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성수동 아차산로 7 나길 18 성수에팩센터 704
2013. 6. 28(금) ▶ 2013. 7. 26(금)
Opening Reception 2013. 6. 28(금) pm 6:00
예사롭지 않은 ‘물’의 결실들
수채화는 보통 어릴 때 경험하기 시작하였다가, 대학입시를 끝으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서히 멀어져 가고, 그러다 다시금 그림을 통한 진지한 회고와 안식이 간절해질 때쯤에 다시 돌아와 찾는 그림이다. 다양하고 현란하기까지 한 유화에 매료되었다가 그 기름기와 두터운 육질층에 식상하고 권태를 느낄 무렵, ‘물의 그림’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 소박함으로 변함없이 다가온다. 수묵과 친근한 전통 때문인지 특히 우리는 ‘물의 그림’을 예사롭지 않게 대하며, 친근하게 접한다.
하지만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재료라 하여 초보적이라거나 습작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 70년대부터 90년대후반까지만 하더라도 국내엔 수채화 전문 작가들이 거의 없었다. 그림은 용매로 보아 크게 물기를 가진 그림과 기름기를 가진 그림으로 나뉜다. 기름기를머금은 그림이 유화며, 물기에 기초한 것이 수채화와 수묵인데, 수채와 수묵의 차이는 아라비아 고무와 아교를 접착제로 쓰는 차이를 지닐 뿐이다. 정서적으로는 물의 그림에 가깝지만 작가들의 입장에서 다양한 표현과 마티엘 때문에 유화로 기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였다. 회화를 기름기와 물기로 양분해왔던 역사가 종식되고 거의 유화 일변도의 판도로 가는 것은 지금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금세기 들어 물의 그림, 특히 수채화의 활발한 부활이 목격되고 있다. 다양한 표현을 가능케 하는 부직포와도 견줄만한 양질의 종이들과 탁월한 견뢰도의 안료들이 도입되고, 또한 역량이 뛰어난 작가들이 대거 수채화에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그 부흥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캔버스의 등장으로 유화의 오랜 패권이 결정되었던 것처럼, 양질의 종이가 도입됨으로써 뜻밖의 성과로 이어졌다. 최근 10여년 사이에 뛰어난 작가들의 참여가 눈에 띄게 증가하여 괄목할 만한 활약으로 이어진 것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수채화 작가들의 괄목할 만한 활동의 내용을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그룹이 바로‘물’이다.‘물’그룹이야말로 가장 역량이 출중한 수채화 대표작가들의 커뮤니티라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수채화는 종래 수채화에 대해가졌던 편견들을 불식시킬만한 수준의 그림들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수채화는 그 고유의 특성을 극대화시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채화의 공식을 계속 해체함과 동시에 자유롭고 다양한 양식과 방법에까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수채화가 종래에는 주로 사실적 화풍의 정물이나 풍경에 머물러 있었다. 좀 심하게 표현하면 입시 그림의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태였다. 그러나 이들이 새롭게 열어간 수채화의 세계는 표현의 밀도와 구성면에서 전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제 비로소 수채화가 독자적으로 고유의 특성과 잠재력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성취가 유감없이 과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수채화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감각을 극대화시키는 가운데, 다양하고도 절묘한 개성 창출까지 이루어내고 있다는 점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수채화가 본격적으로 추구되기 시작한 것이 불과 10년이다. 그런데 벌써 이토록 인상적인수준의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찌 경이롭지 않겠는가.
그러고 보면 역시 우리가 ‘물’을 가까이 하고, 물과 함께, 그리고 물처럼 맑고 투명하며 담담하고 넉넉하게 생활해 온 공동체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전통적인 문인화 정신이 현대적으로 가장 잘 구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수채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오늘날 이 정도의 회화적 결실과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물적 토대에 기인하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들의 체질과 감각, 그리고 뚝심 있게 화업에 정진해 온 작가들의 참여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요컨대 물과 일체가 되는 그리기는 이제 계속될 것이며, 우리의 미술세계에 가장 풍부한 영감의 산실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미술평론가 이재언 Lee, Jae-on
Jung, Woo-Bum_정물_75x55cm_Acrylic on Arches Canvas_2013
Kim, Jae-Hak_장미_78x56cm_수채화_2013
Hong, Jun-Ki_백합_75x55cm_종이에 수채화_미상
Na, Won-Chan_그리움_41x24.2cm_수채화_2012
Kim, Jong-Won_자작나무_116.7x91cm_Watercolor on paper_2012
Sim, Woo-Chae_묵언-추1303_118.5x37.5cm_Watercolor &Mixedmedia on linen_2013
Park, Cheol-Hwan_파도_116.7x72.7cm_Acrylic on Arches Canvas_2013
Lee, Im-Ho_풍경_53x33.4cm_Watercolor on Paper_2013
Jang, Ji-Won_서정_40.9x27.3cm_Watercolor on paper_2013
Heo, Pil-Seok_누드 2013_30x20cm_Water Color_2013
Kim, Dae-sub_귀로_53x45.5cm_Water on paper_2013
Jeong, Byeong-Hyeon_Facial_35x35x10cm_Mixed Media_2013
Han, Tae-Hee_Relation-Hope_47x92cm_Mixed media_2012
Park, Sang-Sam_"자연대화주의" 130602 국수리 아리랑 중에서_74x52cm_WaterColor on Paper_2013
Park, Jin-Woo_잃어버린시간_116.7x80.3cm_Water on Paper_2012
Cho, Hyun-Ae_unknown time_45.4x91.4cm_Acrylic on Canvas_2012
Park, Dong-Gook_내린천_18x26cm_Arches + Water Color_2011
Sung, Ae-Ri_전설몽환_116.8x91cm_Mixed Media_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