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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온통 ‘스마트(Smart)’ 물결이다. 여기서도 스마트, 저기서도 스마트다. 요즘 스마트란 말을 제대로 모르면 바보 취급받기 십상이다. 정말 바보가 되지 않으려면 도도한 ‘스마트 혁명’의 저변을 이해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킨 스마트폰이 스마트 담론의 일차적인 본산지이기는 하지만, 사실 스마트 혁명은 그것을 훨씬 초월하는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이슈다.
스마트는 뭔가 그럴듯하다고 해서 아무데나 붙이는 수식어가 아니다. 원래 어떤 기계나 장치, 시스템 등이 ‘정보처리능력’을 가진 상태, 즉 지능화돼(Intelligent) 있는 것을 뜻하는 전문용어다.
스마트폰 역시 사실상 컴퓨터에 준하는 기능을 가진 휴대전화이기에 스마트라는 호칭을 쓰는 것이다. 지금 마치 요원의 불길처럼 지구촌에 번져가는 스마트 혁명은 지난 수십 년간의 눈부신 디지털·IT 기술 발달이 실질적인 원동력이다. 스마트 혁명의 여파는 엄청나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과 비즈니스 방식, 나아가 사회 시스템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는 태풍의 눈이다. 한마디로 인류 문명의 스마트화를 가져올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코노미플러스>는 창간기념호를 맞아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불을 댕긴 ‘스마트 빅뱅’을 집중 조명해본다.
스마트 혁명, 세상을 어떻게 바꾸나
IT와 세상의 '결합' 신세계가 탄생하다
#1
지난 8월 미국인 빈스 헌터는 모처럼 시간을 내 코네티컷주에 사는 부모를 방문했다. 가족끼리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에 그의 아이폰에 ‘비상’을 알리는 메시지가 떴다. 자신의 집 앞에서 남자 두 명이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즉시 자기 집에 설치된 CCTV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켰다. 그랬더니 정말 2인조 도둑이 벽돌을 던져 창문을 부수는 장면이 고스란히 뜨는 게 아닌가. 빈스 헌터는 서둘러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그의 집으로 달려갔다. 도둑들은 낌새를 채고 달아났다. 창문이 깨진 것 외에는 별다른 손해가 없었다.
빈스 헌터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스마트폰이란 게 참 기특하고 고마웠다. 자신의 집은 부모 집에서 무려 2400km 떨어진 텍사스주 댈러스에 있다. 그 먼 곳에서 벌어질 뻔한 불상사를 스마트폰 덕분에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스마트폰과 애플리케이션, CCTV를 연계한 ‘스마트 방범’ 체계를 갖춰놓은 것은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2
유럽연합(EU)은 시민들의 심혈관 질환을 사전 모니터링하고 예방할 수 있는 지능형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른바 ‘마이하트(MyHeart)’ 프로젝트다. 시민들이 스스로 건강상태를 통제할 수 있도록 스마트 전자기기와 특수 직물을 결합한 인텔리전트 생체 의복과 개인화된 솔루션을 개발하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마이하트 프로젝트에는 EU 10개국 의료기관이 동참하고 있다. 또 프랑스 원자력연구소, 스위스 국립기술연구원, 이탈리아 합성소재연구소 등 주요 공공 연구기관과 함께 필립스, 보다폰 등 유럽을 대표하는 기업들도 참여 중이다.
현재 울혈성심부전 환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환자 상태를 분석하기 위해 압력이나 움직임의 변화를 기록할 수 있는 스마트 전자직물(센서가 부착된 침대 시트)을 이용한다.
EU는 마이하트 프로젝트를 통해 심혈관 질환의 예방과 조기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개인화된 진단을 위한 기술과 시스템, 원격의료를 위한 기술 등도 개발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시민들의 삶의 질 개선이다.
세상이 ‘스마트(Smart)’해지고 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스마트화(化)’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과 도구를 이용해 더욱 편리하고 똑똑한 삶의 여건을 만들어온 게 바로 인류 문명의 궤적이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은 스마트화에 엄청난 가속력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IT·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진화가 핵심 동력이다.
