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에 걸린 동물들>을 읽고 나니 문득 제주도에서 본 '의병 항쟁 기념탑'이 기억났다. 갑자기, 왜?
1621년 7월 8일 프랑스의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라퐁테느가 태어났다.
라퐁테느는 이솝우화보다 좀 더 풍자적인 우화풍 시와 우화풍 동화를 쓴 작가로 이름이 높다. 그는 동물의 언행을 통해 인간의 참모습을 추구하는 작품을 많이 썼다. 코로나의 공격 앞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류의 현실을 생각하며 라퐁테느의 〈페스트에 걸린 동물들〉을 읽어본다.
페스트가 창궐하자 동물들은 하나같이 생기를 잃게 되었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 생각하니 늑대 등도 약한 짐승을 잡아먹는 일에 흥미를 잃었다. 새들도 서로 피하기만 할 뿐 함께 지저귀며 노래할 마음도 없어졌다. 대책 마련에 가장 앞장서야 할 동물나라 임금 사자가 모두를 모아놓고 입을 뗐다.
“하늘이 우리의 죄를 벌하려고 페스트를 퍼뜨렸다. 우리 중에서 가장 죄를 많이 지은 동물을 하늘에 제물로 바쳐서 용서를 빌어야 한다. 누구를 제단에 올려야 하늘의 죄사함을 받을 수 있을지 알기 위해서는 각자가 양심에 따라 자신의 죄상을 고백해야겠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페스트에 걸려 죽게 된다.
나부터 먼저 말하겠다. 아무 죄도 없는 양들을 많이도 잡아먹었다. 때로는 양치기도 잡아먹었다. 내가 최고의 죄인이라면 기꺼이 제단에 올라가겠다. 다른 동물들도 고백을 해보아라. 가장 나쁜 동물을 바쳐야 하늘이 우리 모두를 용서할 것이니 말이다.”
여우가 아첨을 늘어놓는다. “폐하께서는 너무나 착하십니다. 잡아먹힌 양은 폐하의 은총을 입는 영광을 누렸고, 동물들을 괴롭힌 양치기를 죽인 것은 세상에 선한 일을 하신 것입니다.” 그러자 동물들이 박수를 치면서 동조한다.
이어서 이런저런 동물들이 자기 죄에 대해서 말했다. 그런데 대부분이 죄는 없고 선행만 실천해온 양 미화하였다. 마지막에 당나귀 차례가 되었다. 당나귀가 조용히 말했다. “배가 아주 고플 때 부드러운 풀들이 있는 것을 보고 저의 혓바닥 넓이만큼 뜯어 먹었습니다. 어린 풀들을 죽일 아무런 권리도 없는 제가 말입니다. 죄를 고백합니다.”
동물들이 소리들을 질러댔다. “저것이 최고 악질이다!” 동물 법원 서기 출신인 늑대가 웅변을 토했다. “남의 것을 훔쳐 먹었으니 절도죄요, 살아 있는 풀의 생명을 거두어 살상죄를 저질렀으니 용서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