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3일
제목 직분자의 이력서
본문 딤전 3:1
오늘 우리 교회가 직분자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직분을 받는 자만을 위한 날은 아닙니다. 교회가 직분자를 세우는 것이니 교회 공동체의 일입니다. 교회의 머리가 그리스도이시니 교회 직분자를 세우는 일은 그리스도의 일이며 하나님의 일입니다. 지금 우리는 모두가 하나님의 일하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분을 받는 자들이나 그렇지 않은 자들에게나 동일한 은혜의 자리이며 축복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직분자의 이력서
본문은 딤전3:1-7까지는 감독자의 자격에 관한 내용입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감독자의 이력서라는 말입니다. 회사에 입사하려면 이력서를 제출합니다. 학력, 경력, 자격증이나 상을 받은 내용들로 채웁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면 좋고 외국어 실력까지 갖추어지면 금상첨화로 여깁니다.
그러면 교회의 직분자는 어떤 이력이 필요할까요? 교회 직분을 얻기 위한 이력은 일반 회사와는 다릅니다. 세상에서 요구하는 이력은 거의 고려되지 않습니다. 교회가 요구하는 이력은 세상과 다릅니다. 직분자에게 요구하는 이력은 무엇일까요?
선한 일을 사모하는 자
바울은 직분자의 자격에 대해서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내용을 말합니다. "사람이 감독의 직분을 얻으려 하면 선한 일을 사모한다"라고 했습니다. 교회의 직분은 귀중합니다. 하나님의 집을 경영하는 직분이기 때문입니다. 교회 직분은 하나님께서 자기 피로 사신 교회를 섬기는 일이기 때문에 보통 기준이 아니라 특별해야 한다고 주장할 만합니다. 엄격하고 수준 높은 자격을 제시해도 당연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이 막중한 직분을 얻으려 하는 사람에게 제시한 자격조건을 보면 너무도 싱겁고 허망합니다. 직분자를 위한 자격조건으로 선한 일을 사모하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평범하고 일상적인 요구입니다.
왜 바울은 이런 이력을 요구했을까요? 직분자가 갖추어야 할 이력으로 선함이 귀중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한 일을 사모하라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기본에 충실 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교회가 아닌 세상에서도 기본을 중시합니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들은 현란한 발재간보다 기본 체력을 중요시합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재간이 있어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기본이 중요합니다. <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라는 책이 있다. 철저한 계획성, 신뢰 사회, 교육의 중요성, 과대포장 없는 나라로 소개합니다. 독일은 허세가 없는 나라입니다. 물 소비가 우리나라의 절반입니다. 전기를 얼마나 절약하는지 오후 6시쯤 공항에 도착했는데 불이 켜있지 않다가 어둑해지니 불이 켜졌습니다. 성냥 한 개비로 세 사람이 사용했다는 말이 진짜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절약이 일상이었습니다.
하나님의 교회를 섬기는 자들도 기본이 필요합니다. 그 기본을 선함으로 제시합니다. 바울은 직분자들에게 세상적인 이력이 아니라 인격과 삶의 흔적을 담은 진짜 이력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바울이 제시한 이력은 엄청난 일이 아니라 선한 일이며, 많은 일이 아니라 바른 일입니다.
중요한 직분인 감독의 자격은 크고 많은 일이 아니라 선한 일상을 요구합니다. 바울은 일상에서 진실함이 증명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일상에서 선함이 나타나면 나머지는 볼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부목사님도 일상이 건전하고 성실합니다. 나머지는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하여 교회 앞에 추천하였습니다. 배움이 많아도 성질이 까다롭고 남을 무시하면 기대할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바른 인격을 갖추어 있지 않으면 재물이 많아도 자기를 위해서 쓰기에 바쁘고 교만해질 따름입니다.
일상의 삶이 바를 때 직분을 받아도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세 분은 선함이 확실합니다. 일상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설교를 마무리하고 <선함이 가득한 사람>이란 주제로 검색을 했더니 한 명이 소개되었습니다. 김 집사님이었습니다. 제가 1년 전 페이스북에 <한옥 민박집 주인 이야기> 제목으로 쓴 글을 인터넷 신문에서 게시한 것입니다. 장재원 집사님은 고된 노동의 현장에서 일 잘하고 성실하여 인정받습니다. 교회에서는 새벽기도회의 모범을 보여주시고, 넉넉지 않은 중에도 헌금 생활에 본을 보여주십니다. 안 정례 집사님도 삶이나 말씀하실 때나 일할 때나 선함이 가득합니다. 딤전 2:9-10의 말씀처럼 금이나 진주나 값진 옷이 아니라 선행으로 마음을 아름답게 꾸민 분입니다. 세분들은 어디에서든지 우리 교회 장로님, 권사님이라고 자랑할 만합니다.
선한 일은 무엇일까?
그러면 바울이 말하는 선한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결코 막연한 것이 아닙니다. 2절 이하에서 선한 일이 무엇인지 하나씩 구체적으로 나열합니다. 인격, 성품, 재능, 가정, 사회생활 그리고 신앙 경륜 같은 일상적인 내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 조목조목 열거된 사항들을 천천히 읽다 보면 가슴이 뜨끔해집니다. 2~7절의 나오는 선한 일에 대해서 차근차근 읽어보기를 바랍니다. 일상과 동떨어진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선한 삶은 어쩌다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찾아서 하고 만들어서 하고 자발적으로 해야 합니다. 롬15:14 “내 형제들아, 너희가 스스로 선함이 가득하고”라고 했습니다. 매일 밥을 먹듯이 하고, 숨을 쉬는 횟수만큼, 내가 걷는 발걸음만큼 해야 합니다. 내 손과 발 그리고 내 입에서 꺼낸 말이 선함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이 "선한 일을 사모한다"는 의미입니다. 직분자들은 선함을 위한 적극적인 태도와 열렬한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신자가 그래야 한다고 성경에 쓰여 있습니다. 엡2:10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라고 했습니다. 예수님을 믿지 않는 자연인은 본질상 죄인이어서 생각하는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입니다.
물론 불신자도 선한 삶을 사는 자들이 있지만, 동정의 수준에 그치고 맙니다. 그러나 예수 믿는 자들은 선한 삶이 일상이어야 합니다. 신자들은 누가 보아도 선함이 가득하고 언제 보아도 선함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누가 여러분을 떠올리면 선함이 저절로 생각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리 마을이 도종환 시인의 시 <어떤 마을>처럼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착하게 사는지/별들이 많이 떴다./개울물 맑게 흐르는 곳에/마을을 이루고/물바가지에 떠 담던/접동새 소리 별 그림자/그 물로 쌀을 씻어/밥 짓는 냄새나면/굴뚝 가까이 내려오던/밥티처럼 따스한/별들이 뜬 마을을 지난다./사람들이 순하게 사는지/별들이 참 많이 떴다.”
우리 교회 선함이 흘러나오는 샘물이 되어야 합니다. 선함이 넘쳐흘러 온 마을을 선함으로 적셔야 합니다. 갈대 마을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그런 마을이어야 합니다. 그럴 때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영광이 될 것이며, 온 백성에게 칭송받으므로 구원받은 사람을 날마다 더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일상에서 선함을 증명해 보이는 성도들이 되고 직분자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일상의 선함이 여러분들의 이력서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