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시에 기상.
하얼빈역 도착 30분 전에 역무원이 와서 전날 교환했던 카드를 열차표로 바꾸어준다.
기차 유리창은 두꺼운 비닐로 싸여 있고, 성에가 온통 하얗게 덮여있어 밖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 세면은 호텔에 가서 하기로 하고, 하얼빈의 추위에 대비해 완전무장에 들어간다.
상의는 런닝을 포함해 일곱 벌의 옷을 껴입고, 하의는 팬티를 포함해 네 벌을 껴입은 후, 양말은 두 켤레를 신었다.
따뜻한 빵모자를 눌러쓰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두 켤레 끼고 보니, 이건 영락없이 뒤뚱거리는 펭귄 스타일이다.
- 새벽 추위가 매서운 하얼빈역에 도착하니 (6:20), 여행사에서 나온 예쁜 아가씨가 깃발을 들고 기다리고 있다.
뜨거운 입김과 콧김을 연신 내뿜으며, '아이고, 드디어 한겨울의 새벽에 하얼빈에 왔구나'라고 중얼거린다.
기온은 영하 30도 정도인 것 같으나, 체감온도는 영하 40도를 넘지 않을까 한다.
작년 한여름에 실크로드를 여행하면서, 대기 온도가 45도를 넘고 지열이 80도를 오르내리는 투루판의 화염산을
올랐던 기억을 떠올린다.
(*) 하얼빈 :
- 하얼빈은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을 뜻하며, 송화강 남쪽지역에 위치한 공업도시로서,
흑룡강성의 성도이며 중국에서 10번째로 큰 도시이다.
- 본격적으로 도시가 건설된 것은, 1898년 러시아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블라디보스톡까지
연결하는 동청철도를 건설하면서였다.
러시아가 러일전쟁에서 패한 후에,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의 사람들이 모여들고 16개국의 영사관이
개설되는 등 만주의 중심도시로 성장하게 되었다.
- 1918년 러시아내전에서 패한 러시아 백군이 이 도시로 피난오면서, 러시아 바깥에서 가장 큰
러시아인 사회가 형성되었으며, 동시에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공동체도 만들어졌다.
1946년 이후 러시아인은 대부분 소련으로 되돌아갔고, 다른 유럽인들도 하얼빈을 떠났다.
- 1932년에 일본의 괴뢰국가인 만주국이 세워지면서 일본군이 진주하였으며, 1945년 8월에 소련군의
점령을 거쳐 1946년 4월에 중국인민해방군에게 통치권이 넘어갔다.
- 안중근의사께서, 1909년 10월 26일에 하얼빈역에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역사적인 장소이다.
- 이 도시의 명물인 '하얼빈 빙설대세계축제' (빙등제는 이 행사의 한부분임)는 1985년부터 개최되었으며,
공식적으로는 매년 1월 5일에 열려 1개월동안 계속되지만, 때에 따라서는 더일찍 시작해서 날씨가 허용하는 한
오랫동안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여행사에서 나온 아가씨가 깃발을 들고 있다)
(완전무장한 회원님들)
(사진을 보기만 해도 사진 속의 추위가 느껴져 몸이 으시시해지는 기분이다)
- 여행사 버스를 타고 곧장 호텔로 향한다.
추위에 대비하기 위하여 4성급호텔로 준비했다는 대장님의 말씀이다.
호텔에 도착해 (7:20) 방 배정을 받은 후, 짐을 내려놓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개운한 기분이다.
오늘 나의 룸메이트는 하얼빈팀을 인솔하는 이홍익님이다.
(숙소 호텔)
- 아침식사를 하기위해 몇분의 회원과 함께 시장통으로 걸어간다.
나는 쌀죽과 만두 등을 먹으려고 시장을 돌아보았지만, 춘절 명절이 계속되는 때문인지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회원들이 자리잡고 있는 맥도날드에 들어가, 햄버거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였다.
- 호텔 로비에 집합하여 (10:00) 여행사 버스를 타고서 소피아성당에 도착했다 (10:30).
