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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땡이 하나정도는 충분히 목까지 잠기는 욕조에
하나가득 물을 채운다. 에어컨의 냉기만으로는
뼈속깊이 자리잡은 열기를 짓누룰 수없어 얇은
천조각의 내의를 벗어던지고 시원한 냉수탕에
미끄러지듯 누워버린다.
두손으로 물을 퍼올려 빼꼼히 내놓은 머리를 적시곤
얇디 얇은 월간도서를 펼쳐들고 행여 물에 젖을쎄라
입으로 불어서 페이지를 넘긴다.
페이지마다 일상의 좋은 생각과 글들이 가슴 폐부
깊숙히 파고들고 물에잠긴 몸뚱아리는 체온조절로
전율을 느낀다.
내리쬐는 태양으로 38도. 39도. 드디어 40도를 돌
파했다. 작년에는 35~36도 정도에도 죽는 줄만
알았는데. 이젠 이정도는 따뜻한 봄날이다.
이젠 사람체온보다 훨씬 높아서 자연스레 공짜
사우나를 원없이 즐기게 되었지만 점차 힘들게
살아야 하는 자업자득의 현실이 원망스럽다.
너무 편안함만 추구해온 인류에 대한 재앙의
시작이런가?
몇해전 우연히 지하주택을 짓고 살면 더위도 추위도
다 잊을 것 같아 은연중에 지하1층, 지상1층 주택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는데 이젠 그 욕구의 갈망이
부풀어 터질만큼 커져버렸다.
하계원정라운딩.
땡볕아래 정겨운 친구들과 초원을 누비며 공치고
맘껏 웃고 떠들다간 아쉬움속에 헤어지는 1박 2일
연례행사.
지난해는 남해 통영이어서 올해는 동해 영덕으로
정했다. 그간의 틀을 벗어나서 일정도 팔월
첫주에서 금삼회 이름에 맞게 셋째 금요일로 정하고
대략잡아 전국민의 반이 피서를 떠난다는 팔월
첫주는 골프장 부킹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비싸다. 작년의 경우가 그랬다.
숙소예약한게 변동이 생겨 전임 총무가 제법 애를
먹은 기억이 새롭다.
게다가 유독 땀이 많은 필자는 한두걸음만으로도
아랫도리 내의까지 흠벅 젖을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출발일을 며칠 앞두고 남쪽 태평양에서 올라오던
작은 태풍은 폭염을 잡아줄 수있을 것 같다는
태풍속보는 중계처럼 방송사마다 시시각각 뗘들어
대더니 기어이 중국으로 진로를 잡아 맥없이
사라져버렸다.
다행히 무슨연유에서인지 고기압이 어떻고 하더니
동해안쪽은 국지성 소나기가 몇차례 내리더니 다소
더위가 누그러졌다. 하늘이 도왔다.
열두명의 꽃할배들의 땡볕아래 라운딩이 퍽이나
애처롭게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3대의 승용차로 카풀해서 작년인가 완전 개통한
해운대~포항 고속도로와 칠번국도를 두시간여 달려
영덕군의 강구조금 못미쳐 오션비치 cc에 도착했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짙게 깔려 소리라도 냅다지르면
곧장 소나기라도 내릴 기세다.
한달만에 다시보는 얼굴들이지만 타지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운 모양이다. 주변의 눈총도 아랑곳없이
그저 낄낄대며 수다를 떤다.
각자 라커번호표를 받아들고 라운딩복장으로 점심
식사를 하러 클럽하우스식당에 다시 모였다.
고등어구이. 된장찌개. 멍게비빔밥. 그리고 정갈한
반찬에 몇몇은 벌써 막걸리 타령이다.
올해 처음 하계원정에 참석한 태우와 동연은 마냥
분위기 즐기기에 여념이 없다.
스타트홀 근처. 해쳐 모여해서 기념촬영하는데
한두명이 빠졌다. 늘 그래왔듯이 다시 찍고나니 또
한명이 없고. 에라이 우라질.
