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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행기>
40일간의 남아메리카 여행 22
- 칼라파테,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 -
엘 칼라파테의 자연 풍광
스스스 사~악, 우르르 쫘~악
긴 시간 피츠 로이를 다녀온 고된 하루였지만 밤새 포플러 우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색감 고운 노란 옷을 입고 그렇게 기이한 소리를 내리라고는 예전에 미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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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은 칼라파테를 둘러싸고 있는 아르헨티노 호수가와 그 일대 평원을 말을 타고 달리는 승마투어가 있는 날,
하지만 승마는 이전에도 경험 한 적 있으니 대신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오후 7시 비행기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가는 일정이었기에 짐을 정리해 숙소에 맡겨두고 체크 아웃 시간에 맞춰 아침 10시 숙소를 나섰다. 늘 동행하던 시니어는 바람이 싫다며 '늦은 체크 아웃 Late Check Out' 을 신청하고 오후까지 방에서 머물기로 했다.
아르헨티나의 독립 영웅이자 3대 대통령이었던 '마누엘 벨그라노'가 아르헨티나 국내를 순방하다가 이곳 칼라파테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아르헨티나 국기를 창안했는데, 그 국기의 아래쪽 하늘 색은 칼라파테를 둘러싼 아르헨티노 호수 Lago Argentino를, 가운데 하얀 색은 빙하를, 위쪽의 파란 색은 파타고니아의 맑고 푸른 하늘을 상징한다고 한다.
얼마나 맑고 푸르렀으면 도시의 자연 색을 국기에다 담았을까? 하지만 한발짝만 문밖으로 나서면 아르헨티나 국기가 탄생한 스토리가 틀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밤새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였을까? 숙소를 나서는 아침의 칼라파테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싱그러웠다.
숙소 앞 풍경, 크레파스의 하늘 색이 과연 이 하늘 색을 제대로 재현한 것일까 싶으리 만큼 부드럽고 맑은 하늘이다.
오늘은 정처없는 여정이다.
발길이 닿는 대로, 걸음이 옮겨지는 대로 그냥 걸었다.
시간에 쫒기지도 않았고 서둘 일도 없었으니 느긋하게 뒷짐지고 천천히 걸었다. 편안하고 좋았다.
도시의 구석구석을 들여다 보며 괜스레 쓰잘 데 없는 참견도 하고, 남몰래 살림집들도 기웃거리면서 사람들 사는 모습을 즐겼다.
변두리라도 이렇게 멋진 집을 짓고 사는 이들이 있다. 인생은 저마다 살고 싶은 모습으로 집을 짓고 산다.
칼라파테는 칼라파테(관목식물)의 도시가 아니라 포플러의 도시였다. 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했을 뿐 눈으로 보는 노란 포플러는 참으로 멋졌다.
어느 호텔 정문. 별 다섯 개 특급호텔은 아니어도 칼라파테에는 이렇게 멋진 호텔들이 여럿 있었다.
이곳 저곳을 기웃대며 어느 곳의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저 만치 승용차 한 대가 멈춰서 있었다. 날씨가 차가워서인지 시동이 꺼진 모양이었다, 운전자 혼자 차를 밀어 시동을 걸려고 애를 쓰는데 꼼짝도 안 했다. 도움이 필요하냐는 눈짓을 보냈더니 응답이 분명하다. 힘차게 밀어주었다. 부르릉~~ 시동 걸리는 소리와 함께 운전자는 고개를 내밀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가던 길을 달려갔다. 막힌 곳이 뚫린 것처럼 기분이 시원했다.
시내 외곽의 로터리
아르헨티노 호수를 앞에 놓고 뒤에는 아담한 언덕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형상으로 보아 이 도시는 이름 그대로 배산임수, 명당이었다.
칼라파테 열매를 먹으면 다시 칼라파테로 돌아온다는 그 칼라파테 El Calafate는 우수아이아, 엘 찰텐 등 아르헨티나의 여러 도시뿐 아니라 칠레의 주요 도시들과도 교통편이 잘 연결되어 있는 파타고니아 여행의 중심지다. 매년 12~2월까지의 성수기 때는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곳이라는데 4월은 비수기여서 그런지 도시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이름난 여행지의 화려함보다는 거칠고 황량한 고원지대의 풍광이 더 많이 느껴졌다. 그래서 원시의 싱그러움이 더욱 크게 묻어났다.
