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선 사회적교섭 논쟁
공계진 사)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나는 사회운동적 노동운동론의 주창자입니다. 노동조합은 일터의 임금 및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삶터의 문제(사회,경제,정치,문화)를 이슈화하고, 이의 실현을 위해 공장 밖의 사회운동세력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이것은 최근에 정립된 것이 아니라 내가 민주노총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 시절부터 주장했었습니다.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이 성립하려면 민주노총이 사회제세력과 함께 사회를 바꾸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합니다. 이것이 없다면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투쟁의 결과를 챙기기 위해 민주노총과 사회세력은 사회를 바꾸는 것을 막거나 방해하는 세력과 협의, 협상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사회적 교섭이라고 칭할 수 있는데요, 주요 교섭 대상은 정부가 될 것입니다. 정부를 앞세운 자본도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써놓고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사회적교섭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민주노총 내에서도, 민주노총 밖에서도 갑론을박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갑론을박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논의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부분적으로 참전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 민주노총은 사회적 교섭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들은 이미 오래전에 조합주의, 실리주의에 경도되었습니다. 임금, 근로조건의 향상이란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역진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투쟁은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노동해방, 세상바꾸기를 자신의 행동강령으로 삼지 않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그 결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의식도 역진했습니다. 이의 단적인 표현은 민주노총 내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그런 노동조합의 대표체입니다.
사회적 교섭은 민주노총이 사회적 의제를 갖고 사회운동세력과 함께 투쟁할 때 성립하는 개념입니다. 현재와 같이 조합주의, 실리주의에 경도된 민주노총이 사회적교섭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나의 견해는 민주노총의 활동방향을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으로 정립하고 사회적 투쟁을 하는 채비를 갖추는 게 먼저라는 것입니다. 투쟁없는 교섭은 노동자들을 위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벌써 그런 기미가 보입니다. 정부와 자본이 만들어 놓은 구도인 메가와트인지. 메가특구인지 잘못된 정책 관련 사항을 갖고 사회적 교섭을 하자고 하는 것이 그 예에 해당합니다. 사회적 교섭의 준비가 없으니 엉뚱한 교섭 테이블에 앉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 정부는 정말 사회적 교섭을 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모두 아시다시피 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구 노사정위원회)는 자본중심의 국가가 노동자들을 강제적으로 포섭하기 위해 만들어낸 대화테이블입니다. 목적이 음흉했기에 운영도 그랬습니다. 어용노조(한국노총)을 들러리로 세워 노동자들의 투쟁을 폄훼하고, 이데올로기 공세를 통해 노동자들을 어거지로 포섭하려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위기 극복 비용의 일방적 전가, 이를테면 정리해고제, 근로자파견제 합의가 대표적 것입니다. 반노동적 정부정책의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국민의힘 쪽 정부 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쪽 정부도 똑같은 행위를 했습니다. 그 결과 노사정위원회에서 하는 사회적 교섭은 교섭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 불신의 틀로 치부되었습니다. 이렇게 운영되었던 노사정위원회와 사회적 교섭인데요, 정부는 이 사회적 교섭의 마인드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나는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준비가 되어 있다면 노동자들의 투쟁을 겸허히 받아 안고, 정부가 내미는 의제에 노동자들을 끼어맞추려 하기 보다는 노동자들이 제기한 의제를 있는 그대로 상정하는 마인드 정립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섭의 틀, 교섭테이블의 구성, 교섭결과의 법적 효력 등에 대해 진전된 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그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자신들의 의제에 꿰맟추려는 마인드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메가특구 내에서 노동권의 후퇴에 대한 것입니다.
노동조합운동을 해왔던 사람들이 교섭을 부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사회적 교섭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그 교섭이 노동자들의 이익에 반한 것이라면 교섭을 거부하고 투쟁을 선택한 것이 노동자들입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사회적 교섭의 주체인 민주노총과 정부는 사회적 교섭을 추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진행될 교섭의 결과는 뻔합니다. 이전에 노사정위원회에서 했던 것과 같은 결과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제안을 합니다.
먼저 민주노총에 제안합니다.
사회적교섭 테이블에 앉으려고 노력하기에 앞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을 천명하고, 사회 제세력과 함께 사회적 의제를 제기하고 투쟁하십시요. 의제는 많습니다. 위성정당을 탄생시킨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문제등 선거제도 문제, 메가특구 문제, 기후환경문제, 불평등문제, 산별교섭법제화 문제, 단협효력확장 문제 등등.
사회적의제를 제기하고, 투쟁하며 민주노총에 대한 불신을 덜어내야 합니다. 지난 대선 때 보였듯이 민주노총(정확하게는 현재의 민주노총 위원장 그룹)이 친민주당 성향을 보이며 내외적으로 불신을 받고 있는데요, 이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교섭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교섭이 누구를 위한 교섭인가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사회적 교섭은 이 과정없이 추진해서는 안됩니다. 아니 해도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조합원들의 힘이 실리지 않는 교섭은 그 결과가 노동자적이 될 수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에 제안합니다.
민주노총을 교섭테이블에 앉히려는 노력 이전에 노사정 교섭의 역사적 트라우마와 비대칭성을 먼저 해결하십시오.
그간 정부(보수 진보 불문)는 위기극복의 일방적 전가를 위해 노사정 사회적교섭틀을 이용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정리해고제입니다. 또한 합의 이행을 선택적, 자의적으로 해왔습니다. 이를테면 자본에게 유리한 것은 신속하게 입법화하고, 노동기본권 보장, 사회안전망 확충과 같이 노동자들을 위한 것은 차일피일 늦췄습니다. 노란봉투법이 그것인데요, 그나마 법을 통과시킨 후 이를 후퇴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런 행위에 대한 자기 반성을 우선하며, 차후 사회적 교섭이 진행되더라도 이런 행위가 반복되지 않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제도적 틀은 되돌릴 수 없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이 선행될 경우 노동자들의 사회적 교섭에 대한 불신이 옅어지고, 사회적 교섭에 대한 전향적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입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사회적 교섭에 대해 한마디씩 합니다. 그래서 논쟁이 형성되고 있는데요, 내가 보기에 논쟁은 거꾸로 매달린 논쟁입니다. 논쟁을 바로잡고, 논의하는게 순서라고 봅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