손 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출현이 단적인 예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는 스마트 혁명의 징후를 매우 직접적으로 실감하고 있다.
백인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전 세계적인 스마트 혁명의 가장 큰 배경은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등장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서비스를 써봄으로써 똑똑하고 편리함을 체감했습니다. ‘아, 이런 게 스마트구나’ 하고 말이죠. 스마트폰을 통해 스마트 혁명의 실체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한 세상은 모든 사물, 시스템, 프로세스에 지능(intelligence)을 부여함으로써 실현된다. IT 기술과 네트워크 인프라가 그 바탕이 된다. 스마트화는 물리적 영역과 비물리적 영역 모두에 적용된다.
가령 휴대전화, 자동차, 가전제품 같은 공산품이나 도로, 전력, 교량 등의 사회 인프라는 물리적 영역에 속한다. 반면 조직 시스템이나 업무 프로세스 같은 것은 비물리적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두 영역이 함께 스마트화하면서 세상 전체가 스마트해지는 셈이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은 스마트기술 표본
박평근 서울시 교통정보센터(TOPIS) 주무관의 설명이다.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모든 버스는 40초마다 무선통신으로 위치와 속도 정보를 TOPIS로 보냅니다. 또 정류장 도착 및 출발 때도 정보를 전송합니다. TOPIS에서는 이 정보들을 가공해 다양한 버스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향후 지하철과 연계한 정보공유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계획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시민들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교통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이른바 ‘유비쿼터스 도시(U-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U-도시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형 첨단도시다. 한마디로 ‘스마트 시티(Smart City)’라고 할 수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6월 송도 지구에 U-도시 시범도시 구축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송도 지구 U-도시는 지능형 방범 서비스, 공공주차장 통합이용 서비스, 홈네트워크 연계 서비스, U-스페이스 서비스 등 4가지 체감형 U-서비스를 제공한다. 송도 지구는 미래의 도시 모습에 대한 하나의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김인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U-시티과 팀장의 말이다.
“송도 지구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 정보와 항공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공공주차장을 이용할 때는 빈 자리가 있는지 등의 주차현황 정보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물체의 특징을 기반으로 검색기능을 제공하는 지능형 영상감시 시스템이 압권입니다. 가령 ‘빨간색 옷 입은 아이’라고 검색 옵션을 걸면 금세 영상을 찾아줍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매우 효율적인 방범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현재 세계 각국은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 혁명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네덜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네덜란드인 상당수는 회사로 출근하지 않는다. IT 인프라, 영상회의 시스템을 갖춘 사무공간과 각종 편의시설을 완비한 ‘스마트워크센터(Smart Work Center)’가 일터를 대신한다.
출퇴근에 따른 시간적·경제적 낭비를 없애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국가적으로 구축된 것이다. 현재 네덜란드는 99개의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종업원 500인 이상인 기업의 91%가 원격근무제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워크 도입으로 스마트코리아 도약
특히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는 스마트코리아 실현의 최우선 과제로 ‘스마트워크’ 도입을 설정했다.
우리나라는 1인당 노동시간이 OECD 평균보다 1.3배 길지만 생산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대면 중심의 조직문화가 업무 비효율을 초래하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조직문화는 여성들의 저출산·육아 문제를 낳기도 한다. 국내 여성 고용률은 20대 후반 65%에서 30대 초반에는 50%로 뚝 떨어진다. 주부 직장인들이 일과 가사를 병행하기 어려워 직장을 포기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심각한 교통혼잡 역시 대면 중심의 근로문화에서 주로 빚어지는 것이다. 교통혼잡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비용은 연간 26조원에 달한다.
기존 근로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혁신 필요성이 부각되는 까닭이다. ‘워크 하드’ 문화를 ‘워크 스마트’ 문화로 바꾸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15년까지 IT 기반의 원격업무 시스템을 갖춘 스마트워크센터를 총 500개소 구축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올해 중 서울 도봉구와 경기 성남 분당구에 2개소를 마련해 스마트워크 확산의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순철 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워크전략팀 사무관의 말이다.