단체사진에 안박힌 몇사람을 가지런히 세워 놓고
마지막 셧터를 누른다
이번라운딩은 이전과는 다르게 세팀으로 나뉘어
이틀 동안의 팀원의 스코어를 합산하고 평균내고
이를 다시 작년의 팀원들의 평균타와 비교해서 우승
준우승 장려의 세등급으로 순위를 정해 시상을 하는
방식이다. 머리의 한계를 벗어나 순간 계산이
가능하게 폰에 엑셀프로그램을 깔고 수식으로
연결해놔서 순식간에 통계처리가 가능하다.
총무로서 살림살이하기가 한결 수월해 졌다.
이번에도 필자가 총무를 맡은 이래 쭉 그래왔듯이
철저하게 작년의 기록을 기반으로 시상을 한다.
다만 라운딩조 편성은 각팀의 멤버들이 골고루 섞
여져서 상호 경쟁과 조화속에 라운딩이 되도록 했다
필자는 안석회장. 형복. 이전에 멤버였다가
재취업으로 탈회해서 초빙게스트로 참여한 재국과
한조로 라운딩을 시작했다.
오션코스 그리고 밸리코스.
별로 그렇게 바다가 보이질 않는다. 이름만 그렇다는
얘기다. 코스가 다소 낯설고 몸이 채 풀리지 않은
탓일까? 나름대로 제법 구력이 있는 네명 모두
아슬 아슬하게 한홀 한홀을 넘긴다.
검도와 야구타법이 섞인 안석회장은 녹조가 심해서
마치 늪처럼 보이는 해져드와 산속깊이 제법 많은
공을 날려서 용왕님과 산신령님 접견에 바쁘다.
필자도 평소의 악성 스트레이트성 타법이
슬라이스성타구로 바뀌면서 몇 개의 공을 날려렸다
형복과 재국은 초반의 안정적 타구가 후반에 다소
흔들려서 세명 모두 비슷한 스코어를 기록했다.
몇홀은 그린이 잔디가 거의 없는 맨땅이고 몇홀은
반은 뗏장을 입혀 놓고 보수중이고 홀컵은 나머지
반에 남아있는 맨땅에 놓여 있어서 퍼팅속도를
가늠하기가 엄청 힘들었다. 사실 지한의 얘기대로
물만 뿌리면 머드체헙장이 될 것같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덕분에(?) 그린피를 대폭할인해 주는데
이미 패캐지로 비용을 모두 지불한터라 동일금액을
카트비에서 면제받았다. 결국 이틀동안 카트를
무료로 타고 다닌 셈이다.
이런 우호적인 CC의 태도에 맨땅그린사진은 올리지
않고 골프장사진은 그린에 약간씩 머리가 벗겨진
모습이 섞인 사진만을 몰려 놓았다.
막걸리랑 생맥주로 내장의 열기를 다스리고는 다시
후반 라운딩을 시작한다.
밸리코스.
전반 나인에서 몸풀고 그린상태 터득한 덕분일까?
후반 라운딩은 다소 부드럽게 타고 넘어간다.
한타 한타 집중도 조금은 잘 되는 것 같고. 전반의
슬라이스를 막기위해 드라이버를 약간 닫아 치니
다시 예의 악성 스트레이트 타구가 된다.
그늘집을 그냥 못 지나치는 안석회장 덕에 한잔
한잔 걸친 막걸리랑 생맥주가 다시 땀이 되어
나오고 목에 둘러멘 스포츠타올이 축축해질 즈음
라운딩은 끝났다.
더위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었지만 중간중간
양팔의 엘보우 통증으로 조금은 힘들었지만 아주
즐거운 라운딩이었다.
세팀 모두 그린탓인지 까다로운 라운딩이었지만
않았지만 오랜만에 다시 즐기는 원정인지라 모두
즐거운 표정들이다.
아쉬움속에 내일을 기대하며 냉수마찰을 즐긴다.
