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각 팀 신인 선수들에게 입단 첫 해 목표를 물으면 한결같이 나오는 대답이 ‘신인왕’이다.아마추어 시절 한두번 대표경력만 있어도 투수의 경 우 기본 10승,타자는 기본 3할 타율을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러나 프로무대에서 신인들이 10승이나 타율 3할을 넘어서기란 말처럼 쉽 지 않다.국내 프로야구의 수준도 이제는 매우 높아져 신인들이 1군에서 뛰기 만 해도 영광인 시대가 됐다.
지난해에는 SK와 한화의 고졸 새내기 듀오 이승호와 조규수가 나란히 10승 벽을 돌파해 돌풍을 일으켰다.
과연 올해는 누가 뜰까.각 팀의 전지훈련을 통해 올시즌 기대주로 부상한 주요 신인 선수들의 기량과 성장 가능성을 점검해 본다.
마운드에서는 삼성 이정호,LG 이동현,해태 김주철 등 고졸투수 3총사와 경 희대를 졸업한 SK의 ‘올림픽스타’ 정대현 등이 입단 때부터 눈길을 끌어왔 다.그러나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두산 김태구와 SK 김희걸도 무궁한 가능성 을 내비치고 있다.야수중에는 방콕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롯데 신명철,삼 성 박한이 등이 주목된다.
◆ 삼성 이정호 지난해 고졸 최대어답게 애리조나 캠프에서도 싱싱한 구위로 코칭스태프를 매료시키고 있다.캠프에서 이미 시속 150㎞의 빠른 볼을 뿌려 놀라게 했다. 커브 싱커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도 구사한다.21일 청백전에서 3이닝 동 안 1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삼성은 올시즌 그를 선발요원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불안한 제구력이 숙제로 남아있다.투구밸런스가 완전치 않다.이날 청백전에서도 3이닝동안 볼넷을 3개나 허용했다.아무리 빠른 볼과 다양한 변 화구를 갖고 있어도 제구력이 불안하면 프로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 LG 이동현 지난해 신인왕 이승호와 비견되는 두둑한 배짱이 눈에 띈다.지난 18일 주 니치 1군과의 평가전에 선발로 나가 2이닝동안 2안타 2실점으로 호된 신고식 을 했다.그러나 1회 1사만루에서 주니치의 4번 티몬스를 상대로 2-3 풀카운 트까지 몰리고도 커브로 삼진을 잡아내는 배짱에 주니치 관계자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최고 147㎞의 빠른 볼에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진다.포크볼도 가능하지만 코칭스태프가 만류하고 있다.팔꿈치 부상을 염려해서다.그러나 이동현 역시 제구력 보완이 필요하다.현재로서는 제5선발 기용이 점쳐진다.
◆ 해태 김주철 마운드가 허약한 팀 사정상 올시즌 선발의 한축을 맡을 공산이 높다.하와 이 캠프에서 평균 시속 140㎞ 이상씩의 볼을 팡팡 뿌려대며 선배들과 경쟁하 고 있다.칠테면 치라는 식의 공격적 피칭이 그의 대담성을 엿보게 한다.지난 해 성남고의 청룡기 우승을 이끌 때 보여주었 듯이 코너워크가 뛰어나다.신 인 가운데서는 제구력이 수준급이라 실전에 투입하는데 부담이 적다.현재 문 희수 투수코치의 지도로 투심과 슬라이더 보완에 매달리고 있다.
◆ SK 정대현 볼은 빠르지 않지만 완벽한 제구력에 꿈틀대며 들어오는 볼의 무브먼트가 일품이다.청백전에서 정대현을 상대해 본 동료 타자들은 한결같이 “똑같은 공이 하나도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에서 최강 미국을 상대했던 큰 경기 경험과 자신감도 엄청난 무기다.올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점쳐지는 이유다.코칭스태프는 최소 팀내 제3선발 안에 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그러나 구속 120∼130㎞대 의 볼이 과연 언제까지 통할 지가 관심사다.
◆ 두산 김태구,SK 김희걸
올시즌 신인왕 전선의 복병들이다.김태구는 2차 2순위로 입단했지만 하와 이에서 147㎞의 볼을 뿌려 최일언 투수코치의 입을 함지박만하게 벌어지게 했다.직구 커브 슬라이더 외에 직구처럼 가다 타자 앞에서 순간적으로 정지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신종 구질로 포수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두 산의 두꺼운 마운드를 뚫고 들어가느냐가 문제.
김희걸도 145㎞의 빠른 볼에 묵직한 볼끝을 자랑한다.제구력도 안정됐고 승부 근성과 배짱이 뛰어나다.그러나 구질이 단조로운 게 흠.변화구만 장착 하면 SK의 차세대 에이스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 삼성 박한이,롯데 신명철
올시즌 신인 기상도가 ‘투고 타저’로 점쳐지는 가운데 야수를 대표하는 간판 신인들이다.그러나 둘 다 올시즌 주전 자리를 박차고 들어가기에는 아 직 벅찬 느낌이다.외야수 박한이는 수비가 안정적이고 공을 맞히는 재주가 뛰어나지만 아직까지 기존 선배들을 뚫고 들어갈 만큼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 지는 못했다.
신명철 역시 올해는 유격수 김민재의 백업요원으로 프로의 경험을 쌓을 전 망.빠른 발과 공격적 주루플레이를 앞세워 팀내 톱타자감으로 주목받고 있지 만 타격 때 하체이동이 부드럽지 못하고 수비도 아직 보완이 필요하다.그러 나 일단 기회만 주어지면 빠른 발과 센스,수준급 작전 수행능력으로 ‘튈’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