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날이 갈수록 세상은 흉흉하여
보이는것과 들리는것은
향락과 소리 드높은 언쟁들 뿐이구나
쉴새없이 불어오는 이 개운치 못한 바람이
너희들을 상하게 할까 엄마는 오늘도 조바심을 한다.
♡
아이야!
맑고 고운 가슴들이 오염된 세파로 인해
피멍들고 굳은살이 박혀
혹여라도...꿋꿋함이 지나쳐
무감각의 제물이 될까 두려웁구나
♡
엄마의 먼 기억속에 있는
얘기 하나 들려주랴...?
흙먼지 길을 빈 도시락 딸랑 거리며 뛰어 다니고
부끄럼 하나없이 맨몸 드러내고도
엄마랑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멱감던
예쁘던 날의 추억이란다.
♡
십리길을 걸어서 다녀야 했던 초등학교 시절..
빨리 도착하는 방법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었지
넓은 신작로가 있었지만...
구태여 논두렁 밭두렁 길을 고집하며 두패고 나누고
되도록이면 시야에서 먼 곳을 의논하여 정하고선
비틀거리며 달리곤 했었는데...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르면
신이나서 환호성을 질러대곤 했었지
♡
시간이 거의 절반이나 줄어있는 결과 앞에서
우린 너무도 놀라고 스스로를 대견하게 여길수 있었어
아마도 그 경이로운 결과는 목표를 향한 몰입이며
집착에서 거두어 들인 당당한 승리였지 싶구나
♡
그것도...
아무에게도 간섭 받지 않은
우리들이 정한 목표였고 방법이었음에
그 성과에 더더욱 서로를 축하하며
다시 도전하는 기쁨을 거듭했을지도 몰라
♡
지금도 틈만나면 생각나는 그리움은...
지금처럼 검은 색으로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가 아니라
다닥다닥 붙어 서로 몸 기대며
하얀 크로바 꽃들이 맑게 피어있는
먼지바람 풀풀 일어나는 황톳길이란다.
♡
요즘엔..
초등학교 일학년만 되면 둘이서 손 잡고
문구점에 들어가 커플링을 찾는 너희들이라지?
가끔씩...
엄마들 입방아에 심심찮게 오르내리는 일이다만,
사실 엄마는 그보다 더 어린 날에
하얀 크로바 꽃반지 주고 받은
가짜 신랑이 있었거든...^^
놀랍지...........?
엄만..
그런 너희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 스럽구나!
♡
아이야!
처음 세상에 태어나던 날부터
너희들은 이런 세상에 익숙한 터라
시야만 가리면 그만일수도 있겠으나...
분명 엄마의 기억속에 남아있는 그런 세상이
우리가 있는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곳에
존재 한다는것을 너희들에게 일깨우고 싶구나
♡
아이야!
너희들이 가는길이 너무 물기없이 강퍅하고
끝이 보이지않아 엄마는 이따금씩 슬퍼진단다.
엄마가 구태여 이곳이여야 한다고
고집하는 이유중 하나가 있다면
회색빛 무거운 콘크리트 건물들에 짓눌린
너희들의 정서가 바람결에 팔랑이는
들풀포기 푸르름으로 자유를 되찾고,
♡
온종일 헤매다니던 지친 발걸음과
피로에 빛바랜 눈동자가
흙냄새 향긋한 들녘에섰을때
끝없이 펼쳐진 넓은 초원을 품어
보다 큰 목표를 정하고 꿈을 향해
달음질 칠 수 있기를 소원하기 때문일게다.
♡
어린 너희들이
무슨 이런 엄청난 과정을 꿈 꾸었으랴...
다만..엄마의 어린 시절처럼
목표가 멀고 꿈이 컸을 뿐인데
어찌어찌 하다가 보니 가는 길 조차
너희들 스스로가 정하지 못하고
어른들이 준비해 둔 예쁘게 포장된
곧고 바른길 위에서
지쳐가는 삐에로가 되어 버렸구나!
♡
아이야!
세상이 어찌 변할 수 있으랴....
사람의 마음이 욕심으로 채워져서
이런 세상을 만들고 고통스런 방법으로
너희들을 양육하는 것을...
어른들의 합리화된 변명을
오늘 엄마가 대신해서 용서를 구하마...
미안하다..용서하렴.....^^
♡
아이야!
세상은...
너희들보다 크지 않다는것을 명심해야 한다.
너희들 마음이 훨씬 더 넓고
너희들 꿈이 더 크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라
세상을 지배해 보렴...
너희들 초롱한 눈속에 세상을 넣어 두렴
맑게 정화된 마음에서 모은 빛으로
흑암중에 있는 세상을 밝게 비추길 온 맘으로 소망한다.
♡
아이야!!
이것은...
하나님의 뜻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엄한 명령이요
너희들의 사명이란다.
부디...잊지 말아라........!!
♡
2003.07.13.........버선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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