누군가? 페론과 에비타?
잘 가꾸어진 어느 공원의 우물. 2015년 새롭게 만들어 놓은 이 우물에는 무언가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노란색 단풍이 든 포플러가 자꾸만 눈길을 끈다
쓰레기 통 위에 얹힌 빈 맥주병 하나, 길 가던 누군가가 꼿아 둔 모양이다
칼라파테의 메인 도로, 리베르따도르 Libertador
로스 글라시아레스 국립공원관리청. 빙하 국립공원의 탄생 배경과 모레노, 다윈 등 주요 인물들의 활동과 업적 등이 설명되어 있다.
도시 외곽을 따라 투어를 시작했지만 도시가 작다 보니 발길은 자연히 시내 중심지인 리베르따도르 Libertador 거리로 들어섰다.
거리를 오가는 많지 않은 관광객들,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도 않은 레스토랑과 카페들,,,,그 사이 사이에 호텔이 있고, 운동장이 있고, 응급센터, 경찰서, 우체국, 공원, 레미스 부스(일종의 콜 택시 센터) 등이 있었다.
큰 도로로 나왔지만 어디가 어딘지 방향을 잡을 수가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다 그럴싸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Map'을 요청했다. 하지만 지도를 구했다 해도 지금 이곳이 지도의 어디쯤에 있는 어떤 곳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길 가는 젊은이를 붙잡고 "여기가 어디쯤이지?" 물었더니 "어디서 왔어?"하고 되묻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반색을 하며 자기는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중인데 멋진 전통무예를 배우게 돼 자랑스럽다며 원더풀! 한다. 태권도 덕분에 친절하고 고마운 안내를 받았다.
이제 이곳이 어디쯤라는 것을 알았으니 지도를 들고 천천히 걸으면서 둘러보면 되었다. 시내라야 메인 도로를 중심으로 다 들어서 있으니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우선, 어떤 곳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들어가서 지도를 얻어가지고 나온 '빙하국립공원관리청'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빙하 국립공원관리청 뜰에 있는 아르헨티나 탐험가 '프란시스코 모레노(1852~1919) 동상. '모레노 빙하'의 그 주인공이다.
'피츠 로이' 함장과 함께 비글호를 타고 남미를 탐사한 영국 박물학자 '찰스 다윈(1809~1882)'
Arte Indio 인디안 공예점
빙하국립공원관리청을 한 바퀴 돌고 다시 거리로 나오면 대로변에 인디안 공예품점이 있다.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 수 없는 다양한 인디안 전통 공예품이 큰 건물 가득 진열되어 있는 이곳에서는 상품 보호를 위해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생전 처음보는 공예품들과 예술 작품들이 제법 관심을 끌었다.
시내 중심가의 수퍼마켓.
칼라파테에 머무는 3일 동안 세 번이나 이 수퍼마켓을 다녀갔다.
각각의 여행자가 무엇을 필요로 한 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 모든 여행자들이 먹고, 마시고, 즐길 모든 것들은 이곳에 다 있지 않을까? 특히나 이곳은 트레킹이나 캠핑을 하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 없는 것 빼고는 전부 있을 법했다. 언제부터인지 일종의 습관처럼 현지 수퍼마켓에 들르면 제일 먼저 라면을 찾았다. 그리고 양파와 파, 마늘을 집어들었다. 그런 다음은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손에 잡히는 대로, 먹고 싶은 대로 챙겨넣었다. 감자, 고구마, 토마토,,,,
칼라파테 시청사. 아담하고 소박했다. 정부조직은 꼭 필요한 사람들만 있으면 되는, 작을수록 좋다.
시청 뒤편의 전망대로 가는 길목의 다리. 다른 도시에서 칼라파테로 들어오고 나가는 관문이다.