“우리나라 IT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지 않습니까? 스마트워크 도입에 기술적인 어려움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광대역통합망(BcN), 기가인터넷(Giga Internet) 등 통신망 확충과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스마트 단말기의 확산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정보보안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업들이 보안 문제 때문에 스마트워크 도입을 주저할 수 있기 때문이죠.”
스마트 혁명은 21세기 메가트렌드로 떠올랐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인류는 정보사회라는 ‘제3의 물결’을 넘어 스마트사회라는 ‘제4의 물결’을 타고 미래로 향하고 있다. 변화는 정부, 기업, 국민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거대한 전환기는 한국에 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스마트사회의 대전제가 IT 역량이기 때문이다. IT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인프라를 구축하고, 그 바탕에서 스마트워크, 스마트비즈니스, 스마트정부를 구현한다면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삶 자체가 스마트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백인수 한국정보화진흥원 선임연구원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IT 기술과 인프라에서 세계적인 역량을 갖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데는 다소 취약했던 게 사실입니다. 이제는 IT 역량을 활용해 우리 사회를 보다 스마트하게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기술을 통해 우리는 더욱 효율적이고 창의적인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스마트사회는 곧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혁명 현장 속으로
스마트 혁명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개인의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스마트화가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은 개인용 스마트 단말기의 진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조만간 스마트폰, 스마트패드(태블릿PC), 카메라 등 개인용 디지털기기가 하나로 통합된 e백(e-Bag)이 등장할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공공 부문의 스마트화 역시 그야말로 광폭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정부, 도시, 교통, 복지, 교육, 전력, 환경, 금융, 물류, 공공안전 등 해당되지 않는 분야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 곁에 다가온 스마트화의 몇몇 사례를 살펴본다.
옷부터 자동차까지, 만물에 지능 생긴다
스마트화하는 분야 어떤 게 있나
스마트웨어
신체상태 파악해 디지털 정보 송신
하루 24시간을 늘 함께하는 게 옷이다. 옷은 사람이 입고 벗는 수동적 사물이다. 그런데 옷에도 지능이 생긴다면 어떨까? 실제로 스마트한 의류가 이미 개발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BT융합연구부에서는 이른바 ‘바이오셔츠’라는 스마트웨어를 개발했다. 바이오셔츠는 다양한 형태의 생체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 집합체 의복이다. 착용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센서가 의류에 내장된 것이다.
전체 시스템은 바이오셔츠와 생체신호 계측장치인 ‘PBM(Personal Biosignal Monitor)’, 그리고 생체신호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된다. 심전도, 호흡, 가속도, 체온 등을 측정해 심박수, 호흡수, 운동량 및 운동속도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마라톤복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김승환 BT융합연구부장은 “바이오셔츠는 신체에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경보를 하는 기능을 갖췄다. 가령 마라톤선수가 착용하고 뛸 경우 심박수, 호흡수 등을 측정해 그 사람의 체력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되면 즉시 경보를 함으로써 페이스를 유지하도록 한다. 바이오셔츠를 통해 얻은 정보를 무선통신 모듈을 통해 병원으로 전송해 건강관리 등에 활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ETRI 차세대컴퓨팅연구부는 이른바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를 개발하고 있다. 옷처럼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미래형 컴퓨터다. 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정기수 박사는 대용량 디지털 정보를 고속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디지털사(絲)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홈
원격진료 등으로 복지·산업 신기원
국내 보건의료 분야도 스마트화의 계기가 마련됐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헬스케어산업 발전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스마트케어’ 서비스 시범사업을 본격화했다. 이 사업은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1만명을 대상으로 원격진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LG전자와 SK텔레콤이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스마트케어 서비스 시범사업은 기업이 중심이 되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아울러 1만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차후 스마트케어 서비스를 해외로 수출할 때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 사업에는 각종 바이오·의료기기, 의료정보 소프트웨어, 통신 및 보험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가 적용될 예정이어서 국내 헬스케어산업 전반에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지경부는 ‘세계적 수준의 재택건강관리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강명수 지경부 바이오나노과 과장은 “스마트케어 서비스는 복지 측면에서 의료비용 절감 효과, 산업 측면에서는 신성장동력 및 수출시장 확보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미국은 U-헬스 분야에 700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엄청나게 큰 시장이 열리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발빠르게 기회를 잡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카 & 트래픽
첨단도로 위를 '카트'가 달린다
현대차는 지난해 휴대전화 기반의 차량 원격진단·제어 서비스 ‘SHOW 현대차 모바일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자동차 전용 모바일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구축한 점이 특징이다.