저녁식사는 차를 타고 강구항근처의 해물 맛집으로
가려했으나 모 크루즈회사에서 홍보할 수 있는
시간을 할애하여주면 저역식사를 제공한다는 제안이
솔깃해 다시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으로 직행한다
홍보영상과 동시에 제공되는 식사와 (필자의견:
식사의 질이 클럽하우스레스토랑의 메뉴중 하나로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 CC에서 제공하는 무료
생맥주 한잔씩. 그리고 추가로 별도 주문한 술로
식사를 마쳤다.
크루즈홍보만 하겠다는 원래의 약속과는 달리 다소
부담스런 사항이 있었지만 다행히 관심많던 태우의
혼쾌한 지중해 크루즈 프로그램 가입신청으로
원만하게 마무리되었다.
다시한번 감사의 뜻을 표한다.
강구의 대형마트에서 술, 음료, 안줏거리, 과자,
빙과류 그리고 안주거리를 잔뜩 담아와서 테이블에
풀어 놨다.
드디어 시작되는 한잔의 술과 난무하는 얘깃거리,
더해지는 웃음이 수없이 교차하고 동연의 한달간에
걸친 태국라운딩 생활에 퍽이나 관심들이 많다.
한 일주일정도 태국라운딩 날잡자는 의견이 압도적
이었는데 다음날 아침 그 어느 누구도 다시 얘기를
꺼낸 회원은 없었다. 필자는 홀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밀어 붙여볼 참이다. 희망자에 한해서….
분위기가 최고조를 넘어서자 십구홀 카드패거리는
방을 옮겨 용돈마련에 애쓰고…
필자는 다음날 아침에 뒷 소문만 들었다.
아세안 게임에 참가한 우리축구가 2:1로 패했다는
소식과 함께 영덕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다.
올갱이 아욱국으로 술로 찌들은 내장을 달래고 오
늘의 라운딩을 위해 뱃속을 채우고 2일차 라운딩을
시작한다.
밸리코스 그리고 비치코스.
오늘의 라운딩조는 클럽의 로딩.안로딩을 쉽게하고
점심목적지까지 시간 지체없이 이동하기 위해
카풀조 그대로 편성했다.
우리조는 역발상 질문으로 한번씩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또박또박 힘찬 스윙을 하는 태우, 태우를
선배라고 부르며 행동거지를 잘 따라하는 상열
(우리만 알고있다. 왜 그가 선배라고 부르는지…),
게스트로 초빙된 애살많은 재국 그리고 필자.
이렇게 네명이다.
다른 한조는 남천동파인데 언젠가 소개했던
헤밍웨이 소설인 ‘노인과 바다’ 에서 날치잡는 폼을
연상케하는 타법의 종찬, 허리동작이 유연한 스윙의
형복, 간밤에 십구홀의 카드놀이판에 처음 출전하여
판을 화마할키듯 휩쓸어버린 병록 그리고 늘 한잔
술에 기분좋은 검도타법의 안석회장 이렇게 네명.
나머지 한조는 해운대파로 필자못지 않게 우리모임
살림살이에 신경쓰고 술판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솔선수범하여 재활용해주던 석운, 근래 뽈때기 살이
조금 더 빠져서 동안이 바뀐 코크맨 종경, EDPS로
좌중에 웃음거리를 제공하는 지한 그리고 한달간
태국에 전지훈련차 다녀온 동연 이렇게 네명이다.
밸리코스는 어제 라운딩을 하면서 코스맵을 익힌 덕
분인지 제법 코스 매니지먼트를 생각하며 채를
마음껏 휘둘러본다.
어제 드라이버 슬라이스를 유발했던 엘보우 통증은
조금은 가라앉았고 애씨당초 약간 닫고 친다. 제대로
풀스윙을 못해서 비거리는 짧아 졌지만 18홀 도는
정도는 괜챦을 것 같다.
어제와는 다르게 다들 성적이 좋다. 태우는 2개의
버디로 일지감치 버디상후보로 낙점되고 상열도
그동안 스크린에서 오션비치의 특성을 터득하고 온
터라 주저함이 없다. 중거리 퍼팅도 홀컵에 빨려
들어가고. 재국도 스윙발란스가 좋아서 어제처럼
휘감는 훅이 나오질 않고….. 전반 스코어는 평상
핸디로 돌아온 듯했다. 맨땅 퍼팅도 익숙해져서
오히려 잔디그린이 힘든 상황이 되었다.
