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서울역에 집결한 2014년 비트로 팀원들은 구포역에 오전 10시 40분에 도착했다. 부산의 햇살은 너그러웠다. 봄을 더 이상 시샘하지 않았다. 픽업하러 나온 김기현 홍보담당의 차를 타고 도다리 쑥국 집으로 향했다. 20여 년 가까이 비트로 본사를 방문했지만 곧바로 음식점으로 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상무님과 이동영 부장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도다리 쑥국은 봄철 부산과 통영 근방의 일품요리다. 도다리 쑥국을 먹기 위해 일부러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 하니 가히 그 맛이 어떨까 기대가 되었다. 고소한 맛을 내는 도다리와 봄의 향기를 품은 쑥은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간결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점심식사를 마쳤다. 최상무님은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야 하는 일정을 맞추다보니 저녁 식사를 맛있게 하기 위해 점심시간을 앞당겼다"라고 하셨다. 허나 우리들은 알았다. 우리에게 특별한 제철음식을 맛보게 하기 위한 배려였음을.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일행은 거가대교로 향했다. 2010년 12월에 개통한 거가대교는 경남 거제~부산 가거도를 잇는 다리로, 사장교 2개와 침매터널 등 총 길이가 8.2km다. 또 한국에서는 최초로 설치된 수심 48m의 깊은 해저침매터널을 통과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거가대교가 만들어진 이후 부산에서 거제까지의 통행거리가 140km에서 60km로 단축되어 가히 남해안 관광 인프라를 구축시킬 수 있다는 보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중간에 잠깐 거가대교 휴게소에 내렸다. 태양은 밝고 남해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상큼했다. 무엇이라도 다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순규씨가 사온 커피를 들고 아이스크림을 먹던 팀원들은 따뜻한 봄 햇살과 주변의 아름다운 정취에 연신 신바람나는 웃음을 토해냈다.

거가대교를 돌아본 우리 팀원들은 오후 두시 경 본사에 도착했다. 입구에 '비트로 팀의 본사 방문 환영'이라는 플랜카드 한 장이 수십 명이 나와 환영하는 환영사를 대신하듯 서 있었다. 2층 회의실에서 이원목 회장님과 김영창 사장님을 비롯해 신발과 의류 디자이너들을 만났다. 서로를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먼 거리 오느라 애썼다는 인사로 서두를 꺼낸 이원목 회장님은 "팀원들의 대학생 재능기부는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과하면 부족한 만 못하다. 팀원들이 억지로 팀장에게 끌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담 느끼지 않는 선에서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이에 김일웅 이순규 팀원은 이구동성으로 비트로팀의 대학생 재능기부에 대해 자신 있는 의사표현을 했다."오랫동안 비트로팀으로 활동했지만 지금 비트로팀은 예전의 비트로팀과는 다르다. 대학생들과 재능을 나누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고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동호인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이다"고 대답했다. 외부자극이 아닌 스스로의 의지와 동력으로 움직이는 셀퍼파워에 의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중에 이원목 회장님은 "단순히 비트로라는 브랜드가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한 브랜드의 차원을 넘어 우리 것, 우리가 키워야 하고 지켜가야 하는 '우리 것'에 대한 것으로 우리 모두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라고 했다. 또 이 회장은 " 아직도 테니스나 배드민턴 그리고 탁구등 남의 나라 브랜드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은 애국적인 차원에서도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고 시사했다.


이번 비트로 팀에서는 본사를 방문하면서 2013년 1년간의 비트로팀 대학생 재능기부와 테니스코리아와 테니스피플에 나간 기사를 토대로 59페이지의 포토 북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17년째 후원을 해 주신 화곡어머니클럽 포토북도 같이 만들었다. 화곡어머니클럽의 중학생 재능기부,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화곡대회, 여자연맹대회에 출전하여 매 년 우수한 성적을 내는 화곡인들의 모습과 기사들을 한 곳에 모아 61페이지로 정리했다. 포토 북을 만드는데 소요한 시간은 약 400시간이었다. 이 두 권의 포토 북을 보던 이원목 회장님은 "본사 홍보실에도 없는 자료들을 한 곳에 모아서 보니 참, 좋은 공부가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품에 관한 의견들도 많았다. 작년에 출시된 제품 중에서 땀 배출이 안 되는 바지 때문에 곤란을 겪은 상황을 이야기 했다. 제품 출시를 하기 전에 입어본 후 느낌을 반영해서 출시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워킹전문 바지면 워킹 전문이라는 표시를 해 홍보를 해야지 내부적으로만 알고 있는 워킹용 바지를 테니스인 들이 입어서 그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안일한 대처는 소비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피팅하는 모델 선정도 누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소비자들 대부분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라 팔이나 허벅지의 근육들이 발달해 있는 상태다. 전혀 근육이 없는 모델을 대상으로 피팅을 하다 보니 옷의 길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고려해 볼만한 점이라는 의견이다.
여성용 신발의 다양한 칼라가 요구되고 의류 칼라에 맞는 모자를 같이 출시하게 해 달라는 것은 4년째 요청 중이다. 같은 요구사항들이 몇 년째 인풋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이 되지 않는 점은 회사 내부의 어떤 문제 때문인지 외부에서는 알 길이 없다. 디자인 패턴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직도 팔의 길이나 츄리닝의 길이가 문제시 되고 허리 밴드의 탄력정도나 양말 밴드의 답답함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긴장해야 할 부분임을 상기시키는 자리가 되었다.

회의실을 나온 팀원들은 회사 내부를 둘러보았다. 각자 맡은 업무에 충실한 사무실의 정경을 둘러보고 1층 신발 공장에서 크루져가 만들어 지고 있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건물 옆에 심어진 사과나무는 대한민국 최남단 사과나무라 했다. 두둑한 선물까지 받은 우리는 영도에 있는 횟집에서 맛있는 도다리 회와 싱싱한 해산물로 배를 채웠다. 최상무님과 디자인 담당자들도 저녁 식사자리에 함께 배석해 더욱 진지한 의견들이 오갈 수 있었다. 의류의 칼라가 선명해지고 디자인 부분에 있어서도 매우 탁월해 졌다는 호평도 잊지 않았다. 밤 8시 기차를 타고 부산을 떠나는 비트로 팀원들은 다양한 느낌들을 밴드에 남겼다. 비트로를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KTX 밤기차 창가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현실보다 더 이상적으로 보였다. 잡티도 없고 꿈만 있는 청춘으로 보였다.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회의실에서 들었던 비트로의 역사와 꿈을 다시 되뇌어 보았다.
비트로가 내년이면 내수를 시작한지 20년이 되는 해 이다. 전국의 로드샵이 71개로 그간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투자를 해 왔다. 지금까지 소비자 중심의 활동보다는 제품 중심이 되었는데 일본의 '윈저'라는 유통시스템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상태다. 원하는 종목의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우리에게 맞는 라켓이나 그외 스포츠 용품들을 소비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일이 대리점을 통해서 해 나가야 할 비트로의 미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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