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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웅진주니어 장편부분 대상작이라는 점과 제목이 "거꾸로 세계"라고 해서 호기심이 일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전에 창비에서 나온 최양선작가의 "지도에 없는 마을"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나름 기대를 많이 했는가 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내용의 짜임새가 조금은 엉성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전설의 시작, 도플갱어, 쌍둥이 왕, 거꾸로 세계등 신선한 아이디어는 많이 엿보였지만
요리로 따지자면 '신선한 재료는 많지만 그것을 제대로 버무려내지 못한 맛'이라고나 할까
뭔가 아쉬운 점이 남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이 어른으로서 이책에 대한 느낌이었다면 반대로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면
오히려 이책은 무척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라 예측해볼 수가 있었다.
안면도에 위치한 할아버지의 아라파니(아라는 바다, 파니는 놀다, 쉬다의 우리말)펜션에 놀러간
11살 영준이는 최근 인터넷 '전설의 시작'이라는 사이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도플갱어의 전설
1. 도플갱어끼리 만나면 둘 중 거짓말을 많이 한 쪽이 죽는다.
2.
3.
현재는 2, 3번이 비어있어 전설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 수 없었던 영준이가 어느날 혼자 펜션에
남게되자 새로 짓게 되는
펜션에 호기심이 일어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밑바닥에 파인
모래구멍을 통해 올라온 알 수 없는 손에 의해 강제로 "거꾸로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거꾸로 세계'에서는 갓난아이가 가장 똑똑하고 가장 완벽한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며 반면
어른이 될수록 점점 지능과 판단력이 나빠져 머리가 나빠지는 걸 막으려고 학교에 다닌다.
또한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가지게 되며 모든 생활을 아이들이 판단하고 결정한다.
“어른들이 만든 학교에서 어른들이 만든 시험을 통과해야 쓸 만한 사람이 된다고? 말도 안 돼!”
를 외치는 거꾸로 세계의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짓눌린
아이들은 유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꾸로 세계에서도 큰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다. 바로 도플갱어인 쌍둥이 왕이 거꾸로
세계를 조정하면서 아이들의 일하는 시간은 점차 많아지고 수많은 채널을 가진 텔레비젼에
빠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고, 또한 쌍둥이 왕은 눈이
네개 달린 괴물을 시켜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체제에 불만을 가진 아이가 발견되면
바로 정신병원에 감금시켜버리기 위해서이다.
영준은 거꾸로 세계에서 이에 맞서는 용감한 아이들... 주혁과 민혁형제 그리고 자신의 도플갱어인
아라를 만나게 된다. 넷이서 힘을 합쳐 쌍둥이왕을 제거하고 '도플갱어의 전설'을 알게되는 과정이
무척 재미있게 진행되고 분량이 짧아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다.
특히 매스미디어의 노출, 감시체제, 아이들이 주인인 세상 등은 현실세계의 문제점과 아이들이
원하는 진짜세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숨어있어 이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기도 했다.
아이들의 원하는 세상은?
'거꾸로 세계'의 아이들의 의무와 권리는?
세상의 주인은 누구이며 그렇다면 주인의 책무는 무엇인지?
매스미디어의 역할과 장,단점 등,,,
그리고 이책에 나오는 첫 장면인 켬퓨터 속의 장면은 에셔의 그림을, 또 거꾸로 세계에 떨어진
영준이 본 음침한 거리의 모습은 키리코의 '거리의 우수와 신비'를 패러디했다고 하니 실제
작품을 찾아보고 느낌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도 또하나의 즐거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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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데 키리코, <거리의 신비와 우수>,
1914년, 캔버스에 유채, 87 * 71.4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