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기성용은 이번 아시안컵 성적을 좌우할 두 기둥이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가 축구인 2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다. 축구인들은 한국 대표팀의 현실적인 예상성적을 4강으로 전망했다. 키플레이어는 손흥민(바이엘 레버쿠젠)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나란히 꼽혔다.
축구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컵에서 55년 만의 우승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아시안컵 성적에만 매몰돼 큰 그림을 놓쳐서는 안 된다. 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성공을 위해 질적인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성적이 뒷받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경기 내용 면에서 발전이 없다면 아무 소용 없다.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도 “국민들이 아시안컵을 지켜보면서 대표팀이 어떤 식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안컵 예상 성적에 대해 우승보다는 4강 진출을 점치는 인원이 조금 더 많았다. 4강 진출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점, 개최국 이점을 지닌 호주와 디펜딩 챔피언 일본의 안정적인 전력을 이유로 꼽았다. 반면 우승을 예측한 축구인들은 기존 선수와 새로 선발된 선수들 간의 경쟁 구도의 긍정적 효과, 4년 전에 비해 나아진 선수 구성을 언급했다.
<2015 호주 아시안컵 설문조사>
*설문 참가자(총 20명)
노상래 (전남 감독, 1996 아시안컵 출전)
김병지 (전남 선수, 1996 아시안컵 출전)
허정무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1984 아시안컵 출전, 2000 아시안컵 감독)
박경훈 (전 제주 감독, 전 U-17 청소년 대표팀 감독)
윤성효 (부산 감독)
조진호 (대전 감독)
황선홍 (포항 감독, 1988/1996 아시안컵 출전)
남기일 (광주 감독)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 겸 단장, 2011 아시안컵 감독, 1980 아시안컵 출전)
이상윤 (MBC 스포츠 플러스 축구해설위원, 전 성남FC 감독대행)
고정운 (SPOTV 해설위원, 1996 아시안컵 출전)
고종수 (수원 코치, 1998 월드컵 출전, 2000 올림픽 출전)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코치, 2000/2004/2007 아시안컵 출전)
김호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1972 아시안컵 출전)
박경화 (1960 아시안컵 우승, 1972 아시아컵 코치)
김학범 (성남 감독,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서정원(수원 감독, 1996 아시안컵 출전)
하석주(아주대 감독, 1996/2000 아시안컵 출전)
우성용(인천 광성중 감독, 2007 아시안컵 출전)
서형욱(축구해설위원, 퍼스트디비전-풋볼리스트 대표)
손흥민이 이영표 KBS 해설위원의 대회 출입증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1. 한국 대표팀 최종 예상 성적은?
4강 11표(55%)
우승 7표(35%)
8강 1표(5%)
기타 1표(5%, 아시안컵은 월드컵 예행연습으로 봐야한다)
4강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현실적인 관점에서 아시안컵을 바라봤다. 박경훈 전 제주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에 선수들이 적응하고 있는 단계다. 아직 우승 전력은 아니다”라고 했고, 고종수 수원 코치는 “수비가 약한 측면이 있다”며 4강을 예측했다. 남기일 광주 감독 역시 “아직 조직력이 완벽하지 않다”며 우승은 힘들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지난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는 4강을 예측하면서도 다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이청용도 안정감을 찾았다. 손흥민은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고 있고 남태희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충분히 4강까지는 갈 수 있는 전력”이라고 말했다.
