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갑갑해서 먹방하러 시장에 나왔어요. 솥단지는 큰데 실상은 먹을 게 없네요. 속빈 강정이 될까 봐 두려운 오후입니다. 트럼프가 이라크를 <B-2 벙커버스터>로 쑥대밭을 만들어놓고 처음에는 난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가 이젠 전쟁이 아니라 오퍼레이션이라며 우기고 있는 가운데. 이란이 보복성 폭탄을 때리는 것이 심상치가 않아요. 미국이 개입된 이상 李 대통령이 회의 참석을 하는 것도, 입장 성명을 밝히기도 애매하게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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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형님의 철학을 빌리면 국제 정세 역시 <힘에의 의지>가 씨줄과 날줄로 얽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오니즘'이 문제라고 봅니다만.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믿음’만이 유일하게 거짓이 아니다. 니체가 볼 때 현실은 거짓과 가상으로 창조된다.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생성’이라는 단어다. “세계는 생성 중”이라는 말의 의미는 지금의 세계는 ‘생성’을 통해 다음 순간에 바뀌는 가상이자 환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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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게 현실은 예술가가 뛰어노는 아틀리에다. 가장 심오하고 가장 형이상학적인 수준에서 세계는 예술이다. …… “언제나 같은 역을 연기하는 위선자는 결국 위선자이기를 그만둔다.”「현실은 거짓과 가상으로 창조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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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95회 차입니다. 조예는 북벌을 성공적으로 사수한 사마의를 태위(태부)에 임명합니다. 태위는 직위 상으로는 높지만 일종의 명예직으로 권력을 갖진 못 하는데, 이것은 사마의를 경계하는 대사마 '조상'의 입김이 작용한 것입니다. 조예는 '나이가 들어 병권을 맡기기는 힘들다'고 사마의에게 못을 박아둡니다. '조상'은 그래도 안심이 되질 않아 죽이자고 건의하지만, 병권을 넘긴다고 시험하는 '조예'(조조의 손자)에게 넘어가지 않은 사마의는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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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조예'는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오늘내일하는 상황이었어요. 본래 사마의는 급하게 좌천되지는 않았고 '조상'과 권력을 이분하여 다소의 갈등을 겪는 과정도 있었지만, 드라마에서는 사마의가 완전히 배제됩니다. '조예'가 죽고 '조방'(조조의 증손자)이 황제로 등극합니다. '조예'가 '조상'에게 유언을 남기는 과정에서 '정주'는 사마의에게 심어둔 첩자였음이 드러나지만, 직접적으로 첩자가 '정주'라고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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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사마 가문의 권력 독식 양상을 볼 때, '조방'은 <삼국지연의>에서 위나라 마지막 황제라 하여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 본래 소설 등의 매체에서는 다음대의 황제인 '조모'가 난을일으키는 직접적인 묘사가 되어있지만, 이때는 이미 사마 가문의 천하였고 '조방'도 소극적이나마 개혁을 하려 했었습니다 만 둘 모두 발각되고 말지요. 정주가 사마의의 아이를 갖게 됩니다. 이에 기뻐하는 사마의를 보니 저나 나나 별반 다를 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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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주는 난산으로 세상을 뜨고, 사마의는 충격으로 풍에 걸리고 맙니다. '정주'라는 인물은 드라마 내의 오리지널 인물 이지만, 과거 독살당하는 '왕미인'도 그랬고 하진의 핏줄은 미인이 많은 모양입니다. 난산으로 산모도 아이도 다 죽었는데 사마의는 멀쩡합니다. 사마의의 장남인 '사마사'가 처음 등장합니다. '사마소'와는 달리 문관 이미지 인데다, 사마소는 이것이 사마의의 연기인 줄 알았으나 정작 장남인 사마사는 전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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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성혁명 자리에 나타난 사마의를 보고 놀란 사마사가 '위중하신 것이 아니셨습니까'하고 묻자, '나는 십 수 년 간 위중했다!'하며일갈하는 장면이 퍽 인상적입니다. 사마의의 명령을 선두에서 받는 장수는 북벌에서도 필두로 활약했어요. 본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곽회'와 '손례'입니다. 사마의가 기성 장수들(52)을 포섭해 놓은 것이 거사 성공 요인같습니다. '조상'을 치는(체포) 명분을 만들고자 '곽태후'의 조서를 강제로 얻어내는 장면에서 사마의는 거들먹거리며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던데 아주 어울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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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의는 '조상'을 제압할 때 맨발로 마차에서 걸어 나오는데, 이것은 지난날 조조가 행했던 것과 똑같은 행위에요. 