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의된 전기공사업법 개정안을 놓고 전기공사협회 등을 중심으로 한 시공업계가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 앞으로의 진행상황에 귀추가 주목된다. 전순옥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전기공사업법 개정안에는 전기설비 시공 시 난이도와 위험성 등을 고려해 공사의 종류와 규모별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일정 수 이상의 전문기능 인력을 갖춘 업체가 공사를 수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이를 위반할 경우 시정명령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토록 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전기공사업법 개정안을 내놓은 전 의원측은 한전 배전단가 계약공사 등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안전사고 등으로 인해 해마다 수 백여 명의 사상자가 생겨나고 있다며 사고 근절과 철저한 시공관리를 위해 법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법안은 발의 직후 업계의 현실을 간과했다는 이유로 전기공사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전기공사업계는 개정안이 전문기능 인력의 정의와 인정 범위, 절차, 공사 난이도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아 업계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기공사업자와 전기공사기술자, 전문시공 기능인력 간 역할과 책임의 범위가 모호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이 시공업체가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는 전공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업체들의 경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기공사기술자 외에 별도의 전문시공 기능인력을 추가적으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원가가 상승하는 것은 물론이고 업계의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업계는 공사의 종류와 규모에 따라 이를 세분화하는 작업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연간 발주되는 전기공사 건 수는 80여만 건에 이른다” 며 “이를 세분화해서 규모별로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 말했다. 전기공사의 종류와 규모에 따른 위험도등을 각 사례별로 실증한 뒤 분류 작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이나 실증없이 공사를 분류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한전 배전단가 계약 공사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기공사업법 전체를 개정하는 것은 지나친처사라는 업계의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간 발주되는 전기공사 규모는 현재 20조원 내외로 추산된다. 이 중 한전 배전단가 계약 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8만2092건, 9800억원(5.1%) 정도다. 전체 전기공사의 20분의 1에 불과한 배전단가 공사 과정에서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기공사업법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라 한전이 현장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타 시설공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업계는 건설·정보통신·소방 등 다른 시설공사업 분야에서는 이 같은 입법 사례를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하며, 전기공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고 주장했다. 공사의 규모와 일정 등에 따라 현장 및 인력투입을 탄력적으로 결정하는 공사업자들의 고유 권한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장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전문기능 인력들의 고용 안정을 보장한다는 기본 취지와 달리 해당 지역 전공들이 카르텔을 구성, 몸값을 과다하게 부풀리는 등 사업자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방편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며 “전기공사업계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산업을 말살하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의원 측은 “이번 개정안 입법발의는 시공 현장에서 실제 전문기능 인력들이 공사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한 전기안전사고로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 이라며 “현재 고용노동부 등과 (한전 전공들이 보유하고 있는)자격을 국가자격으로 인정·전환하는 방안을 검토·논의하고 있다” 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모법의 규정이 다소 과하다는 시공업계의 주장이 있지만, 공사의 종류·규모별 범위 등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하위 법령 등을 통해 탄력적으로 운영토록 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는 입장도 내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