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시학 송년 시낭송 행사 후기 / 松花 김윤자
2005년 12월 3일 토요일 오후 5시
장소: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순풍에 돛을 달고>
*가는 길
인사동은 문학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다. 조선문학, 한국시인협회 등 많은 행사가 인사동 분위기 그윽한 까페에서 열리곤 했다.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곳이다.
나는 성균관 대학교에 다닐 때 몇 년 동안 종로와 청계천을 지나며 낯익은 곳이고, 낭만을 추억 속에 지닌 곳이라서 더욱 정겨운 거리다. 인사동은 그냥 빈 걸음으로 지나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선사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품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온갖 소중한 물건을 팔고 있어 눈으로 구경만 해도 즐겁다. 한눈에 역사를 보고 호흡하며 몇 백년 쯤 이전의 세월을 체험하기도 하고, 젊은이들의 공연, 거리 미술가 등을 보노라면 훌쩍 건너뛴 신세대의 참모습을 보기도 한다.
수원에서 전철 1호선을 타고 종로3가에서 내려 인사동 사거리에서 고구령과 전북지업사를 끼고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고 찾아갔다. 첫눈이 온다하여서 일까. 많은 젊은이들이 걷고 있다. 나도 그 속에 끼여 젊은 걸음으로 사뿐 사뿐 걸었다.
행사 장소는 찾기 쉬웠다. 안국역 쪽으로 걸어가다 보니 고구령이 보이고 골목으로 조금 걸어가니 벌써 성백원 시인님과 정명섭 시인님이 문 앞에 나와 있다. 안으로 들어가니 회원들이 자리에 앉아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가움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정담으로 아직 도착하지 못한 회원님들을 기다렸다.
*송년 시낭송
착각의 시학은 금년 2월에 첫 모임을 시작으로 요번이 7회째 행사다. 시낭송집을 받아 모두들 자기의 순서를 기다린다. 나도 편집위원이지만 신호현 배재중학교 교사 시인이 항상 잘 만들어 가져옴에 고맙다.
나의 시는 [갈대, 존재의 이유]다. 지난 겨울에 써둔 것인데 좋은 문단에 주려고 아껴온 시다. 착각의 시학 시단이 고품격, 고품질임에 높은 수준의 시를 이곳에서 처음으로 오픈하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연구회원들의 시에 대한 안목과 수준이 높다는 사실이다.
행사는 우후 6시쯤에 시작되었다. 참석인원이 18명, 적은 숫자가 아니기에 시간이 꽤 걸렸다. 한사람씩 무대에 나가 자신의 시학에 대하여 간단히 말하고 시를 낭송하느라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음은 모두들 시에 대한 열정이 짙은 까닭이다. 시인의 가슴은 동일하며 문학이라는 동일한 주제하에서 만난 사람들이기에 마냥 행복한 순간이다. 창밖에는 점점 어둠이 드리우고 우리의 시낭송 향연은 그윽한 불빛 아래 아름답게 익어가고 있다.
*한국식 저녁 식사
8시에서야 시낭송이 끝나고 그 자리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한국식 된장과 동태찌개로 구수하다. <순풍에 돛을 달고> 주인은 화가라서 벽면에 자신의 그림을 액자에 끼워 걸어둠에 예술적 향기가 서리어 있다. 문학과 미술, 음악은 예술적 길목에서 통하기 때문일까. 잘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다. 마침 목사 시인이 있어 기타를 치며 노래하여 분위기가 한층 좋다.
동동주로 건배를 올리고 해물전으로 안주하여 맛있게 먹었다. 나는 원래 술을 마시지 못하기에 받기만 하고 주위 사람에게 도로 나누어 준다. 시인이 술을 못 마시면 어떻게 하냐해도, 나는 술을 마시지 않고도 다 잘한다고 화답하며 분위기를 즐긴다. 사실 그렇다. 술을 먹지 않아도 시도 잘 쓰고 노래도 잘 할 수 있다. 평생을 그렇게 길들여져 온 나만의 독특한 삶의 철학이다. 내가 술을 못 마신다하여 절대로 그 분위기에서 이탈하진 않는다. 또한 그런 분위기를 싫어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나의 머리칼락은 유난히도 검고 윤기가 흐른다. 유전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그건 아니다. 나의 어머니도 아버지도 내 나이 적에 흰머리가 많이 났다고 하신다. 우연일진 모르나 알콜을 한방울도 입에 대지 못해온 나의 체질, 그 결과는 나의 검은 머리칼이 큰 보상이 아닐까 늘 생각해오는 바이다.
착각의 시학 연구회의 발전과 새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아름다운 문우의 정을 나누고 또 나눈다. 웃음은 원래 우리 모임의 대명사다. 유우머도 그렇고 오가는 정담이 웃음을 자아낸다. 나는 웃음을 사랑한다. 사랑과 행복을 사랑한다. 모두를 사랑하고 매일 행복을 노래한다. 나와 동일한 생활철학으로 사는 최연숙 시인, 나는 동생 같은 그 시인을 많이 사랑한다. 그 시인만 보면 행복하다. 웃음도 예쁘고 얼굴도 예쁘고 시도 예쁘다. 이런 나를 최시인도 많이 사랑한다. 특히 그렇다는 것이지 다른 문우들도 서로 많이 사랑한다.