이 서비스를 통해 운전자는 엔진, 변속기, 엔진오일 등 차량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자동차 키가 없어도 원격으로 문 열림·잠금, 트렁크 열림·닫힘 기능을 쓸 수 있다.
또한 주행 습관을 분석하는 에코 드라이빙 기능을 통해 경제운전 및 안전운전 점수, 평균속도 등의 수치도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부품업체 현대모비스는 첨단기술 아이템 개발에 미래를 걸고 있다. 우선 SCC(Smart Cruise Control: 차간거리제어장치)를 들 수 있다. 이는 운전자가 설정한 속도로 자동 운행하되, 차량 전방 레이더 센서를 통해 차간 거리를 실시간 측정해 적정한 차간 거리를 유지하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 차선유지도움장치)도 눈길을 끈다. 운전자의 졸음운전이나 부주의로 차량이 차선을 이탈할 경우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안전하게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다. LKAS는 전자·통신·제어공학 기술이 집적돼 있다. 현대모비스는 조만간 독자 기술로 LKAS를 양산할 계획이다.
자동차만 똑똑해지는 게 아니다.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도 스마트해지고 있다.
이른바 ITS(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 지능형교통시스템)가 구축되고 있는 것이다. ITS는 도로, 차량, 신호체계 등 기존 교통체계에 전자·제어·통신 등 첨단기술을 접목시켜 교통시설의 효율을 높이고 안전을 증진하기 위한 차세대 교통시스템이다.
가장 활성화된 분야가 버스정보시스템이다. 서울시를 비롯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수년 전부터 버스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교통행정을 펼치고 있다. 또한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지능화를 지속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 하이웨이’ 사업이다. 톨게이트를 무정차 통과하는 '하이패스'도 ITS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박상조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교통의 가치가 이제는 안전하고 편리하게 가는 것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ITS는 도로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수집·분석해 이용자에게 적시에 신속하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방향으로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마트시대 여는 기반기술 15
스마트 혁명의 밑바탕은 역시 과학기술 발달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의 진보가 없었다면 오늘날 스마트 혁명은 한낱 SF소설에 그칠 수도 있다.
스마트 월드를 열어젖힌 기반기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지구상의 사물이나 사람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원래 미국 국방부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했으나 냉전체제 이후 상업적 용도로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다. 고도 약 2만㎞ 상공을 돌고 있는 24개 위성과 이들 위성을 관리하는 지상 제어국, 이용자의 수신기 등으로 구성된다. 항공기·선박·차량 운행정보 파악이나 토지측량, 위치추적, 긴급구조, 레저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쓰임새가 매우 커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아우르는 기술혁명
지구촌을 스마트월드로 바꾸다
● 텔레매틱스(Telematics)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지리정보시스템(GIS) 등을 활용해 차량에 장착된 단말기에 운전자가 필요한 각종 정보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기술이다.
교통 정보 제공, 원격 차량 진단, 인터넷 접속, 외부와의 정보 교류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 RFID
(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인식)
얇은 평면 형태의 ‘전자태그’에 담긴 고유 정보를 무선으로 인식해 정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정보를 내장한 전자태그(RFID tag), 정보를 판독하는 판독기(RFID reader), 그 외 운용 소프트웨어 및 네트워크로 구성된다.
