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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짓기 1】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는데도 기품 가득한 분위기의 술집을 즐겨 찾는 주당들이라면, 때로는 본전 생각이 나서라도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보곤 할 겁니다.
“부업으로 와인카페 하나 해봤으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손님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주기만 한다면, 자신이 경영하는 술집에서 술값 걱정 크게 안 하고 여유롭게 술과 정담을 즐길 수 있을 테니까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보곤 한답니다. 그래서 재미삼아 와인카페 이름을 한번 지어볼까 생각하던 무렵 <와호장룡>을 보게 됐던 것이지요. 제목에서 특히 ‘누울 와 또는 쉴 와 [臥] 자’가 마음에 들더군요. 그래서 ‘소파에 비스듬하게 몸을 기대어 편안한 자세로 와인을 즐기며 쉬어가는 사람’이란 뜻을 담아 이런 이름을 지어보았지요.
臥人
와인
두 개의 ‘사람 人’ 자를 우측으로 길게 눕혀 디자인하면 사람이 비스듬히 누워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상되겠고요. 아래 전각 디자인은 벽계 김법영 님의 작품입니다.
【이름 짓기 2】
<와호장룡> 덕분에 저는 그 후 더 매력적인 이름을 짓게 됐답니다. ‘와인과 식사를 함께 즐기고, 편안하게 쉬어가는 사람이 많은 곳’이란 뜻을 담아서 말이지요. 포도주를 뜻하는 WINE과 식사한다는 뜻의 DINE의 각운 Rhyme도 잘 살리고, 한글로도 리듬감이
똑 떨어지게끔 지은 것이지요. 이렇게!
臥人多人
와인다인·WINE DINE
한자를 마치 이집트 상형문자나 고대 잉카 문자처럼 느껴지게끔, CI Corporate Identity를 이렇게도 직접 디자인을 해보았고요. 아래의 전각 또한 벽계 김법영 님의 작품이고요.
【이름 짓기 3】
아늑한 술집 이름으로 저는 또 이런 작명도 해보았답니다.
몸둘
BAR
‘몸 둘 바를 모르겠다’에서 착안한 이름이지요.
‘함께 있는 연인은 몸이 둘이니까, 연인이 함께 와서 몸을 두어 아늑하게 쉬는 Bar’라는 뜻이지요.
언어를 조탁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영향이 가장 클 것입니다. 제가 이런저런 ‘서비스 표’ 이름 짓기나 영화의 제목, 책 제목 등을 즐겨 짓는 이유가 말이지요. 대중교통으로 장시간 이동할 때 손에 읽을거리가 없어서 무료할 때면 저는 으레 길거리의 간판을 살핀다거나, 기존에 있는 유명한 이름을 재해석해서 다시 짓는 걸 즐깁니다. 1986년에 우주왕복선 챌린저 Challenger가 발사 직후 공중에서 폭발하자 미국인들이 항공우주국인 NASA를 ‘Need Another Seven Astronauts 우주조종사가 일곱 명이 더 필요하게 됐군’라고 풀이했던 것처럼! 참고로, 우주왕복선에는 일곱 명이 탑승합니다.
【이름 짓기 4】
인터넷 온라인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NAVER의 새 회사이름은 nhn 또는 NHN이지요. Next Human Network의 두문자어이고요. 그런데 NHN을 이렇게 풀이해보면 어떨까요? 처음의 ‘N’을 NAVER로 바꿔도 괜찮겠고요.
“여러분, 머뭇거리지 말고 전진하십시오.”
Never Hesitate, Never!
“네이버는 머뭇거리지 않습니다.”
NAVER Hesitate Never!
【이름 짓기 5】
KTF의 ‘SHOW를 하라’ 광고캠페인이 2007년 대한민국광고대상을 수상하였지요. 맛있는 전주비빔밥처럼 유머와 스토리가 절묘하게 비벼진 TV 시리즈 광고로 시청자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를 확실하게 높여주었으니까요. 저는 ‘SHOW를 하라’ 캠페인에서 SHOW의 각 글자를 이렇게 풀어봤습니다.
“스토리와 감동이 가득한 열린 세상”
Story Heart Open World
【이름 짓기 6】
가수 비나 다니엘 헤니처럼 여피 Yuppie 분위기가 나는 멋진 남자가 한쪽 무릎을 굽히고는 사랑하는 연인의 손바닥에 BMW 차 열쇠를 선물하는 ‘그림’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브랜드인 BMW의 각 글자를 광고카피처럼 이렇게 문장으로 만들어서 말이지요. 여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멋진 프러포즈가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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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짓기 7】
<피아노>로 스타덤에 오른 안나 파킨이 경비행기를 조종, 철새를 이끌고 서식지까지 데려다주는 영화
“때때로 사랑은 기적처럼 아름다운 여정이며
용기 있는 모험입니다.”
【이름 짓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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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짓기 9】
미국 영화 <뜨거운 오후>는 은행 강도의 인질극 이야기입니다. 알 파치노가 주연하고,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실화이기도 하고요. 이 영화의 원제는 서민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부들이 남편의 학대와 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집단으로 봉기, 남자들의 편견과 뒤틀린 시각의 공권력에 맞선다는 내용의 한국 영화 제목도 ‘개 같은 날의 오후’입니다. 경찰과 대치하여 옥상에 진을 친 채 몇날 며칠을 투쟁한다는 설정이 미국영화 <뜨거운 오후>와 무척이나 닮아있지요. ‘엉덩이가 예쁜 여자’ 정선경이 한창 인기 있을 때 주연한 영화여서 화제에 오르기도 했는데요, 이 영화의 개봉 전 타이틀은 ‘한여름 밤의 꿈’이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제목 ‘A Midsummer Night's Dream’과 같지요.
그런데 마케팅을 대행한 제일기획사 쪽에서 상업 영화로 포장하기에는 제목이 무척 심심하다는 의견을 내놓자 제작사는 강한 느낌의 제목을 공모하게 됐답니다. 설문조사도 병행됐고요. 당시 제가 낸 제목은 ‘올라가도 좋습니까?’였습니다. 무더운 여름이니까 온도가 올라가고, 폭력과 멸시에 시달리던 주부들이 옥상에 올라가고, 여성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인식도 올라간다는 내용이어서 영화의 키워드를 ‘올라가다’로 잡았던 것이지요. 그랬건만 연극 제목 냄새가 난다하여 퇴짜 맞고 말았습니다.
【이름 짓기 10】
‘올라가도 좋습니까?’가 홀대받은 지 14년 뒤, 지인을 통해 그 지인의 지인이 책을 내기로 했는데 책 제목을 못 정해 고민한다는 얘기를 듣게 됐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샘플 원고를 몇 꼭지만 보여 달라고 제가 부탁했더랬지요. 30-40대의 부부가 일에서나 가정에서나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일상생활을 통해 차츰 서로를 더 잘 알아간다는 내용의 산문이더군요. 아내를 더 많이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남편의 갸륵한 마음씨가 진솔하게 와 닿았고요. 저는 이 산문집이 ‘남존여비 남자의 존재이유는 여자의 비위를 잘 맞추는 것’를 권장하는 책으로 널리 사랑받길 소망하면서 14년 전에 퇴짜 맞은 영화 제목을 떠올려 단박에 책 제목을 지었더랬지요. 아래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이 제목 또한 출판사로부터 퇴짜 맞고 말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