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갤럭시 Z플립4 광고

[김윤호(큰바위)]

일상에서 사랑의 형태를 발견한다면, 삼성의 갤럭시 Z플립4 광고

갤럭시 Z플립을 구매하고 나서 필자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유치하게도 ‘톰과 제리’의 ‘인사하는 제리’ 짤을 배경으로 설정해 플립을 접었다 펼치며 인사하는 모션을 취하는 것이었다. 정장을 입은 제리가 허리를 숙이며 정중한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하찮으면서도 귀여워서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혹시 플립을 사용하고 있다면 한 번쯤 시도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4시간 스마트폰과 밀착생활을 즐기는 필자는 플립에 완전히 중독되어 있다. 평소 영상을 많이 시청하는 편인데, 화장이나 노트북을 하면서 옆에 플립을 세워놓으면 별도의 거치대 필요없이 간편하게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자유롭게 각도 조절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Z플립에 대한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삼성전자의 갤럭시 Z플립4 ‘Join The Flip Side’ 캠페인은 보는 내내 흐뭇함을 감출 수 없었다.

https://youtu.be/WXzV1C875Rs

친구가 새로 산 갤럭시 플립을 자랑하자, 넋을 놓고 쳐다보던 주인공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마이폰(My Phone)’을 사랑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 순간부터 플립에 매료되었다. 무엇이든지 접히는 것만 보면 플립을 떠올리며 일상생활이 불가해지기 시작한다. 책을 덮고, 냉장고를 여닫고, 요가를 하고, 변기 뚜껑을 닫으며 플립을 떠올리고 심지어는 피자까지 반으로 접어버리는 지경에 이른다. 그녀는 급기야 자신의 스마트폰을 반으로 접어보려 애쓰지만, 아이폰은 접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 자리에서 갤럭시 Z플립4를 구매해 만족의 웃음을 짓는다. 광고는 버스에서 그녀의 손에 들린 갤럭시 Z플립4를 본 한 남성이 새롭게 빠져드는 순간을 보여주며 비로소 끝이 난다.

이 광고는 삼성의 스마트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아이폰 유저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며 삼성만이 가지고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Z플립의 USP는 ‘접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성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디자인과 기능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매력적인 장점으로 다가온다. 제품간 연동의 편리성과 심미적인 이유로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은 가운데, 광고를 시청하고 Z플립으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아이폰 유저들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금 이 광고를 보는 당신도 어느새 그 매력에 빠질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아이폰에서 갤럭시로 갈아탄 소비자에게는 공감을, 아이폰 유저에게는 유혹을 불러일으킨다. 절대 삼성으로 바꾸지 않으리라 말하는 이들에게 Z플립을 통해 ‘접는 즐거움’을 누려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 광고 캠페인은 와이든&케네디 암스테르담(Wieden and Kennedy Amsterdam)이 기획, 제작했으며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온에어 되었다. 국내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 캠페인에는 스킵을 누르지 않고 광고를 끝까지 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영화 같은 재미있는 연출과 스토리를 보기 위해 부러 광고를 보러 찾아오는 소비자도 있었다. 영상의 분위기가 아이폰 광고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광고 초반에 주인공이 “I love my phone.”이라는 대사를 외친다. ‘my phone’과 ‘iPhone’의 발음 유사성을 이용해 아이폰을 언급하는 듯한 센스 있는 연출이 돋보였다. 또한 제목인 ‘Join The Flip Side’는 아이폰 유저들에게 대놓고 반대편(Z플립)에 가담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강경 아이폰 유저를 타깃으로 하는 광고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해외 아이폰 유저에게는 이 캠페인이 어떻게 비춰졌을까? 기사에 따르면 아이폰14 출시 직후인 22년 10월부터 미국 내 플립4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DSCC는 지난 4분기 삼성전자 플립형 폴더블폰의 미국 생산량이 전체의 7%에 그친다고 전망했다(출처 매경 22년 12월 19일 자). 이는 3분기 28%보다 21%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아이폰14프로 모델이 다이내믹아일랜드 기능과 화질이 향상된 카메라를 무기로 흥행하며 폴더블폰의 인기를 잠재웠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판매량의 여부를 떠나 Z플립은 이번 캠페인을 통해 많은 미국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관심을 받게 되었으니 마냥 아쉬운 결과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해외에서는 아이폰이 이미 크게 자리를 잡고 있고 아이폰 신모델이 출시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러한 역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플립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과 기술적인 혁신이 필요할 것이다.

이번 삼성의 플립 광고는 유쾌하면서도 아이폰 충성고객에게 “플립 한번 시도해 봐?”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Call to action을 세련되게 드러낸 광고라고 생각한다. 일상의 모든 것에서 같은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그건 사랑이라고 하였다. 지금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면 신년에는 그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먼저 건네보는 건 어떨까?

[박영란(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