전자태그는 반도체로 된 트랜스폰더칩과 안테나로 구성되며, 각종 사물에 부착돼 고유 정보를 발신한다. 내부 전원 없이 판독기의 전파 신호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 동작하는 수동식과 전지가 포함된 능동식이 있다. RFID는 물류, 유통, 교통, 보안, 안전 분야 등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 음성인식(Voice Recognition)
기계나 장치가 사람의 말과 음성에서 의미를 추출하고 파악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음성 분석, 음소 인식, 단어 인식, 문장 해석, 의미 추출 등 5가지로 분류된다. 좁게는 음성 분석에서 단어 인식까지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음성인식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연스러운 발성에 의한 음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즉 단어 인식 수준을 넘어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이른바 ‘음성 이해 시스템(speech understanding system)’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기술이다. 즉, 컴퓨터가 사람의 지능과 유사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컴퓨터·로봇공학 등에서 인공지능과 관련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 지능형 로봇(Intelligent Robot)
스스로 외부환경을 인식(Perception)하고, 상황판단(Cognition)을 할 뿐 아니라, 자율적으로 동작(Manipulation)하는 로봇을 의미한다. 상황판단 기능은 다시 환경인식 기능과 위치인식 기능으로 나뉘고, 자율동작 기능은 조작제어 기능과 자율이동 기능으로 나눌 수 있다. 이 4가지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지능형 로봇 개발의 중점 과제다.
● 위치기반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LBS)
이동통신망이나 GPS 등을 통해 얻은 위치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휴대전화에 기지국이나 GPS와 연결되는 칩을 내장해 위치 확인, 재난 구조, 위치 기반 정보 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동통신 기지국을 이용하는 셀 방식과 GPS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셀 방식은 오차 범위가 비교적 넓다는 단점이 있고, GPS 방식은 건물 내부를 잘 포착하지 못한다는 결점이 있다. 이에 각각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방식도 상용화되고 있다.
● USN
(Ubiquitous Sensor Network: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각종 센서에서 감지한 정보를 무선으로 수집·처리할 수 있도록 구축한 네트워크다. 센서가 감지하는 정보는 온도, 속도, 위치, 압력, 지문, 가스 등 다양하다. 최근 USN은 RFID 시스템과 연계돼 각종 물류 흐름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 광대역 통합망(Broadband Convergence Network·BcN)
통신, 방송, 인터넷이 융합된 품질 보장형 광대역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끊김 없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통합 네트워크. 차세대 통신망을 일컫는 국제표준 ‘NGN(Next Generation Network)’에 통신과 방송의 ‘융합’이라는 개념을 포함해 만든 신조어다. 다양한 서비스를 쉽게 창출하고 제공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이며, 안전과 품질을 보장하면서 유비쿼터스 서비스 환경을 지원하는 통신망을 지향한다.
● 기가 인터넷(Giga Internet)
기가비트(Giga bit) 이상의 정보량을 지원하는 차세대 인터넷이다. 초고화질 TV나 3차원(3D) TV 등 대용량 정보를 가지는 콘텐츠를 고속으로 전송할 수 있다. 기존 광통신망보다 10배나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
영화 한 편을 내려 받는 데 불과 10초밖에 걸리지 않을 만큼 그야말로 ‘정보 고속도로’다. 우리 정부는 2012년 상용화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 터치 패널(Touch Panel)
표면을 접촉하는 손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입력·처리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 현금인출기, 내비게이션, PDA, 스마트폰 등에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터치 패널은 종류도 다양한데 저항막 방식, 초음파 반사 방식, 광센서 방식, 정전용량 방식 등이 있다. 쓰임새에 따라 터치 스크린 또는 터치 패드로 불린다.
● 사물지능통신
(Object to Object Intelligent Network)
사람, 사물 및 환경에 대한 정보를 감지·저장·가공·통합할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융합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 인프라. 사람 중심의 ICT 인프라를 인간 대 사물, 사물 대 사물의 영역으로 확대한 것을 의미한다.
