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한참 지난 요즈음도 수양버들은 잎을 달고 있어 낙엽수라고 하기에는 계절 감각이 없는 나무가 아닌가 여겨진다. 다만 녹색이 단풍으로 보일뿐 잎이 그대로 인체 겨울바람에 길게 휘날린다. 일년 중 3-4개월만 빼고는 푸르름을 보이기에 상록수 같은 느낌도 든다.
<버드나무종모>
봄이 되어 언 땅이 녹고 나무마다 물이 오르면 잎도 나기 전에 녹황색 꽃송이들을 달고 노란 꽃가루를 흩날리며 봄의 빛깔을 전해주는 대표적 나무가 버드나무이다.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고향의 봄 2절 가사 내용이다. 물가 어디에서나 잘 자라며 줄기찬 생명력으로 자라는데 까다롭지 않고 번식력이 강하여 그냥 꽂아만 두어도 쉽게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틔운다.
발 없는 씨가 어디를 못 가나 할 만큼 봄날에 하얀 솜털처럼 날아다니는 것은 꽃가루가 아니라, 솜털이 달린 ‘종모’로 꽃가루 알레르기와는 상관이 없는데도 괜한 오해로 버드나무는 뽑히기도 베이기도 하는 모진 수난을 당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방법이 암나무가 아닌 수나무만 골라 심는 방법이다. 봄날에 솜가루가 날리는 모습이 실은 좀 귀찮기도 하지만 버드나무에게는 누가 뭐래도 종족 번식을 위한 위대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의 식물들은 뿌리가 물에 잠기거나 닿으면 숨쉬기가 어려워 죽는 경향이 있으나, 버드나무는 물이 있으면 더욱 잔뿌리를 뻗어서 번성을 한다. 예전에는 연못이나 우물에 이런 특성을 살려 많이 심었는데 보기가 좋다고 심었다기보다는 물을 잘 정화시키는 생태적 측면에서 심었다고 여겨진다.
나룻배와 버드나무가 있고 물안개가 자욱한 동양적 화폭은 지금도 그림의 소재이고, 상여 뒤의 상주가 상장 지팡이를 버드나무로 잡고 있으면 먼발치에서 보아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알 수 있는데 버드나무의 유연하고 부들부들한 모습을 우리네 어머니의 자식 감싸는 치마폭을 비유함이다.
버드나무는 봄을 생각나게 하는 나무인데 이른 봄 갯버들의 버들강아지는 봄의 전령사 역할을 하며 인기를 누리다가 물이 좀더 오르면 성급한 아이들이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며 봄을 부른다.
여름이 되어 장마철이 되면 왕버드나무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바로 도깨비불이 비치는 곳이기에 귀신이 나오는 나무라고 무서워했다. 여름의 장마철에는 거목으로 자란 왕버드나무의 구멍 뚫린 곳으로 설치류들이 들어가 죽은 뼈의 인불이 보이기도 하고 목재에 인성분이 들어 있어서 비에 젖으면 빛을 내기 때문에 ‘귀류(鬼柳)’라고도 불렀다.
<주산지의 왕버드나무>
수년전에 전주 천을 찾은 일이 있었는데 내의 생태 복원을 위해 애쓴 흔적이 모범적이었으며 물가에는 갯버들을 많이 심어서 물고기들의 은신처가 되어 주고 맑은 물에는 피라미, 쉬리들이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바닥이 드러나고, 시멘트로 덮고, 고무튜브로 물막이 보를 만들어 개발된 대구의 신천과 비교 되었다.
우리 지역의 신천도 버드나무가 자라는 환경으로 재차 복원되어 생물들이 나무 뿌리를 의지하며 서식하기를 희망하여 본다.
여러 가지 버드나무의 종류 중에서도 왕이라고 불리는 왕버드나무는 오래 살고 노거수도 많으며 보호수로 지정된 것도 많다. 성주읍에는 59그루의 왕버드나무가 숲을 이루며 지역민들의 중요한 유산으로, 청도 각북의 덕산초등학교 입구의 털왕버들나무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보호를 받고 있으며 저수지의 물속에 몸체를 담근 상태로 신비한 모습을 보이는 주산지의 왕버드나무는 줄기찬 생명력의 상징과 당당함을 보인다.
야외 봄날 버들피리를 만들어 불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경험을 가진 분들은 입맛이 쓰다고 한다. 혹 버드나무 젓가락을 만들어 음식을 집어 먹다가 쓴맛에 젓가락을 집어 던지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 쓴맛이 인류 최대의 의약품인 아스피린의 원료이다. 아마 진통이나 해열의 목적으로 많이들 복용해 보았으리라 여긴다. 독일의 바이엘사가 버드나무 추출물에서 얻은 아스피린을 상용화하여 100여 년 간 세계적 제약회사를 운영하여 부를 누리고 있다. 지구촌 모든 나라가 복용하여 잘 알려진 진통해열제의 대명사 아스피린은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물질을 주성분으로 하여 만들어졌기에 가정마다 상비약으로 없는 집이 없다 하겠다. 서양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임산부가 통증을 느끼면 버들잎을 씹으라는 처방을 내렸다니 민간요법으로도 오래 전부터 사용된 일임을 알 수 있다.
<신천의 수양버드나무-꽃가루 방지를 위해 수그루만 심은 곳이다>
천안삼거리는 옛부터 충청, 경상, 전라의 3도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인해 왕래가 잦으면서 여러 가지 전설과 민요를 낳으며 능수버들로 유명한 곳이다. 늘어진 가지가 수양버들과 구분하기 어렵다. 대체로 1년생 어린 가지가 황록색이면 능수버들, 적자색이면 수양버들이라고 구분을 하나 서로간의 교잡종이 많은 편이다.
대구에서 생산한 수양버들이 천안삼거리의 옛 정취를 살리는데 많이 심어졌다. 신천의 둔치에 심어진 것과 나이가 같으니 지금쯤은 축축 늘어진 모습이리라.
민족의 생활정서와 깊은 관계를 맺어온 버드나무는 가지가 부드럽다는 뜻에서 부들나무, 버들나무, 버드나무로 변해왔으며 이젠 생물자원으로 우리에게 각광을 받고 있고 질병치료를 위한 약품개발에 요긴하게 이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