이후 자유시간이 주어지고, 오후 3:30에 스탈린광장에서 모이기로 한다.
(*) 소피아성당 :
- 1907년에 붉은 벽돌로 지어진 러시아 정교회 성당으로, 초록색 양파 모양의 돔으로 하얼빈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이다.
성당 내부에는 1900년대 초창기 하얼빈의 여러 흑백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 소피아성당의 내부까지 둘러본 후 (내부 입장료 20위안), 홀로 중앙대가 (따오리취 거리)로 향한다.
(소피아성당)
(성당 내부)
(성당 옆에 있는 건물)
(폭죽에 불이 붙었다)
(*) 따오리취 (道理區) 거리 :
-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구역으로, 도로와 그 근처에는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는 러시아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과거 러시아와 하얼빈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 주위를 구경하며 중앙대가를 천천히 걸어서 송화강변에 있는 스탈린광장에 도착했다 (12:00).
(중앙대가 입구)
(공작새 얼음조각 같다)
(온도계 시계탑)
(마릴린 몬로의 조각상 ?..)
(스탈린광장에 있는 탑)
(얼음으로 외부를 장식한 식당)
- 두텁게 얼어붙은 송화강의 여러 풍광을 구경하다가, 강을 건너가 보기로 한다.
시베리아 찬 바람이 몰아치는 송화강을 걸어가면서, 과거에 일제치하를 벗어나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남부여대(男負女戴)하여,
봇짐을 이고 지고 어린애를 업고 손 잡고서, 이 얼어붙은 강을 건너갔을 조상들의 고달픔을 생각해본다.
(송화강 앞의 얼음조각 문)
(얼어붙은 송화강 풍경)
(개썰매 타는 손님을 기다리는 견공)
(스노우 모바일도 타고)
(마차를 타고 가기도 하지만)
(나는 걸어서 송화강을 건너는 중이다)
(케이블카도 있다)
- 약 35분만에 강 맞은편에 있는 태양도공원에 도착했다.
10분 정도 더 가면 '눈 축제장'이 있다고 한 것 같다.
대장님에 의하면, 작년에는 '눈 축제장'을 구경한 후에 40분 정도 걸어서 '빙등제'를 관람하였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눈 축제장'을 생략하고 '빙등제'만을 보기로 하겠다고 한다.
- 다시 걸어서 강을 건너갈까 하다가, 경험삼아 마차를 타고 오니 5분여만에 도착한다. (마차비 20위안)
-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중앙대가 입구로 걸어어면서, 대장님에게 들었던 한식당 '서라벌'을 찾아본다.
그러나 이 식당을 찾지 못해서, kfc에 들러 햄버거와 닭튀김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 2:00).
내 평생 이제껏 먹은 햄버거 숫자가 총 10개가 되지 않을 텐데, 오늘 하루에 아침, 저녁으로 2번씩이나 햄버거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것 또한 배낭여행의 맛인가 ?..
- 스탈린광장 앞에 위치한 호텔로 들어가, 따뜻한 로비의 소파에 앉아서 여행일지를 정리하는 등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 3:30에 스탈린광장에 집결하여, 여행사 버스를 타고 빙등제 축제장에 도착했다 (오후 4:00).
각자 자유시간을 갖은 후, 밤 8시에 주차장에 있는 버스로 집합하기로 한다.
- 송화강에서 가져온 얼음으로 만든 조각물들은, 자금성과 같은 유명한 건축물이나 각종 동물과 고대 전설들까지
재현한다고 하며, 그 크기와 규모 또한 엄청나다.
그리고 밤에는 조각물들에 형형색색의 불빛들이 켜져 신비스러운 효과를 더하고 있다.
- 그렇지 않아도 추위에 정신이 없을 지경인데, 얼음땅 위를 걸으며 얼음조각들 사이를 돌아다녀야 하니,
빙등제 구경하다가 얼어죽지 않을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발끝이 가장 춥다고 하여, 나는 신발 속에 핫팩을 넣었더니 별 추운 줄 모르고 다닐 수 있었다.