●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인터넷상의 서버(Cloud)에 각종 IT 자원(소프트웨어, 스토리지, 서버, 네트워크 등)을 구축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인터넷에 접속해 사용할 수 있는 컴퓨팅 환경을 의미한다. 즉 모든 정보는 인터넷상의 서버에 저장되고, 사용자는 각종 IT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기업이나 개인은 컴퓨터 시스템의 구축·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에너지 절감에도 기여하게 된다. 이용 편의성이 높고 산업적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에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실제 세계를 촬영한 화면에 3차원 가상 정보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가령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 지역을 비추면 인근 상점들의 위치나 판매품목, 전화번호 등 정보가 화면에 뜨는 식이다. 혼합현실(Mixed Reality·MR)이라고도 한다. 원격의료진단·방송·건축설계·제조공정관리 등에 활용됐는데, 최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
●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실제와 똑같은 조건이나 환경을 컴퓨터 기술로 구현한 가상의 현실을 말한다. 사람들은 가상현실 속에서 실제 체험과 흡사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항공기 조종 훈련, 수술 연습 등 응용 분야가 다양하다. 가상현실 속의 사람은 주로 시각으로 가상 체험을 하게 되며, 청각이나 촉각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2020 스마트월드 24시 기상 시나리오
앞으로 10년 뒤의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IT기술이 현기증이 날만큼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것으로 미뤄, 세상은 일반인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이 변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2020년 가을, 30대 직장인 김진호 차장의 하루를 따라가보자.
생활 구석구석 IT기술 사례 “What a Wonderful World!”
어느덧 늦가을이다.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진호는 잠에서 깨자 약간의 한기를 느꼈다. 더운물로 목욕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온수 좀 받아줘!” 아내에게 말한 것이 아니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듯 외쳤다.
진호의 음성을 들은 ‘센서’가 욕실로 주인의 의사를 전달했다. 수도꼭지에서 자동으로 온수가 흘러나와 욕조를 채우기 시작했다. 수온은 진호가 선호하는 40도에 맞춰졌다.
거실로 나온 진호가 “TV 켜”라고 말한다. 벽면의 대형 화면이 켜진다. 이어 그가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미리 설정해둔 맞춤 뉴스가 떴다. 진호는 자기 직업과 연관된 산업 뉴스, 그리고 스포츠 및 문화계 소식을 30여 분간 대충 훑었다.
요즘 가정에서는 대부분 ‘스마트TV’를 들여놓고 있다. 옛날처럼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프로그램을 일방적으로 보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접속해 나만의 옵션을 몇 가지 걸어 놓으면 내가 원하는 프로그램만 간추려서 볼 수 있다. 한 가지 성가신 게 있기는 하다.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사족을 못 쓰는 특정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의 광고가 슬며시 끼어드는 것이다. 요즘 광고는 불특정 다수를 향하지 않고 실제 구매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잠재 고객층에게 직접 노출되는 방식이다.
목욕을 마친 진호는 집을 나섰다. 진호가 나간 뒤에는 집이 저절로 움직인다(?). 먼저 문고리에 내장된 센서가 지문 인식을 통해 집주인의 외출 사실을 확인했다. 이어 창문, 가스 밸브, 수도, 조명 등이 즉각 안전 모드로 전환됐다. ‘디지털홈’이 알아서 척척 집안 단속을 해주는 것이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자 진호의 자동차가 주인을 감지하고 저절로 시동을 건다. 좌석과 실내 공기도 순간적으로 따뜻하게 데워진다. 외부 기온을 파악한 중앙 컨트롤러가 자동으로 온도 조절을 한 것이다. 차에 탄 진호는 먼저 ‘스마트폰’으로 강 상무에게 간단한 메일을 보냈다. “오늘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제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프로젝트 A’의 진행 경과는 오후 늦게 보고하겠습니다.”