사마의는 조조를 회상하는데, 조조는 발에 흙을 털며 '왜 얼굴이나 손보다 발이 더 하얀지 알고 있나'고 묻자 모른다는 사마의에게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고 답했지요. 나는 이 대목에서 감탄을 했어요. 사마의는 포카 페이스의 달인이 아닙니까? 정주의 묘를 찾은 내시 수장과 사마의의 엔딩 씬이 인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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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조비의 명으로 '정주'를 사마의에게 데려온 사람이 바로 이 내시 수장인데, 그 앞에서 사마의는 모든 진실을 털어놓아요. '정주'가 첩자였다는 것이 여기서 밝혀집니다. 이미 사마의는 그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주를 사랑했다고 해요. 내시 수장은 '당신이 사랑한 것은 '공명 대업' 뿐이며, '정주'는 도구였으니 당신이 제거했을 것이다'고 하고, 짐짓 놀라는 사마의는 '정'주가 난산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산파와 짜고 죽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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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다면서 일말의 감정도 없었냐고 따지는 내시 수장의 물음에 다시 한 번 '자신이 사랑한 것은 공명대업'이라고 긍정하며, 결국 앞뒤가 맞지 않는 대답만 하고서 사마의는 자리를 떠납니다. 그러나 마차에 오른 사마의는 눈물을 흘려요. 인생이 항상 앞뒤가 맞는 건 아니니까. 그냥 다 믿어봅시다. 사마의는 곧 세상을 떠납니다. 이때 안고 있던 아이는 '사마염'(정주+사마의)으로 훗날 삼국을 통일하고 진 왕조를 세운 서진의 초대 황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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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기 직전에 '사마소'가 와서 '제갈 각'이 허창을 공격하고 있다고 알리지만, 노쇠한 사마의는 제대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후 간략한 내레이션과 함께 드라마는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촉나라는 제갈량 사후, 오나라는 한참 전, 아마도 <이릉대전>부터 코빼기도 비추지 않아요. 진정한 삼국지의 원탑은 누구일까? 사마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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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95편의 대 단원이 끝났습니다. 영웅들의 영욕의 세월을 목격하면서 조조(66)-유비(63)-손권 누구도 삼국통일을 못 했고 봉추-제갈량(54)-육손-주유 등 당대의 브레인들 누구도 '진인사대천명'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보았습니다. 마지막 회에 사마의가 정주를 통해 사마염을 얻고 사마씨가문에서 역성 혁명을 일으킨 시퀀스는 심장이 쫄깃쫄깃 해지더이다. 쉴 틈도 없이 사마의 편을 직관할 계획입니다. 통으로 읽어야하는 역대기가 중간에 끼어 있어 매일 2편을 리라이팅 하는데 조금 버거웠지만 너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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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리만으로는 세상을 지킬 수 없다 – 유비의 한계
유비는 인(仁)과 의(義)를 중시했지만, 정치적 현실에서는 자주 우유부단하고 주도권을 잃음. 도덕성과 인간미는 중요하지만, 현실 정치에는 전략과 결단이 필요합니다.
2. 지혜는 성공의 열쇠지만, 반드시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 제갈량의 운명
제갈량은 지략과 성실함의 상징이지만, 천명(하늘의 뜻)과 시대의 흐름은 그의 능력을 뛰어넘었음. 인간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으며, 지혜만으로 세상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3. 능력만 있고 덕이 없으면 오래 가지 못한다 – 조조의 그림자
조조는 유능하고 현실적인 군주였지만,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고 신의를 경시한 점이 강한 반감을 샀음. 권력은 능력으로 얻을 수 있지만, 신뢰와 도덕성 없이는 지킬 수 없습니다.
4. 사람을 쓰는 것이 곧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다
유비의 장점 중 하나는 사람을 알아보고 등용하는 능력. 유비의 성공은 관우·장비·제갈량 등의 인재 덕분. 반대로 유능한 인재를 몰라본 손권, 내부 불화를 방치한 조조의 후손들은 몰락. 탁월한 리더는 ‘사람을 보는 눈’과 ‘신뢰를 주는 품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5. 지나친 감정과 복수는 자멸을 부른다 – 관우와 장비의 죽음
관우는 자존심과 의리 때문에 지나친 독단적 행동으로 패배했고, 장비는 충동적 성격으로 부하에게 죽음. 감정 조절과 현실 인식이 없으면 의로움도 독이 될 것입니다.
6.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시대는 동한 말기의 혼란기 → 군웅할거 → 위진남북조로 이어지는 변동의 시대. 변화하는 시대에는 고정된 가치보다 ‘유연한 판단력’이 중요합니다. <생성-소멸>의 법칙은 여지없이 적용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정리하면 1)도덕 vs 현실 의리만으로는 세상 못 지킨다. 2) 지혜의 한계 지략도 천명은 거스를 수 없다. 3) 능력과 덕 능력만 있고 덕이 없으면 끝이 짧다. 4) 인재경영 사람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5) 감정 통제 분노와 자존심은 패망의 지름길. 6) 시대 인식 유연한 현실 감각이 살아남는 열쇠.
2025.6.25.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