(빙등제 축제장에 입장하기 전에)
(빙등제 풍경들)
(요건 얼음조각이 아닌 석고조각이다)
(무슨 종이 매달려 있다..)
(언덕 위에 눈썰매장이 있는 것 같다)
- 빙등제 입장료에는 1시간 가량의 공연관람료가 포함되어 있다.
대장님 말씀으로는, 멋진 미녀들이 나와 공연을 하는데 아이들과 같이 보기에는 낯 부끄럽고 민망할 만큼 볼만하다고 하여,
우리들의 호기심과 구미를 돋구었다.
밤 6시에 시작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좋은 좌석을 확보하고자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공연장에 입장했다.
앞 좌석은 음식을 사먹는 사람이 앉는 자리라고 하여, 중간 부분에 자리를 잡았다.
잘빠진 러시아 무희를 상상하면서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공연을 기다리던 우리의 기대는, 그러나 공연이 진행되어 감에 따라
이내 실망감으로 바뀐다.
처음에는 눈을 부릅뜨고 보다가, 기다리던 민망한 공연이 나오지 않자 졸아버리는 분들도 있다.
' 아니, 이게 머 애들과 같이 보기가 낯 부끄럽고 어쩌다고?
내 생각엔 할아버지와 손자까지 삼대가 같이 보아도 되겠구만..'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우리는 대장님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준높은 공연을 잘 관람하였다는 분들도 계시니, 아무래도 내가 너무 엉뚱한 욕심을 내지않았나 싶다.
(이 얼마나 건전한 공연인가 ?..)
- 각양각색의 불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얼음조각들을 관람한 후에, 약속시간에 주차장에 있는
버스로 돌아왔다 (밤 8:00).
(빙등제가 1985년부터 시작되었다는데, 왜 13회째로 적혀있느냐고 여행사 아가씨에게 물었다.
그녀의 말로는, 중간에 축제 명칭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숙소 옆에 있는 식당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한다.
삼겹살과 목살, 김치찌게와 된장찌게를 안주로, 맥주와 소주, 백주를 밤 10시까지 먹고 마신다.
(저녁식사 식당)
- 호텔로 돌아와 대장님 방에 본부석을 마련하고서, 주류파들의 2차 술자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는 잠깐 참석하였다가, 내 방으로 돌아와 세면을 하고서 밤 11시경에 취침에 들었다.
- 몇시인가는 모르겠으나, 룸메이트인 이홍익님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침대에 눕는 소리를 잠결에 얼핏 들었다.
- 다음날 아침에 들으니, 밤 2시가 넘도록 술자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준비했던 술이 동이 나는 바람에, 사다리를 타서 당첨된 사람이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그 추운 하얼빈 거리로 나가
술을 사 왔다고 한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증거물로 찍어둔 사다리 타기)
첫댓글 아이추워라 추운날.. 차가운 가 식도를 타고 들어가는 느낌이... 글을 읽으면서도 느껴집니다. 이야아차가워
하얼빈 빙등제장에서는, 차가운 맥주가 식도에서 얼어버리지 않을까 ?
약수터님(박행장님)의 후기가 드디어 시작 되었네요~ 여행중 모든 정보와 자료를 세심하게 살피고, 그림도 차곡 차곡 넣어 가시던 모습은, 이처럼 여행 후기를 통해 많은 분 들과 추억을 공유 하고자 하시는 아름다운 모습에 감사를 드립니다- 정성이 녹아 있는 글과 그림 솜씨에 격려의 박수를~ ^^ - 파인트리(김원식) 와 아내가 함께-
사모님과 항상 다정하게 돌아다니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지금도 하얼빈은 영하20~30일건데 저는 따뜻한 운남에 있답니다..ㅎㅎ
앞 테이블에 늘씬한 미녀들까정...
공연이 덜 야했죠...?? 이리로 얼른 오세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