다시 다들 모인 스타트하우스.
앞조의 해운대파는 돼지 껍데기요리를 시켜놓고
막걸리를 일배 일배하고 있다. 빠질세라 몇점의 돼지
껍데기를 즐기고 한번의 카메라샷을 눌러주고.
간도 그렇고 제대로 요리한 돼지 껍데기다.
평생 두번째로 즐겨본다.
이후 카트비 면제라는 거금 세이빙으로 요리가격이
다소 높지만 필자가 확정공시한 ‘라운딩중 그늘집
비용은 각자부담’ 이라는 원칙을 깨고 필자 전결로
그늘집 비용을 회비에서 지출키로 했다.
이 요리를 오더한 동연은 되돌려 받은 비용의 몇배를
보태어 모두에게 지역 명물인 ‘오징어피데기’ 한봉지
(열마리)씩을 별도 구매하여 선물하였으니 필자의
‘투자승수지수’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비치코스.
이름그대로 동해바다의 푸르름과 밀려오는 파도가
일품이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너무나도 시원하다.
맞바람일때는 한두클럽 길게 잡으면 되니까 일단은
시원한게 우선이다.
멋있는 바다풍광을 옆에 두고 다시 라운딩에
집중한다. 그린은 다른 코스보다는 상태가 좋다.
라운딩이 끝났다. 스코어카드를 전달받아 각자의
성적을 입력하니 결과가 쭉 나온다.
우승은 필자가 속해있는 ‘팀 A’ , 준우승은 ‘팀 B’
장려는 ‘팀C’ 에게로 돌아갔다.
최다버디상은 태우가 차지했다.
또 다시 냉탕에서 바디쿨링을 하고 카풀조 그대로
점심을 즐기러 떠난다.
아듀 ‘오션비치CC’
그린상태를 제외하고는 보편적으로 좋았다. 하룻밤
머믈렀던 숙소도…..
언제 다시 한번 와서 다시 라운딩하고픈 곳이다.
점심식사는 물회와 미주구리회를 계획했었는데
카트비를 면제받고 태우와 종찬의 식사찬조로
이 지역 명품 먹거리인 ‘영덕대게’로 변경했다.
출발전 식사건에 대해 단톡방에서 태우가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비싼 가격 때문에 주저주저하던 회원들이 너나할 것
없이 대게타령이었는데 살림살이하는 필자는 이를
막아보려고 우회적으로 핑계를 댔지만 비용을 감당
할 수있게 되어 급선회했다.
사실 솔직히 필자도 은근히 생각은 있었다.
흥정에 흥정을 거듭해 적당한 가격에 제법 큰놈들로
여덟마리. 술과 음료를 주문하고 즐겁고 푸짐한
식사를 한다. 먹기좋고 편하게 미리 가위질해서
상차림했기에 편안하게 그냥 쏙쏙 빼먹었다.
한차례 흡입폭풍이 지나가고 이젠 또 아쉬움속에
헤어져 세대의 차량에 몸을 싣고 부산으로 되돌아
가야할 시간이다. 구월 라운딩때 다시 보겠지만 .
이번에도 하계라운딩을 위해 여러 회원들이
협찬을 하였다.
필자가 스포츠타올,
지한님이 스포츠 양말,
안석회장님이 골프공 두 줄씩,
동연님이 골프공 한 줄씩과 오징어피데기 열마리씩,
석운님이 3키로들이 콩된장 1통씩
그리고 태우님과 종찬님이 각각 식사찬조 금일봉씩
정말 멋진 하계라운딩을 위해 협찬하여 주신 회원님
여러분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즐거운 라운딩을 위해 많은 협조를 해준
회원님 여러분 너무 너무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남은 더위에 다들 건강하시고 가내 화평하소서.
뚜벅이 영욱
첫댓글 즐거운 원정이벤트였습니다. 회원님들의 건투가 빛낫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