꼭 10년 전 정부는 ‘스마트워크’ 도입을 선언했다. 그 후 일하는 풍속도가 참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 제도가 정착되면서 회사원들이 스스로 근무시간과 장소를 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진호는 요 며칠 집안일로 심란하던 차였다. 부부싸움을 벌인 끝에 아내는 짐을 싸 들고 친정으로 가버렸다. 회사에 나가봐야 일이 손에 잡힐 리가 만무했다. 간혹 회사에 나가 동료들과 함께 밥 먹고 차 한잔 하는 재미가 있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도 전혀 아니다. 어떡할까? 잠깐 생각한 끝에 그는 모처럼 춘천 소양호로 바람을 쐬러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곳에는 아내와 데이트하던 시절 간혹 가던 호젓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다.
진호는 프로그램 개발자다. 예전에는 사무실이나 집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일할 때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가 자신의 컴퓨터 안에 저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아무 데서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만 하면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른바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가 일반화된 덕분이다. 춘천의 호숫가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은 그래서다.
서울·춘천고속도로에 진입한 진호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어졌다. ‘오토 크루즈’를 작동시켰다. 그러고는 운전석을 뒤로 한껏 제쳐 몸을 묻은 채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늦가을 교외의 풍경을 물끄러미 감상했다.
또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시스템으로 좋아하는 팝가수의 최신 뮤직비디오를 다운받아 틀어놓았다. 기분이 좀 나아지는 듯했다.
그가 핸들을 놓고 있지만 자동차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고속도로를 미끄러져 나갔다. 주변을 보니 다른 운전자들도 적잖이 핸들을 놓고 있었다. 이른바 ‘스마트카’와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이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이다.
어느덧 소양호. 평일 오전이지만 의외로 호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 진호 같은 직장인들도 제법 섞여 있을 것이다. 아내와 자주 가곤 했던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태블릿PC를 켰다. 태블릿PC는 개인용 만능 단말기나 다름없다.
업무, 화상회의, 정보검색, 학습, 엔터테인먼트 등을 태블릿PC 하나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10년 전쯤 본격적으로 등장하더니 금세 노트북의 자리를 빼앗아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 업무에 몰입해 있던 진호는 전화벨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벌써 오후 3시. 아내였다. 사흘 만의 전화다. “당신, 지금 소양호지? 거기는 왜 간 거야?”
진호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번졌다. 요즘에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어디를 가든 위치가 파악된다. 휴대전화에 내장된 ‘GPS 칩’을 통해서다. 물론 가입자가 사생활을 노출하고 싶지 않으면 GPS 차단 버튼을 누르면 된다. 사실 진호는 평소 GPS를 차단하고 다니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은 일부러 작동시켜 놓았다. 왠지 아내가 전화할 것 같아서였다. 행선지를 소양호로 잡은 것도 다 뜻이 있었다. 진호의 작전은 적중했다.
“응, 그냥 머리가 좀 복잡해서…. 여기 오면 마음이 차분해질 것 같더라고.” 아내가 맞장구를 쳤다. “거기 갈 거면 같이 가든가. 혼자 청승맞게….” 둘 사이에 생긴 앙금이 슬며시 녹았다.
마음이 한결 가뿐해진 진호는 모처럼 아내와 저녁 외식을 하기로 했다. 요즘 장안의 명물로 떠오른 ‘가상현실 레스토랑’에 전화 예약을 했다. “음, 자리는 하와이 호놀룰루 해변가로 잡아주시고, 주변은 좀 한적했으면 좋겠어요.”
가상현실 기술은 과거 일부 전문적인 영역에서 쓰였지만 이제는 일상생활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원한다면 우주조종사가 되어 달나라를 다녀오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실감이 나더라도 가상은 가상일 뿐. ‘다음 주에는 아내와 함께 하와이로 떠나볼까? 어차피 일은 거기서 해도 되는 거잖아.’ 서울로 돌아오는 진호의 입가에 또 한 번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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