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희는 이렇게 참여하게 되었어요.
3월 스케치모임에 참석했을 때 진우샘에게 열우물 프로젝트의 간략한 설명을 듣고 벽화 의뢰를 받았을 때만 해도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있는 분들이 참여해야한단 생각에 예~~~ 생각해 볼게요 라고 대답을 했을 뿐 그다지~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 하게도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에 무거운 짐이 되어 편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4월 스케치 모임에 갔을 때 진우샘 또 다시 미소를 날리시며 ‘딸기쥬스님 벽 선택 빨리하셔야죠. 카페에 사진 올렸으니까 어서 선택 하세요’저는 그날도 웃음으로 자리를 모면 했었죠. 그런데 그게 참~~~ 진우샘의 그 이상한 미소에는 마력이 있는지 집에 돌아온 뒤로 마음의 짐은 천근만근 늘어만 갔죠..
벽을 맡으면 함께할 팀원이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워낙 저의 성격이 내성적이라서(?) 카페에 알고 지내는 지인들도 없고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우연치 않게 유종덕어머니와 서울예고 제자의 참여 의사로 드디어 함께 할 동료들이 생겼고 201-2호를 선택하게 되었죠..
2. 무엇을 그릴까?
벽은 선택했지만 무엇을 그려야할까 또다시 고민에 빠지고 말았지요. 제가 벽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그려놓고 좋다고 할 수 도 없고..
공공벽화를 생각할 때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도대체 벽의 주인이 누구인가? 라는 것이죠. 누구를 중심므로 이야기를 담아야 하나? 그 의구심은 세가지로 요약되어지는데
첫 째, 건물주가 벽의 주인인가? 그렇다면 건물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형태들을 마음대로 그려도 되는 것일까?
둘 째, 그림을 의뢰받은 작가가 주인인가? 작가의식만 앞세워서 작품성 높게 벽화를 그렸지만, 그 앞을 지나가는 수많은 행인들은 이해할 수 없는 그림과 색채로 인해 불쾌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 행인들을 우매하다고 할 수 있을까?
셋 째, 벽화가 그려져 있는 길을 다니는 불특정 다수가 주인인가? 벽은 길과 맞 닿아있고 길에는 수많은 행인들이 활보한다. 그들 중엔 마을 주민도 있고, 마을의 누군가를 찾아온 친지나 지인도 있고, 아무런 연고 없이 벽을 구경하러온 사람들도 포함되어있다.
벽화를 그리는 사람들은 쉽게 말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셋의 합의점을 찾아서 그리면 된다고... 하지만 내 생각엔 그것은 주체 없는 이상적인 생각일 뿐... 어떻게 생활환경이 각각 다른 모두에게 원하는 그림이 그려질 수 있나? 저의 생각은 항상 세 번 째 가 벽의 주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답니다.... 그래서 제가 벽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 들기도 하고요... ㅎㅎㅎ
5월의 어느 날, 벽화에 참여할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인천희망그리기 카페를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위에 나열한 것 들을 가지고 공공벽화에 대하여 나름 소신을 가지고 설명을 한 뒤 밑그림을 그리게 했죠..
그렇게 그려진 것 여러 점의 스케치들을 정리하고 정리하여 마을 주민들 모두 건강하게 장수하고 재물이 충만하길 기원하는 뜻에서 길상의 의미가 있는 잉어, 거북, 바다와 사랑이 꽃피는 마을의 풍경, 꿈과 이상을 가지고 도약하는 날개를 그림의 소재로 선정하게 되었죠. 구도적인 측면에서는 상승의 효과와 시선의 집중, 원근감 표현을 강조하려 주변의 형태를 원형으로 배열 하였답니다. 역시 요즘 학생들 대단들 하더군요. 그런 것 까지 세심하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3. 작업하러 갔습니다.
우리의 작업은 3일에 걸쳐 이뤄졌어요.
5월 28일 노는 토요일 작업을 위해 제가 하루 전인 27일 벽청소와 밑그림 작업을 하였습니다.
( 테두리와 그림이 서툴러서 일부분에 Grid 작업을 하고 있지요.)
( 벽을 청소한 뒤에 그린 밑그림입니다.)
28일 목동에서 2대의 차량으로 보호자 2분과 학생 6명이 참여하였죠.
사무실에서 기본적인 색을 조제하고 긴장과 설레이는 마음으로 201-2호를 향하여 씩씩하게 나아갔죠. 도착해서 간단한 짐을 풀고 각자 스케치한 밑그림에 다가가 열심히 색칠하시 시작했습니다. 재미있게도 남학생과 여학생이 자연스럽게 패가 나눠져서 그리기 시작했구요.
( 세심하게 때론 과감하게 채색에 열중인 모습들 )
( 언니들이 채색할 곳을 분할해 주고 계획성 있게 칠한답니다 )
( 모두들 넘 넘 열심히 해서 벽에 붙은 껌 딱지들 같았습니다 )
( 이들도 계획성 있게 형제가 색을 분담해서 칠을 하지요 )
( 열심히 하면 남, 녀 모두 껌딱지에서 벗어날 수 없나 봅니다)
12시 40~50분경 콩국수와 냉면으로 점심식사를 했고 후에도 작업은 계속 이어졌죠. 점심식사 전에는 집중력이 무지 뛰어났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저학년(중1) 학생들부터 집중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무렵 한 녀석이 이런 장난을 했습니다.
( 손등에 페인트를 발라 놓고 아바타라 하더군요. 그래서 녹색도 바르라고 했죠 )
역시 장난은 장난을....잠시 뒤에 보니 여러 학생들이 손과 발에, 그 많은 손톱에 꽃단장을 하며 웃음꽃을 남발하더군요. 그게 그렇게 재미있나 싶어서 재미있냐고 물으니 저에게도 큰 복점 하나 선물해 주더군요. 그렇게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옆에 있는 교회(에덴교회?)에 손 닦으러 서 너 번을 다녀오더니 마무리 작업에 임했고 4시가 조금 넘어서 이틀째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답니다.
( 중앙의 하늘은 밑 색만 칠을 해놓고 테두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마무리했지요 )
( 2012년을 기약하며 인증 샷입니다 )
* 2편도 있어요 *
첫댓글 후기 잘 읽었어요
넘넘 잘쓰셔서 이건 뭐 후기의 모범이라고 해야 할까봐요
계단 위로 올라서면 그 동네가 참 좋아요
이렇게 좋은 동네가 있었나 싶을정도로
저도 며칠전 그곳에서 수채화했는데
암튼 엄청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ㅎㅎ
참, 새가 좀 크다고 생각들더군요
그라데이션은 이외로 쉬워요 문제는 젖어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