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 의한 진단은 인간이 미리 프로그램으로 입력한 것이므로 몸에 분명히
이상이 있어도 기계가 찾아내지 못하면 ‘이상 없음’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현대 의학의 가장 큰 약점은 우리 모두가 한 가지 방식으로 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즉, 모든 질환이 같은 원인에 의해 발생하고, 동일한 증상을 일으키며 치료 방법도 한 가지라고 한다. 그러나 같은
질병이라도 모든 인간의 면역 체계가 다르고, 신체 조건과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마다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며 따라서 치료 방법도 달라야 한다.
주류의사들은 자신의 무지를 감추기 위해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질병에 대해서는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붙이고, 교과서를
통해 외운 질병유형에 들어맞지 않으면 ‘신경성’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모든 질병을 심각한 부작용이 따르는 약과 수술로 치료하려고 한다. 진정한 의학은 의사와 환자의 ‘인간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질병의 징후를 알아내기 위해 대화하거나
신체를 조사하는 방법을 통해 90퍼센트 이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의학이 기계 조작으로 바뀌면서 오진과 과잉치료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1998년부터 1999년에 미국에서 행해진 세 건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의 오진률은 40퍼센트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의학계는 CT, MRI, X선, 초음파 검사기 등 고가의 초첨단 의료 기기를 갖추고 있지만 1938년
이래로 2010년 현재까지 오진률은 거의 변화가 없어 아직도1938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사들은 아무리 통증을 호소해도 기계로 확인할 수 없으면 질병을 인정하려
하지 않고, 아무런 이상 증상이 없어도 기계에 이상 수치가 나타나면 질병을 통지하고 공포심을 불어넣으며
약을 처방한다.
사실 의사들은 기계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술자에 불과하다. 전적으로 기계에 나타나는 수치로 진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술도
불완전해서 기계에 오작동이 일어나거나 정전이 발생하면 의사는 더욱 무지해진다. 1995년에 미국은 부검을
통한 통계 자료 수집을 전면 중단했다. 현대 의학의 치명적인 오진을 덮기 위한 조치였다.* 따라서 1995년 이후 오진률이 개선됐다는 통계는 부검이 금지되면서
나온 숫자상의 조작일 뿐이다.
미국의 한 연구에 의하면, 1985년부터 1995년까지 10년 동안 운동 중에 사망한 158명의 사전 진단 기록을 분석한 결과, 5명(1명에 대해서만 정확한 심혈관 질환을 진단했고, 4명에 대해서는 심혈관
질환의 가능성을 경고했을 뿐이다)에 대해서만 운동의 위험성을 경고했고,
나머지 153명에 대해서는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33) 97퍼센트에 달하는 153명이 의사의 오진에 의해 안심하고
경기에 임했다가 경기 중에 심장마비로 죽어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진단의학은 빠르게 발전하지만,
치료의학은 거의 멈춰 있다. 진단 기계는 체내의 이상을 발견하기 위한 장치이므로 미세한
이상도 발견해낸다. 사실 생명체는 자생력이 있기 때문에 혈압이나 혈당 수치에 조금 이상이 있는 것도
정상이지만 주류 의사들은 스스로 정한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병의 증상으로 보고 병명을 붙인다. 주류
의사들은 환자를 고객으로 보기 때문에 진단 기술이 진보하면 할수록 오진과 과잉진단으로 인해 더 많은 환자가 만들어지고 결국 인류의 삶의 질은 위협받게
된다.