 최고기록 풀코스 3시간26분09초, 하프 마라톤 1시간34분40초. 홈페이지 http://cafe.daum.net/marathonp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