2007 동남아 4개국 아시안컵에 출전한 우성용 인천 광진중 감독은 대진 상대를 면밀히 분석하며 4강을 전망했다. 그는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우리가 조 1위를 하면 4강에서 일본, 조 2위를 하면 이란과 대결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개최국 호주와 같은 조이기 때문에 2위를 예상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란과는 항상 어려운 경기를 했고 4강부터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은 강력한 우승 후보인 이란, 일본을 8강에서 만날 가능성이 없고 4강에서야 만날 수 있다. 8강에서는 B조(우즈벡, 사우디, 중국, 북한) 팀과 맞붙게 된다. 호주와는 결승에 진출해야 만날 수 있다. 이 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4강 진출을 예상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게 우 감독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그는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고 감독과 선수가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고 하나가 된다면 더 좋은 결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기타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1960 아시안컵 우승 멤버였던 박경화 선생은 “우승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며 “외국인 감독이 짧은 기간 준비해 좋은 성적을 내기는 쉽지 않다. 아시아 대회가 우승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월드컵보다 어려울 수 있다. 조별리그 통과는 수월하겠지만 이후에는 쉬운 상대가 없다”며 간접적으로 8강 진출을 예측했다. 1994 미국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던 김호 전 감독은 “아시안컵 성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4년 뒤 월드컵을 바라보고 대표팀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시안컵 성적이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반기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뛴 기성용은 체력 회복이 관건이다. 2. 한국 대표팀의 핵심 선수 또는 반드시 활약이 필요한 선수는?(복수 응답 가능, 총 27표)
손흥민 9표(33.3%)
기성용 9표(33.3%)
이청용 2표(7.4%)
김진현 2표(7.4%)
이정협 1표(3.7%)
이근호 1표(3.7%)
남태희 1표(3.7%)
김승규 1표(3.7%)
정성룡 1표(3.7%)
대표팀의 득점을 책임질 손흥민과 중원 사령관 기성용이 나란히 9표를 받았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젊은 패기로 승부한 두 선수는 이제 빅리그와 월드컵 무대를 경험하며 노련미를 더했다. 전문가들은 둘을 아시안컵 성적을 책임질 키플레이어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손흥민을 꼽은 하석주 전 전남 감독은 “가장 컨디션이 좋고 자신감도 최고다. 어린 나이에도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기량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효 부산 감독은 “손흥민이 공격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미드필드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잘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손흥민과 기성용을 나란히 꼽은 김학범 성남 감독은 “유럽파가 차이를 만든다. 특히 국제 경기에서는 더 그렇다”며 큰 경기에 강한 스타 플레이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카타르 대회에서 열아홉살의 손흥민을 발탁한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는 “지난 4년 동안 손흥민은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했다. 슈팅력, 폭발적인 스피드, 개인기 등 흠 잡을 데가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격의 실마리를 풀어줄 기성용 역시 많은 표를 얻었다. 고종수 코치는 “손흥민이 집중 견제를 당해 평소만큼 플레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기성용이 볼을 배급하고 이청용이 많은 움직임으로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성용 감독은 “공격 전개의 실마리를 풀어주고 볼이 고립되지 않도록 중앙에서 넓은 시야로 경기를 운영해줄 기성용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측면 공격수 이청용과 대표팀 골문을 책임질 김진현도 나란히 2표를 받아 뒤를 이었다. 조진호 대전 감독은 손흥민, 기성용과 함께 김진현을 꼽으며 “살아있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김진현의 활약으로 골키퍼 경쟁력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1996 아시안컵에 출전한 골키퍼 김병지(전남)는 “예선전은 공격수, 4강부터는 골키퍼가 중요하다. 골키퍼가 결정적인 슈팅을 한두 개 막아주는 것이 크다”며 골키퍼 포지션에 있는 3명의 선수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이근호, 이정협, 남태희 등이 1표 씩을 받았다. 이운재 올림픽대표팀 코치는 이근호를 키플레이어로 꼽으며 “개인기량이 중요하지만 움직임이 많아 상대진영에서 혼란을 유도하고 공간을 만들어 동료에게 기회를 많이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협을 꼽은 남기일 광주 감독은 “이정협은 굶주린 선수다. 약팀과의 경기에 나와 활약하면 다른 선수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다.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남태희를 지목한 이상윤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난 사우디전을 비롯해 중동 리그에서도 경기 내용이 좋았다. 상대가 선수비, 후역습을 펼칠 텐데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는 건 개인 전술이다. 남태희는 스피드를 살리는 플레이에 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