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내 기다림은 끝났다.
내 기다리던 마지막 사람이
이 대추 굽이를 넘어간 뒤
인제 내게는 기다릴 사람이 없으니.
지나간 소만小滿의 때와 맑은 가을날들을
내 이승의 꿈 잎사귀, 보람의 열매였던
이 대추나무를
인제는 저승 쪽으로 들이밀거나.
내 기다림은 끝났다.
―서정주, ‘기다림’ 전문
제주철학사랑방의 하반기 강좌 ‘음악과 철학’이 열리는 날 오후, 그 장소에 가서 조금 준비를 하고, 가까운 제주도서관에 갔다. 이 도서관은 제주 굴지의 기업인 박종실 옹이 1957년 73세 때 세워 제주도에 기증한, 제주시 원도심 조금 위쪽에 있던 제주도립도서관이 옮겨온 것이다. 그 때로 하면 무려 40여 년을 드나든다.
신문에, 김형영의 새 시집 『땅을 여는 꽃』 소개가 나와 있는데, ‘미당(未堂) 서정주, 일초(一超) 고은, 나무 정현종, 세 분에게는 귀기(鬼氣)가 느껴진다’는 시인의 말.
오랜만에 서정주 시집을 꺼내 읽으니 또 가슴에 너울너울 물결이 인다. 그의 시를 읽으니 시는 그저 간절히, 외로움이나 기다림이거나 그리움을 노래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시인은 대추나무를 보며 어느 가을 날 떠나간, 저승까지도 못 잊을 이를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 그 기다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첫댓글 아앙~~
오늘 읽은 시 다 슬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