칼라파테 입구에 있는 도시 전망대. 계단식 전망대에 오르면 칼라파테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전망대에서 본 칼라파테 시내 전경
도시 전망대 앞에 전시되어 있는 역마차?
도시를 이루고 있는 그림들
지역 박물관. 도시의 생성과 발전, 주요 인물과 동식물, 연도별로 사용된 타자기 등 다양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소박한 지역 박물관이지만 소중한 역사다. 칼라파테로 들어오는 입구에 있다.
박물관 내부
시청사 앞 대로 건너편에 있는 교회
모레노 동상. 시내 곳곳에는 모레노 동상이 있다. 그만큼 모레노는 파타고니아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다
가방을 둘러멘 방과 후의 학생, 우리나 이들이나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오가는 여행자들이 적은 만큼이나 바에도 손님이 없었다. 시즌이 끝나기는 끝난 모양이었다.
리베르따도르 Libertador 거리의 피자집. 점심은 이곳에서 구수한 파스타로 해결했다.
칼라파테에서 아주 유명한 빵집 '돈 루이스'. 맛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가보지 못했다.
또 다른 박물관. 길가의 표지판을 따라 걸었더니 숙소 방향으로 향했다. 박물관이 숙소 뒷 길에 있었다.
숙소로 가는 다리. '강'이라 이름 붙은 '개천'을 넘어간다
포플러 풍경
숙소 인근의 포플러 거리 풍경
숙소 옆에 있는 박물관.
무엇을 전시하는 박물관인지도 모르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한 여인이 반기며 이런 저런 설명을 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입장료가 있다. 그것도 제법 고액이다. 입장료까지 내고 둘러볼 의향은 없어 양해를 구하고 조용히 물러섰다. 그런 금액을 내고 보기에는 충분한 준비가 안된 박물관처럼 느껴졌는데, 아마도 입장료라기보다는 기부금을 받는 듯했다.
목재 가옥을 짓는 현장. KauKat은 집 짓는 회사인 듯하다. 시내에서 광고판을 본 적이 있다.
시내 호텔가.
노란색 단풍만 단풍인가? 붉어도 단풍이다.
Laguna Nimez 자연보호지구. 아르헨티노 호수가에 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실바람도 불고,,,
그렇게 돌고 돌았다. 시내도 돌고 박물관에도 가고, 호숫가에도 가서 놀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이제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숙소에 맡겼던 짐들을 찾아 공항으로 이동했다.
칼라파테 공항의 대형 국립공원 지도
칼라파테 공항. 트랙을 오르는 승객들 뒤에 보이는 아르헨티노 호수에 거친 물결이 일고 있다.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이러다가 비행기 못 뜨는 것 아냐?
모두들 안내판을 바라보며 우리의 비행편 기록이 전광판에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 정도 바람에 비행기가 못 뜨면 항공사 존립이 위태로워진단다.
탑승교 안에서도 젊은 여행자들은 즐겁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야경
저녁 7시 30분,
무겁게 기체를 들어올린 란 항공사의 작은 비행기가 어두운 칼라파테 공항을 벗어나 크게 선회를 하자 이내 시야에는 어둠이 가득 몰려들었다. 아쉽게도 비행기가 선회하는 반대편 좌석에 앉았던 까닭으로 칼라파테의 야경은 끝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여행이었다.
그러나, 두 시간 반 뒤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상공은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 수많은 도시의 야경을 내려다보았지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야경만큼 멋진 모습은 기억나지 않았다. 아직까지 내 인생 최고의 여행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야경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나라 대도시의 야경은 지나치게 어둡고 칙칙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답답할 만큼이나,,,
다시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돌아왔다. 숙소인 남미사랑이 마치 편안한 내 집 같은 느낌이 든다.
내일은 천천히 라 보카 La Boca, 까미니또 지역을 돌아볼 생각이다.
첫댓글 남미 머나먼 곳 이국 풍경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함께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복님의 글과 사진, 즐겁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
깔라파테에 대한 백과사전 같읍니다.
너무너무 가고싶은곳인데 이렇게나마 감상할수 있다니, 너무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