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석(探石)

[청석 임병식]

탐석(探石)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애석생활은 자연과  교감하는 가운데   마음의 평정을 얻는 정신활동이다.  그런 활동은  자연친화 적어어서  수양의 한 방편으로도 손색이 없다. 그런 만큼 애석생활은   수기치인(修己治人)하는  선비의 정신과도 맞아 떨어진다. 진정한 애석인은 소유에 목적을 두지 않고  자연경애에 마음을  두고 즐기는  것이다.

 그런만큼   탐석(探石)을 함에 있어서도 탐욕이나 집착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그저  유유자적하면서  자연을 즐기는 것이   진정한 애석인의 자세이다. 흔히 애석인들 사이에  탐석활동을 일러 쓰는 용어가 있다. 돌을 줍는 것이 아니라  모셔온다는 말이다. 이 말속에는 돌 자체를 인격화한 맑은 정신이  담겨  있다.

 내가  애석생활에 빠져들어  탐석활동에 나선 지도 꽤 오래 되었다. 그렇지만 본격 활동을해보지는 못했다. 늘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후일을 기약하며  은근히  정년퇴임을 하면 그때는 좀 시간을 낼 수 있겠거니 했다. 그런데; 상황은  그렇게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 중심에는  아픈 아내가 있다.  간병 을 하느라  개인 생활을 접은 것이다.  그 세월이 벌써 11년째를  지나고 있다.  예전에는 시간을 아껴서  열심히 탐석을 다녔다.  일요일은 물론 공휴일이면 어김없이 배낭을 메고 산지로 달려갔다. 그랬던 일을 거의 중단하고 잇으니  아쉬움이 많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다른 방법으로   탐석활동을 대신한다. 어찌하느냐 하면 그간  모아둔 돌들을  꺼내어  이리저리 연출을 해보는 것이다.

 나는 성격상 무엇에 한번 빠져들면 그것에 올인하여 헤어나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 처음에는 분재와 난초에 심취했다. 그 바람에 한때는 좁은 주택 옥상에 분재용 하우스까지 짓고 난분도 30개나 간수했다.

 그런 취미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한 번도 직접 분재목을 캐어와 본 적은 없다. 10개를 가지고 있었지만 산채는 하지 않았다. 대신에 직장이 있던 면소재지에서 자전거포를 운영하는 조 사장으로부터 한꺼번에 구입을 했다.

 그는 자전거가게를 하면서도 개점휴업 상태였다. 손님이 없다보니 늘 그랬는데 한번은 타고 다니는 자전거가 펑크가 나서 찾아갔더니 그가 손에 공구 대신 전정가위를 쥐고 있었다. 궁금하여 물었더니 “분재를 좀 해요” 하는 것이었다. 그는 내가 관심을 보이자 안마당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수십 점이나 되는 분재가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손수 캐어온 것이라 했다.

 단번에 빠져들었다. 자태며 실경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던 것이다. 내가 그에게서 구입한 것은 모두가 소나무들로 밑동이 굵거나 뿌리가 드러난 것, 그리고 줄기가 S자나 Z자로 굽어서 보기 좋은 것들만 골랐다.

 그런데 분재를 키우기 위해 하우스까지 지었으나 채 2년을 버티지 못했다. 산에서 바로 캐어온 것이라 뿌리가 제대로 착근을 하지 못해서 겨울을 넘기면서 대다수가 죽고 말았던 것이다. 이듬해 보니 살아남은 게 고작 세 그루였다.

 해서 다음으로 손댄 것이 난 기르기였다. 마침 그때는 산악회를 조직하여 자주 산을 찾곤 하던 때여서 춘란을 캐올 여건이 되었다. 하지만 좋은 난은 찾지 못하여 희귀종은 대다수 가게에서 구입했다. 그런 것들 중에는 대엽풍란은 물론, 제주한란, 사피란, 중투 등이 있었다. 한데 이것들도 돌보지를 못한 탓인지 잘 자라주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지금은 석부작으로 해둔 석곡 하나만을 기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수석은 탐석은 엄두 내지 못하지만 여전히 즐기는 중이다. 30여 년을 일편단심, 가까이 하고 보는데 싫증이 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고,  이런 끈질긴 발휘하는 것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최근이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 근자에 나는 그간 포기하고 있던 탐석 행을 연달아 세 번씩이나 다녀왔다. 살고 있는 지근의 바닷가로 나갔는데, 첫날은 지역에서 함께 수필을 쓰는 김 선생과 함께 다녀왔다. 이후로는 나 혼자서 거푸 이틀을 다녀왔다.

 그곳은 예전에 소품으로 유명한 포도 알 석이 많이 나온 곳이다. 그런데 이름이 널리 알려져서인지 찾아가 보니 그것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문양 석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랬지만 역시 별 소득이 없었다.

 해서 첫날은 수림석 한 점으로 만족하고 다음부터는 눈높이를 대폭 낮추어서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런 끝에 가져온 것이 문양 석 두 점이다. 하나는 난 잎이 제법 곧게 뻗은 모양이고, 다른 하나는 나뭇가지가 양옆으로 뻗어서 꽃술을 달고 있는 모양인데, 말이 나무지 많이 미흡했다.

 그렇지만 나는 서슴없이 선택하여 가져왔다. 될 수 있으면 무엇을 많이 닮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찾기 어려우니 부족한 부분은 마음으로 채워보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나마 지금까지 남아서 내 손에까지 들어오게 된 것은 부족한 데가 많아서일 것이다. 난초형상은 중간에 절단된 것처럼 보이고 나무줄기는 누가 보나 빈약하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여 난초는 무슨 벌레가 갉아 먹었다고 생각하면 되고, 가는 나무줄기는 그런 가지에서도 꽃이 피는 자미 화라고 하면 될 것이 아닌가.

 그것은 생각할 탓이 아닌가. 그러고 보면 정말 낭창거리는 줄기는 자미 화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자미화>로 명명을 했다.

 생각하면 수석은 부족한 것을 마음으로 채워가며 보는 완상물이기도 하다. 어디 처음부터 조물주가 무엇으로 빚어 놓을 생각을 하고 탄생시켰던 것인가. 그러니 마음으로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도 그런대로 불만하다. 더욱이 깨끗하게 손질하여 수반에 올려놓으니 기념 석으로도 그만인데, 감상에 방점을 두니 갑자기 자연에 안겨서 지내는 기분이 든다. 이것이 수석이 주는 묘미가  아닐까.

(2014)

[인제 김권섭]

탐석한 수석은 모양이 조금 덜 나면 벌레가 먹는 것이라 생각하고, 나무 형태가 빈약하면 가는 나무줄기에서도 꽃이 피는 紫薇花라 생각하면 기분이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부족한 것도 채워지고, 집에서 자연을 감상하는 기회이니 참 좋은 취미가 되리라 생각이 드는 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청석 임병식]

십수년 만에 다녀온 탐석여정에 함께 해주셔서 고마웠고, 앞으로도 종종 동행했으면 합니다. 모처럼 즐거운 나들이었습니다.

[아찌 소군호]

탐석은 소유의 목적이 아니라 그 과정을 즐기는 데에 있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허전한 마음을 수석감상으로 채우시니 행복하시겠어요.

[청석 임병식]

처음부터 수석은 내 소유물이 아니었으니 나중에는 자연으로 돌려주는것이 순리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