특히 오늘은 제천에 사는 정인목 시인이 공무원 문단으로 등단하여 축제의 분위기다. 지난번 제천 청풍명월 시낭송에서 점심을 대접해주기도 했던 마음이 따스한 시인이다. 멀리서 와 준 것에 대하여 고맙고 등단한 것에 대하여 축하해주고 등단패를 만들어 전달해 주었다. 아름다운 밤이다.
*첫눈 오는 거리
8시 30분. 누군가 눈이 온다고 외친다. 오늘 첫눈이 밤 9시에 내린다 했는데 30분 당겨서 내리고 있다며 모두를 좋아 하고 있다. 젊은 삼십대와 사십대의 시인들이 뛰어나가고 뒤따라 오십대의 시인들이 나간다. 서둘러 저녁식사를 마치고 눈내리는 풍경을 담아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이가 가장 많으신 권숙이 시인님은 집이 인천이라서 먼저 가셨다. 펑펑 쏟아지는 눈이 머리와 옷자락에 앉는다. 눈 내리는 풍경이 그대로 사진 속에 담겨 후일에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리라.
청계천 복원 공사로 물이 흐르는 시내에 가자고 한다.나는 낮에는 가 보았지만 야경을 보고 싶은 마음에 기대가 된다. 눈은 여전히 내린다. 준비해 간 나의 우산을 성백원 시인과 최연숙 시인과 셋이서 쓰고 걸었다. 인사동 사거리에서 뒤를 보니 일행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인목, 이경구 시인,그리고 우리 셋, 이렇게 다섯명만 좋아라 눈내리는 거리를 거닐었던 것이다.
전화를 해보니 춥고 미끄러워 못간다고 노래방에 들어 갔단다. 사실 눈은 좋은데 내리면 녹아 상당히 미끄럽다. 다시 뒤돌아 노래방으로 갔다. 시간은 밤 10시 직전이다. 문제는 시간이라, 수원행 전철이 10시 30분 쯤이면 종로3가에서 끝난다 하니 걱정이다. 노래를 부르는 것도, 듣는 것도 좋아하는 내가 아쉽다. 나는 제일 먼저 명성왕후 주제가 '나 가거든- if l leave'를 선곡하여 불렀다. 나의 애창곡이다.
늦으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는 이늦닢 시인, 손이 얼마나 따스한지 말만으로도 참 고마웠다. 정이 들어 헤어짐이 참 아쉽기 때문이다. 도경원 시인님의 노래는 나의 감성을 더욱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점잖은 분이기에 좀 어렵지만 가슴은 따뜻한 분이다. 함께 나가 부르며 흥을 돋우니 모두들 웃음바다다. 나 역시 눈물이 나도록 웃었고, 그것은 보약을 몇 백만원 어치 먹은 효과의 웃음이다. 행복하여서 참 많이도 웃은 밤이다.
*돌아오는 길
나와 성백원 시인, 우리 둘은 서둘러 나왔다. 종로3가에 가서 10시 15분 경 전철을 탔다. 같은 수원에 살기에 동행함이 좋다. 나를 경로석에 자리 잡아 앉혀준 성시인이 고마웠다. 이런 저런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가는데, 마침 나의 남편도 오늘 행사가 있어 서울에 왔는데 지금 거의 성대역에 이르렀다는 전화가 왔다.
우리는 문인 부부다. 그래서 문학행사는 거의 함께 다니는데 오늘 모임은 남편에게 행사도 있지만 성격상 따로이 가게된 것이다. 고맙게도 나의 남편 유기섭 수필가님은 성대역에서 기다려준다고 한다. 남편은 의왕역에서, 나는 시청역에서 통하하였으니 1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기다려준단다.
언제나 그렇게 나에 대한 사랑이 큰 사람이다. 나 역시 남편이기 이전에 인간적으로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성백원 시인은 화서역까지 가고 나는 성대역에서 내렸다. 여전히 눈이 내린다. 나의 가방을 받아 어깨에 멘 남편, 우산을 함께 받쳐들고 걸으며 참 행복한 밤이다. 추워도 춥지 않고, 어두워도 어둡지 않은 밤이다.
그렇게 10분 쯤 걸어 집에 도착했다. 큰 아들이 문을 열어준다. 작은 아들은 성균관 대학교 약대 4학년으로 내년 1월 19일에 약사고시가 있어 대학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운다. 그래도 길만 건너면 성대이기에 작은 아들에 대한 걱정은 덜 된다. 큰 아들은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안산초지고등학교에 복직하여 고3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든든 한 아들이다. 두 아들이 있어 나의 생이 행복하고 아름답다.
김경수 회장님으로부터 잘 도착하였느냐는 핸드폰 문자메세지가 왔다. 늦은 밤 12시 5분, 답장으로 지금 집에 잘 왔노라는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날씨가 춥다하여 걱정하며 집을 나섰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행복하고 아름다운 송년 시낭송, 몸도 마음도 편안하여 잘 마무리하고 돌아왔다. 문인의 길에서 본분에 충실하며, 시인의 사명에 더욱 충실하리라는 다짐을 하며 하루를 접는다.
사진 1:졸시 [갈대, 존재의 이유]를 낭송하는 본인 김윤자
사진 2:첫눈이 내리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사진 속에 담으며.중앙의 긴 머플러가 본인 김윤자
사진 3:송년 시낭송을 마치고 , 다섯잎 크로버의 기념 프랭카드와 함께. 맨 앞줄 우측끝 모자맨이 본인 김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