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11일 성토요일
당신을 용서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삶의 수용소에서
당신을 사랑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용서할 때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우리가 만나 보리굴비에 돌솥밥을 먹는 것도
따사로운 창가에 앉아 함께 커피를 드는 것도
기차를 타고 멀리 속초까지 와서
설악을 바라보며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것도
신흥사 청동대불님께 절을 하며
당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당신은 언제나 오늘의 사랑을 내일로 미루었지만
내일의 사랑은 찾아오지 않아요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듣지 않으므로
당신이 두려워 말하지 않았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지금이에요
마지막으로 인생을 실패해도 괜찮아요
실패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요
인생을 사랑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워요
삶의 수용소에서 당신이 나를 배반하고
내가 당신을 배반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정호승 시인의 ‘마지막을 위하여’라는 시입니다. 지금 하는 모든 것을 마지막으로 생각하라는 시인의 절절한 표현들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용서도, 사랑도, 만남도…. 그 외의 모든 것이 마지막임을 생각한다면 절대로 지금 해야 할 것들을 뒤로 미룰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 시가 특별히 마음이 와 닿는 이유는 오늘이 성토요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죽음 이후, 예수님의 부재를 깊이 묵상해야 하는 시간이지요. 예수님과 함께 하면서도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불평불만만 했던 시간들, 예수님의 뜻보다는 내 뜻이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교만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습니다.
오늘 이 순간이 마지막으로 체험되는 것임을 기억하며 지금 할 일을 뒤로 미루지 말고 지금 실천하십시오. 특히 사랑을 말입니다.
오늘의 명언: 하느님 말고는 그 무슨 선으로도 행복해질 수 없다(성 아우구스티노).
사진설명: 주님의 부재를 묵상합시다.
저의 어머니를 위해 기도 좀 부탁합니다.
어머니께 많이 편찮으십니다. 병원에 계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마음이 저립니다. 그렇게 건강하신 편은 아니었지만, 90 평생 사시면서 병원에 입원 한 번 하신 적이 없는 분이셨습니다.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까지 입원해 계시니 불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두 분 모두 아흔을 넘기셨으니 사람들은 장수하셨다고 말하겠지만, 지금 병원에서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면 그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고관절 골절로 병원에 들어가셨다가, 폐렴, 폐수종, 폐혈증까지 이어지면서... 이제 병원에서도 더이상 치료가 힘들다는 말을 듣게 되니 그런 마음이 더해집니다. 성삼일의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더 깊이 묵상하게 되네요.
수술을 하시고나서, 저를 바라보며 늘 걱정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혹시라도 잘못된 길을 갈까 하는 불안감이 아직도 있으신가 봅니다. 옆에 있던 누님이, "마태오 신부, 잘 살고 있잖아요."라고 해도 아직도 믿음이 가지 않는 아들 신부인가 봅니다.
가족을 위해 매일 새벽에 일어나 묵주알을 굴리시는 어머니. 아직도 제게는 어머니가 필요한데, 아직도 어머니의 기도 덕을 봐야 하는데... 점점 힘이 없어지는 어머니 모습에 눈물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 의지합니다. 하느님 뜻에 맞춰서 이끌어주시길... 그러나 좀더 편안해지시길...
새벽님들께도 조심스럽게 부탁드립니다. 제 어머니, 이재복 말가릿다를 위해 기도 중에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사진설명: 오늘밤 주님께서 부활하십니다.
04.11.파스카 성야.그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셨습니다.(마태 28, 7)
다시
주님의 힘찬
사랑이 부활로
드러났습니다.
부활을 위한
우리의 사순은
참으로
아프고 암담한
시간이었습니다.
아파도 십자가의
여정에 충실하셨던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암담한 마음을
뚫고 마침내
부활이 우리에게
찾아왔습니다.
예수님을 통해
아픔도
사랑이 됩니다.
예수님을 통해
모두가
사랑이 됩니다.
사랑의 힘은
이와같이
위대합니다.
십자가의 끝은
부활의 힘찬
시작이
되었습니다.
부활의 문(門)을
활짝 여시는
분또한 우리의
주님이십니다.
십자가도
부활임을
가르쳐주십니다.
주님의
뜨거운 살과
피에서 사람의
부활을 따사로이
만나게됩니다
목숨과 함께
갈릴래아를 다시
보게됩니다.
되살아난
용서이며
되살아난
감사입니다.
부활의 바탕은
십자가의
사랑임을 믿습니다.
또한 죽음이
있기에 부활이
있음을 믿습니다.
부활 인사
드립니다.
함께 나누어야 할
주님 부활의
기쁨입니다.
이 시대의 부활이
올바른 실천이길
기도드립니다.
(한상우 바오로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