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미씨, 교통사고로 장애 입은 황보라군 무료 수술 주선
러시아 극동지방 우수리스크에 사는 고려인 4세 황보라(13)군은 6년여 전 교통사고로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잃고 자신은 머리를 크게 다쳤다. 아버지는 정신병원에 장기 입원중 이고, 할머니(57)와 어렵게 살아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지능은 3~4세 수준으로 말조차 못하고, 두 발목과 오른쪽 손목이 안쪽으로 꺾여 걷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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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이혜미씨(右)가 뇌 수술을 받은 고려인 4세 황보라군의 병실을 찾아 황군의 할머니인 환 안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
황군은 광주시 광산구 첨단종합병원(대표 원장 이병회·신경정신과 전문의)에서 10일 뇌 수술, 17일 발목수술을 무료로 받았다.
황군이 한국에 오기까지 트로트 가수 이혜미(46)씨가 큰 역할을 했다.
이씨는 지난해 11월 연해주로 위문 공연을 갔다 현지에서 고려인 돕기를 하는 김재영(38·전남 장흥 출신) 씨로부터 황군의 딱한 사정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서울에서 여러 병원을 찾아가 도움을 호소했지만 모두 외면했다.
광주교통방송의 김현정 PD가 이씨로부터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첨단종합병원 의사·간호사·직원 봉사모임 ‘네사랑동호회’(회장 조은용 흉부외과 과장)로부터 사랑의 손길을 끌어냈다.
이씨는 러시아로 가 황군과 할머니, 한국말을 못하는 이들을 위해 통역할 고려인 4세 강은혜(27)씨를 지난달 27일 광주로 데려와 수술을 받게 해 준 것이다.
뇌 수술을 맡았던 정성헌(45) 제1신경외과 과장은 “어린 아이가 평생 장애를 가지고 힘들게 살도록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수년 후에 뇌 수술을 다시 해야 하는데 그 때도 돕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방송 활동과 공연 등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간 광주를 여섯 번이나 오갔다. 그는 “보라가 러시아에 돌아가서도 계속 치료받고 러시아말과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물심 양면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공연이나 행사를 다니면서 140만원을 따로 모금했다.
그는 2002년부터 KBS 한민족방송의 위문 공연 등에 참여, 고려인들과 인연을 쌓고 후원을 아끼지 않아 왔다.
사할린 한국어 방송이 한국 기업체의 후원이 끊겨 1월 1일 방송을 중단하자 이씨는 그 기업체를 찾아가 재 후원을 간청해 20여일 만에 방송을 재개시키기도 했다.
이 방송은 지역 러시아어 라디오·TV방송의 일부 시간을 임대해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씨는 5년 안에 자체 한국어 방송국을 짓겠다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다. 그는 “6억~7억원이 필요한데, 출연료 등을 떼어 현재 2500만원을 모았다”며 “TV의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에도 나가는 등 더욱 부지런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25일 광주 양주호 노래교실 등에 초청을 받아 3차례 공연하고 고려인 돕기 모금을 할 예정이다.
시간과 장소는 오전 10시30분 북구문화원, 오후 1시 CMB 광주방송, 오후 2시 동구청 여성대학이다.
고려인 후원 문의: 010-3042-3445
◆가수 이혜미=경기도 고양시에서 태어났고, 1998년 ‘사랑열차 주말열차’로 데뷔했다. 앨범은 ‘도깨비 방망이’ ‘청계천 내사랑’ 등 모두 4집을 냈다. 요즘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많이 부르고 있다.
◆첨단종합병원=광주시 광산구 쌍암동에 2002년 11월 문을 열었다. 의사 40명과 간호사 180여명 등 35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출처 : 중앙일보, 2009. 03.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