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 <힐빌리의 노래> J.D.밴스 지음, 김보람 옮김, 흐름출판, 2017.
이 책은 J.D.밴스의 자전적 에세이다. 이 책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밴스는 이 책 한 권으로 미국 상원의원이 되었다.
미국에서 힐빌리라는 지역은 레드넥, 화이트 트레시라고도 불리우는데 이 지역은 산업-공장이 빠져나가면서 공동화되고 쇠락한 오하이오주의 레스트밸리 지역이다. 이 책은 절망과 냉소가 만연해 있는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들을 기록한 ‘르포’ 같은 내용이다. 그런 지역에는 경제적 빈곤과 함께 가정적-정서적 빈곤이 따라온다. 그런 사람들이 게으르고 쉽게 직장을 때려치고 마약에 중독된다. 가정에서는 보모가 별거하거나 이혼을 했고 폭력과 다툼이 반복되면서 대물림된다.
이 책은 그런 분위기에서도 주인공인 밴스가 굳세게 살아남아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를 세세하게 담백하게 설득력 있게 한다. 이 책의 커다란 장점이다.
밴스의 비극의 시작은 엄마가 타락하기 시작하면서다. 밴스의 아버지이자 엄마의 남편은 여러 명이다. 정말 복잡하다. 엄마는 마약에도 손을 댔다. 그런 엄마가 소변검사에서 통과하기 위하여 아들에게 소변을 대신 제출해 달라고 부탁하자 밴스는 절망했다.
엄마가 왜 그런 삶을 살았을까? 할배와 할모가 왜 그런 어머니를 잘 잡아주지 못했을까? 너무나 안타깝다. 할모의 행동거지도 드셌다. 그렇지만 그 할모가 밴스가 중심을 잡고 바른 길로 나아가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다행이도 밴스는 할모와 10~12학년 때 ‘다른 사람없이’ 함께 지냈는데 그때 평화로움과 안전함을 느끼고 학교 공부와 학교 친구와 우정을 쌓을 수 있었다. 위 이모, 린지 누나, 나중에 만난 아내 우샤 그리고 주변에 다른 사람들과의 애정과 무한한 신뢰도 중요했다.
밴스가 어렸을 때 할모나 할배 그리고 부모들 모두 문제가 많았고 툭하면 싸우면서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그랬는데 대부분의 가정이 그러했다. 미들타운에 감도는 끔찍한 유혹의 분위기는 아이들이 너무나 이른 나이에 부모가 되거나 약물에 중독되거나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 책은 보통의 에세이처럼 가볍지 않고 뒷부분에서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예일대를 가 보니까 “우리가 있는지도 모르고 마시는 공기처럼 인맥의 힘이 널리 퍼져 있”었다. 추천이라는 제도가 우리나라보다도 미국에는 훨씬 활성화 되어 있데 그것이 대부분이 인맥이다. 미국에는 실력보다도 운이라는 속담이 있다는데 그것들보다는 인맥이 더 확실하다고 밴스는 느꼈다.
주거도 먹는 것도 옷도 말투도 힐빌리와는 다 달랐다. 그들만의 세계다.
반면에 빌힐리의 사람들은 인맥도 없고 노력도 안 하고 의지도 없고 발전할 수 있는 여건도 안된다. 세계 최강이고 최고 부국인 미국도 빌힐리에서 생겨나는 저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저자는 개인적으로 저런 문제를 돌파했다.
이 책은 소외된 지역과 백인 얘기만 나온다. 유색인종 (흑인이나 히스패닉, 아시아 미국인, 인디안족) 실상에 관하여는 조금만 나온다. 더 가난하고 불행할텐데...
어느 지역에서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가 하는 것은 본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인데 저런 지역에서 저런 부모 밑에서 태어나면 사다리 타고 신분상승 하기는 힘들다. 미국은 1990년대 저 때 벌써 신분상승의 가능성이 아주 적었다. 우리나라도 그래도 대충 그러했다.
나는 조상(조부모, 부모) 잘 만나서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 가정에서 학습된 무기력은 무섭다. 대책이 없다.
우리나라에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서 지역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곳이 많아지고 있고 시골로 갈수록 결손가정 조손가정이 의외로 많다.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도 찾지도 않는다.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고 있고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도 많다. 이러한 가정 문제는 국가도 학교(교육)도 해결해 주기가 쉽지 않다. 저 미국 이야기가 우리나라의 지금의 실상이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마약문제나 10대임신이 거의 없고 공교육이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은 다르지만) 저 때 미국도 우리나라도 공부하여 대학 가는 것이 신분상승의 지름길이었다. 어느 미국학자는 근래에 계층을 20% : 80% 나누었는데 아마도 저 20%는 대충 본인이나 부모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일 것이다. 대충 그 부류가 책을 쓰고 이런 책을 읽고 있다고 했다. 이 책의 중간 부분까지는 지역적으로 사회적으로 변두리에 사는 소외되고 희망이 없는 저 80%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슬프다.
밴스에게 4년간의 미 해병대 입대는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에 전환점 역할을 했다. 인내하고 군대조직에 적응하면서 사회적응 훈련을 잘 했다. 나중에 학자금도 지원받았다. 군대가 저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군대 갔다 와서 사람 되었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나도 나이 들어서 간 군대에서 인내하면서 조직에 적응하는 법을 배웠고 삶을 헤쳐 나가는 훈련을 했다.
J.D.밴스가 어렵게 예일대 로스쿨을 마치고 실리콘밸리에서 직장생활하다가 이 책을 쓰고 38살로 2022년에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에 당선된다. 밴스는 대표적인 ‘트럼프 키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공화당 경선에서도 본선에서도 결정적이었다. 아마 이 책이 트럼프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이 책에는 보수파를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현대 보수파의 미사여구가 그들의 최대 유권자가 겪고 있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파고들지 못하”고 “보수파 세력은 내 또래 청년층에게 취업을 독려하는 대신 사회적 고립을 점진적으로 조장함으로써 그들의 포부를 짓밟았다.”고 했다.
이런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는 밴스가, 또한 “내 삶을 돌이켜 보면, 얼마나 많은 변수가 제자리에 꼭 맞아떨어져서 내게 기회가 됐는지 아주 놀라울 정도다.”고 말하는 행운아 밴스가, 왕또라이 트럼프와 손잡았다는 것은 미스테리다. 출세를 위해서 변절했다고 봐야 하나? 밴스가 지금은 30대인데 50~60대에서는 어떻게 살지 밴스의 앞으로의 정치인생이 궁금해진다. 자기가 살아온 경험을 발판 삼아서 앞으로 가난하고 소외되고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하여 의정할동을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