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사랑 할 수 있을 것을...>
-2003. 11. 10. 월. 백장미-
십일월의 시린 달은
구름을 밀어내고
단풍을 날아가게 하지만
빛 바랜 단풍도
빛 바랜 추억도
빛 바랜 편지도
한 움큼 담고 담아
아랫목 속에 묻어 두고
한 겹 한 겹 꺼내 들면
출렁이는 바다도
등선이 깊은 계곡도
가늘 가늘 분홍꽃도
첩첩 산중 시리든 코끝도
둘레둘레 미련 떨든 아픔도
강물 속에 던져 놓은 희망도
모두 모두
그 어느 날 속 같은
주황빛 갈피갈피 속에 머물러
그리울 때 꺼내 보고
외로울 때 꺼내 보며
보고플 때 만져 보면
세상은
한 순간 사라지는
안개 같을 지라도
그리움의 계곡 안에 머문
내 사랑 하는 빛은 영원하여
영혼 안에 거할 것 같아
시린 어깨 동그마니 접고
그리운 남녘 하늘 그리는
전신주의 철새처럼
내 가슴속 남녘 찾아
주황빛으로 너울너울
그리움의 편지를 쓴다.
삶은
한 줄기 빛이 소생함 같이
언제나 가야 할 곳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고
영원을 사는 것을
열 다섯에 머문 사랑도
갈래갈래 건져 올려
이 맘 때에 마주 하면
그대 가슴
내 가슴
영원히 사랑 할 수 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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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냐?
뭔 일인지
나도 침체의 늪에서
아무 생각 없이 두 주를 보냈네.
봉우의 그늘도
내 그늘도
그다지 다른 모습이 아닐지라
들어가도 나가도
도움주지 못한
게시판이 답답하다.
흥청거림과 화려함은
언제나 일찍 시들어 지는 것을
그저
소탈하게 만나고
편안하게 사랑하여
네 마음도 내 마음도
모두 모두 애틋함만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여긴
느닷없이 춥고
자발적으로 여름이 또 한 차례 갔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날씨 덕에
애꿎은 창 밖만 열심히 보다가
밤바람을 맞고
으스스 돌아 온 별빛 밑에
내 사랑이 기다리더라.
가을이 가는 소리가
아쉽기만 하지 않음은
겨울이 새로울 것 같아 말이다.
좋지 않은 기억은
얼른 잊는 축복을 주시라고
오늘 아침
주님께 내 마음을 빌어 봐야겠다.
추운데 조심해라.
운동도 나이 따라 줄이고 달리 개발해야 하느니라.
<가을숲에서 만난 자작나무 울음소리>
-2003. 11. 10. 월. 신형호-
그대
가을이 가슴에 온 줄은 알고 있는지?
경쾌하게 하루를 풀어헤친 창턱에서
숲그늘의 향기가 솔솔 묻어오면
바글거리는 햇살을 주워 모아
낙엽 태우는 향기에
잘 익은 계절을 널어놓는다.
저물어 가는
들녘엔 삶의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노랗게 물들어 가는 들길 따라
은행잎 속삭이는 소리
그리움의 얼굴을 오래도록 묻어둔다.
세상이 온통 낙엽으로 불타며
온 산이 황홀하게 소리치는 이런 날이면
언제나 우리의 가슴속은
연분홍 사랑의 꽃불로 출렁거리고 있다.
내 주머니엔
방금
계곡 옆에서 주워 든
말라버린 자작나무 잎새 두어 장
얌전하게 잠들어 있고
손끝에서 간질거리며 만져보는
부드러운 입맞춤의 감촉에서
그 님의 마음까지 가늠할 수 있다.
내가 당신의 꽃이 되고
당신이 나의 꽃이 되고 싶은 것은
별이 유난히 낮게 내려앉는 밤
이미 내 눈동자에 당신이
들어와 숨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한 외로움의 숲 그늘
안을 수 없는 그대의 마른 영혼
끝없이 맴돌다 기슭에 주저앉아
통곡하고 다시 흘러가는 저 물처럼
내 삶의 빛깔은
노을 속에 빠져 퍼덕거리는
미끈한 자작나무 가지에서 울리는 은은한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일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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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게 가는가 보다.
11월이란 늦가을이
소리도 없이 가슴에 침투하고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아련한 그리움과
보듬고 살아야 할 사랑만이
아침 빗방울 속에 살아나네.
삶이란
정말 알 수 없는 터널 속을 헤매는 일이구나.
대봉동의 골목길도
봉덕시장의 어묵집도
세월이라는 질곡 속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살아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모두 마음속에서 일어난다는 사실...
여기서나
거기서나
내 마음속이나
너의 마음속이나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심정
모두다 같을 거야.
새로운 주
너만을 위한 싱싱한 주를
산뜻하게 채색하며 살아가거라.
이번 비가 오고 나면
여기도 동장군이 성큼 찾아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